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6 만찬에 초대된 거유 여기사 =========================
백작가에 걸맞는 단정한 옷을 입은 시종들이 요리를 들고 들어온다. 금은 세공이 되어있는 화려한 접시위로는 매끄럽게 빛나는 음식 덮개가 덮여 있다. 전채요리가 먼저 나온 듯 하다. 길게 늘어진 식탁위로 스프와 간단한 빵, 야채가 종류별로 놓여 있다. 그리고 특별한 전채메뉴 인 듯 백작과 여기사 제시의 앞에는 금으로 된 덮개가 놓였다.
“맛있게 먹길 바라네. 특별히 제시 경을 위해 준비하였어.”
금색덮개 안에 있는 내용은 백작이 특별히 준비한 ‘그것’인 듯하다. 여기사 제시의 덮개가 시종에 의해 열렸다. 덮개가 열린 접시의 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화려한 금은 세공이 된 희고 매끄러운 접시만이 있을 뿐이다.
‘언제까지 끌려다닐 수는 없다’
“백작님, 음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여기사의 눈이 파란 눈에 힘이 돌아오며 날카롭게 빛난다. 백작의 실수를 기회삼아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듯하다. 긴장감 때문에 몸이 굳어있던 것을 자각하며 근육을 이완시킨다.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던 몸이 풀어지며 짧은 곱슬머리 금발이 흔들린다.
“아아, 걱정하지 말도록. 신선함이 중요하여 직접 눈앞에서 재료를 다듬어 요리해줄 것이야”
“...”
여유로운 백작의 모습을 보니 실수는 아닌 듯하다. 그와 동시에 문밖에서 희미하게 짜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가까워지고 나타난 것은 쇠사슬 목줄에 이끌려 기어오는 한명의 노예였다. 한쪽 눈에 상처를 입은 듯 붕대를 감고 있어 시종에 의해 반쯤 힘없이 바닥에 질질끌리듯 기어와 엎어졌다.
‘이곳에서 기어다니는 노예는 가축이라 부르던가’
“백작님. 저 노예, 아니 가축은 치료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기사 제시는 치료가 필요한 노예를 왜 식당에 끌고 온 것인지 의아해하며 말했다. 한쪽 눈에 감아진 붕대 위로는 붉은 핏물이 옅게 배어나와 있어 지혈은 된 것 같다.
‘설마 귀족의 식사를 대접하려 하는 것인가?’
외부 사절인 자신에게 자비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후계자 다툼에 참가하여 도움을 준 백작은 영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작 자신이 소문과는 다르게 노예들에게 자비롭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백작의 대답은 여기사 제시의 정신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그럴리가, 저것이 제시 경, 자네의 재료라네”
백작은 순수하게 노예를 걱정하는 여기사의 물음에 마음이 절로 흡족해지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비어있는 메인접시, 쇠사슬에 이끌려 기어들어온 가축, 그리고 한쪽이 비어있는 눈. 이러한 것들을 보고나서도 순진하게 가축의 부상을 걱정하다니. 백작은 기사수련 이외에는 순수하게 때타지 않은 여기사의 모습에 참을 수 없는 소유욕을 느꼈다. 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과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가 여기사 제시라는 최고급 품질의 물건을 꾸미고 있는 것 같았다. 순수한 마음, 탄력있게 그을려 달콤할 것 같은 육체가 금빛과 푸른 빛 장식물에 의해 더욱 탐스럽게 느껴졌다.
백작은 자신의 요리덮개를 열었다. 새하얀 백작의 접시 위에는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만큼 푸른 빛을 띠고 있는 눈알이 소스와 아채에 장식되어 음식처럼 올라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게, 무슨...!”
제시는 순식간에 상황파악이 되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무리 사절이라 한들 한낱 기사로서 크게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제시는 그것을 생각할 겨를 조차 없었다. 물론, 백작 또한 전혀 개의치 않고 흥미진진하게 여기사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요리는 벌써 시작되었어.”
주방장과 건장한 시종이 들어와 식용암컷의 붕대를 풀고 단단히 잡아 고정시킨다. 한쪽눈에 감긴 붕대를 풀자 식당의 어두운 그림자 사이에서 그 모습이 드러났다. 식당의 어두운 조명에 가려져 공허하게 뚫린 눈구멍사이는 까맣게 그림자로 가려져 있었다. 다만 눈이 있어야 할 그곳에 아무것도 없이 새카만 구멍은 보는 사람이게 스믈스믈 기어오는 공포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까맣게 칠해진 눈구멍 안쪽이 일렁이는 촛불에 잠시 밝혀질 때에는, 새빨간게 범벅된 고기와 진물이 언뜻 보이는 듯 했다.
