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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머니가 생겼다-334화 (333/438)

〈 334화 〉 강성연네에서 저녁 식사 (2)

* * *

구워진 바게트를 감바스 소스에 찍고 새우랑 마늘을 올린 다음 입에 넣었다. 매콤하고 기름진 맛이 입에 감돌았다.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포만감이 차올랐다.

강예린이 브리스킷을 끼운 모닝빵을 먹다가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너 되게 잘 먹는다 온유야.”

“요리가 되게 맛있어서요.”

“으응. 고마워.”

“제가 더 감사하죠. 이렇게 맛있는 거 해주셨는데.”

강예린이 눈웃음 지었다.

“다행이다. 자주 하는 게 아니라서 어떨까 좀 걱정했거든.”

“근데 엄청 맛있는데요?”

강예린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강성연이 감바스 새우를 우물우물 씹다가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얘한테 말 좀 그만 시켜. 밥 먹으라고 불렀으면서 왜 자꾸 그래.”

“밥만 먹이려고 한 게 아니라 같이 얘기도 하려고 부른 거지.”

“아니 뭐 얘기도 정도껏 해야지. 밥 먹으려고 입 벌리는 것보다 말하려고 입 벌리는 게 더 많은 거 같구만.”

“알겠어. 그만 말 시킬게.”

“응.”

강성연이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대화에서 승리를 잡아서 그런가 표정이 약간 만족스러워 보였다.

근데 난 더 얘기해도 상관없었는데. 맛있는 걸 더 편히 먹으라고 배려해준 거일 테니까 그냥 호의를 받아들이면 될 듯했다.

포크로 브리스킷을 찍고 입에 넣었다. 육즙을 잘 간직하고 있어서 씹을 때마다 입안이 고기 맛으로 가득 찼다. 고기가 부드러워서 먹는 것도 금방이었다. 강성연은 맨날 이런 걸 먹을까? 궁금했다. 콜라를 마시고 강예린을 보며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성연이한테 매일 이런 거 해주세요?”

“어, 브리스킷 같은 거는 자주는 안 하지?”

“요리 자주 해주기는 해.”

강성연이 말했다.

“일 때문에 나가 있는 거 아니면 해주니까 거의 매일 해준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

“으응. 부럽다. 맨날 셰프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거 먹으니까.”

강성연이 피식 웃었다. 강예린이 강성연을 보며 복잡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강성연이 모닝빵에 브리스킷을 끼우고 베어 물었다. 나도 모닝빵을 잡아서 브리스킷을 끼우고 한입 물었다. 이제 얼마나 더 먹을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다 먹어버리고 싶은데. 한번 될 수 있는 데까지 도전해봐야 할 성싶었다.

스스로를 적당히 밀어붙이면서 입속에 음식을 마구 집어넣었다. 생각보다 한계가 금방 찾아왔다. 강예린이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너무 무리해서 안 먹어도 돼.”

“네. 근데 저 남은 거 조금 싸가도 될까요? 그냥 남기고 가기 아까워서요.”

“그래. 싸줄게.”

“감사합니다.”

강예린이 눈웃음 지었다.

“내가 더 고맙지. 맛있게 먹어주는데. 그게 낙이야, 나는. 손님이 맛있게 먹어주는 거.”

고개를 끄덕였다. 강예린은 취미를 업으로 삼고, 그 일을 지금까지 쭉 즐겨온 사람인 듯했다.

“온유 너는 가수할 거라고 했지 나중에?”

“네. 가수랑 배우 겸할 거 같아요 아마.”

강성연의 눈이 커졌다. 강성연이 입 안에 있는 걸 삼키고 콜라를 마시더니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진심? 배우도 한다고?”

“응. 몰랐어?”

“아니 듣긴 들었는데, 그냥 풍문일 수도 있으니까.”

“으응.”

“그럼 너 배우 먼저 되는 거 아냐?”

“어...”

음반을 만들어놨어도 발매 기간 조정 같은 걸 하면 드라마 방영보다 늦어질 수 있을 거였다.

“아마 그렇겠지?”

“거의 주객전도네?”

픽 웃었다. 강예린이 멀뚱멀뚱 나랑 강성연이 대화하는 것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무슨 나한테 조금 설명해줄 수 있어?”

“그냥 얘 뭐 드라마 배우 오디션 본 거 있어서 음악내는 것보다 드라마 찍은 거 먼저 나오는 거 아닌가 하고 있어.”

강성연이 말했다. 강예린이 으응, 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 되게 난리나겠네...”

“뭐가 난리나.”

“배우랑 가수 겸하는 뉴블러드니까. 음악 색깔 독특하면서 좋으니까 잘은 몰라도 음악계에서도 환영할 거고, 잘 생기고 다 잘하니까 대중도 호응할 거고. 그럼 난리 나는 거지.”

멋쩍게 웃었다. 강예린이 원래 이렇게 사람을 앞에 놓고 금칠을 잘 해주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나? 냉혈하다고도 느껴졌던 첫 모습이랑은 너무 달라서 살짝 당혹스러운 감도 있을 정도였다.

“너무 금칠 안 해주셔도 돼요...”

“난 그냥 내 느낌 말한 거야. 쑥스러웠으면 미안해. 난 잘 모르겠는데 내가 너무 필요 이상으로 솔직하다 보니까 사람들 당황하게 하는 게 좀 있대.”

