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25.
* * *
아르피엘은 내 눈빛에 담긴 뜻을 알아채고 볼을 붉혔다.
"아.."
할 거 이미 다 한 사이인데 저렇게 수줍어하는 걸 보니 왠지 다시 오지게 따먹고 싶어졌다.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어때?"
"조.. 조금 있으면 저녁 식사 시간이라.. 우리가 오지 않으면 어머님이 이상하게 보실 거에요."
"그게 뭐..?"
이상하게 보면 뭐 어떤가. 그런 짓 하라고 데리고 온 건데. 나는 그대로 아르피엘을 붙잡아 키스했다. 아르피엘도 사실 싫은 건 아닌지, 일단 키스를 하자 적극적으로 혀를 얽어왔다. 쮸압거리며 혀와 혀를 빠는 음란한 소리가 제련소에 울려 퍼졌다.
"하아.. 하아.."
키스를 마치고 아르피엘을 바라보자, 이미 눈이 돌아가 있었다. 경험으로 아는데, 이 상태가 된 엘프는 더 이상 못 참는다.
"오빠..!"
아르피엘도 역시 못 참고 나를 끌어안았다. 나도 마주 끌어안으며 아르피엘의 토실한 엉덩이를 꾹 쥐어 주었다.
"아읏..!"
"아르피엘..!"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흐얍..!"
"앗..!"
나는 그대로 아르피엘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고 작업대로 향했다. 그렇게 아르피엘의 뽀얀 엉덩이를 작업대에 탁 걸치며 그대로 팬티를 벗기는 순간!
"영애님! 괜찮으십니까?"
제련소 문을 왈칵 열고, 비서인 레이나 양이 들어왔다. 아르피엘과 나는 교미하다 찬물 뒤집어쓴 강아지들처럼 호다닥 떨어져 아무것도 안 한 척 했다.
"레이나 양..!"
"음..?"
제련소 안에 가득한 풋풋한 사과향에 레이나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제련소의 마력이 폭주하는 것 같아서 달려왔더니..!"
나를 눈으로 씹어먹고 싶어서 돌아버리겠는지 레이나의 눈초리는 엄청 매서웠다.
'아니 나도 뭐 폭발하는 건 줄 알았나.'
사고치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정확히 한 시간도 안 지나서 벌써 건수를 한 건 올린 나는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하며 움츠러든 척을 했다.
"제가 먼저 경고를 했을 텐데요..!"
그런데 사실 안경 미녀가 저렇게 날카로운 눈초리로 쳐다보니까 좀 흥분이 되긴 한다.
"오빠는 잘못 없어요. 전부 미리 설명해주지 않은 제 잘못이에요."
아르피엘은 필사적으로 나를 감쌌다.
"영애님께선.. 그.. 발목에 걸린 팬티부터 좀.."
"아.."
아르피엘은 발목에 걸린 팬티를 호다닥 올리고 다시 내 앞을 막아 섰다.
"아무튼 제 잘못이에요. 전부."
소가주가 강하게 나오자 레이나도 더 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영애님.."
"다신 이런 일 없을 테니까요."
"읏.. 알겠습니다."
레이나는 마지막으로 나를 한 번 찌릿 째려보고는 아르피엘에게 말했다.
"시간이 되었으니 이제 저녁 식사나 하러 가시죠."
아르피엘은 넘어간 거라고 생각했는지 휴우 한숨을 쉬곤 다시 내 손을 꼬옥 붙잡았다.
"그러면 오빠, 일단은 식사하러 가요."
"으, 응."
아르피엘에겐 안 보이게 레이나가 나를 째려보는 걸로 봐선 이거 절대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다. 다만 지금 뒤엎으면 아르피엘이 말릴 테니 꾹 참는 것일 뿐.
'내일 아침부터 교육을 받는다고 했었지? 이거 어째 좀 불안한데.'
이러다 오히려 내가 참교육 당하는 거 아닌가? 그런 고민 아닌 고민을 하는 사이 우리는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은 크지는 않았지만 적당히 깔끔했다. 소피엘은 업무를 보다 나왔는지 조금 멍한 표정이었다.
"음,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인가."
이미 식사가 차려진 식탁에 앉아, 우리는 식사를 시작했다.
'무슨 포크하고 나이프가 이렇게 많아.'
뒷골목에 있던 식당에서는 코스에 맞춰 식기를 가져다줘서 괜찮았는데, 여기에서는 처음부터 식사 동안 쓸 식기가 한꺼번에 다 놓여져 있었다. 커다란 뚜껑이 한 개, 작은 뚜껑이 한 개, 포크가 다섯 개 나이프가 세 개 스푼이 세 개. 심지어 잔도 세 개다.
'이게 다 뭐냐. 내 손은 두 개 뿐인데."
한 손에 여러 개 들고 쓸 리는 없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멍하니 있었다. 내 맞은편에 앉아 있던 눈치 빠른 아르피엘이 재빨리 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고 따라하세요.'
