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니, 예림이는 처녀가 아니라니까요!-97화 (97/358)

〈 97화 〉 94. 세번째 영상 업로드(feat.장봉)

* * *

동의하지 않는다고? 아마 내 질문의 답은 조회수가 알려줄 것이었다. 그리고 조회수를 잘 나오게 만드려면 디테일이 중요하지 않겠어?

일요일 저녁 내내 샤를과 부족한 영상을 찍고(림잡 받으며 두 번이나 싸버렸다. 배 위에 정액을 쌌는데 샤를이 전부 핥아줬지) 전개에 대해 토론했다.

"아니, 이 부분에선 3번 영상을 써야 맞는 것 같아."

"잠깐만요. 2번이랑 3번 하나씩 써 볼게요. 어떤게 더 나은지 보죠."

"... 2번이 더 낫네?"

샤를은 영상의 디테일을 챙기는 게 능숙했다. 꼴리는 포인트는 못 잡지만, 내가 전체적인 틀을 만들어 주면 안에서 최고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나온 결과물은 천박하고 꼴렸다. 우리 둘은 두근거리며 영상을 감상하고 소감을 말했다.

"내가 림잡 받는 영상인데 꼴리네."

"이번 영상도 꽤 조회수 나올 것 같은데요?"

샤를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영상을 열심히 만드니 잡생각도 사라졌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하고 살아야 해!

세 번째 동영상을 완성하자 뿌듯한 만족감이 솟아올랐다. 해냈다는 기쁨에 겨워 샤를을 껴안고 눕자 같이 나를 안아왔다. 가만히 누워 숨소리를 들었다.

가슴 두근거리는 소리, 그리고 달콤한 향기가 났다. 나랑 똑같은 샴푸를 쓰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어제 술을 엄청 마셔댄 것의 후유증인지 눈 앞이 어두워졌다. 졸음이 쏟아졌다.

깜빡깜빡 잠이 들려고 하는데 샤를이 눈앞에 얼굴을 댔다. 사슴같은 눈망울이 반짝거리며 기쁜 소식을 전했다.

"오빠. 마력 꽤 모였거든요. 앞으로 한 달이면 육화가 아니라 형상변환 마법이 가능할 것 같은데."

잠이 오는 머리로 멍하니 물었다.

"육화랑 형상변환이 무슨 차이인데?"

"음... 형상변환은 지속시간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원래 몸으로 돌아와요. 잠깐 변신하는 마법이라 이거죠."

그럼 그게 무슨 뜻일까?

"이제 오빠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랑 현실에서 섹스할 수 있어요. 에이미? 양소령? 말만 해요. 누구든지 다 변해 드릴게요."

무슨 소용이 있나? 사실 연예인들보다 샤를이 훨씬 예쁜데.

"으응... 나는 샤를 너랑만 섹스해도 충분한데."

히끅. 작은 딸꾹질 소리가 들렸다. 뭐지? 샤를의 얼굴이 왜 빨개진 것 같지? 어두워서 잘 안보이는데. 샤를은 말을 더듬거리며 날 더 꼬옥 껴안았다.

"하, 하여튼 말은 잘해. 생각해보니 오빠 이제 자야겠다. 영선 누나랑 운동하려면 내일은 일찍 나가야하니까. 업로드는 제가 할 테니까. 잘 갔다와요!"

말을 돌리며 이불 속으로 쏙 들어와, 내 이마에 키스해줬다. 음. 그래.

"샤를 너도, 잘 자구­"

"오빠두요."

삐리리­ 삐리리. 알람이 울렸다.

으억, 뭐야? 벌써 다섯시 반이야? 다행히 일찍 자서 눈은 금방 떠졌다. 샤를 깰까봐 불도 못 키고 휴대폰으로 비춰가며 반바지와 반팔티를 꺼냈다.

"오빠아­ 잘 갔다와요­"

노력이 무색하게 샤를은 졸린 눈으로 이불에서 빼꼼 머리를 내밀고 인사했다. 해도 안 떴는데 일어나게 만들어서 미안하네.

"갔다 올게. 자고 있어!"

집 앞으로 내려가자 가로등 아래에서 영선 누나가 기다리는 중이었다. 날 보고 환하게 웃었다.

