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 112.
* * *
“혹시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없을까요?”
세레니아가 이렇게 약하게 나오는 건 전에 없던 일이다.
이거다 싶으면 하고, 아니다 싶으면 해버리고 난 다음 잘못했다고 한마디 하는 게 그녀 스타일이다.
그런 그녀가 부탁이라니, 대체 뭘 시키고 싶은 걸까.
“뭐…뭔데? 혹시 카렌하고 한 것 때문에 그래?”
“아, 그것도 관련이 있긴 합니다.”
“관련이 있어?”
“네. 교단의 엘프와 하시려는 걸 알았다면 미리 준비했을 텐데….”
“뭘 준비해?”
“교배식입니다.”
“뭐?”
“축복받은 남자가 교배하는 것을 보며, 번식의 기도를 올리는 교단의 성스러운 의식인데, 못 올린 지 삼백 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그런 게 있어?”
“네. 본당에 계실 때 한 번 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카렌을 원하셨다면 미리 준비했었을 텐데요….”
“음…. 그런 거라면야 뭐…. 근데 카렌 먼저 임신시켜서 화난 건 아니고?”
“전혀 아닙니다. 사도님의 은총을 먼저 받고 싶었긴 했지만, 저에겐 주어진 사명이 있으니까요. 애당초 사도님께서 먼저 은총을 내리신 여성만 해도 벌써 몇 명이나 됩니다. 그런 것에 일일이 질투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그렇구나.”
“그…그래도 다 끝나면….”
“응? 뭐라고 했어?”
“아니…아닙니다. 잠깐 허황한 이야기를 해 버렸네요. 아무튼, 수도를 떠나기 전 교배식을 혹시 치러주실 수 있을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내일 떠난다고 했나? 그러면 오늘밖에 시간이 없다는 말인데…. 할 수는 있는 거야?”
“네. 가능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들의 허락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남들 보는 앞에서 하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럴 줄 알고, 아이린에게는 미리 약속을 받아 놓았습니다.”
“그래?”
아이린에게 약속을 받아 놓았다라….
엘리시움의 벽을 박살 냈던 걸 생각하면 약속을 받아내기 어려웠을 것 같지는 않다.
“네. 이레네 님께만 여쭤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근데 이레네는 어떻게 알아?”
“사도님과 접촉한 여성은 전부 신상을 파악해 놓고 있습니다.”
“어…. 그건 좀 대단한데…?”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면…?”
“하아…. 알겠어. 한 번 물어는 볼게.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 * *
보통 하는 걸 남들에게 보여주는 건 싫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말요?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사도님과 섹스하며 가버리는 걸 보여주면 된다고요? 혹시 무슨 상인가요?”
“아니 이레네 그게 어떻게 상이야….”
대체 그게 어딜 봐서 상인가.
여기 여성 엘프들은 성 관념이 좀 이상한 걸까?
“사도님과 섹스하며 가버리는 거는 상이죠…?”
“나머지는…?”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요. 공짜로 하는 건데 교단에 그 정도 기부(?)는 해야죠.”
“아니…. 감수하지 마….”
“감수해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아냐…. 그냥 해줄 수도 있긴 한데…. 감수해 주면 고맙…고마운 건가?”
“그러면 감수할게요. 임신까지 시켜주신다고 들었는데 이 정도야….”
“아니….”
“공작 후작 백작들이 다리 벌리고 줄을 선다는데, 마지막으로 저희 자매를 선택해 주셨으니 보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다 보이는 거라고?”
“괜찮아요. 저는 몸매에는 자신 있거든요.”
평평한 쪼꼬미.
내 기준으로는 도저히 어디 가서 자랑스럽게 내보일 만한 몸매는 아니다.
그러나 엘프들에겐 다르다.
특히 시골 장로인 이레네에게는, 평평한 몸매는 도시 놈들에게 뒤지지 않는 유일한 자랑거리였다.
이 나이에 이 몸매라고?
솔직히 어디 가서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주지 못해 좀 안타까웠는데.
이번 기회에 발정난 년들 앞에서 교배하며 임신까지 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가 아닌가?
“하아…. 중간에 못 그만두는 건 알지?”
“네. 상관없어요.”
“아아…. 나도 모르겠다.”
본인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오니 나도 뭐라고 하기 좀 그렇다.
대체 엘프란 것들은 에로프인 것과 에로프가 될 예정인 것들밖에 없는 건가….
그 순둥순둥하던 카렌마저도 다리를 조이며 임신을 조르던 걸 생각해보면 조금 섬칫하다.
“그러면 빨리 끝내자.”
“빨리요…? 그래도 오랜만인데…. 좀 오붓하게 하면 안 될까요?”
