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 착정마(馬)왕 성기사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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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연회날이 되었다. 첫 번째 연회와는 달리 두 명의 여인이 빠졌다.
'설마 허리가 나갈 줄은 몰랐지. 아비 누나랑 아르잔느 정도 되는 사람이 허릿심에 힘이 빠질 줄이야.'
수인이어서 그런지 밤새 짐승 같은 섹스를 했는 데 결국 나는 두 사람을 이기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침에 보니까 허리만 나갔지 피부는 탱탱하고 기분 좋은 얼굴로 하루종일 낮잠을 자겠다면서 이불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더라.
그래서 결국 두 사람은 빠지고 앨리스랑만 연회에 참여하게 된 거다.
황제의 선언에 의해 갑자기 황족으로 신분이 승격한 앨리스는 기사를 그만두게 됐고 함부로 접해서는 안 되지만 원래 연인관계였던 나는 약혼자 입장이 됐다.
사용인들이 넌지시 말해주었는 데 바깥에서도 난리가 났다고 한다. 황제의 사생아가 갑자기 등장해서 황위 계승전에 참여한 것도 놀라운 데 그 정인이 마침 황도의 영웅으로 불리는 나 레온 하르트였기 때문에 희대의 로맨스라는 소문이 났다더라.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며 어쩌다 우리 둘이 사귀게 됐는지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더라.
"레온. 얼굴이 초췌합니다. 괜찮으신 겁니까?"
"으, 응. 괜찮아. 금방 회복될 거야."
"안 될 것 같습니다. 어서 절 따라오십쇼."
앨리스가 팔짱을 끼우더니 날 끌고 간다.
갑작스러운 혜성처럼 나타난 황녀의 등장에 귀족들이 우리에게 다가오려고 하지를 않아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연회장을 가로지르며 한 테이블에 도착했다.
"……."
마법까지 곁들여 최적의 상태로 구운 장어구이부터, 보존 마법을 건 유리그릇에 담은 복분자 음료수, 그린스킨 중에서 재생력이 뛰어난 트롤의 고환을 바짝 말렸다 다시 구운 스테이크, 이그드라실에서 남성 요정들이 심열을 기울여 키운다는 만드라고라의 잎사귀를 달인 와인 등등. 하나 같이 정력에 보탬이 되는 음식들뿐이었다.
아니, 특히 저 만드라고라 와인은 남성 요정들이 먹을 것도 부족해서 수출도 안 해주는 건데 어떻게 여기 있데.
"레온. 여기 있는 음식들 많이 드십시오. 레온은 언니들과 비교하면 정력이 부족한 듯하니 많이 먹어야 합니다."
"…아니, 나는 남자들 중에서는 제법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한다만."
아비 누나나 아르잔느가 이상한 거야.
나여서 이 정도로 끝난 거지 둘이 다른 남자와 잤다면 그 남자는 복상사로 진작에 뒤졌을 것이다.……혹시 주신은 그래서 그 둘에게 이상성욕을 갖고 태어나도록 손을 쓴 걸까? 나랑 이어지도록 말이다.
그런 망상 같은 상상을 하면서 나는 앨리스가 주는 음식과 와인을 냠냠 받아먹었다. 이미 성인이 돼서는 누군가 음식을 떠 먹여 준다는 사실이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앨리스랑 나는 황제에게까지 인정받은 정인관계이며 내 체구 때문에 그 행위가 그리 어색해 보이질 않아서 딱히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대충 연회를 즐기고 업무를 보고 있을 장인어른에게 찾아갔다.
사실은 내가 궁금하다고 했더니 앨리스가 걸크러쉬를 보여주며 여기사였던 전적이 화려한 이답게 막아 세우는 경비병들을 떨쳐내고는 무작정 쳐들어 간 거다.
"아버지. 왜 제 정체를 세상에 밝혔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위 놈하고 오자마자 하는 질문이 그거구나. 좋은 이유가 있고 나쁜 이유가 있다. 어느 쪽부터 들을 게냐?"
"좋은 쪽이요."
"보아하니 저 빌어먹을 사위 놈이 여복이 많은 듯한데 네가 내 딸래미라는 게 세상에 알려진다면 손을 대려는 녀석이 줄어들겠지. 어제만 해도 사위 놈에게 침을 바르려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더군. 그런 의미에서 레온, 네 놈이 노예로 데리고 있는 요정의 정체를 까발리는 것도 좋을 거다. 이미 황도의 영웅이 된 이상 귀찮은 일에 안 휘말릴 수 없을 테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장인어른."
"……쯧!"
호칭이 못마땅하신지 이쪽을 쳐다보시며 혀를 차시는 장인어른.내 입장에서도 정치적인 목적만 갖고 접근하는 된장녀가 다가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신 건 감사할 일이지만.
내가 한량처럼 지내며 귀족의 의무 같은 건 다 때려치우기 위해 공작가를 나오고 레콘 형님에게 가주직을 던진 거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엄밀히 따지면 귀조이 아닌 내게 법도를 들먹이며 호감을 표시하며 접근하는 영애들을 거칠게 쳐내지는 못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귀찮은 일이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
'아니, 그런데 이게 좋은 이유면 나쁜 이유는 대체 뭐냐?'
부부가 괜히 일심동체가 아니라는 걸 알려 주듯이 앨리스도 마침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럼 나쁜 이유는 뭐죠?"
