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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이세계에서 엘프의 노예가 되었다-24화 (24/140)

〈 24화 〉 24.

* * *

"일단 가장 먼저 첫 번째로, 영애님과 백작님께는 존댓말을 써야합니다. 반말, 뭐뭐 해요 이런 거 안됩니다."

소피엘이라면 몰라도 아르피엘에게까지 존댓말을 쓸 생각은 없었지만 일단 대답은 했다.

"아 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엘룬드 가문의 사용인이 된 만큼 시종으로써의 긍지를 가지고 행동해 주세요."

"아 네."

"여자관계가 복잡한 것 같더군요. 문제가 이미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더 늘리지는 말도록 하세요. 보니까 여성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괜히 이상한데 끼 부리지 말고 영애님께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끼를 부려? 이 눈나 말이 좀 심하네? 확 혼내 줄까 보다.. 라고는 해도 뭐 전부 사실이긴 하니까 기분이 좀 나쁘지만 일단 넘어가자.

"아 네."

"그리고 기본적인 매너를 배워야 할 게 산더미 같으니, 일단 한동안은 낮에는 교육을 받고 밤에만 일하도록 할게요."

"아 네."

밤에 일하는 거야 언제나 환영이다.

"제발 부탁인데, 괜히 이상한 짓 해서 영애님이나 백작님께 누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해 주세요."

"아 네."

"영애님이 마음에 들어하셔서 특별히 뽑은 거니, 그 점에 대해서는 특별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도록 하고요."

물론 감사하는 마음 보여줄 준비는 단단히 되어 있었다. 특히 오늘 밤.

"아 네. 알겠습니다."

"흠. 별로 알아들은 것 같지 않지만 아무튼 지켜보겠어요."

"너무 걱정 마세요."

확실히 별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나는 일단 비서를 그렇게 달랬다.

"그런데 비서님은 혹시 성함이..?"

"레이나입니다. 당신은 이름이 뭐죠."

"그냥 리 군이라고 하는데요. 가게에서는 리우라고 했었고."

"리우라면 전설의 정령사 이름인데.."

레이나는 이름이 격에 안 맞게 과하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일단 영애님이 기다리고 계실 테니 올라가 보도록 하세요."

* * *

위층으로 올라가보니 아르피엘이 깔끔한 원피스를 입고 방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굴곡진 몸매의 라인이 잘 살아 있어 참 예뻤다.

"아, 오빠."

"아르피엘."

"이쪽으로 오세요. 저택을 안내해 드릴게요."

"응."

나는 아르피엘이 내민 손을 잡고 저택을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정원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하고 우아했다. 꽃향기가 연하게 피어오르는 정원의 길을 따라 아르피엘과 나는 손을 잡고 걸었다.

"그런데 어쩌다 날 살 생각을 다 했어?"

"집에 와서 생각해 봤는데, 오빠 아니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래?"

"네. 오빠가 잊혀지지 않아서, 어머님께 특별히 부탁을 드린 건데.. 혹시 폐를 끼친 건 아니겠죠?"

"음,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괜찮아."

나는 괜찮았다. 에로리나와 셀렌디네 눈나는 괜찮지 않았지만.

"혹시 폐가 됐다면 죄송해요. 하지만 민폐를 끼치더라도 어쩔 수 없었어요. 꼭 오빠한테 임신 당하고 싶었거든요."

이..임신 뭐? 이게 며칠 전까지 처녀였던 소녀의 말이 맞나? 순진한 애가 이상한 데 빠지면 더 무섭다더니, 대사 치는 게 너무 농밀했다.

'아 큰일이다. 벌써 불끈불끈하네.'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얇은 원피스 한 장. 그 사이에선 엷은 사과향이 베어 나왔다. 민소매 사이로 보이는 매끈한 겨드랑이에,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전에는 섹스라는 게 그렇게 좋은 일인 줄 몰랐어요. 임신하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있었지만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을 꼭 잡는 아르피엘의 볼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나 임신 시종이지? 지금 덮쳐도 되는 거 아닐까?'

밑도 끝도 없이 야외에서 돌격덮밥을 할 생각이 드는 게 스스로도 좀 민망했다.

'그런데 얘 처녀도 야외에서 먹혔잖아. 괜찮지 않나?'

슬쩍 밀당을 해볼까 하는데, 아르피엘이 걸음을 멈췄다.

"여긴 마도제련소에요."

"응? 마도 뭐?"

"들어오세요."

뭔지는 모르지만 제련소라는 이름이 붙은, 정원 옆에 있는 꽤 큰 건물에 들어가니, 안에 뭔가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거대한 장치가 있었다.

