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구멍동서 형수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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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지원군은 떠날 때도 웅장했다. 굳건한 신앙을 상징하는 듯한 검정 수도복에 새하얀 성기사의 칼군무 같은 걸음걸이는 남자라면 웅장해질 수밖에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지원군으로 온 것치고는 백작령이 버틸 수 있도록 한손 보탠 게 전부고 실질적인 도움이 된 건 아비게일과 그 호위를 담당하는 성기사들뿐이지만 엔티알 백작령의 영지민들에게 환영 인사를 받았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돼지코 새끼들로부터 자신들의 집을 구원한 성스러운 이들로 보일 테니까. 그야말로 신의 축복이라고 느끼고 있지 않을까.
접근하기에는 사람들이 너무나 붐볐기에 영지민 사이에 있다가 눈을 마주친 아비게일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을 고했다.
사람들 사이에 껴서 감사를 받으며 후광이 비치는 듯한 아비게일도 내 인사에 입꼬리를 살짝 더 올리고는 눈인사를 하는 걸로 대답했다.
백작령의 성대한 환영인사를 받으며 영지를 떠나는 교단의 지원군.
그들의 뒷모습을 끝까지 보기 위해 백작에게 부탁해 원래는 백작령의 병력만 올라갈 수 있는 성벽의 위로 올라가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구경했다. 어차피 황도에서 한 달 내로 만나게 되겠지만 그때까지 아무런 일도 없이 순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쳐다본 거다.
"떠났네."
아비게일과 교단의 이들이 완전히 떠났다.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성벽 위를 담당하는 천인장에게 배려해 줘서 고맙다고 감사를 표하며 돈을 좀 찔러 주고는 성벽에서 내려왔다.
엔티알 영지의 길거리를 천천히 걸으니 오크 웨이브가 끝났다는 사실에, 그린스킨이 물러났다는 사실에 영지민이고 용병이고 살아남아 좋다며 축배를 들고는 잔치를 벌인다.
이들을 보면 결사대에서 한 고생이 마냥 쓸데없는 생고생은 아니었구나 하며 가슴 한켠에서 충족감이 차오른다. 섹스할 때랑은 다른 부류의 정신적 고양감이 발걸음을 가볍게 하여 백작성으로 돌아가는 길은 기분 좋은 산책이 되었다.
'이제 마지막 문제를 해결해야지.'
형님의 문제는 그쪽에서 고민이 끝나야 해결되는 것인 데다가 지금 남은 문제는 결전에서 망설이지 않고 몸을 던져 조개가 되어 버린 아르잔…느에 대한 감사를 아직 전하지 않았다는 거다.
조개가 될 거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몸을 던진 건 당연히 아닐 테니 나는 그에게 감사를 전해야만 하는 처지란 거다. 안 그랬다면 내가 TS를 당해서 구슬과 소시지가 제거되는 일을 겪었을 지도 모르니 사람이라면, 최소한 그곳에 있던 남성이라면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그 사실을 전부 인지하고 있음에도 내가 인성이 파탄 난 쓰레기처럼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길 거부하는 건 혹시나 여자가 됐다는 사실에 아르잔…느가 성욕이 한가득 쌓인 운동부 눈나처럼 날 덮칠까 봐 무서워서 그런 거겠지.
그렇기에 덮쳐지면 떨쳐낼 각오와 준비를 굳게 다지며 나는 아르잔…느의 방으로 향했다.
시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여자가 됐다고 아르잔에서 아르잔'느'가 된 건 너무 오버 같은데.
복잡한 심정으로 그, 녀의 방문 앞까지 온 나는 약하게 노크를 했다. 혹여나 듣지 못했다면 이걸 핑계로 도망칠 심정이라서 이렇게 약하게 두드렸을지도 모르겠다.
들어오세요.
……원래 중성스러운 목소리긴 했지만 이제는 아예 여성 특유의 톤이 된 음정의 목소리다.
꿀꺽.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 목울대를 울리며 침을 삼키고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찬란한 빛무리를 씌고 있는 고결해 보이는 '여'기사가 내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정말로 기쁩니다, 레온 공자."
"아르잔 경? 아니, 아르잔'느' 경이라고 해야 하나요?"
"지금의 저는 아르잔느지만 레온 공자가 부르고 싶으신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저와 레온 공자 사이이신 걸요."
"……."
당신과 제가 무슨 사이인데요.
순간 그리 묻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직감]이 경고하는데 그걸 물었다간 되돌릴 수 없는 대답을 듣게 될 거라고 강하게 경종을 울리는 데 내가 어쩌리.
"확실히 여자가 됐네요."
"네. 벗어서 보여드릴까요?"
"아니, 그건 좀……."
확실히 반전된 미모의 아르잔이 이러할까.
여성호르몬의 생성으로 단발에서 장발이 되었는지 순금을 갸느다랗게 짜올려 만든 것만 같은 머리카락을 둥글게 말아 풍성한 느낌을 주는 경단머리부터,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해지며 살짝 날카로운 앨리스랑은 다르게 다정한 듯 하면서도 가는 턱선과 함께 규칙에 엄격하다는 인상을 주었고, 근육으로 다부졌던 체구는 살짝 작아지고 오밀조밀한 잔근육으로 대체되었으며, 허리는 개미허리처럼 크게 줄었음에도 흉부와 둔부는 더욱 커져 순산형으로 부풀었다.
어떻게 봐도 몸매 좋은 여성이 고결함까지 품어 타락시키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는 여인이었다.
