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3 영지시찰 =========================
깔끔하게 정비된 관도 위로 백작의 마차가 지나간다. 크고 화려한 마차를 이끄는 포니걸의 모습에 길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길을 비키며 고개를 조아린다. 요 수십여 년 간 백작의 인간 가축, 가구 사업이 성황을 맞이하면서 왠만한 귀족들의 이동수단은 포니걸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저런 거대하고 화려한 마차와, 마차를 빠르게 끌면서도 아름답고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포니걸은 백작의 마차가 유일했다.
“와, 백작님의 포니걸이야. 어쩜 저리도 도도하고 아름다운지... 우리집의 짐수레를 끄는 년이 저 반만큼만 됬으면....”
고개를 숙이면서도 포니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한 농부가 중얼거렸다.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질서정연하고 빠르게 마차를 끌고가는 백작의 포니걸과, 짐수레에 짐을 조금만 많이 실으면 꾀병을 부리는 자신의 포니걸과는 하늘과 땅 차이었다.
“늙어서 바꿀때가 됬나... 포니걸이 저번에 낳은 년도 아직 어려서 쓸만하지 않으니... 도축해 버리고 하나 새로 구입하던지 해야겠어. 끙... 이번 달도 금주인가......”
키우고 있는 어린 가축이 아직 수레를 끌 수 있을만한 나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가축을 구입한다면 자연히 당분간 절약해야하는 농부가 한숨을 흘렸다. 한번에 2마리 이상의 성년 포니걸을 키우기에는 부담이 됬기 때문에, 지금 있는 요령을 피우는 늙은 포니걸은 도축해야 했다. 도축한 후에 나오는 비싼 젖가슴살이나, 보짓살 등을 시장에 내다 판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손해를 매꿀 수 있을 것이다.
소나 말은 비싸서 구하지 못하는 농민에게 있어서, 백작의 가축화 정책으로 싸고 대량으로 유통되는 인간 가축들은 백작령의 영지민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원이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세대 쯤의 초기에는 인간가축을 사용하는 것에 저항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고 하지만, 이제는 싼 노동력과 고기, 젖을 제공해주는 소중한 자원이다.
거의 백년넘게 교배를 거듭하며, 가축의 본능과 육체를 조련당한 인간 가축들은, 기본적으로 지능이 다소 떨어졌고 빠른 성장력과 강한 육체적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과 비교해서 두 배의 속도자라나기 때문에 5,6살만 되더라도 육체적 노동을 할 수 있는 10살 정도의 청소년의 육체로 자라나는 것이다. 아마도 대를 거듭하여 지속적인 지능저하 마법이 가축의 생존본능에 간섭해서 벌어진 일인 것 같다.
그렇게 농부는 요령 피운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한 마리 가축의 생명을 꺼뜨리기로 하고, 지나간 포니 마차를 힐긋 바라본 후에 갈 길을 재촉했다. 백작님의 것과 같은 아름답고 힘쎈 최고급 포니걸을 사고는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똑같은 가축인 포니걸이라도, 백작님의 포니걸은 백작님의 총애를 받는 만큼 한낱 농부인 자신 따위보다 훨씬 귀한 신분이었다.
“워워~ 멈춰!”
마부가 포니걸의 재갈에 연결된 고삐를 잡아당겼다. 투명한 침범벅이 된 재갈이 잡아당겨진 포니걸들은 재갈에 전해진 명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속도를 줄였다. 세상을 인지할 때부터 행해진 교육과 훈련은 포니걸로서의 본능을 새김과 동시에 고삐에 전해지는 반응을 근육세포 하나하나에까지 새기기에 충분했다. 약간은 한적한 곳까지 이동한 포니걸 마차는 비슷한 모양의 건축물이 늘어서 있는 곳의 입구에 서서히 멈춰섰다. 발끝으로 땅을 박차는 포니걸들의 포니부츠가 점점 속도를 줄였다.
