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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39화 (39/142)

〈 39화 〉 구멍동서 형수님 (2)

* * *

고추가 조개가 되는 주술.

유에서 무가 되는 주술.

성별이 뒤집히는 주술.

뭐라고 불러야 좋을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르잔은 고추를 떼고 고간에 구멍이 생긴 모양이다. 입에 파리가 들어가 살림을 차리고 아들과 손자를 봐 삼대를 차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나는 얼탱이가 빠지고 말았다.

'아니, 시바 무슨 운빨이 이렇게 좋아.'

아르잔은 게이다.

심지어 남자에게 박는 쪽(공)도 아니고 박히는 쪽(수)이다.

그런 아르잔에게 성전환의 주술이 걸린 건 천운이라고 볼 수밖에 없으리라. 우리 형님은 쓸데없이 발기부전의 주술 같은 거나 걸려서 지금 후계자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덜덜 떨고 있을 텐데 아르잔은… 아니, 아르잔'느'는 좋다고 방방 뛰면서 어느 남자를 꼬실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오소소.

그러다 소름이 돋았다.

저번에 친구를 하자며 악수를 시도하니 눈물을 흘릴 기세로 환희에 떨며 날 배신하지 않겠다고 신의 이름 하에 맹세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제 뷰지가 달렸다고 자기랑 사귀는 게 어떻냐며 달려들면 좀 무서운데.

아르잔… 아니, 아르잔'느'에 대한 문제는 나중에 마주하면 그때 생각해 봐야겠다.

지금 나 혼자 고민한다고 해서 어떻게 변했을지 모를 아르잔, 느를 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게이였으니 남자를 좋아하는 데다가 이제 육체도 여자라 한다지만 저번에 몸을 씻으려다가 오해로 인해 서로의 나체를 봤던 그때의 쇼킹한 기억이 아직도 머리속을 떠나지 않거든.

받아들이기에는 이미 머리속에 각인된 기억이 새록새록 유지되고 있어서 말이다.

그러니 부탁한다, 미래의 나.

­꺼져라. 과거의 나.

시바 신호가 진짜 왔어?!

충격에 한동안 천장을 바라 보며 멍을 때리고 있자니 티타니아가 날 걱정스레 쳐다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아르잔……느는 그렇다 치고 형님은 어떻게 됐어? 형님은 더 심각한 주술에 걸린 상황이잖아."

가문의 후계자가 자식을 갖기도 전에 발기부전에 걸려 고자가 됐다는 점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아니, 그 이전에 남자로서 자존심이 죽어 버린 셈이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가주위를 노리는 형님으로써는 충격이 이만 저만이 아닐 거다.

쇼타인 내게는 거근이 빠져버리면 남는 게 없어서 자살하고 싶어지겠지만.

"음. 제가 구조대로 나서기 전에 봤던 모습이라면 레콘 공자는 모국을 잃은 애국 귀족처럼 새하얗게 탈백된 표정으로 멍을 때리고 있었어요. 그래도 오크 샤먼킹을 처리하는 건 성공했겠다. 숏다운 영애가 가문의 인맥으로 레콘 공자에게 걸린 주술을 해주하기 위해 사방팔방에 서찰을 보내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성공은 했데?"

"거기까지는 모르겠어요. 주술을 해제할 사람이 도착했을 즈음에 제가 구조대로 나섰거든요."

티타니아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니, 쉬벌 이러면 나만 쓰레기 같은 놈이 된 기분이잖어.

여자한테 부탁해 놓고는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투정부리는 전형적인 기생충 한량 남편 같은 인상이잖은가.

"그럼 좀 쉬었다 형님이라도 만나러 가야겠네. 이복형제긴 하지만 그래도 반은 내 혈족이니 인사차원에서 병문안을 한 번은 가야겠어."

결론을 그리 내리며 나는 앨리스와 티타니아를 양옆에 두고 잠을 청했다. 오랜만에 야산의 흙바닥이나 기사들의 짬내 나는 침낭이 아니라 푹신한 침대여서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었다.

◇◇◇

어느새 다음 날의 햇빛이 날 반기고 있었다.

잠에서 깬 나는 아직 피로가 전부 가시지 않은 건지 새근새근 자고 있는 검술 스승에게 푹신한 이불을 덮어주고는 앨리스와 티타니아가 혹여 서로 닿지 않도록 중앙에 베게를 쌓아 일종의 차단벽을 설치한다.