"오. 멋지네. 이건 뭐 하는 거야?"

"강철부터 미스릴까지, 온갖 금속을 제련하고 합금을 만들 수 있는 장치에요. 전에 우리 가문이 광산업을 한다고 말씀드렸죠? 우리 가문의 가주들은 대대로 마도 회로를 사용한 광산업과 금속제련업에 종사하고 있어요. 여긴 연구소 겸 예비 가주의 훈련소 같은 곳이에요."

"그렇구나."

"이건 미니 제련로고, 공장에 있는 건 훨씬 커요. 하지만 이걸로도 웬만한 건 거의 다 할 수 있어요."

아르피엘은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다.

"가업이 마음에 들어?"

"네. 엘프들 사이에서는 별로 좋게 보지 않는 직종이지만, 저는 자랑스러워요."

나야 뭐가 뭔지 잘 모르지만 아르피엘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 덩달아 좋았다.

"한번 제련하는 걸 보여드릴까요?"

그런데 금속 제련법이라면 가문의 비전 같은 게 아닐까? 내가 봐도 되는 건가?

"음? 봐도 되는 거야?"

"물론이죠!"

아르피엘은 장난감을 자랑하는 아이처럼 신이 나서 제련로의 컨트롤 패널 앞으로 다가갔다. 인제 보니 아르피엘에게서 뭔가 살짝 공대생 느낌이 난다.

"흐읍..!"

아르피엘의 손에서 빛줄기가 뻗어나오더니 컨트롤 패널에 전원이 들어오며 하얀 마도문자들이 마구 떠올랐다. 아르피엘이 이리저리 손짓하자 빛으로 이루어진 숫자와 문자가 허공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며 빛가루가 사방에 흩뿌려졌다.

"오오..!"

보고만 있어도 멋진 장면이었다. 잠시 후, 빛무리가 제련로 중앙에 모이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오오오!"

투입구에서 철광석 덩어리와 석탄이 제련로 중앙으로 투입되더니, 빛과 뭉쳐 다같이 섞여 뜨겁게 녹아들었다. 눈앞에서 돌이 녹아 금속으로 변하는 걸 보니 장관이었다.

"대단한데."

아르피엘은 내 말을 듣는 건지 아닌 건지 그저 제련에 극한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진지하게 집중하는 아르피엘을 보니까 이상하게도 왠지 모르게 엄청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집중하는데 방해하면 미안한데.. 아 못 참겠다."

나는 슬쩍 아르피엘의 뒤로 다가가 허리에 손을 댔다. 뭔가 간지러운 느낌이 드는지 아르피엘은 화들짝 놀랐다.

'아. 반응 봐. 이거 재밌다.'

내 손가락이 아르피엘의 매끈한 허리를 따라 점점 위로 올라갔다. 밑가슴 쪽으로 기어가는 내 손가락에, 아르피엘은 눈을 감은 채 바르르 떨었다.

'뭐지? 반응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되게 재밋는데?'

나는 약올리듯이 가슴 주변을 손가락으로 스르르 쓸었다. 집중한 상태라서 약한 자극도 엄청 크게 느껴지는지 아르피엘은 작은 신음을 흘렸다.

"읏..!"

"오..!"

나는 큰 반응이 온 것을 반가워하며 더욱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유두나 겨드랑이 같이 예민한 부위를 바로 공략하는 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슬금슬금 작은 자극을 주며 강약을 조절하며 즐겼다. 가슴 둘레를 돌던 손은, 슬금슬금 팔을 타고올라가 하얀 어깨를 간지럽혔다.

"으흣..!"

'아. 반응 봐. 엄청 귀엽네.'

뭔가 기분 너무 좋은데 억지로 참는 것 같은 얼굴이라 엄청 꼴릿했다. 나는 뒤에서 슬그머니 백허그를 하며 귓가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후우."

길쭉하고 예민한 귀에 뜨거운 숨결이 닿자 아르피엘은 다시 한 번 바르르 떨었다. 품에 꼭 안고 있어서 그 기분 좋은 떨림은 내 몸에도 온전히 전해졌다.

'아. 되게 사랑스럽네.'

나는 신이 나서 조금 수위를 올려봤다. 원피스 치마 밑으로 손을 집어넣은 것이다. 이번에는 종아리부터 시작해서 손가락이 살살 허벅지로 타고 올라갔다. 촉감으로 몸의 곡선을 즐겨보겠다는 변태 같은 심보였다.

'살이 엄청 부드럽네.'

