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 일요일 (1)
* * *
햇살이 눈두덩이를 두드렸다. 커튼을 걷었나? 창문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고 느리게 눈을 떴다. 백지수가 안 보였다. 방도 불을 켠 듯 밝았다. 알람이 울려도 그냥 계속 자다가 뒤늦게 일어난 모양이었다. 오른손으로 침대를 더듬어 폰을 찾아 켜봤다. 열 시 삼십칠 분이었다. 일요일이니 백지수가 학교에 가지는 않았을 거인데, 어딨을지 궁금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았다.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다. 주방으로 가봤다. 어제처럼 검은 브라에 흰 민소매, 그리고 검은 돌핀팬츠를 입은백지수가 의자에 거꾸로 앉아 등받이에 두 팔을 올리고 턱을 올려 오븐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을 열었다.
“지수야.”
백지수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응.”
뭔가 분위기가 어색했다. 돌이켜보면 어제 나눈 대화가 조금 오글거리기는 했다. 다가갔다. 백지수가 조금 몸을 움츠렸다. 옆 의자를 꺼내 앉아 백지수를 마냥 바라봤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왜.”
“그냥.”
“... 키스할래?”
피식 웃었다.발기했다. 이런 관계가 괜찮은 걸까?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건전하지는 못하다는 거였다. 입을 열었다.
“나 가글이라도 하고 올게.”
“응.”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가글했다. 거울 속의 내가 나를 뚫어져라 쏘아보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수건으로 물기를 없애고 나와서 주방으로 갔다. 다시 백지수 옆으로 가 앉았다. 백지수가 두 팔을 벌려와서 내게 안겼다. 나도 백지수를 껴안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입술을 포갰다.
“하움... 헤웁... 츄읍... 쮸읍... 츕... 츄릅... 하웁... 쯉... 하아...”
서로를 바라봤다. 죄악감이랑 배덕감이 동시에 덮쳐왔다. 섹스하고 싶었다. 백지수도 별다르지 않을 거였다. 둘 중 한 명이라도 하자고 넌지시 말하기라도 한다면 바로 섹스할 듯했다. 입을 열었다.
“오븐 안에 뭐 넣었어?”
“에그타르트.”
“저번에도 만든 거 같은데.”
“내가 좋아해서. 안 돼?”
“나도 좋아.”
“그럼 됐지.”
백지수가 다시 입술을 포개왔다. 은은히 풍겨오는 민트 향이 좋았다. 혀를 섞었다.
“하웁... 츄읍... 쯉... 헤웁... 쮸읍... 츕...”
백지수가 왼손으로 내 목덜미를 붙잡고 오른손으로 내 등을 훑으며 엉덩이 쪽으로 내렸다. 백지수의 오른손 중지랑 검지가 내 바지랑 팬티를 침투했다. 얼굴을 멀리하고 입을 열었다.
“너무 빠르지 않아?”
“뭐가.”
“알잖아.”
얼굴이 붉은 백지수가 피식 웃었다. 섹스 시그널을 보내는 본인이 더 창피한 듯했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내숭 떨 거야?”
“내숭이라니.”
“남자면 더 좋아하지 않아? 하는 거?”
“보통은 그렇지.”
“너는 안 그래?”
“몰라. 지금은 너무 빠른 거 같애.”
“...”
백지수가 다시 입술을 덮쳤다. 혀를 섞었다.
“츄읍... 쯉... 츄릅... 헤웁... 하움... 츕... 쮸읍...”
오븐 타이머가 소리를 낼 때까지 계속 입술을 뗐다가 다시 붙이며 키스했다. 팬티를 갈아입어야 할 듯했다. 백지수는 보지가 젖었을까? 그럴 확률이 높았다. 백지수가 입술을 뗐다.
“에그타르트 먹고 나 머리 감겨줘.”
“... 응.”