“옳지~, 말을 잘 들으니 채찍을 사용할 일도 없구만 그래”
마부가 바라보는 4마리 포니걸들의 매끈한 등과 탄력적인 엉덩이는 햇빛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가 땀에 젖어 번들거렸다. 먼 거리를 이동해 지칠 만도 했지만, 대를 이은 우성 포니걸의 유전자를 계승한 수백 마리의 포니걸 중에서도 아름다움과 능력만으로 뽑힌 포니걸들은 살짝 땀을 흘리며 상기된 육체를 식히고 있을 따름이었다. 발 끝으로만 서서 곧게 펴진 허리는 변함이 없었고 그 밑으로 보이는 단련된 엉덩이와 단단한 허벅지 근육은 백작의 포니걸로써 부족함이 없는 자세와 능력을 과시했다.
백작의 시찰을 마중 나온 가축 번식장의 신입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백작의 포니걸을 처음 보는지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밸런스를 고용해 비슷한 덩치와 키를 가진 포니걸 4마리가 화려한 장식으로 몸을 꾸미고 동시에 똑같은 자세와 행동을 취하는 모습은 유명화가의 그림 한 폭을 보는 것 같았다. 우아하고 절도 있는 자세와 행동은 마차를 끄는 가축이 아닌 왕궁의 귀족부인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와아... 선배, 백작님의 포니걸, 저희가 키우는 포니걸하고는 완전히 다른데요?”
“당연하지. 아무리 우리가 고급 번식장이라지만, 저 정도 수준의 포니걸이나 가축들은 가끔 혈통 보존을 위해서 잠깐 보내지는 것 빼고는 없단 말이야. 저정도 수준의 포니걸은 늙어서 여기 보내지더라도 특별변식 관리대상으로 관리 받는다고!”
넋을 잃고 우아한 포니걸을 바라보는 신입의 모습에 고참이 재빨리 대답해준다. 백작이 나오기 전에 얼른 이 신입에게 설명을 마치고 입을 다물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차를 끄는 포니걸들의 걸음이 서서히 멈춰섰다. 포니걸의 허벅지가 과시하는 듯 느릿느릿 올라가 화려한 장식을 늘어뜨린 젖가슴의 바로 아래까지 치켜 올라간다. 마차를 끄느라 땀에 젖은 허벅지가 번들거리며 젖가슴 밑에서 움직임을 일제히 멈추었다. 4개의 허벅지가 똑같은 각도로 반짝거리는 젖가슴과 함께 허공에서 멈추자 백작을 맞이하러 나온 관리인들의 목울대가 꿀꺽 넘어간다. 직각으로 들어 올려진 허벅지 밑으로 아름다운 직선의 라인이 떨어져 내린다. 4마리 포니걸의 직각으로 올라간 새하얀 허벅지 근육이 불끈거리며 땀에 젖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직선으로 뻗어있는 허벅지 끝에서 직각으로 떨어지는 쭉 펴진 발목의 선은 예술적이기 까지 하다.
직각을 그리는 아름다운 포니걸의 다리 네 짝이 동시에 천천히 바닥을 딛고 멈춘다. 백작의 마차가 마침내 이동을 멈춘 것이다. 길고 단련된 근육이 아름답게 표현된 양 다리가 바르게 직선을 그리며 모아졌다. 한낱 포니걸일 뿐이지만 젖가슴, 허리, 엉덩이, 보지까지 할 것 없이 만족스러운 암컷의 내음을 풍기는 땀과 국물에 젖어 우아하면서도 음탕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도착했다, 노예들 얼른얼른 움직여!”
포니걸이 완전히 멈춰 서자, 마부가 짐칸을 열고 안에 실어온 계단과 깔개 노예를 재촉했다. 화려한 마차의 문 앞으로 여자 노예 두 명이 다시 계단과 깔개의 역할을 수행했다.
“와웅!”
“아윽! 윽”
“흐윽...”
