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역전 이세계에서 엘프의 노예가 되었다-33화 (33/140)

〈 33화 〉 33.

* * *

"아.. 이.. 이러지 말게.. 나는.."

소피엘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나는 기회는 찬스다! 하며 재빨리 거리를 좁혀 다가..가려고 했는데..

"백작님 계신지요?"

하필 비서인 레이나가 집무실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응..?"

집무실에 흐르는 미묘한 공기를 캐치한 레이나는 나를 찌릿 째려보았다.

'이번엔 또 뭔 짓거리를 한 거죠?'

나는 애써 눈빛을 피했다.

'모.. 모루겟소요..?'

내가 모른 척 시치미를 때자 레이나의 빡침지수가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소피엘은 싸우겠다 싶었는지 재빨리 내게 편지를 써 주었다.

"..이, 이게 소개장이니까 광업지구로 찾아가 보게."

"아, 네. 고마워요 소피엘."

나는 소개장을 받아들고 소피엘에게 찡긋 윙크하며 방을 나왔다. 소피엘은 조금 민망해하며 헛기침을 했다.

"흠흠.."

레이나는 내가 대놓고 이름을 부르는 것에 경악했다.

"소..소피엘..? 어딜 감히 백작님을 이름으로..!"

"아차. 하하, 다음에 봐요!"

나는 재빨리 도망쳤다.

* * *

광산 지구는 도시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보통 판타지에서 광산이라면 드워프지만, 엘프도 금속을 쓰기는 해야 하니 이런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광산은 상당한 크기였는데, 위험해서인지 보안때문인지 출입이 상당히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엘룬드 가문의 마차를 타고 있어서 그런가? 난 그나마 쉽게 들여 보내주네.'

출입관리소를 넘어 가는데, 마차 옆을 지나가는 엘프 광부들을 힐끗 보자니 참으로 바람직했다. 키는 일반 엘프들에 비하면 확연히 작고, 가슴은 상당히 컸다. 몸은 엘프들 기준으로 상당히 통통한 편이었다.

'쪼꼬마니 귀여운 게 들박하면 딱 좋게 생겼는데..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체형인데..?'

뭔가 머릿속에서 간질간질하다 문득 업소에서 일할 때 왔던 쪼꼬미가 떠올랐다.

'아, 진짜 이름도 못 물어봤었지. 이런 곳에서 일하던 애였을까?'

괴롭히는 맛이 참으로 찰진 귀요미였는데.. 생각해보니 아쉽다. 그때 놀리지 말고 따먹었어야 했는데.

'하긴 그때는 못 따먹는 줄 알았지.'

건전업소라며 가게 안에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지나고 보니 참 의미 없는 거였지만..

'분명 제내들 다 원래 세계로 따지면 다 아저씨일 텐데, 키가 작아서 그런가 되게 어려 보이네.'

광부엘프들은 하나같이 아담거유인게 참 바람직했다. 아담거유에 굶주린 누님 조합은 못 참지! 사실 내가 참기는 뭘 참겠냐마는 말이다. 이 자유로운 누님엘프의 천국에서 절제는 미덕이 아니다. 나는 주는 거라면 마다할 생각이 없었다. 아, 아니구나. 대평원의 소녀들은 좀 싫었다.

'그래도 주면 먹겠지만..'

그렇다고 안 먹을 건 아니고 주면 먹기는 먹는데, 내가 찾아가서 먹기는 싫다. 혼자 이렇게 배부른 생각을 하며 앉아 있으려니 마차는 어느새 광산 현장사무소에 도착했다.

현장사무소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광부들은 엘룬드 가문의 마차를 보고 서둘러 담배를 비벼 끄다가 마차에서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곤 혀를 찼다.

"쯧, 왠 남자가.."

"안녕하세요. 여기서 일하시나 봐요?"

쪼꼬미들은 다시 담배에 불을 탁탁 붙이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보면 모르나? 그런데 청년은 누구야? 왜 회장님 마차를 타고 오나?"

생긴건 귀염뽀짝 어려가지고 담배를 깊게 빠는 모습이 참 깬다.

"혹시 남자 광산노예로 왔나?"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광부가 말했다.

"아니야, 그러면 호송마차로 왔겠지."

"그러게. 옷차림을 봐도 뭐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푸우. 하고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저들끼리 이야기하면서 나를 뭔가 므흣하게 바라보는 광부들. 쪼꼬만 것들이 발랑 까져가지고선 눈빛이 끈적끈적한 게 영 묘하다. 그런데 남자 광산노예? 힘도 못 쓰는게 광산 노예는 뭘까? 어째 눈빛을 보니 알 것 같기도 하다. 힘든 일 하는 여자들을 적절히 위로하는 게 아닐까.

"전 노조위원장님을 만나러 왔는데요."

노조위원장이란 말에 쪼꼬미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노조위원장이 누군지는 몰라도, 확실히 신뢰받는 인물인가 보다.

"음, 위원장님 손님이셨구만. 위원장은 안에 사무실에 계시네."

"네. 감사합니다."