두 사람이 잘 자고 있는 걸 확인고서도 안전을 확보한 뒤에서야 나는 속으로 안도하며 방을 나섰다.

평소라면 깨워서 같이 다녔겠지만 나랑 같이 조난을 당한 앨리스랑 구조대로서 색적을 하느라 그간 단잠만 잤다던 티타니아를 데리고 다니기에는 미안하니까.

백작성의 복도를 거닐는데 사용인들이 날 알아보고는 인사를 건네온다.

못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지 계속 인사를 받게 된다. 결사대의 인원 중에서 나만큼 이나 특징이 뚜렷한 사람도 몇 없기는 했다. 금발태닝에 합법쇼타인 초절정 미소년이라니. 모를 수가 없는 특징이 아닌가.

덕분에 나는 수많은 사용인들의 감사가 가득한 인사를 받으며 성내를 이동했다. 인사를 받는 것도 한두 번이지 몇 걸음 걷지도 않아 주고받기를 하며 인사하는 광경이 반복되니 작은 규모의 성임에도 형님이 머무는 방까지 가는 데 한참이나 시간을 낭비하게 되었다.

그렇게 노크를 하기 위해 살짝 쥔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기 직전이었다.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형님의 방 안에서 전혀 낯선 이의 목소리를 듣고 멈추었다.

­정말로… 해주가 불가능한 건가요?

­이건 가히 신체를 핏줄 단위로 개조하는 주술에 가깝습니다. 변형을 유지시키는 게 아니라 아예 변형을 해 놓는 거죠. 아마 오크 샤먼킹이 말했던 영구주술이란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을 겁니다. 이건 아예 육체가 바뀐 거라 어쩔 수가 없어요.

오소소.

문을 두드리려던 소름이 돋아 내 손등에 닭살이 솟는다.

과연 오크 샤먼킹. 두렵도다.

아예 신체를 변형시키는 걸로 해주가 불가능한 주술을 걸어 상대방을 나락으로 고꾸러뜨리다니.

­정말………… 방법이 없는 건가? 똑같은 주술을 역계산하여 다시 걸어서 원래대로 변형을 시킨다든지 하는 걸로 말이다.

­죄송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의원으로 추정되는 이는 아쉽다는 어조로 말했다.

­주술은 마법이랑 매커니즘이 아예 다릅니다. 역으로 계산한다 하여 가능한 게 아니에요. 저는 솔직히 이런 주술이 있을 거라는 꿈에도 상상 못했습니다. 아마 대공자께서 상대하셨던 오크 샤먼킹은 주술에 재능을 몰빵하면서 태어난 희대의 천재였을 겁니다.

­이런 젠장…….

하필이면 그 상대가 자신이었다니.

뒷말이 그러했던 것 같다. 형님은 왜 하필 공적을 욕심 내어 덤벼들었냐며 그때의 자신을 책망하고 후회하는 듯 했다.

그러게 왜 욕심을 내가지고 이 사단을 만드는 건지 원.

한때의 욕망으로 인해 고자라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 형님에게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복형제로서의 내 입장에서 보자면 그가 절망하는 걸 싫어할 리가 없어야 하지만 남자로서 맞이할 수 있는 최악의 결말에는 괴롭힘을 당한 나조차 동정을 머금기 힘겨웠다.

덜컥.

"음? 누구시죠?"

잠깐 잡념에 빠져 있던 듯하다. 백발의 의원이 문을 열고 나왔기에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방문 목적을 밝혔다.

"레온 하르트라고 합니다. 형님을 병문안하러 왔죠."

"아……. 그럼 들으셨겠군요."

"네. 본의 아니게도 들려왔기에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형님은 치료가 불가능한 겁니까?"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의원은 정말로 이런 진단결과를 전하게 되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안경과 백의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의원의 말에는 더 신빙성이 느껴졌다.

나는 수고했다며 의사를 보내주고 노크를 하며 형님의 방에 들어갔다.

잠깐의 침묵 후에 기운 없는 목소리로 형님이 입실을 허가했고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침울한 표정의 숏다운 영애와 새하얗게 탈백된 얼굴을 하고서 힘 없이 의자에 기대어 축 쳐저 있는 형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형님. 밖에서 의원에게 진단결과를 들었수다."