'말 수인이라 그런가. 젖가슴이 암말 뺨치는 말젖이 됐네.'
말자지가 말젖으로 대체된 건지 아르잔느의 가슴은 앨리스보다도 컸다. 세계수의 과실을 먹고 오백 년을 살아온 고위요정인 티타니아보다는 작았지만 거유 중에서도 손꼽히는 크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감사를 표하려고요. 그때 오크 샤먼킹의 주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뛰쳐 나간 검을 휘두른 건 결사대 중에서 아르잔, 느 당신이 유일했으니까요."
"그건 당연한 겁니다. 저야 이미 레온 공자에게 말했다시피 연애에 대해서는 모든 걸 포기한 상태였으니까요. 적재적소라면 제가 다가가 검을 휘두르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아르잔느라고 부르기 꺼리시다면 평소대로 아르잔 경이라고 불러도 괜찮습니다."
"그런가요? 휴우. 솔직히 아르잔느라고 하기에는 원래 얼굴이 너무 잘 기억나서 그렇게 부르기에 주저하게 됐거든요. 어쨌든, 고마워요. 아르잔."
나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녀는 싱긋 웃어주며 내 손을 맞잡아 주었고 나는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당신 덕분에 앨리스도, 티타니아도, 저도 무리할 필요가 없었어요. 정말로 고마워요.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말했다시피 적재적소에 의해 그런 거지만…… 그렇게 고마우시다면 한 가지 부탁을 들어 주시면 안 될까요?"
"……………………들어보고요."
차마 은인에게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는 없었기에 일단 타협선으로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후장의 청년막을 달라는 거라면 아무리 여자가 된 아르잔이라고 해도 내 주먹이 명치 존나 아프게 때릴 거다.
"저를 레온 공자의 호위기사로 삼아주세요."
"……."
"걱정하시지 마시죠. 저는 꼬시려고 노력할 뿐, 직접 덮치는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요."
아니, 이 양반 너무 흑심을 적나라하게 밝히는데?
말 수인이라 그런가. 여자가 됐더니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아주 꼬시려고 작정하는 듯했다. 지금 입고 있는 복장도 연회에서나 입을 법한 가슴골과 등짝, 그리고 어깨를 훤히 드러내는 검정색 이브닝 드레스고.
아주 날 꼬시려고 작정하고 대기를 타고 있었다는 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귀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호위기사로 고용해 달라는 그녀(?)의 부탁에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한참을 고민한 나는 이내 남자답지 못한 결정을 내렸다.
"제 연인들이 아르잔을 인정한다면 그때 호위기사로 받아들일게요."
"……."
바로 연인들에게 바통을 넘기는 거였다. 내 말뜻을 이해한 아르잔조차 데꿀멍 표정을 지으며 어벙한 모습을 내비쳤다. 스스로가 쪽팔린 건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녀(?)의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이내 아르잔이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결국 제 노력에 달렸다는 거군요. 앞으로 열심히 설득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하나만 물어도 돼요?"
"저는 이미 교단을 나와 새롭게 당신의 기사를 자처한 여인입니다. 얼마든지 물으셔도 돼요."
"……."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근육이 빵빵하던 말좆 성기사가 갑자기 스스로 여인이라 자칭하니까 뭔가 굉장히 어색했다.
근육빵빵 남정네가 초절정 미녀로 변장한 광경을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아니면 근육빵빵 남정네의 여자형제가 반대 버전의 얼굴이라 남정네까지 연상되어 이성으로 느끼기 힘들다고 해야 하나.
존나 어색해서 차마 태클조차 걸기 힘들다.
"그럼 묻겠는데."
나는 그녀(?)의 신체 국부를 가리키며 물었다.
"꼬리는 원래 있었다고 들었는데 말 귀랑 페가수스의 뿔과 날개는 왜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거야?"
가슴골이 심하게 드러나고 등이 아예 파인 이브닝 드레스. 아르잔은 내가 입실할 때부터 저런 복장을 한 이유는 아마 등에 솟아난 백색의 날개 때문인 듯했다. 날개가 솟구친 상태답게 뿔과 동물 귀도 유지하고 있었다.
수인족 특유의 기술로 시조의 힘을 빌려오는 격세유전이라고 했던가.
전투능력을 크게 상승시켜준다는 데 왜 저 모습을 오크 샤먼킹과의 전투에서부터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아, 이거요?"
펄럭.
정작 아르잔은 별거 아니라는 투로 자신의 날개뼈를 만지작거리며 질문에 대답했다.
"이 상태일 때 주술에 당해서 성전환을 하는 바람에 아예 이 모습으로 고정됐다고 해요.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것도 그런 것 때문이고요. 격세유전이 아예 유지되는 모습이라 당장 옷부터 갑옷까지 엔티알 백작님께서 영지 최고의 대장장이에게 오더메이드를 해주시겠다고 했어요."
"그럼 디자인도 제한되겠네."
"당연하죠. 이 드레스랑 아예 똑같은 수준의 노출은 아니지만 등이 훤하게 파인 형식의 갑옷을 주문했어요."
날개가 달린 말 수인 초절정 미녀라.
날개 잡고 뒤치기도 가능한 신체다. 비록 머리 위에 광륜은 없다지만 날개를 펄럭이는 게 천사 같다는 인상을 주기는 한다. 침대 위에서 안으면 상당히 고혹적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그녀(?)를 품에 안을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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