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화 〉 장례식 (9)
* * *
김세은이 세면대로 가서 얼굴을 닦았다. 뒤로 가서 김세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김세은이 어두운 거울을 통해 나를 바라보면서 미소 지었다. 고개를 기울여 왼 볼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사랑해 세은아.”
김세은이 두 팔을 내 등 뒤로 해 오른손으로 자기 왼 손목을 잡았다. 김세은이 몸이랑 어깨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었다. 따라서 몸을 움직였다. 김세은이 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랑해 온유야.”
미소 지었다. 함께 있으면 이렇게 좋은데 왜 예전에는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을까. 김세은이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왔다. 자연스럽게 입술을 포갰다. 김세은이 두 손을 위로 올려 내 목을 붙잡았다.
“하움... 츄읍... 쯉... 쮸읍... 헤웁... 하웁... 츄릅... 츕...”
난 두려웠던 거였다. 책임지는 게 무서워서 지레 겁먹은 거였다. 상처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품고 회피라는 최악의 행위를 해대며 김세은에게 더 상처를 줬던 거였다.
“쮸읍... 츄읍...”
김세은이 입술을 떼고 내 눈을 잠시 바라봤다. 이 맑은 눈 앞에서 난 더는 거짓을 속삭여서는 안 됐다. 김세은이 입을 열었다.
“나 목 아파.”
“그럼 몸을 돌려요.”
“히힣. 네.”
김세은이 내 목에서 두 손을 놓고 뒤돌아 나를 껴안으면서 내 오른 쇄골에 얼굴을 묻었다. 왼손으로 김세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말해야 하는데, 가슴이 무거워졌다. 한숨이 나왔다.
“왜 한숨 쉬어?”
“나... 그냥...”
“한숨 쉬지 마아... 나 가슴 철렁인단 말야...”
“알겠어...”
왼손으로 김세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른손으로는 김세은의 등을 쓸었다.
“너 언제 가야 해?”
“나... 몰라...”
“보내주기 싫다.”
“나도 너랑만 있고 싶어...”
흐음, 하고 콧숨을 내쉬었다. 김세은이 아이돌이 아니었으면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을까? 그랬겠지만, 가능세계가 얼마나 많아도 현실세계는 결국 하나뿐이었으니 모든 가정은 무의미했다. 내가 죄를 지은 것도 결코 지울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무겁게 입을 열었다.
“세은아.”
“응...?”
“나 고백할 거 있어.”
“뭔데...?”
“충격적일 수 있어 되게.”
“무섭게 왜 그래...”
두 팔로 김세은을 안았다. 한 번 한숨 쉬었다. 김세은이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쳐다봤다.
“뭔데...”
“... 나 너 없을 때 백지수랑 되게 가까워졌어.”
김세은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김세은이 불만스러울 때면 하는 버릇이었다.
“... 얼마나?”
“... 키스하고...”
김세은이 진지한 눈빛을 하고 입을 열었다.
“섹스했어?”
고개 저었다.
“아니... 대신 서로 자위만 도와주는 정도...?”
“자윌 돕는다는 게 뭔 소리야. 폰섹했어?”
“아니... 서로 거기 만져주고... 키스하고...”
“빨아줬어?”
“백지수만 내 거 빨아줬어...”
김세은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나를 향하지 않은 적의가 노골적으로 흘러나왔다. 백지수가 옆에 있었다면 바로 달려들어서 정말 말 그대로의 의미로 물어뜯었을지도 몰랐다. 김세은이 두 팔을 내 목 뒤로 휘감아와서 입술을 덮쳐왔다. 긴 혀가 집요하게 입안을 휘저었다.
“하움... 츄릅... 츕... 쮸읍... 헤웁... 하웁... 하움... 츄릅... 츄읍... 쯉...”
쉬는 시간은 숨 쉴 틈밖에 없었다. 바로 입술이 덮이고 혀가 얽혀들었다.
“하움... 쯉... 백지수 그년이, 츄읍... 너 힘든 거 틈 타고 접근한 거지...?”
“... 내가 잘못한 거야...”
“츄릅... 왜 걔 감싸?”
“내가 진짜 잘못한 거라서 그래... 미안해 세은아...”
“하웁... 츄읍... 너 나 버리면, 헤웁... 죽어버릴 거야.”
“죽어버린다고...?”
“어. 츕... 네가 나 버렸다고 하고, 쮸읍... 자살할 거야.”
“너 죽으면 나도 못 살아. 그니까 그런 소리하지 마.”
김세은이 눈꼬리를 휘었다.
“하웁... 츄읍... 용서해줄게. 쯉...”
“고마워.”
“쮸읍... 츄릅... 너 뭐 또, 쯉... 할 말 있어?”
“... 나 백지수 못 놓을 거 같아.”
“...”
김세은이 내 목을 감은 팔을 풀고 오른손으로 내 왼 볼을 쓰다듬으면서 왼손을 밑으로 내려서 내 바지 지퍼를 풀어 밑으로 내렸다. 김세은이 그대로 왼손을 내 바지 안에 집어넣고는 팬티 속에 든 불알을 감싸 쥐고 다섯 손가락으로 주물러댔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김세은이 입을 열었다.
