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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98화 (98/142)

〈 98화 〉 스위치 이단심판관 (1)

* * *

연회의 마지막 날에는 연회장마저 북적해질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모였다. 교황청에서 온 상위의 사제들부터 이 근방에 있는 귀족들과 고위층의 귀족들까지. 그 수만 헤아려도 두 자릿 수는 가볍게 넘어갔다. 황성의 연회장이 아니라 여느 귀족의 성이었다면 이 인원을 수용하지 못했을 거다.

내 연인들끼리 대화를 하는 동안 교황청의 사제분들이 입장했고 그들의 대표랑 따로 얘기를 갖기로 했다.

"레온 공자. 오랜만에 뵙는군요."

"아, 추기경님. 안녕하세요."

교단의 무력이라 할 수 있는 성룡기사단의 단장이자 제1 추기경님과 다시 만났다.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아르잔을 양자로 들이셨던 분이기에 어떤 의미로는 장인어른이셨기에 나는 공손히 예의를 차리며 인사했다. 본 드래곤 토벌에서 함께 해서 반갑기도 했고.

"허허. 이름으로 불러도 됩니다. 곧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될 거 아닙니까."

"하하하."

아르잔느와 이어졌다고 확신하시는지 그리 말씀하시는 추기경님.

"네, 그렇게 할게요. …게이리어 씨."

좀 쇼킹한 이야기지만 제1 추기경님의 풀네임은 게이리어 윌리엄스. 동성에게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이름에 잠시 경계한 적이 있지만 아르잔느의 발언에 의하면 그저 고자일 뿐이지 동성애자는 아니라고 한다.…이름이 저러셔서 아르잔느가 게이로 성장하게 된 걸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무섭지만 말이다.

게이(gay=동성애자)리어(rear=양육하다)라니. 진짜 판타스틱한 이름이 아니신가.고자가 아니었더라면 동성애에 눈을 뜨셨을 지도 모르고.

그래도 여태까지 평범하게 추기경으로서 교단에 종사해 오셨다니 딱히 의심할 건 없었다. 그러다 게이리어 씨의 안색이 조금 난감하다는 듯이 멋쩍어 하셨다.

"그보다 레온 공자, 혹시 최근에 귀찮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네? 아뇨. 폐하께서 제 여자의 신분을 선언하셔서 조금 난감해진 걸 빼면 없었어요."

"그렇군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

아니, 뭔데 그렇게 분위기를 무겁게 잡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추기경 씩이나 되는 분께서 그러시면 저는 불안해 죽겠다고요.

게이리어 씨는 주변을 둘러 보더니 신성술을 은밀하게 펼쳐 소음을 차단하셨다. 구조는 달랐지만 [기막]과 상당히 비슷한 효과를 가졌기에 흥미로웠다. 이 기술과 기막을 잘 융화시켜 응용만 한다면 이중차단을 시킬 수 있는 게 아닐까.

"시간이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교단의 상층부에 레온 공자가 성자라는 의견과 이단이라는 의견이 충돌 중입니다."

"…네?"

뜬금없는 이단 선언에 내가 벙찌자 게이리어 씨가 그런 반응일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운 어조로 말씀하셨다.

"아비게일 저 아이는 교단 내부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많죠. 아마 누군가가 질투심에 눈이 멀어 공자를 음해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음해에 교단 측의 인물이 아닌 증인이 있다는 점입니다."

"증인이요? 아니, 누가 황도의 영웅이라 불리는 사람을 모함하는 데 증인으로 나선 건가요?"

"전에 공작가 기사단의 평기사였던 다이너 마이트 경입니다. 황당하게도 공자가 이단심판관이라며 주장하고 있다는 군요."

"……."

언젠가 업보를 받지 않을까 싶기는 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는데!

아니, 그보다 다이너 그 자식은 흑마법의 세뇌에 당해서 기억도 어정쩡했던 정신병자가 아닌가. 그런 놈의 증언을 믿는다고?

"다이너 경은 흑마법에 당했던 적이 있어서 후유증으로 머리가 나쁩니다. 그런데 증인이라뇨?"

"저도 그리 생각하지만 다이너 경이 남작이라 아예 무시하는 것도 불가능해서 그렇습니다."

"진실은요?"

"다이너 경의 친부인 마이트 남작이 흑마법의 후유증으로 치료해 준 것에 고맙다며 신앙심을 키우고 교단에 많은 기부금을 낸 지라."

