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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쇼타의 변태목록-27화 (27/142)

〈 27화 〉 노출증 여기사 (12)

* * *

오크 친위대는 강했지만 기사단장, 레콘 형님, 나, 그리고 성기사들과 앨리스까지. 전위만 해도 그 정도인데 실시간으로 힐링을 넣어주며 회복시키는 상급 수녀 아비게일에 냉기로 인해 얼음 폭탄이나 다름없는 묵직한 화살을 날리며 보조하는 티타니아까지 더해지니 오크 친위대들은 속절없이 밀렸다.

그러다 빈틈을 감지한 아비게일이 전사직 뺨 치는 각력으로 도약하더니 쥐고 있던 성배를 그대로 오크 친위대의 머리에…… 아니, 저거 정말 둔기로 쓰는 거였어?

푸석.

놀랍게도 성배로 오크 친위대의 뚝배기를 깨 버리는 우리의 수녀님이었다.

아니, 시바 팔두께만 보면 팔굽혀 펴기 한 번이라도 할 수 있는지 의심되는 가녀린 모습을 가장한 뚝배기 수녀 실환가. 아니지, 성녀라는 체질을 지녔다고 하니 뚝배기 성녀님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사이에 그녀는 오크들로 다섯 뚝배기를 더 깼다.

아비게일의 걸크러쉬에 존나 반할 뻔했다.

"아비게일 멋져요!"

"고마워! 너도 싸움에 집중하렴!"

안 그래도 오크 친위대가 밀리는 상황에서 머리가 하나 줄어들자 속절없이 당할 위기에 처한다. 우리는 기회라 보고 바로 다들 오크에게 살초를 날린다.

내 화 속성의 오러가 넘실거리며 오크들의 무기를 베고 녹여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그 빈틈을 노려 형님과 기사단장, 티타니아의 얼음 화살이 친위대를 한 마리 씩 처리해 주검으로 만들어 줬다.

이제 남은 건 오크 샤먼킹뿐이고 형님은 공적을 차지하기 위해 곧장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죽어라, 오크 샤먼킹!"

하지만 오크 샤먼킹은 제때 주술을 마쳤다는 듯 해골이 달린 괴기스러운 디자인의 지팡이를 들었다.

"취익! 멍청한 인간! 이 몸의 저주나 받아라!"

"큿!"

지팡이에서 쏘아진 검은 연기가 일종의 둠을 형성했고 형님이 거기에 닿고 말았다. 기겁한 형님이 서둘러 둠에서 나오지만 둠의 연기가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러를 실은 검을 휘두르며 어떻게든 떨쳐내려 했으나 떨어지지 않자 발악을 해 보지만 연기는 끈덕지게 붙었다.

그러자 앞으로 나선 아비게일이 성배를 그의 머리 위에다 대고 기울였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가만히 있으세요! 주술 풀어주는 거니까. 정화!"

신성력을 성수(??)로 치환하는 성배.

잔 안에 고인 신성력이 성수가 되어 아비게일의 뜻대로 형님의 머리 위로 흘러내리지만 주술이 치료되는 반응이 나타나질 않았다. 주술이 해주되지 않는 모습에 성기사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 뜨고 아비게일이 경악을 터뜨렸다.

아무리 주술이라지만 성수가 먹히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당황하는 우리의 모습에 오크 샤먼킹이 조소를 지었다.

"췩췩췩. 멍청한 인간들. 이 몸께서 그리 쉽게 풀릴 주술을 사용했겠느냐? 내가 사용한 주술은 디버프보다는 버프에 가깝기에 어리석은 네놈들로는 해주할 수 없다! 취익!"

"이런 젠장. 네놈, 나한테 대체 무슨 저주를 건 거냐! 바른 대로 말해라!"

"췩췩췩. 원한다면 말 해주마."

실실 쪼갠 오크 샤먼킹이 당당히 자신의 주술을 설명했다.

"이 위대한 카락취 님께서는 디버프 계열 주술이 해주가 되는 거면 반대로 생각해서 버프 계열로 주술을 바꾸면 된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이 효과는 강력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위험한 버프!"

"말도 안 돼! 그런 버프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췩.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성기사 한 명이 부정해 보지만 오크 샤먼킹 카락취는 그를 조소의 의미가 가득한 눈웃음을 지으며 반문했다.

"당장 산중턱에 있는 내 부하들만 해도 그런 부작용이 있는 버프를 받고 있진 않던가. 췩췩췩."

"아."

광화 주술 버서크.

이지와 이성을 흐리게 하지만 부상을 입었을수록 신체능력을 대폭 상승시키는 오크 샤먼 고유의 주술. 그 주술을 부각한 우리들은 오크 샤먼킹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카락취는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그렇기에 만든 것이 바로 이 발기부전의 주술!"

"뭐, 뭣…?"

"미친."

형님이 당황하고 내 입에서 쇳소리로 욕지기가 나왔다. 아니 시바 같은 수컷끼리 발기부전의 주술을 거는 건 오바지.

"선 씨게 넘네, 저 새끼가. 야! 넌 수컷 아니냐?"