눈을 찡긋하는 걸 보니 분명 그런 뜻이었다. 나는 나를 갈아마실듯 바라보고 있는 레이나의 시선을 최대한 안 보려고 노력하며 아르피엘을 따라했다.
'처음은.. 음? 뚜껑을 접시 위에? 뭐지?'
아무튼 나는 아르피엘이 하는 대로 따라서 빈 접시 위에 뚜껑을 올려놓았다. 모두 뚜껑을 올려놓자, 소피엘이 기도를 시작했다.
"오늘도 은혜로우신 숲의 여신의 보호 아래 평안히 하루를 마쳤습니다. 여신님. 우리를 지금까지 사랑해 주신 것처럼 새로 가족이 된 리 군을 아끼고 사랑해 주십시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생명이 우리 가문에 깃들기를 기도드립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기도가 끝났다. 나는 빈 접시를 두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일단 가만히 있었다.
"그러면 이제 먹자."
소피엘이 그렇게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난 뭔 소리인가 했는데, 뚜껑을 여니 그곳에는 어느새 입맛을 돋구는 깔끔한 요리가 생겨 있었다.
'음..? 이건 또 무슨 마법인가? 대체 어디서 요리가..'
아무튼 아르피엘을 보니 가장 바깥쪽에 있는 포크와 나이프(가장 작은 것이었다.)를 사용해 전체요리를 먹고 있었다. 나도 그대로 바깥쪽 식기를 사용해 따라서 먹어 보니, 요리가 엄청 맛있었다. 일종의 샐러드 같았는데, 신선한 채소와 더불어 치즈, 그리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삭하면서도 고소한 열매가 일품이었다.
'고마워.'
나는 눈짓으로 먹는 법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뜻을 표했다.
'괜찮아요. 오빠.'
아르피엘도 살짝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식사 시간은 이렇게 무난하게 지나갔다. 큰 뚜껑을 접시에 덮었다가 다시 열 때마다 접시에는 새로운 요리가 담겨져 나왔다. 작은 뚜껑은 뭔가 했는데 빈 잔 위에 올리면 알아서 음료수가 채워지는 것이었다.
'신기하네.'
나는 아르피엘을 부지런히 곁눈질하며 식사를 즐겼다. 맛은 있긴 한데, 어떻게 뭘로 먹는지 보느라고 신경을 쓰느라 좀 바빴다.
버섯, 새우와 조개, 생선, 구운 새고기, 후식까지.
정신없이 다 먹고 나니 의외로 여유가 좀 생겼다. 나는 식사를 좀 빨리 마친 편이라 시간이 좀 남았는데, 시간이 남으니 슬슬 장난기가 발동했다.
'인제 보니 둘 다 잘 먹네.'
비록 나 같은 성인 남성만큼은 아니지만 아르피엘이나 소피엘은 엘프치고는 꽤 잘 먹는 편이었다. 비서인 레이나는 누가 엘프 아니랄까 봐 깨작깨작 느릿느릿 먹는게 참 답답해 보였는데, 두 모녀는 얌전하게 오물거리면서도 은근 시원스럽게 식사를 했다.
"음. 목이 마르네.."
나는 괜히 물을 한 잔 마시는 척하면서, 이제 디저트를 먹기 시작한 아르피엘의 허벅지로 슬쩍 손을 뻗었다. 허벅지에 뭐가 닿자 아르피엘은 깜짝 놀라 움찔했다.
"요리에서 뭐가 씹혔니?"
"아, 아니에요. 어머님."
나는 왜 그러냐는 듯 아르피엘을 의뭉스럽게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어?'
내가 천역덕스럽게 그런 눈으로 바라보자 아르피엘도 좀 심통이 났는지 나를 살짝 째려봤다.
'진짜 그럴 거에요? 오빠?'
'뭐가?'
나는 딴청을 피우며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뻗었다. 아르피엘은 당황해서 손을 막으려고 허벅지를 조였지만 내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자 간지러웠는지 힘이 쭉 풀려버렸다.
'기회는 찬스닷!'
나는 이때다 싶어 아르피엘의 팬티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당황한 아르피엘은 어떻게 다리를 꼬아보다 사례가 들렸다.
"켁.. 켈록켈록!"
"괜찮니?"
"아, 네 어머니. 갑자기 사레들려서.. 이제 괜찮아요."
코로 생크림이 주룩 나오는 것이 괜찮지는 않아 보였지만 아무튼 아르피엘은 괜찮다고 했다. 나는 재빨리 팬티에서 뺀 손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냅킨을 집어 아르피엘의 코에서 흐르는 크림을 닦아 주었다.
"코로 크림 나왔어."
아르피엘은 엄청 부끄러웠는지 샐쭉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오빠 미워요.'
'미안.'
아르피엘은 대답 대신 내 옆구리를 사정 없이 꼬집었다. 내가 자초한 복수이니 어쩌겠는가.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꾹 참았다. 그래도 살짝 끄응거리는 소리를 내긴 했는데, 아르피엘에게는 그게 들렸나보다.
'너무 세게 꼬집었나요? 미안해요. 오빠.'
'괘.. 괜찮아! 내가 먼저 시작한 일인데 뭐.'