마차의 문이 열리자마자 메리가 네발로 뛰쳐나온다. 팔다리가 잘려 가벼워 졌지만, 체중을 실은 단단한 앞발과 뒷발에 밟힌 충격에 두 노예가 신음성을 흘린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백작과 큰 젖가슴에 체인을 달고 있는 여기사 제시에게까지 밟히고 감사의 인사를 올려 충실히 임무를 수행한다. 왠지 모르게 거대한 젖가슴의 여기사가 일부러 자신들의 허리와 엉덩이를 강하고 여러 번 짓밟는 것 같았다. 마차 안에서 들린 흐느낌과 헐떡이는 비명은 여기사의 것었던 모양이다. 백작에게 받은 울분을 자신에게 몰래 풀어내는 여기사가 원망스러울 법 했지만, 두 노예는 끝까지 자신들의 매끈하고 부드러운 허리와 엉덩이에서 힘을 풀지 않고 자세를 유지했다.
“백작님, 저희 축사에 어서 오십시오. 백작님께서 호그영지에 병사들을 보내주신 덕분에 싱싱한 가축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뒤에 계신 분은...?”
관리인이 백작을 환영하다 뒤에 보지기사단과 흡사하게 생긴 복장을 하고 있는 제시를 발견하고 물었다. 보지기사단의 복장이 옷의 기능을 발휘하기는커녕 젖가슴과 엉덩이를 비롯한 육체를 강조하는 음란한 복장을 하고 있긴 했지만 젖가슴 부위에 아무런 보호대나 보정물이 없진 않았기 때문이다. 백작을 맞이하는 노회한 관리인은 자주 백작의 방문을 받았기 때문에 백작을 종종 수행하기도 하는 보지기사단의 복장을 자세히 알고 있었는데, 자신들이 관리하는 왠만한 젖소의 젖통보다 거대한 젖가슴을 가진 여기사의 복장은 보지기사단의 것보다 더욱 면적이 적고 은밀한 부위를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내 보지기사단에 임시로 소속된 제시 경이네. 나와 같이 영지시찰 중이지”
“큭.......”
“아아, 그래서 아직 은색 링을.... 이쪽으로 오시죠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백작이 제시를 보지기사단 임시 단원으로 소개하자 관리인은 그제야 비정상적일정도로 거대한 젖가슴에 달린 은빛 링을 눈치 채고 대답했다. 백작의 말에 저렇게 반항하듯 반응하는 모습과 은색의 링으로 미루어보아, 기사이긴 하지만 아직 조교중인 암컷인 듯 했기 때문이다. 조교사는 시선을 붙잡는 여기사의 아름다운 금발과 이상할정도로 거대하지만 아름다운 젖가슴에서 시선을 애써 돌리려 노력하며 백작일행을 안내했다.
“임신 전의 암컷들은 건강과 운동을 위해 하루에 일정 시간동안 이곳의 풀밭과 공터에서 훈련을 시키거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게 합니다요”
관리인이 축사가 위치한 공터로 이동하는 중간에 넓게 펼쳐져 있는 풀밭과 공터를 지나가며 설명했다. 백작은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멍청한 애완암캐인 메리에게도 필요 없는 설명이었지만, 이곳에 처음 온 제시를 위해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 조교중인 은색 링 암컷에 불과했지만, 조교가 완료되어 백작에게 떨어진다면 자신 따위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백작의 총애를 받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능저하 마법인장이 일반 노예나 인간까지 가축으로 형질을 변형시키게 된 이후로 순수혈통을 위한 번식장 이용은 좀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귀족 분들은 여러 가지 순수한 혈통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저희만한 번식장은 흔하지 않습죠”
관리인은 제시에게 설명을 해주는 듯하면서도, 이렇게 한 두마디를 덧붙여 백작에게 은근슬쩍 자신의 번식장에 대한 효용성을 어필하고 있었다. 이곳에 처음인 저 젖소가슴 여기사를 핑계로 백작의 인상에 자신과 자신의 번식장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가상했다. 제시는 그 와중에 마법인장이란 마법도구의 능력을 듣고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마법인장이 지능을 저하시키고, 인간을 가축으로 만든다고?”