“너 내가 일 많아서 너 못 만나고 힘들어졌는데 그거 풀려고 일하다 만난 다른 사람이랑 키스하고 섹스하면 어떡할 거야?”
“그 상대 반쯤 죽여버릴 거야.”
김세은이 입꼬리를 올렸다.
“나 백지수 반 죽여도 돼?”
“... 안 돼...”
“너 너무 이기적이야.”
“미안해...”
김세은이 내 몸 왼쪽으로 위치를 옮겼다. 김세은이 내 불알을 만지던 왼손을 살짝 위로 들었다가 다시 넣어 팬티도 비껴서 내 자지를 잡아 밖으로 꺼내더니 오른손으로 내 목 오른쪽을 잡고 목 왼쪽에 입술을 맞췄다. 지금 이러면 안 되는데.하지 말라고 감히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죄인 된 사람으로서 세은이에게 무어라 할 수 없었다.
“왜 내가 더 널 좋아하는 걸까?”
“난 모르지...”
김세은이 왼손으로 내 자지 밑쪽을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왼팔로 김세은을 안았다.
“짜증나.”
김세은이 왼손 엄지로 요도구를 약하게 꾹 눌렀다. 하아, 하고 나도 모르게 한심한 소리가 나왔다. 자지가 미친 듯이 껄떡거렸다. 김세은이 살폿 웃고 빠르게 왼손을 움직여 피스톤 운동했다. 쿠퍼액이 질질 새어나왔다.
“너 여자 더 만날 건 아니지...?”
단호하게 아니라고 해야 하겠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자제력은 꽤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지만 김세은이 있는데 백지수에게도 마음을 줘버린 상황에서 결단코 바람은 안 피운다고 단호히 말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송선우가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기까지 했는데 나는 송선우와 완전히 관계를 단절시키지 못할 거였으니 나중이라도 내가 송선우에게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냥, 전부 다 복잡했다. 김세은이 또 내 귀두를 꾹 눌렀다. 자지가 껄떡거렸다.
“하...”
“왜 대답 안 해?”
“나도 모르겠어...”
“...”
김세은이 내 왼가슴에 얼굴을 묻고 자지를 흔들었다.
“넌 진짜 개새끼야. 내가 왜 널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왼손으로 김세은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미안해...”
“...”
김세은이 왼손으로 자지를 흔들어주면서 내 자지를 내려봤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걸 잘라 버리면 바람을 안 피울까...?”
섬뜩했다.
“왜 그래...”
“흐음... 그냥 속상해서.”
“미안해.”
김세은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미안하면 나 보면서만 자지 세우란 말야.”
“... 너 진짜 야하다.”
“야하다면서 왜 이렇게 안 싸?”
“나도 몰라...”
“백지수랑 자위하면서 좋았나봐?”
“...”
“걔가 자지 빨아줄 때 얼마만에 쌌어?”
“...”
“대답 안 해?”
“조, 조금 빨리 쌌어...”
“걔가 손으로는 해줬어?”
“응...”
“내가 해줄 때보다 빨리 쌌어?”
오랜만에 성행위한다는 데에서 오는 극도의 흥분 상태랑 러브젤 때문에 백지수가 할 때 조금 더 빨리 쌌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과 러브젤이 없다고 가정하면 김세은이 이겼을 거였다.
“네가 해주는 게 더 기분 좋아...”
김세은이 입꼬리를 올렸다.
“걔가 네 자지 대딸 쳐줬으면 넌 걔 보지에 손가락 넣었겠네?”
“...”
“걔 보지는 얼마나 조였어?”
“...”
“내 보지보다 안 조였지?”
솔직히 비등했지만 그리 말할 수 없었다.
“응...”
“얼마나 헐렁했는데?”
“헐렁이라니...?”
“안 헐렁했어?”
“...”
“너 나 처음에 보지에 손가락만 넣어도 아파했던 거 기억 안 나?”
“그랬지...”
“근데 백지수는 보지에 손가락 넣고 느끼기까지 했으면 헐렁보지였던 거지.”
“...”
“그치?”
“허, 헐렁했어...”
“으음... 걔 보지는 왜 헐렁했대?”
“...”
“빨리 아무 이유나 붙여봐.”
“걔 자위중독이어서...”
“자위중독?”
“으응... 맨날 딜도 쓰면서 자위해...”
“흐... 딜도한테 처녀 줄 정도면 얼마나 걸레년인 거야?”
“걸레라니...”
“난 너 만나면 보지 최대한 조이려고 맨날 보지 조이는 운동하고 자위도 잘 안 하는데, 백지수는 딜도 자위하고 너한테 달려 들었으니까 그 정도면 걸레년 아니야?”
“...”
“걸레지?”
“아니야...”
“... 짜증나.”
김세은이 엄지로 요도구를 꾹 눌렀다. 사정감이 밀려왔다.
“나 쌀 거 같아...”
김세은이 미소 짓고 왼손으로 흔드는 걸 멈췄다.
“싸고 싶어?”
“싸고 싶어...”