설마 여기서 돈으로 귀족이 된 마이트 남작님의 돈지랄이 교단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내게 피해가 되어 돌아올 줄이야. 그들이 나쁜 건 아니지만.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이단이라고 주장을 받는 건 너무 공교롭게 재수가 없는 일이 아닌가.

아무래도 다이너가 종종 날 '이단심판관님!'이라고 부르 짖으면서 개지랄을 떨던 그 모습을 본 어느 신도가 이단이 아니냐고 신고한 것 같은데 이렇게 타이밍이 공교로울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단심판관이라고 속이지 말고 다이너를 제대로 갱생시켜서 써먹는 건데.

"그래도 걱정 마시지요, 공자."

게이리어 씨께서 성흔을 그리시며 신실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오늘 이단심판관이 직접 와서 공자의 무죄를 증명할 겁니다. 고문 같은 건 일체 없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증명할 테니 이단으로 몰릴 걱정은 안 해도 좋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단심판관이시면 좀 광신도스러운 면모가 보인다고 하던데……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그분 또한 광신적인 면모가 없잖아 있지만 적어도 무죄인 사람을 무작정 데려다 고문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분께서 죄가 있다고 해도 확증이 나올 때까지 감금하고 증거를 구하려 하시는 면은 있지만 그 정도면 이단심판관 중에서 온건한 편이시지요."

적어도 내 무죄는 확실하니 고문을 받을 일은 없다고 봐도 좋다고 확언하시는 게이리어 씨를 보며 나도 안심할 수 있었다.

안심해도 좋다고 말한 그는 나와 함께 내 여자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테이블로 이동했다. 그곳에 가자 아르잔느가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 고개를 팍 숙인다.

"어서 오세요, 아버님."

"아버님이라."

고추에서 조개가 된 자식을 보며 게이리어 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갈망하던 것을 이룬 것 같군요, 아르잔느. 참으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고개를 끄덕이며 중년의 외모로 노인이 연상되는 푸근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신 게이리어 씨가 그녀에게 눈을 떼더니 양옆에 있던 아비 누나와 앨리스에게 향한다.

그는 아비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앨리스와 악수를 나누었다.

"아비게일. 앞으로도 아르잔느와 사이 좋게 지내며 당신 또한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황녀님. 저희 아르잔느 좀 잘 부탁드립니다."

"원래 알아서 잘 하던 애니까요."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뭐지? 왜 나보다 내 여자들이 더 듬직해 보이냐.

섹스할 때는 발기한 용자지 때문에 위용이 넘치지만 평소에는 그저 꼬꼬마가 아니던가. 갑자기 우울해지네.

게이리어 씨는 아르잔느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는 우리에게서 떨어지자마자 여러 귀족들에게 둘러싸여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현 교단의 성룡기사단을 이끄는 추기경인 만큼 안면을 조금이라도 터서 인맥을 만드는 게 이득밖에 없다고 알아서 판단한 거겠지.

"무슨 얘기를 나누셨습니까?"

다른 둘도 궁금했던지 내 입술에 집중하는 게 보였지만 그녀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기에 대답하기에 앞서 먼저 기막을 치고 소리를 차단했다.

마력으로 청각을 곤두세우고는 이쪽의 대화를 엿들으려는 이가 몇몇 있을 거라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안을 확실하게 한 뒤에야 나는 그녀들에게 게이리어 씨와 나눈 대화를 설명했다. 이단으로 모함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셋 다 얼굴을 구겼으며 잠깐이지만 살기마저 풍겨서 다른 이들이 느끼지 못하도록 차단하느라 고생 좀 했다는 점을 빼면 전달하는 건 수월하게 진행됐다.

"정말 최악이네. 그 정신 나간 기사 놈도 그렇지만 그렇다 해서 거기에 동조하는 녀석들은 또 뭐람. 내가 지들 것도 아닌데 왜 자기들이 나서서 발광이야."

"그러게 말이에요.…이럴 줄 알았으면 이 꼴이 되기 전에 다들 정신머리가 똑똑히 박히도록 개처럼 굴리는 건데."

"레온이 이단으로 지정된다면 황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다들 진정해."

기세 차단하는 것도 힘들다. 내 여자들이 하나 같이 보통 쟁쟁한 실력이 아니어서 그런지 평소에는 개미 떼를 상대하다가 지금은 코끼리를 상대하는 느낌이랄까. 좆밥 싸움에 고인물이 끼어든 느낌이랄까.