엄마를 닮아 그런 건지 피부 하나만큼은 정말이지 쫀득했다. 바깥 허벅지에서 팬티라인을 돌아 마침내 안쪽 허벅지를 손가락이 간질이자, 아르피엘은 파르르 다리를 떨었다.

'와. 느낌 진짜 죽이네.'

안 그래도 부드러운 허벅지 안쪽 살이 아기 숨결같은 간지러운 진동수로 파르르 떨리는 촉감은 그야말로 극상이었다. 이 촉감을 재현할 수 있는 베개가 있다면 그 베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량수면유도무기로 금지할 만큼 황홀한 촉감이었다.

'밤에는 따먹으라 바빠서 몰랐는데 진짜 몸 구석구석이 교배 최적화네. 손 닿는 곳마다 남자를 흥분시키는 매력이 있어.'

나는 안쪽 허벅지를 주무르다 손을 슬쩍 올려 팬티 안으로 집어넣었다. 바로 앞쪽부터 공략하는 건 너무 급하게 구는 것 같아, 나는 먼저 뒤에서 쫄깃한 엉밑살을 즐겨보기로 했다.

"흡..!"

뒤쪽 팬티라인 안쪽으로 손이 들어가자 긴장했는지 아르피엘이 움찔했다. 나는 팬티라인의 경계선에 양손을 집어넣고 오동동통 쫄깃쫄깃 너구리 볼테기같은 엉밑살을 주물렀다.

'와우. 진짜 끝내주네.'

손에 짝짝 달라붙는게 아주 끝내줬다. 엉밑살과 허벅지 사이의 라인을 따라 손가락을 깊이 집어넣을 때면 아르피엘이 움찔움찔 거리는 것도 귀여웠다. 나는 그 라인을 아예 손아귀로 잡고 둥기둥가 위아래로 흔들었다.

'오..!'

내가 엉밑살을 흔들 때마다 제련로의 불빛이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게 뭔가 클럽 조명 같은 느낌이었다.

'근데..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생각해보니 이렇게 장난을 치는데 아르피엘이 가만히 있는 것도 이상했다. 설마 이거 위험한 짓인가? 아르피엘을 보니 얼굴이 새빨게지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음.. 이거 느낌이 쎄한데. 좀 자제할까.'

나는 팬티에서 손을 빼고 뒤로 물러났다. 얌전히 잠시 기다리자, 제련로가 빠르게 식으며 빛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잠시 후, 녹아든 강철이 매끈한 주괴의 모양이 되어 제련로 한 가운데 나타났다.

"후우.."

아르피엘은 긴 한숨을 내쉬며 컨트롤 패널이 있는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바로 나를 꼬집었다.

"아야야."

"오빠! 방금 얼마나 위험했는지 아세요?"

"중간부터 분위기가 좀 이상하길래 그런 것 같긴 했는데, 많이 위험했어?"

"다시는 그러시면 안 돼요! 잘못했으면 대폭발이 일어나 저택 채로 날아갈 수도 있어요."

순간 소름이 쭈뼛 돋으며 등골이 서늘했다. 저택 채? 이만한 저택이 날아갈 정도라면.. 상상도 하기 싫다.

"아, 많이 위험하구나."

"이런 고마력 작동기계의 회로를 다룰 땐 함부로 자극하시면 안 돼요. 엄청 위험하거든요."

나는 헤헷. 몰랐네~!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방긋 웃었다.

"그렇구나. 그래도 기분은 좋았지?"

"..몰라요."

"젖지 않았어?"

"남자가 그런 거 물어보면 안 돼요."

아까 비서인 레이나 양이 주의를 주었지만, 뇌가 생각하기 전에 내 척수는 이미 멘트를 골대에 던져 넣어 버렸다.

"젖었구나. 그렇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르피엘에게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아르피엘은 착한 아이잖아? 솔직하게 말해봐. 젖었지?"

아르피엘은 아메바의 미토콘드리아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스릴 있었지? 짜릿해서 엄청 좋지 않았어?"

내가 짓궂게 속삭이자 아르피엘은 다시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그래도 두 번은 안 돼요. 진짜 위험하니까요."

"아야야. 알겠어. 안 할게."

"그러면 이제 여기서 나가요. 다른 곳을 구경시켜 드릴게요. 후우.. 정말이지.. 진짜 다시는 그러시면 안 돼요! 오빠!"

"알겠어. 약속할게. 근데 벌써 나가자고?"

나는 텅 빈 작업대를 잠깐 침대로 사용하지 않겠냐는 강력한 암시를 담아 눈짓을 했다.

"잠깐 쉬는 건 어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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