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 32.
* * *
"앙♡"
"꺅♡"
뽀뽀를 받고 괜히 오버액션하면서 애교를 떠는 눈나들과 번갈아 눈을 마주치자니, 마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다. 이 눈나들은, 이제 확실히 내 꺼다. 나는 만족해서 한번 크게 숨을 내쉬었다. 쓰리썸을 멋지게 해낸 게 자랑스러웠다.
"후유.. 그런데 어째 배가 좀 고프네요. 샌드위치 남은 거 있나?"
에로리나는 내게 안긴 채 발만 쭉 뻗어 종이 봉지를 끌어당겼다.
"음.. 어디 보자. 흐음.. 안에 포장지밖에 없어. 아까 다 먹었나 봐. 우리 뭐 먹으러 갈까?"
"조금만 쉬었다가 가요."
"응..♡"
"그래요..♡"
눈나 둘은 엔간히 기분이 좋은지 애교를 잔뜩 부리며 다시 내 품에 안겨 부비부비를 했다. 가슴이 닿으며 젖꼭지 네 개가 몸에 비벼지는 기분이 끝내줬다. 누나들은 누가 봐도 120% 만족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도 뿌듯했다. 에로리나는 귀를 종긋거리며 내게 물어봤다.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뭐든지 말해. 아무리 비싼 거라도 누나가 사줄게."
"비싼 거? 얼마까지 돼요?"
"글쎄..? 한 1000 골드?"
1000골드면 1000만원이다. 이 눈나 기분 좋다고 너무 막 지른다.
"아니 그건 좀.."
"근데 진짜 너한테 쓰는 돈은 하나도 안 아까워. 한 번 할 때마다 100골드씩 받겠다고 해도 난 할 것 같아."
이 눈나 진짜 다 가져다 바칠 눈나네. 나는 쵸큼 당황스러우면서도 은근 자랑스러웠다.
"저두요. 진짜 세상에 이런 남자가 어디 또 있겠어요."
셀렌디네도 덩달아 내 부심을 치켜세워 주었다.
'흠흠. 내가 좀 대단하긴 대단한가?'
하긴 이 세계 남자 수준을 보면 여자가 만족할 때까지 해 줄 수 있는 남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에 그런 남자가 있다고 해도, 그냥 세우고 그냥 누워만 있지, 남자가 이렇게 주도적으로 따먹는 경우는 없을 거라 자신한다.
'이건 아마 내가 독점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진짜 마음먹고 높으신 분들을 노리면 순식간에 귀하신 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냐. 괜히 막 따먹고 다니다 괜히 푹찍윽 당할라.'
이미 막 따먹고 다니고 있지만 아무튼 반성하는 나였다. 근데 눈나들은 질투같은 거 안 하나?
"저기 누나들."
"왜?"
"왜요?"
"여기 남자치고는 나 좀 가볍게 구는 것 같은데.. 누나들은 나 가지고 질투 같은 건 안 해요?"
내 질문에 에로리나와 셀렌디네는 마주보더니 푸흡 웃었다.
"너를? 풉.."
"그건 아니에요. 후훗"
뭐지, 눈나들에게 푹찍당할 일은 없는 것 같은데 뭔가 기분이 찝찝하다. 질투를 아예 안 하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
"왜요?"
"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너는 규격 외야. 여자 하나로 감당 안 돼."
"맞아요. 보통 남자하곤 너무 달라요. 남자라기보다는 절륜이라는 제 3의 성이 아닐까.."
"맞아. 게다가 뭐 질투할 것도 없는 게, 너는 그냥 여자면 다 엄청 좋잖아?"
뭔가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다.
"그리고 성욕도 엄청나고. 왜 그런 말이 있잖아. 제일 나쁜 남자는 남들한테는 다 대 주면서 나한테만 안 대 주는 남자라고."
"아, 그.. 그래요?"
"근데 너는 언제나 대 주잖아?"
"그, 그렇죠?"
"누구라도 다 대 주잖아?"
아니 그렇게 말하니까 나 너무 허벌처럼 느껴지는데요.
"그건.."
"그러니까 괜찮아."
"음.."
마음으론 이해가 안 가지만 머리로는 납득이 되는 설명이었다. 혼자는 감당이 안 될 것 같고, 딴 여자하고 한다고 해도 자기한테 안 대주는 것도 아니니 괜찮다 이건가? 하긴 남자는 씨만 잘 뿌리면 되니 정조관념이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딴 사람한테 뿌려도 자기가 받을 씨가 적어지지 않으면 괜찮다는 건가.'
이세계의 남자들은 횟수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여성엘프들이 까탈스럽게 굴지만 나 같은 '규격 외' 에게는 좀 너그러워지나 보다.
