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25)

"우리 몇일 더 있다가 가자." 

성희가 집으로 돌아가기 싫은지 그렇게 말했다. 

"몇일 더 있다가?" 

"응..." 

"왜 그러니?" 

소혜는 의아한 듯 딸 성희를 바라보았다. 소혜로서는 한 시라도 빨 

리 집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픈 마음이었고, 그건 성희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한 소혜로서는 성희의 반응이 의외였다. 

"뭔가 멋진 소설감이 막 잡히려고 하거든, 지금 집으로 가면 안돼." 

"그래... 하지만, 회사를 너무 오래 비워 둘 수는 없는데..." 

"여기서도 회사업무를 다 보고있으면서 뭘 그래?" 

사실 맞는 말이었다. 성민의 주장으로 회사의 업무를 완전하게 전산 

화 시켜서 통신상으로 90%에 가까운 업무처리를 하고 있기는 했다. 게 

다가 회사에는 김전무가 있었다. 

"그러지 말고, 몇일만 더 있다가 가자." 

성민은 성희가 소혜를 붙잡고 애원하는 듯한 모습을 지켜보며, 말없 

이 커피를 마셨다. 

한가로운 오전이었다. 성민의 작은댁 식구인 숙부는 출근을 하였고, 

숙모인 지혜와 사촌 현수는 이모라는 지숙과 그녀의 아들인 학재랑 나 

들이를 나갔다. 그들이 무엇을 하러 갔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현수 

가 어제 밤 성민에게 말을 했었기에... 

"멋지구나." 

지숙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얘.. 내가 뭐라 그랬니.. 멋지다고 했지?" 

"응.. 진작 올걸.. 학재야 너는 어떠니?" 

지숙이 아들 학재를 돌아보며 말했다. 

"예.. 좋아요." 

학재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고서 씩씩하세 말했다. 학재로서는 소 

풍날에나 접해보면 자연과의 만남이었다. 

"학재가 벌써 중학교 2학년인가? 야.. 세월 정말 빠르다. 지숙이 네 

가 아 기를 낳는다고 병원에서 연락온 때가 엊그제 같은데..." 

"푸풋~~~~" 

지숙이 피식 웃었다. 

"얘.. 너두 그때 생각하면 우습긴 우스운가보다." 

"응..." 

"당장 죽을 것처럼, 온 가족을 다 동원시키고..." 

"하하...." 

"어머 얘 웃는 것좀 봐.. " 

"알았어 언니... 미안해..하지만 그땐 정말 죽을 것만 같았어..." 

"그래서 유언할려고 여기에서 서울까지 나를 불러 올렸니? 그 것도 

새벽 3시에?" 

"아니다... 부른 것은 학재 아빠였지." 

"하이고...네가 오죽 난리를 피웠으면 그랬겠어? 의사가 전화를 할 

정도였 으니.. " 

지혜와 지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현수와 학재는 계곡으로 

내려갔다. 맑은 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흘러가는 계곡물은 언제 보아 

도 상쾌하였다. 그런 계곡을 처음으로 본 학재에게는 마치 천국을 보 

는 것처럼 신기하였고, 계곡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서 입이 다물 

어지지를 않았다. 

"우와~~~~~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신 멋지네..." 

"그러니?" 

현수는 학재를 보고 웃으며, 개울물 속으로 들어갔다. 현수의 행동 

을 보고 학재도 금새 신과 양말을 벗고 개울로 들어갔다. 현수는 학재 

에게 개울에 사는 가재를 잡아주었다. 그 것은 의외로 학재에게 효과 

가 컸다. 현수로서는 그정도의 효과가 있을 줄은 미처 예상치 못하였 

다. 학재는 현수가 잡아준 가재를 보고는 자신도 가재를 잡는다며 이 

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렇게 10분쯤 흘렀다. 

"학재야 나 저위에 좀 올라갔다가 올게..." 

"어디? 엄마한테?" 

"그래... 너두 갈래?" 

"아니 싫어. 조금 더 있고 싶은데... 형 그러지 말고 엄마와 이모한 

테 이리 로 내려오라고 해라." 

"그럴까?" 

"응.. 여기서 점심을 먹자고 해..." 

"그래 알았다. 그럼 형은 올라간다." 

"응.." 

현수는 이내 몸을 돌리고 개울 속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정말 어린아이같았다. 중3의 사춘기 소년이 아니라 이제 갓 국민학교 

를 들어간, 세상의 모든 것에 신기해하는 어린아이같은 표정이였다. 