“그럼 약속해.”
“뭘...?”
“내가 무조건 첫째야.”
“...”
“말해. 내가 무조건 첫째라고.”
“네가 무조건 첫 번째야...”
김세은이 살폿 미소 짓고 왼손으로 다시 내 자지를 잡아 흔들면서 내 왼 가슴팍에 오른 볼을 붙였다.
“나 진짜 너 없으면 죽어 온유야.”
“나도...”
김세은이 고개를 들어 입술을 맞춰왔다. 혀를 섞었다.
“하움... 츄읍... 쮸읍...”
“나 쌀 거 같아...”
“츄읍... 쯉... 싸...”
그 순간 뷰읏뷰읏 사정했다. 자지가 껄떡거리는 걸 멈출 때까지 자지를 위를 지그시 누르고 있던 김세은이 중지랑 검지로 요도를 쭈욱 짜서 정액을 빼냈다. 김세은의 중지랑 검지 손끝에 정액이 묻어났다. 김세은이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내게 보여주더니 검지랑 중지를 자기 입에 넣고 눈웃음 지었다. 미치도록 요사스러웠다. 김세은이 검지랑 중지를 쪽 빨면서 입에서 뺐다. 김세은의 왼손 검지 중지에 침이 늘어졌다. 김세은이 나를 쳐다보며 침을 꼴깍 삼키고 입을 열었다.
“네 자지 내 거니까 함부로 주지 마.”
“... 응...”
“정액도 내 거야.”
“알겠어...”
김세은이 빙긋 웃고 세면대 앞으로 가 손에 물을 묻히더니 내 자지를 성심껏 닦아줬다.
“나 네 애기 적어도 셋은 낳아야 되니까 자지 자르진 않을게.”
자지가 껄떡거렸다.
“농담이지...?”
“당연하지.”
“무서워...”
김세은이 흥, 하고 콧숨을 내쉬었다.
“무섭기는.”
김세은이 내 자지를 팬티 안에 넣고 바지 지퍼를 올려줬다.
“나한테 거짓말은 안 했으니까 봐줄게.”
“... 고마워.”
김세은이 두 팔을 벌려왔다.
“나 안아줘.”
“응...”
김세은을 품에 안았다. 등에 김세은의 두 팔이 감겼다. 김세은이 두 손으로 내 날개뼈 쪽을 더듬었다.
“너무 좋다...”
“그니까...”
“괜히 아이돌 된다 해서...”
“흐음...”
“... 나 또 돌아가면 너 어떡할 거야...?”
“어떡하냐니...?”
“백지수랑 또 자위할 거야?”
“...”
“할 건가 보네?”
“나도 모르겠어...”
“그거 하면 나중에 섹스까지 갈 거 뻔하지 않아?”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부정하기 힘들었다. 김세은이 한숨 쉬었다.
“개 짜증나 백지수.”
“...”
“내가 하는 말 따라해 이온유.”
“... 응...”
“백지수 빈집털이 헐렁보지년.”
“...”
“안 따라해?”
“어떻게 해...”
“그냥 해. 백지수 빈집털이 헐렁보지 음탕한 개 걸레년.”
“왜 글자가 늘었어...?”
“네가 안 따라해서. 계속 안 하면 더 늘릴 거야.”
“... 백지수 빈집털이 헐렁보지 음탕한 개 걸레년...”
“히힣...”
김세은이 내 가슴팍에 이마를 대고 비볐다. 포니테일을 한 보라색 머리카락이 좌우로 흔들거렸다. 왼손으로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김세은이 두 손으로 내 등을 더듬었다.
김세은은 내가 백지수랑 가지는 관계를 암묵적으로 동의한 거일까? 대놓고 물어보는 게 속시원하겠지만 금방 죄를 지었다고 고백한 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냥 두 손으로 김세은의 머리랑 등을 쓰다듬었다. 가슴팍에 김세은의 입김이 닿았다.
“나 돌아가고 나서 너 진짜 외롭고 혼자서는 못 버틸 거 같으면... 혼자서는 진짜 죽을 거 같으면...”
김세은이 나직이 말했다. 가슴이 철렁였다.
“봐줄 테니까... 용서해줄 테니까... 나한테 얘기해줘... 했다고... 미안하다고... 그리고 잘못한 만큼 더 잘 해줘... 사랑한다고 해줘... 나한테 돌아오기만 해줘... 그럼 용서해줄게...”
“... 알겠어. 고마워.”
“... 사랑한다고 해줘.”
“사랑해 세은아.”
“양쪽 귀에다 대고 해줘...”
김세은의 왼 귀 가까이에 입을 댔다.
“사랑해 세은아.”
오른 귀 가까이에 입을 댔다.
“사랑해 세은아.”
김세은이 나를 안은 두 팔을 꽉 조여왔다. 약한 구속감이 느껴졌다.
“나도 사랑해 온유야...”
싫지는 않았다. 도리어 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게 사랑이 주는 느낌일까. 드디어 사랑에 관해 하나씩 배우는 듯했다. 이 모든 게 어머니의 선물인 것처럼 느껴졌다. 가슴이 아릿하면서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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