"..그러면 이제 일어나서 슬슬 뭐 먹으러 갈까요?"
"응. 좀 씻고 가자."
* * *
우리가 간 곳은 스테이크 하우스였다. 엘프들은 대체로 육식을 꺼리지만,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느낌상 고깃집은 대게 나이 대 좀 있는 육덕진 엘프 눈나들이 좋아하는 곳으로, 스테미나에는 좋지만 좀 징그러운 요리 취급이었다. 원래 세계로 따지자면 곱창이나 내장탕, 흑염소 전골 같은 아저씨픽 of 아저씨픽 같은 느낌이다.
"우걱우걱."
나는 소 비슷한 동물의 스테이크를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고된 성행위로 근손실이 온 몸에, 양질의 단백질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이쪽 세계 와서는 예전처럼 웨이트를 매일 하지는 않았지만, 내 몸은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그도 그럴게 웨이트 대신 매일같이 들박과 교배땍쑤을 했으니까..
"진짜 이런 데로 괜찮아? 좀 괜찮은 곳으로 가도 되는데."
에로리나는 조금 찝찝한 표정이었다. 내가 눈나들에 맞춰서 고깃집을 가자고 한 건 줄 착각해서인가 보다. 젊은 남자들 같은 경우는 보통 고급 채식 엘프 코스요리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딴 풀때기나 먹으니 정력이 후달리지..
"여기가 좋아요. 고기가 엄청 먹고 싶었거든요."
"그럼 다행인데.."
두 눈나는 젊은 남자가 고기를 우걱우걱 먹는 게 귀엽고 기특한지 연신 스테이크를 잘라 내 앞에 놓아주었다.
"이것도 먹어봐."
"이것도 먹어요."
뭐 등심인지 안심인지 부위별로 다르다고는 하는데 그냥 다 맛있었다. 내가 낼름낼름 집어먹자 눈나들은 세상 대견하다는 표정이었다.
"젊은 남자애가 고기를 참 잘 먹네."
나는 쵸큼 당황스러웠다.
'젊은 남자애니까 당연히 고기를 잘 먹죠.'
나는 그렇게 말하려다 참았다. 누나들이 나를 엄청 신기하다는 듯이 보는 게, 마치 걸그룹 맴버가 보신탕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아저씨 같았다.
"진짜 잘 먹네."
"저래서 정력이 좋은가봐요."
"..우물우물. 꿀꺽. 누나들도 보고만 있지 말고 좀 먹어요. 계속 잘라주지만 말고."
"아, 응."
"알겠어요."
내가 재촉하자 그제서야 누나들은 스테이크를 썰어 먹기 시작했다. 내가 잘 먹는다고 했는데, 사실 눈나들도 엘프치고는 상당히 먹성이 좋았다. 에로리나와 셀렌디네는 오물오물 꾸준히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에로리나가 언니인지 셀렌디네는 에로리나에게 존댓말을 썼다.
"요새 고기 못 먹은 지 꽤 됐는데, 맛있네요."
"왜? 사정이 안 좋아?"
"네 언니. 직장 그만두곤 좀.. 퇴직하고 퇴직금만 까먹을 순 없어서, 생활비를 줄여 보려고 방도 아까 그 작은 곳으로 옮겼는데, 그래도 상당히 쪼들려요."
나는 고기를 먹으며 속으로 좀 뜨끔했다.
'아.. 이거 나 때문에 직장 그만둬서 그렇구나.'
"어떻게.. 학교에 자리 좀 알아봐 줄까? 시설노무원 자리가 있긴 한데."
"에이, 그건 싫어요."
"그래? 왜?"
"젊은 귀족 영애들 틈에 껴서 잔심부름이나 하고.. 아직 나도 젊은데 그런 일 해서 뭘 하겠어요? 전 몸으로 막 힘 쓰는 거, 아니면 좀 거칠어도 돈은 많이 버는 일이 좋아요. 하아. 전에 하던 노예사냥꾼 관리직이 딱이었는데 길드에 찍히는 바람에.."
"그러면 요새는 뭐 하는 거야?"
"요새는 가끔 노가다나 뛰네요. 벌이는 그럭저럭 있긴 하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그래도 평생 노가다 할 수는 없잖아? 쌓은 경력이 아깝지."
"그건 그렇지만.."
듣자니 딱한 처지였다. 정작 1만 5천 골드 모아온 일은 허사가 되어 버렸고..
'좀 미안하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으려나.'
나는 잠깐 생각하다 엘룬드 가문이 광산업을 했다는 걸 떠올렸다.
"혹시 내가 자리를 좀 알아봐 줄까?"