“예, 물론입습죠. 옛날엔 단순히 지능저하만 시키는 물건이어서, 옛날의 가축들은 지금처럼 10여년 만에 다 자라거나, 2마리 이상의 새끼를 출산하고, 육체적으로 뛰어나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번식장들이 보통 인간 노예보다 조금이라도 뛰어난 혈통의 가축을 얻으려고 훈련과 교배를 반복 했습죠. 큼, 큼!”
관리인은 말을 하다말고 목이 타는 지 잠시 말을 멈추고 목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본론이 막 나오려는 타이밍에 멈췄기 때문에 제시는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듣는 어린아이처럼 관리인의 말에 강하게 집중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지능저하 인장이 찍힌 가축들이 순식간에 자라고, 새끼를 2,3마리씩 낳기 시작하더니, 힘까지 세지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출산하는 새끼들의 대부분이 전부 암컷이기 까지 해서 더 이상 수컷새끼를 폐기처분 할 일도 사라졌습니다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그렇게 한번 변한 가축이 낳은 새끼들은 저희가 더 이상 인장을 찍지 않아도 저절로 어미가 가지고 있던 가축의 특징이 나타나기까지 했습죠. 이 때부터 백작령 대부분의 영지민들에게도 암컷 가축을 보급해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혁신적인 사건이었습죠!”
가축 번식장이 있는 건물까지는 넒은 풀밭과 공터를 지나가야 했었는데, 늙은 관리인이 하도 맛깔나게 백작의 가축에 대한 역사를 설명하는 바람에 백작마저 그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물론 제시는 지금 듣고 있는 사실이 백작가문의 부와 힘의 원천임을 깨닫고, 이런 비밀을 듣고 있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 백작의 눈치를 조심히 살피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리인은 제시가 이미 은색 링까지 달린 것을 보아 백작이 단단히 마음먹고 조교하려는 것을 알아채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입을 열었다.
“물론, 노예를 사용해서 새로운 가축을 충원하는 경우에 인장이 필요하기도 하고, 다시 한번 인장을 찍으면 지능 수준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어서 아직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요”
“그래서... 결국, 꿀꺽... 인간에게 마법인장을 찍으면... 지능이 떨어질뿐더러 순식간에 자라거나, 한번에 2,3명씩 아이를 낳고, 동물같은 육체적 능력이 생긴다는 말인가.......?”
“맞습니다 여기사님. 물론 지능저하 인장을 찍으면 찍힌 년은 가축의 특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만, 그 새끼 년들부터 가축의 형질이 발현됩니다요. 무언가 마법 같은 일이긴 합니다만...”
제시는 인간이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 완전한 가축화가 되버린다는 소름끼치는 사실에 전율했다. 사지가 절단된 채로 바닥을 더럽히는 것은 흙이건 오물이건 핥아먹는 걸레 가축과, 발끝으로 설 수 밖에 없는 기묘한 부츠를 신고 마차를 끌 수 있는 것은 전부 마법인장에 의해 가축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칠흑 같은 검은 머리와 귀족 같은 외모를 한 백작의 애완암캐도 분명 마법인장의 영향을 받았으리라. 그러지 않고서는 자신이 진짜 암캐라고 믿고 있는 듯한 멍청하고 유치한 행동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런... 마법은 이야기나 전설에 나오는 것 일 텐데.......”
제시는 하루하루 음란하고 저속해져가는 자신의 육체에도 마법인장이란 것이 찍혔나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혐오감에 가깝던 백작에 대한 이미지도 이제는 많이 희미해져서 오히려 은근히 백작의 관심을 독차지 하는 듯한 위치를 즐기고 있는 마음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암컷의 음란함을 강조하는 듯한 부끄러운 복장과 보지기사단의 훈련, 그리고 백작이 강요하는 것들은 아직도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지능은 정상이었고, 몸 어디에도 무엇인가 찍힌 듯한 흔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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