만난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눈빛으로 대화를 하는 우리였다. 기색을 좀 살펴보니 소피엘은 뭔가 눈치를 조금 챈 것 같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려니 하고 모르는 척을 해 주는 것 같았다. 한편 비서인 레이나는 나를 산채로 태워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식사 도중에 이게 뭔 짓입니까? 그것도 앞에 백작님도 계신데! 님 정말 뒤질래요?'
나는 내일 아침이 좀 늦게 왔으면 하고 속으로 기도하면서 애써 저 시선을 피했다. 잠깐 있다 혹시 이제 안 째려보나 다시 살짝 보니 여전히 눈에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니 그게 심심해서 어쩔 수 없었..'
'닥치세요. 둘만 있게 되면 아주 조져주겠습니다.'
레이나하곤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이렇게 눈빛으로만 대화가 성립하는 걸까. 참 신기한 일이다. 그나저나 엘프가 조진다니, 이렇게 험한 말을 쓰는 건 처음 본다. 아마 격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는 건 아닐까.
'스트레스로 많이 힘드시죠? 변비도 있으실 것 같은데.'
나는 애틋한 동정의 눈빛을 레이나에게 보냈다. 물론 놀려 먹으려는 목적이다. 레이나는 내 따스한 눈길을 받자 뚜껑이 열리는지 욹그락붉그락해졌다.
'이게 진짜.'
더 열받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나는 슬쩍 다리를 뻗어 레이나의 종아리를 간질였다.
"어..?"
레이나는 이 느낌이 대체 뭔가 하다가 내가 발장난을 친다는 걸 깨닫고 기가 막혀 얼이 빠져 버렸다. 대략 저 표정을 분석해 보자면..
남자가 야리꾸리한 장난을 걸어오는데 대한 당황 18%
영애의 임신시종인 주제에 눈앞에서 딴 여자에게 수작을 거는 경악 28%
방금 전에 여자관계 주의하라고 경고를 했었는지 아닌지 헷갈림 5%
혹시 이게 들키면 뭐라고 해야 하나 걱정 10%
은근히 좋음 3%
이 새끼 미쳤나 36%
한 종류만 해도 스턴이 걸릴 것을 6개나 맞고 얼이 나가버린 레이나였다. 내일이 정말 두렵지만, 난 3%의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 보기로 했다.
'발가락을 세워서 종아리 간질! 허벅지로 간질! 그리고 더 안쪽으로!'
강인한 하체에서 나오는 단단한 근육의 힘으로 빳빳하게 선 발가락이 레이나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눈치 빠른 아르피엘은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레이나에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여, 영애님!"
영애님 임신시종의 발가락이 보지로 파고들려고 한다고는 차마 말 못하고, 레이나는 나를 오지게 노려보며 허벅지를 꾸욱 조여 저항했다.
'어우. 허벅지 힘이 세시네.'
'너 이 쓰레기 자식..'
레이나가 날 노려보는 걸 보고 뭔가 알았는지, 아르피엘은 다시 내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만해요 오빠.'
'응.'
'그리고 레이나는 오빠 좀 건들지 마세요.'
'영애님, 제가 문제가 아니라 저 폐기불가능 걸레남이..'
'제발! 오빠 욕 하지 말아요! 좀 부탁드릴게요. 이제 그만!'
'으읏.. 으으.. 알겠습니다.. 영애님.'
아르피엘은 겨우 사태가 마무리가 되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큰일이네요.'
그리고는 다시 우리가 다투기 시작할까봐, 먼저 식사를 마치고 떠나도 될 지 소피엘에게 양해를 구했다.
"어머니, 오빠하고 먼저 일어나 봐도 괜찮을까요?"
"음. 첫날이니 둘이 좀 오붓하게 보내고 싶겠지. 먼저 일어나렴."
"감사합니다."
* * *
아르피엘은 식당에서 나와 좀 떨어지자 마자 나를 구박했다.
"레이나 양에게 무슨 짓을 하신 거에요. 오빠?"
"별 건 아니고 장난 좀 쳤는데.."
"무슨 장난이요? 설마 저한테 쳤던 그런 못된 장난은 아니겠죠?"
나는 짐짓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응? 무슨 못된 장난?"
아르피엘은 부끄러운지 말을 좀 더듬었다.
"나.. 남자가 여자.. 소.. 속옷에 손을 집어넣는.. 그런 거요..! 어떻게 식사하는 도중에 그런 짓을..!"
"응? 싫었어?"
"당연히 싫죠!"
나는 벽으로 아르피엘을 밀어 붙였다.
"그런 것 치고는 젖어 있던데?"
나는 그렇게 속삭이며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아르피엘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아르피엘은 당황해서 다리를 오므리려고 했지만, 나는 재빨리 내 단단한 허벅지를 다리 사이에 끼어넣었다.
"읏..!"
"이거 봐."
내 손은 벌어진 허벅지 안쪽으로 들어가, 아르피엘의 팬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찔꺽거리잖아. 진짜 엄청 젖어 있는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