“오붓하게 하는 거, 감당할 수 있겠어?”
“하지만 동생까지 있는걸요.”
“지금 나에게 둘 정도는 쉽거든…?”
“그래도 자지는 하나잖아요….”
“응?”
“에?”
“자지 하나 아닌데?”
“네?”
“아…. 아니다. 있다가 보자 그럼. 나도 준비인지 뭔지 해야 한다고 하니까.”
“자…잠깐만요? 자지가 하나가 아니라니…?”
“아냐, 기대해.”
“잠깐…잠깐만요…? 그게 무슨…?”
당황하는 이레네를 두고 떠난다.
마지막에 대답해주지 않은 것은 약간의 심술.
이레네가 고집부려서 하기 싫다고 했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결국 여기까지 와 버렸다.
* * *
평소에는 예배당으로 쓰이는 커다란 홀.
단상 한가운데, 킹사이즈보다 큰 어마어마한 크기의 침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교배실에 있는 것과 다른 건데, 이런 건 또 어디서 사 왔는지….
침대 위에는 폭신한 베개가 잔뜩 준비되어 있다.
뭐 베개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진짜 돈을 얼마나 쓴 거야….
침대에 네 모서리 조금 떨어져서는, 고풍스러운 향로가 놓여 있었고, 향로에서는 아련하니 상큼한 향이 너울너울 피어올랐다.
다 내가 교배하기 좋으라고 해 놓은 거다.
뭐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예배당을 거의 다 채운 여성 엘프들은 대체 뭐냐.
침대 놓고 향로 놓고 그 외 잡다하게 장식 같은 걸 놓는다고 공간을 꽤나 차지했는데도,
거의 백 명에 가까운 여성 엘프들이 정갈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한 명 한 명 심상치 않으신 분들이신지, 여러 명이 앉는 길쭉한 의자 따위가 아니라,
옆에 다과와 소지품까지 올려둘 선반이 준비된 개인석에 앉아들 계신다.
‘진짜 내 몸값이 높긴 높은가 보네.’
대체로 신앙이 독실할수록, 그게 아니면 기부를 많이 했을수록 초대받기 쉬웠다는데….
나는 자세한 건 모르고, 초대장 구하려고 난리가 났었다는 정도만 들었다.
생각해보면 참 웃긴 짓이긴 하다.
공작 후작 백작 다 구경하게만 놔두고 마지막으로 따먹는 게 시골 장로와 유흥업소 사장이라니.
게다가 비처녀….
그래도 약속한 것이 있으니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비처녀도 나름 따먹는 맛이 있으니까.
뭐랄까, 지금까지의 자지 맛은 잊고 진짜 남자의 맛을 알려주는 즐거움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자매잖아?
자매간의 무언가 그렇고 그런 것? 도 기대해 볼 만 하다.
자고로 자매가 한 기둥을 핥아주는 것 또한 남자의 로망.
나는 침대에 느긋하게 누워 선수 입장(?)을 기다렸다.
두 명이라 그런가, 좌우에서 한 명씩, 신부 차림을 하고 나온다.
신관이 면사포를 붙잡아주는 가운데, 얼굴을 가리고 나오는 두 쪼꼬미.
이레네와 아이린.
둘 다 본 여성 엘프 중에는 손에 꼽을 빗치 쪼꼬미들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청순미 뿜뿜하는 순결한 예쁜이들이었다.
뭐…. 그래봤자 쪼꼬미인 건 변하지 않지만….
둘이 침대에 다가와 무릎을 꿇자, 성가대가 성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이건 뭔가 개막곡 같은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엘프 고대어로 봄에 씨앗을 뿌리고 어쩌고 하는 그런 노래였다.
말은 알아듣겠는데 부르는 어조가 너무 길어서….
대충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노래 같다.
나는 가만히 누워 기다렸다.
뭐 하라고 들은 것도 없고….
그렇다고 이 분위기에 뭐 하기도 그렇고….
그냥 노래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는 수밖에.
잠깐 꾸벅 졸 뻔할 정도가 되어서야, 노래가 끝났다.
사실 주인공인 내가 졸면 안 되는데,
이게 무슨 아리아처럼 길게 늘여 부르는 거라 버티기가 힘들다.
‘보오오오오오오옴에에에에에 씨르으으으으을 뿌우리이이이며어어먼’
뭐 이런 식으로 부르는 거라,
듣고만 있어도 졸음이 오는 것이다.
아무튼 드디어 끝.
침대 좌우에서, 쪼꼬미 자매 둘이 면사포를 벗고 기어 온다.
한참을 기다렸던 내 자지는, 이미 단단하게 솟아올라 있었다.