“네, 그런 거 같아요...”

강예린이 으응, 이라고 했다.

“고쳐야 되는데. 말할 때 의식 되게 똑바로 차려야겠다.”

“아뇨 전 지금도 어머님 말투 좋은 거 같아요.”

“그래?”

“네. 당황하게 하는 건 가끔이니까 별로 상관없고, 평소에는 되게 시원시원하고 좋을 거 같은데요? 사실 가끔 당황시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대화에 재미 같은 거를 더해주니까 오히려 괜찮은 거 같기도 해요.”

강예린이 미소 지었다. 강성연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래도 딱히 뭐 말을 할 건 없다고 생각하는지 뭐라 하지는 않았다. 그냥 먹던 모닝빵을 마저 먹을 뿐이었다.

더는 들어가기 힘들겠다 싶을 때까지 음식을 입에 넣었다. 그래도 파스타는 다 먹어치웠다는 데에서 사소한 만족감이 들었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아냐 내가 할게. 네가 손님인데 주인이 해야지.”

“얻어먹은 사람이 설거지해야죠. 제가 할게요. 쉬세요 어머님.”

“얘가 한다잖아 엄마. 그냥 쉬어.”

강성연이 말했다. 강예린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할게요.”

“으응... 알겠어. 그럼 부탁할게 온유야. 고마워.”

“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성연도 따라 일어났다.

“같이 하자.”

“응.”

강성연이랑 같이 접시 같은 걸 싱크대로 옮겼다. 수도를 틀고 식기에 물을 끼얹었다. 강성연이 수세미에 주방세제를 짜고 거품을 낸 다음 접시를 잡아서 꼼꼼히 닦아냈다. 강성연이 거품을 묻힌 것들을 받아서 물로 씻어 헹구고 건조대에 올려놓았다.

“커피 해줄까 온유야?”

강예린 목소리였다. 수도를 잠그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뒤를 보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강예린이 테이블에 두 팔을 대고 왼손으로 턱을 괸 채 강성연과 나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네. 커피 해주세요.”

“응. 근데 믹스 커피야.”

“믹스 커피도 좋아해요.”

“그래. 하나만 타줄까?”

“네. 하나면 충분해요.”

“뜨겁게, 아님 조금 찬물 넣을까?”

“조금 찬물 넣어주세요.”

“응. 난 평소에 두 개씩 하고, 빨리 마시려고 찬물도 섞어 마시고 그래서. 기준이 나로 맞춰져 있어 가지고 실수 안 하려면 다 물어봐야 돼.”

“되게 좋은 습관이네요.”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살폿 웃었다. 강예린이 마주 웃으면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딸은 커피 마셔?”

“응.”

“하나?”

“하나.”

“그래.”

둘이 얘기하는 걸 듣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싱크대 쪽을 봤다. 접시를 들고 있는 강성연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뭘 웃어.”

“그냥.”

물을 다시 틀고 강성연이 건네주는 것들을 마저 닦았다. 설거지를 마치고 젖은 손을 수건에 닦은 다음 의자에 가 앉았다. 강성연도 원래 자기 자리에 앉아서 폰을 만졌다.

강에린이 컵 세 개를 가져와 강성연이랑 내 앞에 하나씩 놓고 자기도 자리에 앉아서 하나를 오른손에 쥐었다. 달콤한 커피 향이 슬금슬금 코를 건드렸다. 손잡이를 잡고 살짝 입에 댔다. 적당히 따스했다. 한 모금 마셨다. 이것만 마시고 나면 이제 더 뭔가를 더 목 너머로 넘기는 게 어려워 질 것 같았다.

“커피 온도 괜찮니 온유야?”

“네. 딱 좋아요.”

강에린이 눈웃음 지었다.

“그게 딱 내가 평소에 마시는 온도일 거야. 마셔서 확인해보진 않아서 모르는데, 평소 넣는 대로 넣었어.”

“어머님이랑 저랑 입맛이 조금 비슷한가 봐요.”

강예린이 미소 지으면서 커피를 마셨다. 강성연이 강예린이랑 내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다가 커피를 홀짝이고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연기가 올라오는 게 눈에 보였다. 강성연은 뜨겁게 마시는 모양이었다. 모녀도 사소한 차이점이 있는 듯했다.

“근데 너 언제 갈 거야?”

강성연이 물었다. 강예린이 강성연을 봤다가 바로 나를 쳐다봤다.

“맞다, 너 바쁜 일 없니?”

“네 저 뭐 바쁜 일 없어요. 그래서 왔죠.”

“으응. 다행이네. 소화도 시켜야 되고 그런데.”

“그니까요.”

강예린이 빙긋 웃었다. 강예린이 원래 미소가 많은 사람이었구나. 조금 신기했다.

“너만 괜찮으면 오늘 자고 가도 돼 온유야.”

강성연이 황당한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에? 엄마? 갑자기?”

강예린이 강성연을 보며 히 웃었다. 아무래도 딸처럼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는 미소랑 애교가 있는 사람인 듯했다.

겉만 보면 이십 대 같고, 귀여운 면도 있는데.여태 연인 한 명 안 만나고 살았다는 게 생각할수록 내가 다 아쉬웠다. 그래도 내가 뭐라 말을 꺼낼 수 있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강예린도 나름 충분히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내가 안타깝다거나 아쉽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걸지도 몰랐다.

그렇긴 해도아쉽다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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