"……그러냐."

축 쳐저 있던 눈썹이 위로 올라간 형님은 광기가 서린 눈빛을 지었다. 눈을 부라리며 날 노려보는 형님의 속내는 살의가 가득했었다.

그는 대빨 튀어나온 입으로 말했다.

"좋겠구나. 널 천한 핏줄이라 욕하고 외면하던 나와 어머니에게 복수를 한 기분일 테니."

"그야 좋기야 하지만…… 남자로서 형님의 결말은 너무나 동정심을 머금기 힘들어서 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형님에게 제안할 게 있어요."

"제안?"

나는 잠시 숏다운 영애의 눈치를 보았다. 그 의미를 찰떡 같이 이해한 형님은 약혼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숏다운 영애도 가족끼리 중요한 할 얘기가 있다고 받아들인 건지 순순히 물러나 퇴실했다.

이제 이 방에는 나와 레콘, 이렇게 우리 이복형제만이 남은 것이다.

기감을 펼쳐보니 정말로 숏다운 영애는 형제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라고 방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대충 아무렇게나 복도를 걷는 게 대충 산책이나 하며 시간을 때울 심상인 모양이다.

형님과는 어울리지 않는 배려심 넘치는 영애다.

어쩌면 이번 고자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형님이 아니라 숏다운 영애일지도.

"그래서? 내 약혼자까지 내보내며 할 제안이라는 게 뭐냐?"

"형님은 고자가 됐어. 그래도 여전히 가주가 되고 싶은 거 맞아?"

"……그렇다."

고개를 팍 숙이고 감정팔이를 시작한다.

"내게 가주는 전부였다. 어머니께서 내게 원한 건 가주를 잇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이제는 무의미해졌지. 후계를 낳지 못하는 사내를 가주로 올리려는 이들이 어디 있겠냐."

아무리 공작가의 가신들이 충성심이 높고 형님을 지지한다 하더라도 고자를 가주위에 올릴 정도로 머저리들은 아니다. 중세시대이자 신분제가 있는 이 세계에서 핏줄이란 정통성이자 정당한 명분을 상징하기도 했기에 후계를 갖지 못하는 형님을 지지하던 이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당장에 고개를 돌릴 것이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에 형님은 절망을 떨쳐내고 일어나지 못하는 거다.

"하지만 형님이 가주가 될 방법이 있다고 하면 어때?"

"……뭐?"

"내가 형님을 가주로 지지하는 거야."

"네놈, 제정신이냐?"

말을 심하게 하시네. 나는 언제나 형님보다 제정신이었다.

불가해의 것을 보듯이 내게 시선을 보내는 이복형제에게 나는 설명했다.

"나는 솔직히 책임없는 향락 같은 삶이 좋아. 내 여자들을 부대끼고 공작가에서 받은 돈으로 여유롭게 사는 것만으로 충분하단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 내가 공작이 되면 그 귀찮은 서류업무를 전부 처리해야 한다는 뜻 아니야."

"너는…… 실속만 챙기겠다는 거군. 내가 공작으로써 책임을 처리하며 네게 그 자리값으로 돈과 지원을 해주면 된다는 거냐?"

"그래. 맞아."

핵심을 콕 집는 형님의 말에 나는 빙고! 라고 외치며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러니 형님이 가주를 계승해. 나중에 내가 잠깐 이은 다음에 내 자식들 중 한 명에게 넘겨주든지 하거나 처음부터 내 자식을 형님이 후계자로 삼는 것도 좋겠지. 어때?"

"…잠깐 고민할 시간을 몇 시간만, 아니 며칠만 줘라."

"얼마든지."

어조가 끝까지 명령조인 형님의 부탁에 나는 시원스럽게 받아줬다. 나중에 나한테 돈을 갖다바칠 물주에게 악감정을 가져서 뭐하겠는가.

얘기가 더 진행되지 않으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었기에 고민하고 있는 형님을 냅두고 방을 나섰다. 그 후에 뭘 할까 곰곰히 순위를 나열하던 나는 시계를 보고 이내 교단의 지원군이 곧 떠날 시간이 다 되간다는 걸 깨닫고 아비게일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발을 옮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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