“거기 식용암컷, 이쪽을 봐라.”
식용 암컷의 고개가 힘겹게 백작을 향해 돌아간다. 오후 축사에서 보았던 건강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길게 치켜올라가 날카롭게 반짝이던 눈은 힘없이 쳐져 풀어져있다.
“너의 눈알 요리가 여기 있다. 얼마나 맛이 있나 스스로 지켜보도록.”
백작은 정면을 쳐다보는 푸른 보석을 반 바퀴 굴려 포크로 찔러 고정시킨 뒤 반으로 잘랐다. 상당히 건강한 재료에 요리도 잘 된 듯, 반으로 잘린 푸른 보석같은 요리의 표면으로 젤리 같은 액체가 탄력있게 모양을 유지한다. 반으로 잘린 푸딩같은 것을 찍어 주변에 장식된 소스를 찍고 들어올렸다. 마주보고 있는 여기사 제시와 닮은 푸른 빛 눈동자가 잘 보이도록 찍어 들었다. 경악하고 있는 여기사 제시의 푸를 눈을 바라본다. 포크에 찍힌 푸른 보석을 정면으로 여기사 제시의 눈과 마주치듯이 들어 올리고, 살랑살랑 흔들었다.
‘너의 눈동자와 똑같지 않느냐? 여기사’
마음속으로 나직한 질문을 던졌다. 심장이 두근대고 몸이 달아올랐다. 백작과 여기사의 눈이 마주치자 백작이 입 꼬리를 끌어올린다. 자지가 뻣뻣하게 달아올라 말간 겉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포크를 움직여 이제는 한쪽만 남은 식용 암컷의 푸른 눈빛과도 마주치듯이 움직인 후에야 포크를 입에 가져간다. 입에 들어오기 직전 자신의 입을 향한 푸른 눈동자와 경악에 크게 떠진 여기사 제시의 푸른 눈동자를 동시에 바라보며 마침내 푸르게 시린 보석같은 요리를 입에 넣었다.
으적, 으적
“아으으아 아아앙 으으으으응...!”
자신의 눈알이 백작의 입으로 들어가 씹히자, 식용 암컷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자신의 삶이 완성되는 모습에 움찔거리던 보지가 보짓물을 울컥 토해냈다. 보지가 벌렁거리며 시큼한 암컷 국물을 질질 흘린다. 노곤하게 풀어져 구멍을 벌린 질 속에서 흘러내리는 발정난 가축의 국물은, 사타구니를 적셔 허벅지를 지나 바닥까지 더럽히고 있었다. 자신이 먹히는 쾌감에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암컷의 유두는 이미 꼿꼿이 발기해서 암컷을 고정하고 있는 시종의 팔에도 음란한 절정감을 알리고 있었다.
식용 암컷이 발정한 그 순간 대기하고 있던 청소 암캐들이 절단된 사지를 바둥거리며 기어왔다. 덜렁거리며 흔들리는 젖가슴과 뒤뚱거리는 엉덩이를 힘들게 끌고 발정해서 암컷 국물을 흘린 식용 암컷에게 달라붙는다. 일부는 청소용의 혀를 꺼내 식용 암컷의 보지와 항문 주변을 핥아 올려 청소하고, 일부는 바닥에 얼룩진 보짓물을 혀로 핥으며 빨아먹는다. 벌거벗은 식용가축주변으로 청소 암컷들은 음란하게 얽혀 있었다. 가축이기에 암컷들의 육체를 가린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음란한 숨을 토해내며 사지 멀쩡하게 주저앉아있는 식용 암컷 주위에 사지가 절단되어 꾸물거리며 들러붙은 청소 암캐들은 벌레 같았다.
세상의 빛을 담고 있던 푸른 보석 같은 요리를 씹으며 맛을 음미하던 백작의 시야에 청소 암캐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먹음직스런 육즙을 흘리는 고기에 들러붙은 벌레들’
“내, 내가강 내 눈앞에서, 먹히고 있어어엉... 마시이있는 내눈아알”
식용 암컷은 자신의 눈알을 먹고 있는 백작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절정한다. 자신의 눈알이 씹히는 모습을 나머지 한쪽 눈으로 담아보려 하지만 치밀어 오는 쾌감에 하나 남은 눈이 새하얗게 돌아간다. 바닥의 암컷국물의 청소를 마친 암캐들도 식용암컷에 달라붙어 핥고 지저분한 국물을 늘어뜨리는 보지를 중심으로 빨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참한 상처가 있었지만 요리에는 하나가 더 필요하다. 시종에 의해 붙잡힌 식용 암컷은 반항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 길게 늘어진 눈에 더 이상 날카로운 이미지는 남아있지 않고 쾌락에 움찔움찔 떨리는 멍한 푸른 눈이 끔뻑이고 있을 뿐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아으으아아아아아악! 흐으으악...!”