같이 일어났다. 백지수가 오븐에서 에그타르트를 꺼낼 동안 스팀밀크를 만들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에 원두 가루를 눌러 담은 포터필터를 끼워 에스프레소를 뽑아냈다. 백지수가 옆에 다가와서 오른손에 든 에그타르트를 내 입에 들이밀었다. 입을 벌려서 받아들이고 반절을 물었다. 달고 고소했다. 백지수가 씨익 웃었다.
“맛있어?”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맛있어.”
백지수가 뒤에서 왼팔로 나를 껴안았다. 등이 뭉클했다. 백지수의 가슴은 언제 느껴도 부드러웠다.
“너 섰지.”
헛웃음이 나왔다. 잔에 에스프레소를 조심히 부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 것 좀 묻지 마.”
“왤케 내빼 남자가?”
“넌 왜 이리 들이대.”
“내 맘.”
백지수가 다시 에그타르트를 입에 들이밀었다. 남은 반절을 다 입에 넣었다. 에스프레소를 넣은 잔에 스팀밀크를 부었다. 백지수가 오른손으로 자기 왼손목을 붙잡아 나를 껴안아서 가뒀다.
“여기에 시럽 넣어도 돼?”
“마음대로 해.”
“응.”
양손에 카페 라떼 잔을 들었다. 걸어가기 불편했다. 입을 열었다.
“안 놔줄 거야?”
“그냥 이대로 걸어도 되잖아.”
한숨이 나왔다.
“왜 한숨?”
“힘들어서요.”
“닥치고 걷기나 하세요.”
“네.”
뒤뚱뒤뚱 걸어갔다. 백지수가 뒤에서 킥킥 웃어댔다. 어이없었다. 테이블에 카페 라떼 잔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았다. 백지수가 자기 카페 라떼에 바닐라 시럽을 넣고 바스푼으로 섞으면서 입을 열었다.
“넌 시럽 안 넣어?”
“조금 넣을까?”
“넣는 게 맛있지 않아?”
“에그타르트도 단맛 있어서 조금 고민돼.”
“걍 넣어.”
“응.”
바닐라 시럽을 조금 넣었다. 백지수가 오른손으로 바스푼을 들고 입으로 빨은 다음 내게 넘겨줬다. 헛웃음이 나왔다.
“인성 뭔데.”
“싫어?”
“나도 사람인데 싫지 않겠어요?”
“말이 많아, 나랑 키스도 했으면서.”
“죄송합니다 말 많아서.”
받아서 내 것도 섞었다. 장난기가 들었다. 바스푼을 입에 넣어 침을 조금 모아 흘리고 백지수 입 앞에 들이밀었다. 백지수가 나를 쳐다봤다.
“인성은 네가 더 문제 있는 거 같은데?”
“싫어?”
백지수가 피식 웃고 바스푼을 물어서 쪼옥 빨고 그대로 목을 뒤로 뺐다.
“맛있어?”
“맛 이 지랄.”
귀여웠다. 바스푼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오른손으로 테이블을 짚은 채 얼굴을 가까이했다. 백지수가 양팔을 벌려 나를 껴안고 눈을 감았다. 왼손으로 백지수의 목덜미를 붙잡은 다음 입술을 포갰다. 혀를 섞었다.
“하움... 츄읍... 쯉... 헤웁... 하아... 츄릅... 쮸읍... 츕... 하웁... 츄읍...”
입술을 떼고 얼굴을 멀리했다. 백지수가 킥킥 웃었다. 입을 열었다.
“왜?”
“네가 먹은 에그타르트 내 입에 조금 들어온 거 같애서.”
“죄송.”
“아냐 맛있었어.”
피식 웃었다. 다시 백지수의 입술을 덮쳤다.
“하웁... 쮸읍... 츄릅... 헤움... 하움... 츄읍...”
백지수가 양손을 내 티셔츠 속으로 집어넣어서 내 등을 자꾸 더듬었다. 변태 같았다. 그래서 더 좋았다. 입술을 뗐다. 백지수가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제 먹자.”
“뭘?”
백지수가 픽 웃었다.