"늦었으면 혼내주려고 했는데. 첫 날이라 그런지 안 늦었네. 좋아!"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호쾌한 칭찬을 해줬다. 이러고 있으니 영선 누나랑 섹파가 되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네!

오랜만에 보는 밝고 시원시원한 모습이 좋았다. 내 밑에 깔려서 엉엉 우는 모습도 좋지만 역시 영선누나는 상쾌한 분위기가 어울린단 말이지.

우리 둘은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한강변으로 향했다. 강변에 도착하자 내 허리를 잡아주며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시켰다. 발목, 허벅지, 허리, 손목­ 5분 정도의 스트레칭이 끝나자 몸이 풀린다. 기지개를 펴자 영선 누나가 물었다.

"좋아. 준비됐어?"

"준비는 됐는데, 누나가 운동을 얼마나 시킬까 무섭네요."

영선 누나가 씨익 웃었다. 그러고는 손가락 다섯개를 쫙 폈다. 자, 잠깐! 50km? 아니면 다섯 시간? 공포에 질리자 영선 누나가 내 머리를 톡 쳤다.

"오늘은 5km 정도 달릴 거야."

엥? 그것 뿐? 지옥의 20km 트레이닝을 생각했었는데. 되게 적은 수치였다.

"어... 누나 성격에 두 시간은 끌고 다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자 누나가 눈을 흘겼다.

"야, 나 운동지도사 자격증도 있거든. 처음 뛰는 초보자한테 그렇게 시키겠냐? 날 뭘로 보고."

내 볼을 가볍게 꼬집고는 달리기 자세를 취했다.

"운동 아예 안 한걸로 치고. 대충 7분 페이스에 맞춰보자. 시속 9키로 정도거든?"

군대에서 런닝머신 뛰던 기억으로 생각해보면,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은데.

"먼저 뛸 테니까. 잘 따라와!"

영선 누나가 시원시원하게 먼저 달렸다. 나는 얼떨떨해져서 뒤를 따랐다.

누나가 운동을 핑계로 야한 짓을 시도할 줄 알았는데, 영선 누나는 정말 같이 운동만 할 요량인 듯 했다.

게다가 이상한 생각은 내가 먼저 들었다. 나는 뒤에서 따라가며 누나의 뒷태를 감상할 수 있었다. 운동으로 빵빵한 애플힙, 가느다란 허리, 땀에 젖어 섹시하게 반짝거리는 목덜미.

어째 누나가 조르는게 아니라 내가 야한 짓을 조르게 될 것 같은데...

"헉, 헉, 헉­"

아무래도 내 체력은 생각보다 떨어져 있었다. 군 제대하고 매일 집에만 있었더니 그런가! 반환점을 돌 쯤엔 등에서 콸콸 흘렀다. 겨우 절반인데!

반환점을 돌아 내 집쪽으로 달려오는 동안 동이 텄다. 가슴은 엄청나게 뛰어었지만 뚝섬 근처를 달리며 맡는 아침 공기는 솔직히­ 엄청 상쾌했다.

"자, 물 마셔."

운동을 마치고 벤치에 앉아 숨을 헐떡거리는 내게 물을 건네줬다. 그러며 내 엉덩이를 차 일으켜 세웠다.

"아야! 왜 발로 차요!"

"벤치에 앉아 있으면 심장에 안 좋아. 쿨다운(Cool­down)해야지. 걸으면서 물 마시고."

음, 운동 지도사를 가라로 딴 건 아닌가 보네. 나는 얌전히 걸으며 물을 마셨다. 우리 집을 좀 지나쳐서 걷는데 누나가 말했다.

"손 내밀어봐."

내민 손등에 뭔가를 꾹 찍어줬다. 고양이가 손을 흔들고 있는 도장이었다. 보라색 고양이 밑에 참 잘했어요 글자가 박혀 있다. 안 어울리게 귀여운 소품을 쓰시네. 나는 햇빛에 비춰보며 웃었다.

"이게 뭐예요?"

"몰라? 참 잘햇어요 도장이잖아. 다섯개 모으면 상품도 있어."

"상품이요?"

