00039 영지시찰 =========================
백작일행이 도착한 곳은 마을 중앙광장 근처에 펼쳐진 시장이었다.
상인들 이외에는 왕래가 자유롭지 않았기에 시장에는 상인들과 자신이 쓰던 물건을 팔러나온 사람들이 이리저리 뒤섞여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싱싱한 과일 팔아요! 채소도 있어요!”
상품작물을 재배하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이 키워서 남는 것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빨리 상하거나 시들기 일쑤인 채소와 과일 같은 것은 가격이 싸지도 않고 상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팔아야 하기에 최대한 큰 목소리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시끄러울 만도 했지만 백작은 그쪽으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애초에 영지 시찰을 나온 목적은 영지의 분위기를 살피러 나온 것도 있지만, 영지민이 암컷 가축들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러 나온 것이 제일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때, 근처에서 백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암컷가구 구경하고 가세요! 귀족나리들이 사용하시던 고급 암컷가구 하나 남았습니다!”
“암컷가구라고?”
백작은 적지 않게 놀랐다.
암컷가구는 시장에서 쉽게 판매될만한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장 평범한 의자나 책상만 하더라도 준 귀족인 기사들 조차 쉽게 구입하지 못할 만큼 비싼 가격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극도의 지능저하와 세뇌를 반복하여, 생존본능과 자아를 말살시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을 물건으로 여기게 하는 것이 암컷 가구의 기본형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주문과 생산방식에 따라 성격이나 여러 특성을 남겨놓을 수도 있어 엄청난 수고가 들어가는 물건이었다.
“암컷가구가 자주 시장에 나오는가?”
궁금해진 백작이 안내인인 마을주민에게 물었다.
보통 미모나 몸매, 자세를 유지하는 근력 등이 부족한 저급 물품들이 비교적 싼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지만, 평민들이 찾는 시장에서 팔리기엔 여전히 상식외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어디 귀족이 사용하다 버려진 것을 구해왔다고 하더군요. 의자와 변기, 술통이 있다고 하던데... 타릭이라는 기사가 두 개를 사갔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아마 제일 비싼 술통은 구입하지 못해 남아있는 것일겁니다. 백작님”
안내를 맡은 마을 주민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보통 경매장이나 정식 판매소에서 판매되는 암컷 가구인 만큼, 시장에 귀족이 사용하던 암컷 가구가 나온 것 자체만으로 이 마을에서 꽤나 유명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가축으로 물건까지 만들다니... 백작은 역시 정상이 아니야’
제시가 가축이지만 물건처럼 사고 팔리는 것도 아닌 물건으로 사고 팔리는 현실을 인식하고 생각했다.
사실 제시도 백작의 성에서 바닥을 청소하는 암컷걸레나 육변기를 많이 보았지만, 그들은 백작성에 마련된 최고급 암컷가구였기 때문에 인격과 지능을 말살시키기 보다는 자율행동이 가능한 최고급품이어서 제시가 그들을 물건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실제로 백작이 제시에게 선물한 육변기만 하더라도 생각과 인격이 살아있기 때문에 노예로서 취급되지만, 최고급 암컷가구인 육변기였기 때문이다.
“호오, 암컷으로 만든 술통은 그 자체가 고급 일텐데...”
백작이 꽤나 놀라서 말했다.
여성의 난관을 적출하여 생식기능을 없애어 술이나 음료를 담는 용도로 자궁을 개조한 암컷술통은 제작 난이도가 상당하여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고급가구였기 때문이다.
등에 매고 있는 술통과 연결된 관이 아랫배를 통해 자궁으로 들어가 암컷술통의 자궁에 술을 담고 질에 연결된 수도꼭지를 통해 술을 배출하는 원리였다.
등에 매인 통에서 자궁에 흘러든 술을 질의 조임만으로 마개를 하듯 닫아걸거나, 진짜 수도꼭지처럼 마개를 조절하여 원할 때마다 보지에서 흘러나오는 음료를 따라 마시는 것도 가능했다.
전자는 암컷술통의 젖꼭지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면 암컷술통이 흥분하며 그 자극을 보지개방의 신호로 받아들여 음란한 신음성과 함께 아름다운 여체를 꿈틀거리며 조임을 느슨하게 하는 것이다. 후자는 암컷술통을 만지기조차 귀찮고, 정말 물건의 하나로만 여기는 귀족들이 단순하게 관상용 술통으로 사용하며 여닫이 마개로 이용하는 경우였다.
“자, 자. 암컷술통 하나 남았습니다! 귀족님들도 사기 힘든 암컷 술통을 사실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탁자위에 진열된 암컷술통을 판매하는 상인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백작의 존재를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호객행위에 열중하고 있었다.
상인이 판매하고 있는 암컷술통은 팔다리를 어깨와 가랑이까지 전부 절단해 머리와 몸통만 남겨두고 받침대에 꽂아 장식하는 종류의 술통이었다. 확실히 팔다리를 전부 절단한 암컷술통은 무게도 가볍고 운반이 쉬워 가장 술통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암컷 가구는 모두가 꿈에 그리는 물건이었지만, 사치품인 만큼 매우 비싸고 유지 관리에 많은 비용과 주의가 필요했다. 암컷‘가구’라는 튼튼하고 강력한 가축의 육체라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근본은 인간과 같았기 때문이다.