현장사무소는 엘프식 건물이기는 해도 확실히 부실했다. 우아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나무로만 짜서 지은 건물을 본 건 붙잡혔을 때 들렀었던 시골마을에서 본 걸 제외하면 처음이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사무직으로 일하는 엘프들에게 안내를 받아 들어가니 가장 안쪽에 노조위원장실이 있었다. 보아하니 업무가 많은 것이 노조위원장이 현장소장의 일까지 맡아서 하는 것 같다.

"손님이 오셨습니다."

똑똑똑. 문을 두들기고 들어가니, 서류가 잔뜩 쌓인 투박한 책상에서 쪼끄만 엘프가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음? 누구지?"

고개를 들고 나와 딱 눈이 마주친 노조위원장.

그녀는..

업소에서 만났던 그 쪼꼬미였다.

"에?"

니가 대체 왜 여기에? 하는 얼굴로 날 바라보는게 너무 귀여웠다. 나는 당황하라고 엄청 아는 체를 해 주었다.

"앗! 쪼꼬미 아냐? 여기에서 일해?"

쪼꼬미라는 말에 안내해 준 엘프가 풉 웃음을 터트렸다.

"쪼.. 쪼꼬미.. 푸흡.."

쪼꼬미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업소에서 본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이게 뭔가?

"어? 아아? 어어어?"

"이야. 반갑네. 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쪼꼬미를 다시 만나서 다행이야!"

"야! 누가 쪼꼬미야! 다른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부르지 마라 좀!"

쪼꼬미가 빨리 나가라고 손짓하며 눈치를 엄청 주자 흥미진진하게 우리의 만남을 지켜보던 엘프는 재빨리 발을 뺐다.

"그럼 쪼꼬.. 아니 노조위원장님, 손님과 마.. 말씀 나누세요.. 푸흡.. 흠.. 크흠.."

"음. 좀..! 빨리.. 나가줘.."

안내해준 엘프를 내보내고, 쪼꼬미는 문을 꽉 닫았다. 그리고 나를 향해 돌아섰다.

"니가 왜 여기에 있어?"

"그거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쪼꼬미가 왜 여기에 있어?"

"나.. 나 노조위원장인데..?"

"어? 진짜? 알보지인데 그런 거 할 수 있는 거야?"

내가 천연덕스럽게 놀려대자 쪼꼬미는 발끈했다.

"알보지가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털 있거든!"

발끈하는게 너무 귀엽다. 아 큰일났다. 또 시동 걸린다. 부릉부릉.

"너, 진짜.. 일단 앉아봐."

요걸 덮칠까 말까 근질근질 지켜보는데, 쪼꼬미가 의외로 침착하게 자리를 권했다.

"아, 응."

"너 말이야.. 일단! 먼저! 왜! 업소에서 사라진 거야!"

"아. 그게 제일 먼저 궁금했어?"

"다음에 오면 그.. 해준다며! 근데 또 가니까 없어졌더라?"

"풉.. 그게 그렇게 원통했구나."

"아, 아니 절대많이전혀기대한건아니지않지만 어쨌든 약속을 했었으니까 지켜야 될 거 아냐."

속사포처럼 단어를 쏟아내는 쪼꼬미는 정말이지 귀요미였다. 진짜 많이 하고 싶었구나.

"그건 그렇지. 음. 그렇고 말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자 쪼꼬미의 눈에 기대의 빛이 조금씩 반짝였다.

"그.. 그렇지 역시?"

"음. 내가 임신시종으로 팔리지만 않았다면 약속을 지켰을 텐데 말이야."

쪼꼬미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이, 임신시종? 설마.. 엘룬드 백작가에? 백작님은 아닐 거고.. 백작영애님의 시종이야?"

"엉."

"제엔자앙.."

쪼꼬미는 무릎을 탕탕 치며 절망했다.

"왜?"

"그러면.. 영애님하고만 할 거 아냐.."

'아, 본인은 노찬스라고 생각한 건가.'

하긴 이 세계 기준으로 4일 내내 쥐어 짜이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을 거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난 4일 내내 하고도! 거기 이어서 3P를 이틀 연속으로 할 수 있는! 멋지고 강한 남자다.

근데 그걸 그냥 알려주면 재미없지.

"뭐, 그렇지."

"으으.."

엄청 원통해하는 쪼꼬미였다. 참.. 너무 절망하는것 같아 좀 미안했다. 사실 해 줄 건데 말이야.

"근데 오늘은 어째 몸이 상태가 좋네."

"..음..?"

"뭔가 좀 속에서 불끈불끈 하는 게, XXX가루를 먹어서 그런가?"

아직 한 숫갈도 안 먹어봤지만 어쨌든 그렇게 떡밥을 던졌다. 쪼꼬미는 조금 당황해하면서도 은근 기대하는 눈초리였다.

"요, 요새 그..그런 거 먹니?"

"어째 기운이 좀 딸린다 싶어서. 근데 진짜 효과가 있는 거 같아."

"저기.. 그러면.."

파닥파닥 쪼꼬미는 잘도 낚였다. 근데 말을 못하는 거 보니 얘도 참.. 아니 이렇게 까지 줘도 못 주워 먹나?