내가 끼어들자 셀렌디네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알아봐 줄 수 있어요?"
"엘룬드 가문인가에서 광산업과 제련업을 한다고 했는데 그쪽은 어때?"
"아, 그 구매해 간 귀족가문.. 그쪽의 노동자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러면 좀 알아봐 줄 수 있을까요?"
"꼭 해주겠다고는 못해도, 가주인 백작님과 이야기는 해볼 수 있으니까."
"그러면 부탁드려요."
* * *
금요일 밤에 그렇게 말하곤 내가 실제로 셀렌디네의 취업을 알아보러 백작을 만나러 간 것은 일요일이 다 되어서였다.
토요일에는.. 3P를 한번 더 했다. 그렇게 쥐어 짜였어도 고기 먹고 하룻밤 자니 다시 힘이 빡 나더라. 물론 나만 힘이 난 게 아니라 눈나들도 힘이 나서, 이틀째는 정말 빡셌다. 정말로. 눈나들 보지가 벌긋벌긋해질 때까지 번갈아 박자니 진짜 좋긴 좋은데.. 좀 후달리기 시작한다.
'정력에 좋은 거 뭐 없나.'
민간요법 같은 거 잘 안 믿는 내가 이런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알아보니 세상이 다 그렇고 그런 건지 별 게 다 있었다.
남자에겐 좋은 말 못 할 그것, XXX즙
밤에 아름다운 그 남자의 비밀, XXX농축액
고대의 비법, 남성 건강에 참 좋은 XXX 열매 가루
왜 XXX냐면 저걸 제대로 읽으면 정신이 나갈 것 같기 때문이다. 거미 생식기라던지, 해양생물 생식기라던지, 크툴루 신화에 나올 법한 곤충인지 식물인지 뭔지도 구별이 안 가는 무언가라던지.
아무튼 그나마 괜찮은(?) 걸로 가루 한 봉지를 사서 저택으로 돌아가니 마침 소피엘이 있어서 바로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 이야기는 노조위원장하고 하는 게 좋겠군."
소피엘은 내 말을 찬찬히 다 들어준 후 그렇게 설명했다.
"이쪽 일은 좀 험해서, 일하는 사람끼리 단결이 잘 되어 있다네. 내가 억지로 꽂아 넣을 수는 있지만, 그러면 오래 못 버틸 거야. 일단 노조위원장을 만나보는 게 어떤가? 노조위원장과 지금 쓸 사람이 필요한지, 그리고 취업하려고 하는 게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를 한 번 해보는 게 좋을 거야."
"그렇군요."
노조위원장이라는 엘프를 먼저 설득해야 하는 것 같았다.
"제가 직접 가도 괜찮을까요?"
"남자가 가는 건 조금 말리고 싶지만.. 일단 편지를 한 통 써 주지. 노조위원장은 성실한 사람이니까 별 일은 없겠지만.. 먼저 괜히 이상한 짓은 하지 말도록."
"아, 네. 알겠습니다. 그, 노조위원장은 어떤 분인가요?"
"좀 외모는 많이 안쓰럽지만, 공화국에 기간자원을 공급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성실하게 업무에 임하는 존경 받을만한 엘프라네. 노동자들 뿐 아니라 나도 신뢰하는 인물이야."
이야기를 들어보니 말이 안 통할 것 같지는 않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음? 더 할 말이 남았나?"
나는 바로 질렀다.
"우리 언제 해요?"
"에..?"
"저 분명히 백작님도 따먹고 싶다고 한 것 같은데."
소피엘은 화가 난 건지 부끄러운 건지 얼굴이 욹그락붉그락 해졌다.
"나, 남자가 가볍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좋지 않아. 그리고 그때도 이야기했지만, 우선 딸이 먼저네. 게다가 이 나이에 무슨.."
"전 딸보다 엄마 쪽이 더 좋고 꼴리는데."
내가 노빠꾸로 다이렉트로 꽂아버리자 소피엘은 당황했다. 솔직히 이거 나 뺨 맞아도 할 말 없는 짓이다. 딸도 먹고 엄마도 먹겠다고 엄마에게 공개선언이라니, 정말 저열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꼴리는 걸 어떻해? 그리고 이세계가 어떤 세계냐. 정조역전이다. 남자가 이렇게 들이대도, 겉으로만 싫어하지 사실은 속으로는 다들 은근히 좋아한다.
특히 이런 육덕거유엘프눈나들은 특히.
"따.. 딸보다 내가 좋아..? 아.. 안되네. 아르피엘이 임신하지도 않았는데.. 아직은 이러면 안 돼. 왜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주춤주춤 물러나는 소피엘에게, 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
"아직은?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닌가 봐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