오, 생각보다 영선 누나랑 운동하는 게 즐거워지려고 하는데. 그런데 내가 상품이 뭔지 물어보자 누나는 얼굴을 붉혔다.

"그건 그때 확인해. 금요일에 운동 끝나면 알 수 있겠네."

...오. 뭔지 짐작이 갈 것 같기도 한데. 갑자기 나도 부끄러워지네.

큼, 큼 헛기침을 했다. 그런데 누나는 이제 어딜 가는 거야? 누나는 시내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내가 좀 따라가자 누나가 뒤를 돌아봤다.

"뭐야. 네 운동 끝났어. 난 이제 복싱장 가서 문 열건데. 같이 가게?"

"아, 누나가 문 열어요?"

"어. 우리 아빠 복싱장인데 딸내미를 너무 부려먹는다니까."

음. 이렇게 따라가다 보면 영선 누나 아버지를 뵐 수 있는 건가...

봐 봤자 좋은 일은 없을 것 같구나! 도망쳐야지!

"그럼 누나, 전 이만 들어가 볼게요. 내일 아침도 똑같은 시간이예요?"

"엉­ 내일 아침에 봐­"

내가 손을 흔들자, 누나도 손을 흔들고 빠르게 멀어져갔다. 역시 나랑 같이 뛰어서 속도가 느린 거구나... 거의 20km로 달리네. 마라톤도 나갈 수 있겠다...

개기지 말아야지.

***

강민이 아침에 누나와 운동 후 집에 돌아와 씻고, 샤를과 아침을 먹을 동안 장봉은 밤을 샌 후 잠들기 직전이었다.

'아, 그냥 자기엔 좀 아쉬운데. 마지막으로 한 발 빼고 잘까?'

밤 동안 세 번 딸을 쳤지만 그는 만족을 몰랐다.

폰허브에 들어갔는데 새로 알림이 떠있다. 샤를의 새 동영상? 장봉은 눈을 크게 떴다. 두번째 영상은 쏘쏘했는데. 세번째 영상은 어떨까?

허겁지겁 바지를 내리고 세 번째 영상을 틀었다. 경민, 샤를의 남친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경민입니다. 오늘은 샤를의 첫 림잡이랑, 키스 금지, 키스 대신 림잡 할 것. 그렇게 지시하고 일주일. 그동안 샤를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흡사 예능을 찍는 듯한 태도다. 물론 말하는 내용은 흉악하지만. 장봉은 림잡이 뭔지 생각하느라 잠시 동영상을 멈췄다.

'림잡?'

폰허브에 검색해보자 뭔지 알 것 같다. 여성이 남자의 항문을 빨아주는 성행위. 장봉은 멍하니 생각했다.

'첫경험 후에 키스 금지. 그리고 림잡으로 대신이라고?'

경민 이 쓰레기 새끼... 도대체 무슨 영상을 찍어온 거지? 상상 이상의 컨셉에 장봉은 황급히 영상을 재생했다. 샤를이 이마를 찡그리고 살짝 얼굴을 가린 채 인사하는 중이었다. 카메라에 찍히는 게 싫은 듯 했다. 입에서 더듬거리며 말이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샤를이예요. 오늘은 오빠와 키스 금지당한 지 일주일...째입니다. 매일 모닝키스 대신에, 모닝 똥까시로 오빠를 깨워드리고 있어요..."

그러자 경민이 손을 치우게 시킨 다음 턱을 잡고 얼굴을 정면으로 돌렸다.

"처음에 림잡할 때는 어땠어?"

"솔직히 말하면... 오빠가 흥분해 주는 건 좋지만, "

"지금은?"

"지금도 비슷­해요..."

그러자 경민이 씩 웃었다. 그러며 영상을 보는 시청자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첫날에 샤를이 어땠는지 보여드려야겠네요. 오늘은 어떻게 하는지도 보시고. 처음에 교육했던 때부터 보시죠!"

장봉은 재생바에 마우스를 올렸다.

30분.

30분동안, 림잡... 그리고 섹스까지 하겠지. 장봉은 오늘 일찍 잠들긴 글렀다는 걸 깨달았다.

"씨발...가보자고..."

장봉은 비장하게 중얼거리며 크리넥스 휴지 한 장을 뽑았다. 전투의 시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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