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화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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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현수가 여관에서 돌아온 시간은 저녁 6시가 다 되어서였다. 

민혁은 회식으로 인해 술자리에 참석하느라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 

다. 설사 민혁이 집에 먼저 돌아와 있었다고 하여도 그런 것에 신경 

쓸 지혜와 현수는 아니었다. 다만, 민혁은 빈집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 

하기에 짜증을 내었을 것이고, 더구나 형수 가족들만 집에서 딸 수진 

을 돌보고 있어서 그 짜증의 정도는 조금 수위가 높았었을 것이다. 그 

런데, 민혁이 회식으로 집에 먼저 돌아오지 않아 지혜와 현수는 내심 

기쁠 수가 없었다. 

성민 가족은 지혜와 현수가 무엇을 하고 돌아왔는지 보지 않아도 알 

았지만, 그런 것을 알리 없는 지혜와 현수는 성민에게만 살짝 윙크를 

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녁식사를 하였다. 

계장이 새로인 부임을 해와 회식자리를 만든 민혁은 계장에게 과장으 

로서 이것저것을 설명해주며 앞으로의 가급적 친하려고 노력했다. 비 

록 자신이 직책은 높았지만, 신임 계장은 시장의 조카인지라 여간 신 

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보지 않아도 1년도 안되어 자신의 부서 

를 떠나 다른 부서의 과장으로 갈 것은 분명하지만, 그동안 최소한 

그 사람에게 트집잡혀서는 안될 노릇이었다. 

"많은 지도 바람니다." 

신임 계장인 우동구가 말했다. 그러나 그 말하는 태도는 전혀 부탁하 

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명령하는 듯한 거만한 음성이 민혁은 물론 회 

식에 참석한 다른 직원들의 비위를 충분히 상하게할 만한 것이었다. 

"예.. 함께 열심히 일해봅시다." 

민혁은 자존심을 최대한으로 지킴과 동시에 기분을 상하지 않게하려 

노력하며 답했다. 과장으로서이 체면, 그런게 아닌 직원들을 대표하 

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이었다. 

"전에 민원과에 있었다구요?" 

사무실의 최양이 기분이 상했는지, 삐쭉거리며 우계장에게 말했다. 

"그래서요?" 

민원과 임시직원이었던 우동구에게는 약점과 같은 것을 최양이 건드 

려서 기분이 상했는지, 우계장은 즉각적으로 반응을 나타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군청에 들어오기전에 읍내에서 힘께나 쓰던 양아치의 근성 

을 버리지 못했던지 우계장은 쉽게 마음을 드러내었다. 

"하하.. 민원과 계장이 일을 열심히 했었다며 칭찬이 대단하던걸..." 

민혁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는 말을 돌렸다. 

"아..뭘요.. 제가 원래 공무원 체질인가봄니다." 

영락없는 양아치에 아주 무식한 인간이었다. 그렇게 민혁은 다른 직 

원들의 눈치와 신임 계장의 비위를 마추기위해 중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렸다. 자신의 처지가 하심스러웠지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거친세상을 살아가려면, 천재이든가, 아님 돈이 많든가, 사기꾼 기질 

이 다분하던가, 그 것도 아님 적절하게 비굴해야 했다. 성실만으로 세 

상을 살아가는 것은 국민학교 교과서에서나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원 

칙에 불과할 뿐이다. 원칙이란 언제나 예외를 두지 않던가. 그리고 

그 예외는 살아갈수록 더욱 많아지는 것이고... 학문도 마찮가지인데 

하물려 실생활은 말해 무엇하랴. 

간단한 저녁을 마치고, 민혁은 우동구의 질긴 요구에 어쩔 수 없이 2 

차를 가야했다. 그러나 부서의 대부분은 어디론가 다 빠져버리고, 민 

혁 자신과 과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김계장과 이주사 등 몇몇 뿐이었 

다. 아마 그들은 민혁 자신 때문에 가지를 못한 것일 것이다. 

2차를 간 곳은 지역에 유일한 단란주점이었다. 시장이 손님을 접대하 

기 위하여 자주 드나는 곳이라고 말만 들었을 뿐 한 번도 가본적이 없 

는 곳이었다. 민혁은 몹시 어색하고 싫었지만, 꾹 참고 있었다. 

"마담, 이 분들 내 상관이니까 잘 모셔야 해. 아 그리고 미숙이 좀 

불러 줘. 그리고 예쁜 아가씨들도..." 

"아유.. 미숙이를 또? 질리지도 않아? " 

"혹시 미숙이를 다른데 돌리는 거 아냐?"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렇지 않으니까 걱정마." 

"그래.. 그래야지.." 

마담이라는 사람과 친한지 우동구는 쉽게 주문을 하였고, 마담이라 

는 여자도 농을 해가며 응하였고, 이내 아가씨들과 술을 내어왔다/. 

"자자.. 이번에 새로운 아가씨들이예요. 전부다 갓 20살의 처녀들이 

고..." 

들어오는 아가씨들은 하나같이 늘씬한 미인들이었다. 민혁은 눈이 휘 

둥그래졌다. 이런 촌 구석에 이런 아가씨들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 

다. 하긴 술집여자들이 그렇듯 경기가 좋은 곳에 몰려드는 것은 당연 

한 것일 것이다. 개발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연일 방송매체에 거론 되 

는 곳이니 크게 의심이 갈 것도 없었다. 