“에그타르트.”
“응.”
에그타르트를 먹고 바닐라 라떼를 마시면서 계속 서로를 바라봤다. 자꾸만 미소지어졌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 좋다는 말은 지금 같은 상황에 쓰라고 있던 거 아닐까 싶었다. 백지수가 왼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만 봐. 나 체할 거 같애.”
“너도 나 보잖아.”
“유치하게 자꾸 따박따박 말대꾸할래?”
“하면 안 돼요?”
“네. 계속하면 존나 때릴 거예요.”
“어디 뭐 때려보시든가요.”
“개새끼가.”
백지수가 기습적으로 몸을 일으켜 얼굴을 가까이해서 내 왼 볼에 입술을 맞춰왔다. 어이없었다.
“뭐야?”
“입술박치기.”
“개 에반데.”
“어쩌라고.”
백지수가 내 오른 볼에도 입술을 맞췄다.
“내 맘이야.”
백지수가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귀가 발그레했다. 이렇게 꽁냥거리는 게 체질도 아닐 텐데 왜 이러나 싶었었는데 자기도 부끄럽긴 한 모양이었다. 존나 귀여웠다. 테이블에 상체를 대게 하고 뒤에서 자지를 박아주고 싶었다. 왼손을 뻗어 백지수의 목덜미를 잡고 백지수의 오른 볼에 입술을 맞췄다. 백지수가 미소짓고 나를 보면서 양손으로 바닐라 라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사랑스러웠다. 신혼부부라도 된 느낌이었다. 에그타르트를 베어 물었다. 달콤했다. 백지수가 바닐라 라떼 잔을 비우고 씻겠다면서 일어났다. 왠지 야하게 들렸다. 고개만 끄덕이고 바닐라 라떼를 마셨다. 잔을 비우고 설거지한 다음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면서 양치했다. 거울 속에살구색 브라가 비치는 박스티에 분홍 돌핀팬츠를 입은백지수가 나타났다. 뒤돌아봤다. 백지수가 자연스럽게 샴푸 의자에 누웠다.
“나 머리 감겨줘.”
입안에 있던 걸 싱크대에 뱉고 입을 열었다.
“알겠어.”
양치를 마치고 샴푸 의자로 가 발걸이를 올렸다. 눈을 감고 있는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빨리.”
“응.”
오른손으로 샤워기 헤드를 잡고 물을 틀어 수온을 확인했다. 머리를 적셔주고 바로 귀를 만져줬다. 백지수가 양팔을 팔걸이에 올린 채 몸을 살짝살짝 비틀었다.
“으응... 흐음... 흣...”
“좋아?”
“좋아... 나 키스해줘...”
존나 야했다. 양손으로 귀를 만지면서 자리를 옮기고 입술을 덮쳤다. 백지수가 양팔을 벌려 내 등을 안고 끌어 내리듯이 했다. 몸을 밀착할 수 있을 만큼 밀착하고 혀를 섞었다.
“하움... 하아... 쮸읍... 하읏... 츄릅... 학... 헤웁... 쮸읍... 흐응...”
자지가 껄떡거렸다. 백지수도 분명히 보지를 적시고 있을 거였다. 존나 쑤셔 박아주고 싶었다.
“하윽... 흣... 츄릅... 쯉... 헤웁... 츄읍... 하아...”
입술을 뗐다. 백지수의 눈이 열기에 젖어 흐릿했다. 백지수가 입을 열었다.
“너 진짜 안 할 거야...?”
목소리가 야릇했다. 존나 하고 싶었다. 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나중에.”
“나중에 이 지랄.”
백지수가 나를 끌어내리려 했다. 몸을 기울였다. 입술을 포갰다. 귀를 만져주면서 혀를 섞었다. 죄악감이랑 배덕감이 덮쳐왔다. 갈증이 심한 사람처럼 간절히 백지수의 침을 빨아 마셨다. 진짜 이러면 안 되는데. 머지않아 섹스하게 될 듯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