"같은 이유긴 한데 과격파 영애가 사위를 강간하려고 계획을 짜고 있다는 거다."
"……."
"……."
너무 급발진스러운 진도에 장인어른의 대화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아니, 쉬벌 날 강간한다고? 영애들이 역강간을 하려 한다고?
기품 있고 덕품 있어야 할 귀부인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는 귀족 가문의 여식들이 날 강간하려고 계획을 짜고 있다는 얘기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그런 우리들을 보며 피식 웃으신 장인어른께서 더 상세하게 설명해 주신다.
"레온의 절반은 귀족들에게 있어 천한 이들이라는 인식이 새겨진 북부 설산 민족의 핏줄이지. 하르트 공작이 그녀를 둘째 아내로 받아들인 건 제국에서도 나름 유명했던 로맨스다. 그 때문에 수많은 영애들이 공작의 팬이라는 걸 사위는 알고 있었나?"
"…몰랐는데요."
"그렇겠지."
기대도 안 했다는 표정이시다.
"어쨌든, 공작의 로맨스는 사위의 본 드래곤 토벌 이야기와 맞먹는 인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신들도 그런 로맨스를 찍겠다며 사위를 노리는 영애들이 많지."
"아니, 고작 그런 이유로 강간까지 하려고 한다고요?"
"그냥 그것만이면 안 노리겠지. 하지만 사위 그대는 황도의 영웅으로 불리는 데다가 신의 사도를 상징하는 성흔 보유자이지 않은가? 게다가 가주위를 받지는 못하지만 공작가 출신으로 인맥을 얻을 수도 있고, 그대를 꼬시면 그 무력이 온전히 자신들의 손에 들어오니 말이야. 로망과 손득을 따질 필요도 없이 영애들에게 있어 지금 그대의 모습은 걸어다니는 금덩이 그 자체나 다름 없다는 소리일세."
본 드래곤을 토벌했더니 금덩이 사윗감이 돼서 영애들에게 따먹히는 썰 푼다. 아니, 씹 이게 뭔 개판이야.
대부분 정략혼을 하게 되며 기품을 가져야 할 영애들이 이득이 꽤 많은 날 상대로 로맨스 한 편 찍기 위해 치마를 들추고 치마를 까고서 보지를 대주려고 계략을 짜고 있다는 거 아닌가. 그쯤 되면 미지의 공포에 가까웠기에 내 용자지마저 용무룩해진다.
이미 여자가 다섯인 데 애정의 교감도 없는 육욕의 향연은 내가 거절이다.
"아니, 그런데 제가 앨리스처럼 여기사 수련을 한 특이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강간을 당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영애들 사이에서 남성 귀족의 이미지는 가랑이를 벌리면 짐승 새끼로 전락하는 존재들이네. 실제로 팔할이 그렇기도 하고."
"…오우야."
야겜이 괜히 야겜이 아니라는 걸까.
이 세계의 남성 귀족의 자아는 좆대가리에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러지 않고서야 장인어른에게 당당히 입을 여는 귀족이 있었어야 정상이니까. 그때 반박하지 못했던 건 그곳에 반대를 외쳤던 귀족 모두 사생아가 있기 때문이라는 건데 어쩌면 중년 귀족들이 영계인 타 귀족 여식들과 붕가붕가를 했어서 일지도.
팔할이나 된다는 건 남은 이할은 장인어른 같은 특수한 경우나 아버지 같은 로맨스 가이의 경우, 혹은 아르잔느나 암시장에서 여자가 되고 싶다며 오크 샤먼킹 카락취의 주술집을 구매하려던 돼지 귀족 같은 지극히 예외적인 이들뿐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강간당하지 않게 조심하게나. 내 엘리자베스의 정체를 밝히는 걸로 어느 정도 정신이 있는 영애는 걸러내겠지만 정신줄을 놓고 달려드는 이들 또한 없다고 할 수 없으니까."
"아. 그건 괜찮을 겁니다, 아버지."
"응? 어째서냐?"
장인어른께서 앨리스의 당당함이 이해가 안 가는 건지 미간을 좁히신다. 나 또한 궁금했기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기상천외한 이유였다.
"레온의 음경은 너무 커서 저처럼 단련을 했거나 신체능력이 뛰어난 수인이나 성행위에 특화된 음마 같은 경우가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을 테니까요."
"……."
"……."
딸래미의 상상을 초월하는 현실적인 근거 주장에 잠깐 벙쪄 있던 장인어른의 시선이 천천히,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돌려지신다. 아니, 정확히는 내 다리 사이 고간을 노려 보신다.
마치 저 체구로 정말로 내 물건이 그만큼 크냐는 듯한 시선이었다. 장인어른이라지만 남자의 시선은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고 앨리스의 발언으로 부끄럽기도 해서 절로 다리가 모여진다. 장인어른께서는 내 다리 사이에 그런 드래곤이 용트림 치고 있다는 걸 영 믿기 힘들다는 얼굴이셨다.
"엔티알 백작령에서의 구출 사건은 나도 들었다. 자위하다 구조대에게 들켰다던가. 북부 설산 민족답게성기가 크다는 보고를 듣기는 했는데…… 그게 물리적으로 삽입이 불가능할 정도라는 걸 나더러 믿으라는 거냐?"
"네. 레온의 음경은 25cm가 넘는 크기의 대물이니까요."
"……이런 씨발?"
황제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될 단어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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