"어쨌든, 오늘 찾아올 이단심판관이 합법적인 절차로 내 무죄를 증명하게 될 거라잖아. 그럼 문제 없는 거지. 그리고 황제이신 장인어른께서 공로를 치하하는 날인데 가장 큰 공적을 세운 날 바로 잡아가려 할까."

"그건, 그렇군요."

황제가 포상을 줘야 할 이한테 이단이라 외치며 납치를 시도하면 그건 황가를 개무시하다 못해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였기에 바로 교단과 전쟁을 선포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녀석들도 생각이 있다면 장인어른께서 공로를 다 치하하고 포상을 준 후에 찾아오지 않을까.

"그래. 그러니까 여친분들께서는 좀 진정하고 계세요. 내가 알아서 째깍째깍 대응할 테니까. 나, 그렇게 약한 것도 아니라고. 어우…… 그런데 와인을 마시니 덥네. 난 잠깐 테라스 쪽으로 나가 있을게."

주류를 먹어서 그런지 몸에 열기가 누적되어 방출을 기다리는 기분이다.

그렇게 테라스로 나오자 차가운 밤바람이 정신을 차리라며 얼굴을 때린다. 바람에 유리잔에 담긴 붉은 와인이 찰랑이며 어서 자신을 마시라고 이쪽을 유혹한다. 와인을 맛있게 마시는 법 따위는 모르기에 그냥 벌컥벌컥 마셔 그 내용물을 비운다.

겉은 찬데 속은 뜨뜻해지니 한층 머리가 정리되는 기분이다. 고양된 감각 속에서 머리만이 냉철하게 이성과 사고를 유지하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어서 나오지 그래?"

아무도 없는 테라스. 나 홀로 있는 곳이기에 다른 사람이 봤다면 미친 거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확신한다.

이곳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좀 더 기다리자 달빛으로 비춰진 내 그림자가 일렁이며 내가 병신이 아니었다는 걸 인증했다.

­어머어머. 어떻게 아셨을까요?

하사나처럼 그림자를 다루는 능력, 인가. 골치 아픈 힘이다. 암살에 있어서는 최적화된 힘이니까.

나야 [직감]으로 미리 존재감을 느끼고 [화안금정]을 켜서 간파하면 되기에 문제없지만. 실제로 테라스를 나온 순간부터 내 눈은 금색 동공에 적안이 되어 있었다.

그나저나 목소리 톤만 봐서는 여성인 것 같은데.

"예전에 그림자를 사용하는 녀석들을 본 적이 있어서 말이야. 대처법은 똑바로 만들어 놓은 거지. 그림자를 통해서 내게 기습을 하려는 건 안 먹혀."

­딱히 기습을 가하려던 건 아니랍니다. 그저 공자님께서 성자이신지, 이단이신지 확인하기 위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을 뿐이죠.

"제1 추기경님께 들었어. 내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왔다고? 그럼 일단은 죄가 없는 제국 시민이니 모습을 드러내도 상관 없지 않아?"

­그렇군요. 안 들켰으면 모르겠지만 이미 들킨 이상 숨어 있는 것도 의미가 없겠네요.

의외로 대화가 통하는 이단심판관. 그녀는 순순히 내 제안을 받아들이더니 그림자에서 떨어져 나와 이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에는 이종족도 착의할 수 있도록 제작된 한 쌍의 구멍이 난 수녀의 베일과 굽은 뿔,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에 칠흑 같은 머리카락을 살랑이며 같은 색의 박쥐 같은 날개를 펄럭인다. 그 이단심판관의 정체는 음마(서큐버스)였다.

'……오우야.'

그냥 음마라면 그리 놀라지도 않겠는 데 가슴은 아비 누나 뺨치는 폭유에 그걸 가리는 건 가죽 끈으로 이루어진 본디지와 전신망사였다.

머리에는 수녀의 신실한 베일을 착의했으면서 몸은 아비 누나급에 전신망사를 덮고 그 위로 가죽 본디지를 입었다니. 본디지 위로 짓눌린 저 유방에게 자유를 주면 좋겠다는 사심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일단 외형은 확실한 음탕하고 천박한 분위기의 서큐버스였지만 복장까지 함께 보면 광기로 점칠된 신앙이라는 게 훤히 보이는 미친년이었다.

용자지가 쭉쭉빵빵한 데다가 임신최적화 몸을 가진 미녀를 보고도 용무룩해지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저는 이단심판관 제1 석을 차지한 마르가리타 아스모데우스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성흔 보유자님."

"……."

내가 이상하게 느끼는 걸까. ……저 요사스러운 미소가 왜 이렇게 식욕이 가득해 보이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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