식사와 배변을 해결해줘야 했고 청결을 유지하기 까다로웠으며, 특히나 아름다운 몸매와 미모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관리인이 따로 필요할 만큼 매우 수고로웠다.
“암컷술통의 보지와 자궁에서 숙성된 술맛한번 보시고 가십시오! 다시 맛볼 수 없을 만크.......음...?”
열심히 소리를 질러대던 상인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백작을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시장통에 귀족이 오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귀족의 주변을 호위하고 있는 병사의 갑옷에서 보이는 화려한 문장은 눈앞의 귀족이 자신이 팔고 있는 암컷가구를 판매하는 장본인인 백작이라는 것을 알아채게 해주었다.
“배, 배, 백작님!! 이, 이건...!”
상인이 대번에 납작 엎드렸다.
상인이 암컷가구를 팔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었지만, 모든 암컷가구의 주인이나 마찬가지인 백작의 앞에서 다른 귀족이 썼다는 것을 동네방네 광고하고 다녔으니 간이 콩알만해 졌다.
“흐음, 과연 함부로 넘겨 줄만큼 상태는 좋지 못하군...”
확실히 그 자체만으로도 고급가구에 속하는 암컷술통이었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전에 사용하던 귀족이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온몸에는 울긋불긋한 화상이 가득했고, 채찍 자국으로 보이는 흉터가 그 위를 흉측하게 가로짓고 있었다. 일부 상처는 아직 아물지도 않아 약초와 붕대로 어설프게 치료만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제일 미관상 중요한 눈도 한쪽이 사라져 애꾸이기 까지 했다.
그리고 값이 싸진 가장 큰 원인은 암컷술통이 이러한 극심한 고문으로 정신이 붕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물건으로서 각인된 교육으로 머리와 허리를 바로 세워 곧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지만 힘없이 옆으로 축 늘어진 탓에 여러개의 받침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입도 헤벌레 벌려져 침이 질질흐르는 모습은 무너진 자세와 흉측한 흉터와 어우러져, 차라리 일반 술통을 사용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암컷가구를 이용하는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폐품에 가까웠다.
“이런 폐품에 가까운 암컷가축들을 어디서 구하는 거지? 차라리 이건 폐기시키는게 나을 정도로군”
자신이 판매하는 아름다운 암컷가구의 쓰레기 같은 모습을 보게된 백작이 한숨을 쉬며 상인에게 물었다.
상인은 여러 영지를 돌아다니며 식용으로 사용되거나 폐기처분되기 직전인 암컷가구들을 모아다가 판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어차피 버려지거나 식용처분 될것이기에 싼값에 구입할 수 있었고, 비록 얼마 안가 생명이 다하거나 버려지더라도 귀족이 사용하던 암컷가구를 사용해볼 수 있다는 점은 평민과 일부 부자들에게 인기있게 팔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얼마지? 누워있는 타릭 경에게나 보내줘야겠군. 이미 두 개를 샀다고 하니 세 개를 채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백작은 제시에게 맞아 떡이 된 타릭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너무 나서는 바람에 엉망이 되기는 했어도 효과가 아주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포니걸에 제대로 빠진 이후로 성욕에 미쳐서 이런 저런 암컷가축과 가구를 사모으는 것이 어디까지 계속 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타릭놈, 얼굴이 아니라 남자구실을 못하게 만들어버렸어야 했는데!’
제시가 타릭의 비열한 얼굴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암컷가축이나 암컷 가구를 사용하여 욕망을 푸는 타릭이 더더욱 혐오스러웠기 때문이다. 저런 시체같은 몰골의 몸뚱아리를 더듬는 손과 입으로 자신을 더럽혔다니 다시금 용서할 수 없었다.
타릭같은 자는 기사의 자격도 없고 영엉 여자라곤 건드리지 못하게 물건을 짓이겼어야 했다.
‘더러운 놈! 다음에 만나면 그것을 잘라버릴 거야’
제시가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자신의 근처로 오지도 못하게 하고 그 더러운 욕망을 거세시키는 것이 최고의 방법인 것 같았다.
평소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폭력적이고 잔혹한 생각이었으나 제시는 지금 자신의 생각이 매우 당연하게 여겨졌다. 점점 성욕이나 폭력성에 관한 자제심이 사라지고 의지력이 마모되가는 과정이었지만, 제시는 자신의 정신만은 언제나 굳건하고 호그장남님을 위한 충성으로 가득하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작은 상인에게 잔금을 치루고 폐기되기 직전인 암컷술통을 기사 타릭에게 가져다 주도록 명령했다.
잔돈도 받지 않고 폐기직전인 암컷술통을 팔아치운 상인은 연거푸 백작에게 엎드려 감사를 표하며 흉측한 얼굴과 몸통만 덩그러니 남아 진열되 있는 암컷술통을 정리해서 시장을 빠져나갔다.
============================ 작품 후기 ============================
제시 조교가 완료되면 또다른 야하고 잔혹한 스토리가 이어지겠지요.
스토리 진행이 진부하고 느리지만...
자딸용 소설에서 출발한데다가, 제 스타일이 좀 세세하게 표현하고 장면장면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네요.
사실 글쓰는 것도 처음이라, 조절이 잘 안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추천!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