"히야...." 

우동구도 처음 보는지 똥개의 반응을 보이면서 침을 질질 흘렸다. 

"동구씨 왜 그래? 미숙이는 어떻할려고 그러는 거야?" 

"마담 왜 아가씨들이 새로왔다고 말하지 않은거야?" 

"뭐 말할 새라도 주었어? 다짜고짜 미숙이부터 찾아 놓고는...." 

"아 취소취소... 미숙이는 됫고.. 나 이 아가씨랑 놀거야." 

우동구는 들어온 아가씨들 중에서 가장 늘씬한 외모를 가진 한 여자 

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미숙이 불러놓았는데.. 지금 그러면 어떻해?" 

"음..." 

우동구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이미 밝은 표정을 지으며 민혁 

을 바라보았다. 

"계장님.. 계장님께 미숙이를 드리죠. 원래는 제 여자인데.... 오늘 

부터는 계장님이 데리고 노십시오. 아쉽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참 

고로 말한다면 미숙이 게 잠자리가 아주 끝내줌니다. 그기가 아주 

탁월해요." 

멋대로였다. 차마 눈뜨고 볼수 없고, 제 정신으로는 들을 수 없는 소 

리들만 해대는 우동구였다. 민혁은 부아를 참으로 술을 들이키고는 주 

위를 살폈다. 김계장과 이주사등은 난생 처음보는 황홀한 아가씨들과 

그녀들이 주는 서비스에 정신을 잃었는지 우동구의 말에는 아예 신경 

도 쓰지 않는 듯하였다.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정년을 2년 남겨놓은 김계장이 

나 결혼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이주사는 완전히 맛이 가버렸는지 자신 

앞에서 아가씨들과 아내들과 나누어야할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다. 

민혁은 빨리 이 자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 미숙이라는 아가씨 

가 오기전에 말이다. 그 아가씨도 저들과 같다면 자신의 행동도 예측 

못할 것같았다. 민혁의 눈 앞에 딸 수진과 아내 지혜, 그리고 아들 현 

수가 아른 거렸다. 

"어디 가십니까?" 

"음.. 화장실..." 

"아가씨도 없는데 무슨 재미로 화장실을... 그냥 보는 것만도 참을 

수 없 나보죠? 하하하....." 

민혁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그러나 민혁은 최대한으로 자신을 억 

제하였다. 

"음.. 술을 많이 마셔서 볼일을 봐야하거든..." 

"예.. 빨리 다녀오세요. 미숙이가 이제 곧 올테니.." 

민혁은 우동구의 말을 뒤로하고 룸을 빠져나왔다. 화장실은 아주 깨 

끗하게 시설된 곳이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듯한.... 세면 

기 앞에 선 민혁은 얼굴을 물로 씻고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았다. 

한심스러웠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무슨 소리가 들렸다. 쿵쿵하는 소리가 변기쪽 

에서 들렸고, 얕은 남녀의 신음소리도 들렸다. 

이내 상황은 파악되었다. 민혁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화장실을 빠 

져나와 룸으로 향했다. 차라리 룸이 더 건전할 것만 같았기에... 

룸으로 들어온 현수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친구의 딸인 미희 

가 그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화장을 진하게 하긴 했지만, 분명 미희 

였다. 놀라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미희를 바라보는 동안 미희도 민혁 

을 알아보았는지 놀란 토끼눈을 하고는 이내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아 과장님.. 저기에 미숙이가 왔습니다. 미숙아!" 

여자의 가슴을 빨고 있는 우동구가 입을 떼고는 말했다. 

"여기 이분은 나에게 중요한 분이니 잘 모셔야 된다. 뭐 원한다면 앞 

으로 이분과 만나도 돼." 

짧게 말을 끝내고, 우동구는 다시 여자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민 

혁은 마음을 가다듬고 미희가 앉은 자신의 자리로 갔다. 친구의 딸을 

아는체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 '어떻게 해야되는가?' 

이런 질문만 뇌리를 맴돌았을 뿐, 해답은 떠오르질 않았다. 그저 떠오 

르는 것이라고는 친구의 집에 놀러갔을 때에 보았던 미희의 청순하 

고, 싱그거러운 모습 뿐이었다. 

술자리는 아주 지루했다. 적어도 민혁과 미희에게는 그러했다.우동구 

는 그런 민혁에게 조소에 가까운 말을 하였지만, 민혁에게 그런 소리 

는 이제 아무런 문제가 되지않았다. 

지루한 술자리가 끝나고, 민혁은 우동구의 만류를 뒤로하고 급히 집 

으로 돌아왔다. 민혁은 한시라도 빨리 오늘의 기억을 잊고싶었다. 친 

구의 딸의 모습으로 보아 친구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을 오히려 상 

황을 악화시킬 것같아서였다. 

조용히 집으로 들어와 민혁은 아내 옆에 누워 잠을 청하였지만, 여전 

히 미희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 거렸다. 그 것이 여인에게 느끼는 이 

성으로서의 감정인지 친구딸을 걱정하는 마음인지 정확히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동구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는 것이었다. 

민혁이 그런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지혜는 현수와의 섹스에서 오는 

만족감을 느끼며 곤히 잠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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