자, 그럼 어디 자매의 사랑을 맛보아 볼까….
느긋하게 다리를 쫙 펴고 기다리고 있자니,
아이린이 먼저 내 바지를 벗긴다.
아니 벗기려고 한다.
벗기진 못했다.
왜 벗기지 못했냐 하면, 이레네가 밀쳐냈기 때문이다.
아이린을 밀쳐낸 이레네가 내 바지를 벗기려는 찰나,
일어선 아이린이 다시 이레네를 밀친다.
이레네는 밀쳐지며 아이린의 머리끄댕이를 잡았다.
둘 다 엉켜서 넘어진다.
아니….
내 기대감 돌려내….
왜 하필 여기서 자매싸움이야.
물론 자매싸움 할 수도 있긴 하지….
근데 100명이 섹스하는 거 지켜보는 앞에서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자지 빨기도 바쁠 시간에….
하지만 이레네와 아이린은 그런 건 안중에도 없는 듯, 본격적으로 싸움을 시작했다.
“너 뭐야?”
“언니야말로 뭐야?”
“나 사도님 자지 빨게 좀 놔둬.”
“언니야말로 나 좀 자지 빨게 놔둬.”
“이게 어디 언니를 두고 먼저 자지를 빨려고 해?”
“흥 내가 잘해서 이런 기회가 생긴 건데, 당연히 내가 먼저 빨아야지! 나중에 끼어든 년이 고마운 줄도 모르고.”
“이년이 미쳤나. 어디 언니한테 이년 저년이야?”
“남이 자지 빨려는데 방해했으니 년 소리 들어도 싸지!”
나를 포함해 100여 명 남짓의 여성 엘프들까지, 모두 황당해했다.
이거 나름 신성한 의식이다.
겉보기엔 공개 교배 섹스라는 천박한 짓처럼 보여도,
나름대로 전통이 있고 목적이 있는 종교적인 의식이다.
그 의식의 진행 도중에서,
누가 먼저 자지를 빨 것이냐로 다투는 자매들.
심지어 내 바지는 아직 벗기지도 못했다.
“웅잉웅엑”
“잉익웅엥”
조금 부드럽게 순화해서 그렇게 앵앵거리며 투닥거리는 둘.
물론 실제로는 조금 더 날카로운 소리와 쌍욕(…)이 섞여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둘이 사이가 안 좋았던 것 같긴 하다.
서로 좀 질투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고.
이레네는 도시에서 잘 나가는 아이린이,
아이린은 시골에서 느긋하게 사는 이레네가,
서로 부러워서 샘을 냈던 것도 같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내 자지를 앞에 두고 투닥거리는 건 아니지.
그것도 신성한 의식 도중에 말이다.
“자 그만 하고 사이좋게 내 자지를 빠는 게….”
“이년이 해보자 이거지?”
“잘 만났다. 어디 너 죽고 나 죽자!”
“씁….”
내 말은 무시하고 투닥거리는 자매들.
뒤의 신관들은 통제 불능인 상황에 사색이 되어 있었다.
“어머 이게 무슨….”
“사도님은 말 한마디로 여자를 휘어잡는다고 하셨는데….”
“이 난리라니…. 이게 대체 뭘까요…?”
큰일이다.
이대로라면 내가 지금까지 쌓았던 명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
뭐 내 명성이야 사실 별거겠느냐마는,
교단으로 쏟아지는 기부금과 성금을 생각하면 아주 의미 없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투닥거리는 쪼꼬미 둘의 뒷덜미를 잡아들었다.
“아?w?”
“아흣!”
“이레네! 아이린! 너네 둘 다 여기 내가 싸우라고 불렀어?”
“아…아니요…! 하지만 동생이…!”
“저는 그러려던 게 아닌데 언니가…!”
“둘 다 똑같아! 자지를 앞에 두고 둘이 싸우느라, 정작 내 자지는 아무도 안 핥았잖아. 섹스하고 싶다면서 이게 할 짓이야?”
“읏…. 죄송하지만…. 그래도 동생이…!”
“언니가 방해만 안 했어도 제가 먼저…!”
“둘 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아직도 서로 탓할래?”
“하지만 자지는 하나뿐인 걸요, 제가 먼저 핥고 싶었어요.”
“언니는 나중에 끼어든 거잖아요. 자지 먼저 핥는 건 제 몫이에요.”
“아직도 반성을 안 한다니. 둘 다 혼 좀 나야겠다!”
“엣…?”
“앗…?”
내가 양손을 펼치자, 양 손바닥 위에 각각 하나씩,
정력 자지 두 개가 둥둥 떠올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