"그.. 혹시.. 나하고.."

나는 괘씸한 마음에 쪼꼬미의 말을 잘랐다.

"아, 근데 너 이름이 뭐야? 이름부터 좀 알자."

쪼꼬미는 딱 그 말 하려는 순간에 맥이 탁 끊킨 모양이었다.

"..이름? 나?"

"그럼 여기 또 누가 있나?"

"아.. 나.. 이름.. 이름은 로리엘.."

로리엘이라.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귀여운 이름이네."

"귀엽다고 하지 말랬지."

"근데 우리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더라?"

"아.. 그... 음.. 그.."

"아 맞다. 나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어."

"에?"

"누구 취업 좀 시켜줘."

할 것처럼 굴더니 난데없는 청탁에 쪼꼬미.. 아니 로리엘은 당황해했다.

"아.. 아니.. 갑자기 뭔.."

'지금 먼저 약속을 받아 놔야 마음 편하게 따먹지.'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금 사정이 있어서 좀 쉬고 있는데. 전직 노예사냥꾼이야. 힘 쓰는 일이 좋다고 했고, 관리직 경험도 있어. 어때?"

"그렇게 말한들 아냐. 키는 커?"

"크진 않던데? 작지도 않지만."

"글쎄, 나쁘진 않은데.. 면접을 봐야지."

"우리 사이인데 그냥 해 주지 그러냐?"

로리엘은 당황해했다.

"아니 우리가 무슨 사이인데?"

무슨 사이긴 무슨 사이야.

"앞으로 할 사이! 아냐?"

"어.. 하.. 하게 해 줄 꺼야?"

"그럼 안 시켜줄 줄 알았어?"

"아니.. 힘들지 않아?"

"별로 괜찮은데? 그보다 어쩔 꺼야? 할 거야 말 꺼야? 빨리 정해. 할 거면 취직 시켜주고."

내가 뻗대자 로리엘은 재빨리 말했다.

"하, 할게."

"그럼 취직은 된 걸로 생각한다?"

"그, 그래도 형식상이나마 면접은 봐야 하니까."

"알겠어. 걱정 마."

나는 그렇게 말하고 로리엘에게 다가갔다.

"그럼 벗을래?"

로리엘은 어이없어했다.

"미쳤냐?"

"왜? 안 해?"

"여기서 어떻게 해? 벽이 얼마나 얇은데. 소리 밖에 다 들려."

"난 별로 상관 없는데.. 그러면 어디서 해?"

"아.. 그.."

"아. 맞다. 나 광산 구경해보고 싶었는데. 광산 안에서 할까?"

"미쳤냐? 신성한 일터에서 어딜 감히!"

"왜, 꼴리지 않아?"

"아니.. 물론 광산 안에 휴게소가 있긴 하지만..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이니 아무도 없을 거고.."

"가자."

"아니.."

"가자 좀. 아니면 여기서 강제로 한다?"

내 협박이 통했는지 쪼꼬미는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뭐야. 강제로 한다는 거에 흥분했어?"

"누.. 누가 그런 거에 흥분해!"

"흥분한 거 같은데?"

"아니거든! 헤.. 헬멧이나 빨리 써. 광산에 들어가려면 마도광산차를 타고 가야 하니까."

로리엘은 벽에 걸린 헬멧을 들어 나에게 사납게 건넸다. 보면 꼭 이렇게 사나운 애들이 억지로 당하는 걸 은근 좋아하는 것 같다. 더 놀려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광산 안에 들어가는 게 우선이었다.

"가자 그러면."

* * *

마도광산차라고 해서 서부극에 나올 것 같은 걸 생각했는데 의외로 상당히 멋있었다. 막 발명되었을 당시 자동차 같은 모습이었는데, 그 저택에 있던 제련로도 그렇고 이 곳 은근히 과학 비슷한 게 상당한 수준까지 발달한 것 같다. 이런 걸 스팀펑크라고 하던가?

"타."

나와 마찬가지로 헬멧을 쓴 로리엘은, 차 문을 열고 터프하게 운전석에 앉았다. 현장사무소에는 뭐 확인해야 할 게 있다고 둘러대고 으쌰으쌰하러 신나게 광산 안으로 들어오던 모습이 진짜 참 귀여웠다.

"오오. 신기하네."

내가 조수석에 타자 로리엘은 마도광차의 시동을 걸었다. 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마력이 엔진에 주입되며 헤드라이트에 번쩍이는 불이 들어왔다.

"제일 가까운 휴게소로 갈 꺼니까."

"응."

그냥 레일 따라 가는 거지만 어째 운전을 한다고 하니 쪼꼬미가 좀 멋져 보였다. 그렇게 보니.. 왠지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근데 광차도 차 아닌가? 여기서 하면 카섹스로 치나?'

*주)마도광산차는 이런 식으로 생겼습니다(사진은 디스아너드2의 게임 내 이미지입니다.)"

아래에 이런 거 아닙니다. 카X스 하는데 혹시 아래꺼 같은 거에서 한다고 상상하실까봐 비슷한 이미지를 올려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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