"난 어렸을 때 사고로 고환을 잃었다. 췩."

"어……. 그, 미안?"

미안해 형님. 도와주고는 싶었는 데 말싸움에서 지고 말았네.

오크 샤먼킹 카락취의 입에서 주술의 효과가 나오자 죽음을 불사를 기세로 달려들 준비를 하던 성기사들마저 발걸음을 주춤하고 말았다.

그래. 남자라면 이해할 수밖에 없으리라. 죽어도 명예를 지키면서 멋지게 죽어 기억에 남고 싶지 저 따위 발기부전의 저주를 그 어느 사내가 맞아도 상관없다고 외칠까.

내가 만약 저 주술을 감내하고 싸워서 뒤진다면 아마 <고자를 각오하고="" 오크="" 샤먼킹을="" 죽인="" 영웅­레온="">이라고 남들이 기억할 텐데 시바 죽어서도 남들한테 흑역사를 까발려야 하는 건 무슨 수치 플레이냐고.

그런 우리를 향해 조소를 마음껏 지으며 카락취는 군침이 싹 돈다는 표정을 했다.

"고환에 있는 정액을 생명력으로 치환하는 영구 주술이도다! 고자가 되어 씨를 뿌릴 수 없게 된다는 흠이 있지만 그 정자의 넘치는 생명력이 본인에게 집중되어 회복력을 트롤 뺨치게 만들어 주지!"

"마, 말도 안 된다……."

카락취의 설명을 들은 형님이 비틀거렸다.

너무나 커다란 정신적 충격에 형님은 다리에 힘이 풀렸는 지 제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아니, 시바 형님. 발기부전 되자마자 계집애처럼 안짱다리로 주저앉으면 어쩌자는 거요.

일행들 모두 이해한다는 시선을 자아냈다. 너희들이 더 나쁜 거 아니냐?

"내가 고자라니……. 내가 고자라니이이이──────!!! ……꺽!"

"레콘 공자!"

눈이 뒤집혀 기절한 형님이 쓰러지려 하자 숏다운 영애가 냉큼 다가가 받아준다.

아비게일은 정신적 쇼크라도 회복시키겠다는 듯 아예 성수를 형님의 입에 흘려 넣었다. 성수를 마시는 걸 보니 최소한 식물인간은 되지 않겠군.

"취익! 그리고 이 카락취 님의 주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영역의 주술은 이 몸께서 개발한 부작용 강한 버프가 10초마다 랜덤으로 발현되지! 이제 발기부전의 주술이 나타날 것인지, 더 심각한 주술이 걸릴 것인지는 이 몸께서도 모른다. 췩췩. 참고로 부작용 중에는 사정횟수가 늘어나는 대신 3초 조루가 되는 것도 있다."

자랑이다, 씨벌룸아.

지처럼 좆 같은 부작용만 만들어놨네.

……아. 재 좆이 안 선다고 했지. 갑자기 미안해지네.

"그럼에도 너희들은 이 몸을 죽이기 위해 다가올 수 있겠느냐? 췩췩췩."

혹여나 싶어 티타니아에게 화살을 쏴 보라고 눈빛을 보내 시켰고, 그녀는 시킨 대로 화살을 쏘았다.

그러나­

탕!

검은 주술의 둠에 맞고서 튕겨나갔다.

"췩췩췩. 원거리 공격을 막는 바람막이의 주술이니라. 방금 너희 인간들이 무식하게 죽인 동포 넷의 영혼으로 만든 보호막이니라. 쉽게 부술 수는 없겠지! 그 이전에 내 멍청한 부하들이 정신을 차리고 돌아오면 너희들은 끝이다!"

방법이 없다. 명예롭게 목숨을 잃어도 된다 자신하던 성기사들과 기사단장은 망설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고 저 주술의 장벽을 부수기 전에 화제를 진압한 오크들이 다시 우르르 돌아올 테니까.

나랑 똑같은 생각을 했는 지 도주를 고려한 숏다운 영애가 매스 텔레포트가 인챈트된 스크롤을 꺼내기 위해 품 안에 손을 넣을 때였다.

너무나 당혹스러운 카락취의 주장에 모두가 혼란을 빚던 상황, 그때 유일하게 잃어도 상관이 없는 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지 못했다.

"하아아아아아압──────!!!"

게이(Gay) 성기사(???) 아르잔 윌리엄스의 출격이었다.

◇◇◇

오크 샤먼킹 카락취의 설명에 모두 당혹하던 그때, 아르잔은 생각했다.

자신은 게이(Gay)다.

다른 말로는 동성애자. 여자라면 여자를, 남자라면 남자를 좋아하는 이상성욕. 변태라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항상 주변에서 멸시와 무시의 시선을 받았던 아르잔은 과연 게이인 자신이 있을 곳이 있나 생각했다. 교단에 입단해 성기사로 있는 것도 신앙심을 품으면 주신 아가사가 성은으로 자신의 항문을 뚫어주지 않을까 생각해서 들어간 거였다.