주방장이 푸르게 빛나던 나머지 한쪽의 보석을 파내고 인두로 지져 지혈을 함과 동시에 늘어져 있던 식용 암컷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른다. 암컷의 입을 막을 수 있었지만 효과적인 연출과 분위기를 위해 백작이 미리 지시를 내려두었다. 이제 두 눈을 잃어 영원히 세상을 보지 못하는 암컷은 어둠 속에서 고기로 처분되기만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시종은 고통에 의한 식은땀에 젖어 푸들푸들 떨리는 젖을 움켜쥐고 식당 밖으로 식용 암컷을 끌고 나간다. 오늘 저녁의 역할을 마친 식용 암컷의 육체가 물건처럼 질질 끌려 나간다.
암컷이 끌려 나가는 사이, 주방장은 이미 푸르고 둥근 그것을 씻어 손질하고 요리를 끝마쳤다. 여기사의 것과 똑같이 푸르게 빛나는 보석이 천장을 향해 놓여 소스와 야채로 장식되었다. 요리를 전달받은 시종이 접시를 여기사 앞에 조용히 내려놓는다. 비릿한 피냄새와 발정난 암컷의 냄새사이로 향긋한 소스의 향기가 파고든다.
꼬르르르
“꿀꺽”
비명이 아직도 귀에 메아리치고, 도저히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는 잔혹한 상황 속에서도 굶주린 배가 아우성친다. 먹음직스럽게 놓여진 눈알 탓일까, 향긋한 소스의 냄새 탓일까. 자신도 모르게 여기사는 군침을 삼킨다.
아직도 의자에서 일어난 채로 포크를 집어 파랗게 빛나는 보석을 찍는다. 눈앞에 놓인 푸른 시선과 눈이 마주치자 눈이 뽑히는 고통에 발버둥 치던 암컷 노예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아 눈을 꾹 감는다. 자르지도 않고 통째로 입안에 넣어 한번, 두 번, 씹는다. 아직도 세상의 풍경을 전해주던 푸른 보석 주인의 체온이 남아 뜨뜻하고 젤리 같은 식감을 전달해주었다. 얼른 씹어 삼키려하자 의외로 주변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고기가 부드럽게 녹듯 씹혀 사라진다. 그사이 말랑거리는 나머지 부분이 목구멍을 넘어 전부 삼켜졌다.
“우욱”
‘으윽, 말도 안돼’
상상도 하지 못 할 만큼 부드럽고 담백한 식감에 소름이 끼쳤고 그것을 먹은 자신이 무서워 졌다. 백작이 원 상태를 알아보지 못하게 해서 요리를 내왔다면 맛있게 먹었을 만큼 훌륭한 요리였다.
“전채요리는 입에 어떠한가, 제시 경과 똑같이 파랗게 색까지 골라낸 재료였지”
“맛, 이...... 있습, 니...다.”
억지로 속을 진정시키며, 간신히 하나씩 단어를 꺼냈다. 감히 맛이 없다고 할 순 없었다. 백작의 지원을 얻지 못하면 주군의 셋째 동생에게 목숨이 위태로웠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힘이 풀렸다. 여기사 제시는 쓰러지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손을 뻗어 옆에 놓인 포도주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부드럽게 녹아 사라지던 소름끼치는 맛을 지워버리기 위해서였다.
입안을 알싸하게 도는 포도주의 맛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식탁을 바라보자 이미 메인 메뉴가 전부 차려져 있었다. 알맞게 구워진 스테이크와 구운 고기의 냄새는 자신도 익숙하게 맡았던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며 배가 고파져 왔다.
============================ 작품 후기 ============================
여기까지가 대략적인 백작의 영지와 작품세계관의 분위기, 설정입니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스토리의 진행이 이루어집니다.
초반 세계관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잔인한 장면은 이후에선 다소 순화되거나 등장빈도가 줄어들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 코멘트 잊지말아주세요~
작가의 힘이된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