말(馬) 수인의 시조인 페가수스도 주신 아가사가 자신이 타고 다니던 말에게 자지를 박았다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말 수인인 자신이 모시는 아가사에게 박히지 못할 이유가 뭔가.

하지만 아무리 신앙심을 품고 기도를 해도 아가사는 자신에게 성은을 내려 주지 않았고 자신의 이상성욕을 감추고 훌륭하게 포장하기 위해 교단은 소꿉친구인 아비게일과 위장 결혼을 시켰다.

아비게일에게는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도 그녀도 마찬가지로 그녀가 품은 이상성욕을 해소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서로 위로해 주는 이런 사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 전에 아비게일은 꿈을 이룰 가능성을 발견했다.

속으로 축하해 주었고 둘이 있을 때 따로 축하도 건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시 혼자가 되었다는 기분을 감추지 못한 아르잔은 과연 교단, 아니 이 세상에 자신이 있을 곳이 있나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레온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절 꺼려할 지언정 혐오하거나 그릇되었다고 바꾸려 들지 않았죠. 절, 아르잔이라는 게이의 존재를 인정해 주었습니다.'

그게 얼마나 구원으로 다가왔는지 레온은 모를 것이다.

자신이 있을 곳은 이 세상에 없다 생각하던 이에게 인정해 주는 이가 있다는 건 있어도 된다고 허가를 받은 듯한 기분이었으니까.

아비게일과 정식으로 이혼 절차를 치르고 홀몸이 된다면 남은 인생 동안 그에게 은혜를 갚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각 생명체는 살아가면서 언젠가 의무를 다해야 하는 장소가 있다고들 하죠. 지금이 바로 저에게 있어 그때로군요.'

오크 샤먼킹 카락취의 주술은 과연 악랄했다. 흑마법사들도 저렇게 악랄한 저주를 만들 수 있을 지 진심으로 궁금할 정도였다.

하지만 게이, 심지어 자신이 꽂는 게이(공)가 아니라 당하는 걸 선호하는 게이(수)였기에 하물을 쓸 일이 없는 아르잔은 어떤 악랄한 주술을 당해도 상관이 없었다.

덕분에 아르잔은 처음으로 자신을 평생 괴롭힌 이 이상성욕과 믿는 주신에게 감사했다.

'아가사시여. 동료와 은인, 소꿉친구를 지킬 수 있는 숭고한 기회를 저에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가사가 들었다면 충격받았을 지도 모를 감사. 이건 주신의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아르잔은 성기사에게 지급되는 검과 방패를 굳건히 쥐었다.

"하아아아아아압──────!!!"

기합을 지르는 아르잔.

"아가사시여─────!"

…아가사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

쑤우욱.

교단이 게이였던 그를 굳이 아비게일과 결혼시켰던 이유가 여기서 나타난다.

가끔 수인족 중에서는 시조의 힘을 펼칠 수 있는 격세유전이 태어난다. 그리고 아르잔은 바로 모든 말 수인의 시조인 페가수스의 힘을 발현시킬 수가 있었기에 교단에서 굳히 아비게일과 결혼시켜 홍보를 했던 거다.

이 세계의 페가수스는 유니콘처럼 외뿔이 있으며 날개가 등에 달려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와 똑같이 아르잔의 이마에는 하나의 외뿔이 자랐고, 갑주 상의를 부수고 튀어나온 찬란한 백색의 날개는 천사의 것처럼 신성해 보였다.

힘을 개방한 그는 곧장 카락취가 완성시킨 악랄한 주술의 영역 안으로 돌진했다.

자신의 주술 안으로 냉큼 입장하며 압도적인 신성력을 휘황찬란하게 뿌리는, 그야말로 성기사의 귀감다운 모습을 보이는 아르잔이 죽음을 선고하기 위해 다가오는 사신처럼 보였던 오크 샤먼킹 카락취는 그만 기겁하며 외쳤다.

"취익! 너는 발기부전이 두렵지 않은 것인가! 조루가 되는 게 두렵지 않냔 말이다! 취이이익!"

그런 카락취의 발악과도 같은 외침에 아르잔은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다는 듯이 당당히 외쳤다.

"나는 성기사 아르잔 윌리엄스!"

"아가사 교단의 자랑스러운 성기사이자 아가사 님의 애완 말이었던 페가수스의 후예인 말 수인!"

"그리고 게이(수)로서 성 불구자가 되는 건 두렵지 않도다!"

아…….

돌연 카락취에게 깨달음이 찾아왔다.

성 불구의 부작용을 지닌 주술은 자신처럼 정상이 아닌 이들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 깨달음은 너무 늦게 찾아오고 말았다. 이미 아르잔의 신성력이 가득 담긴 홀리 오러가 넘실거리는 검광이 목에 닿고 있었으니 말이다.

'췩. 그래도­'

카락취는 화제를 진압하고 늦게나마 자신의 천막에 들어와 광분을 하는 멍청한 부하들을 보면서도 후련한 얼굴을 했다.

'같은 고자에게 당했으니 억울함은 없도다.'

훗날 만들었던 주술들이 인간들에게 넘어가 오크 현자로 역사에 이름이 남게 되는 카락취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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