현수는 왠지 모르게 조금 어이없었고, 또한 마음 한쪽에서 죄책감같 

은 것이 자리잡았다. 

현수는 그런 마음과 학재를 뒤로하고 산을 올랐다. 지금 쯤이면 엄마 

가 이모에게 적당한 운을 띠웠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세상에...정말?" 

지숙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 정말 그렇데.. 명자가 일본에서 직접경험한 것이라고 말하더 

라. 그 러면서 일본이 왜 "섹스의 왕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제서야 알 았다는 거야." 

"정말로 일본의 여자들은 아들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 

해서 자신의 몸을 아들에게 준다는 거야?" 

"그렇다니까. 명자가 살던 옆집에서 정말 그러는 것을 보았데. 그것 

만이 아니야. 명자도 나중에 알았지만, 일본 아빠들은 딸의 공부 

를 위해서 딸 이 딴 생각하지 않도록 딸과 동침도 한데.." 

"설마... 일본하면 사무라이 정신인데.." 

"그렇지 사무라이 정신이지. 그런데 그 사무라이 정신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한데.. 한국의 유고사상보다 더 고지식한 것이 그 사무라 

이 정신이잖 

아. 그래서, 남에게 소문나는 것을 목숨보다 싫어하는 결벽증이 일 

본사람 들에게 있다는 거야. 하지만, 본능은 감춘다고 숨겨지는 것 

이 아니잖아. 게다가 요즘은 아주 자극적인 시대이니까 그 본능을 

더욱 감추기가 힘들 지." 

"...." 

지숙은 언니인 지혜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될 듯도 하였다. 사실 자 

신도 아들인 학재가 사춘기이여서 혹여나 탈선의 늪으로 빠지지는 않 

을까하고 걱정하는 터였다. 이런 지숙의 생각을 지혜는 금방 간파하였 

다. 

"한가지 더 놀라운 이야기를 해줄까?" 

"뭔데?" 

지숙은 즉시 관심을 나타내었다. 사람은 누구나 금기시 하는 것에 대 

하여 감출수 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니...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일이 있어." 

"뭐라구?" 

지숙은 놀라움을 표시하기는 했지만, 처음과는 상당히 다른 표정이었 

다. 그 것은 욕망과도 같은 호기심이었다. 

"이것 역시 명자한테 들은 것인데, 명자가 3년 전에 한국에 들어와 

서 산 지 약 1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데.. 이사올 당시에 자신의 옆 

집에는 고등학 교 1학년의 학생과 그의 어머니만 살고 있었다는 거 

야. 남자는 외국지사 에 파견근무를 나가서 모자만 살고 있었는거 

지." 

"응..그래서?" 

지숙은 이제 적극적이 되어 지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지혜는 그 

런 지숙의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그 학생이 상당히 문제아였나봐. 하고만날 말썽 

만 일 으키고, 싸우고.. 아무튼 그 집은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고 

해. 그러다가 한 1년쯤 지나서부터는 갑자기 그 학생이 공부만 하 

는 모범생으로 변했 던 거야." 

지혜는 말을 이쯤하고 동생 지숙을 보았다. 지숙은 눈을 반짝이며 지 

혜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명자 자신과 동네사람들이 그 학생을 참 신기하게 생각하 

며, 칭 찬까지 하고 있던 중에, 어느날 명자가 빨래를 말리려고 옥 

상에 올라갔 을때 였데, 옆집의 학생방이 2층이었는데 창문이 조 

금 열려있어서 우연 히 그 창문을 보았는데, 글세 옆집 여자와 그 

녀의 아들이 빨가벗고 침대 에 누워있더래." 

"어머, 어머...세상에... 그래서?" 

"그래서 너무 놀란 나머지 명자는 그냥 어리둥절해져서는 멍하니 그 

장면 을 보고 있었데, 그러기를 얼마쯤 했을까?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까. 그 옆집 아주머니가 역시 놀란눈을 하고는 자신을 바라보 

고 있더라는 거야 그래서, 명자는 얼른 몸을 숨기며 아래층으로 내 

려왔데..." 

"세상에나...세상에나...." 

지숙은 놀라움의 말만 연발하며, 언니인 지혜의 말에 더욱 빠져들어 

갔다. 지숙은 어느사이 지혜의 말에 완전하게 흥미를 나타내고 있었 

던 것이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고 나서 그 옆집 아주머니가 찾아오더래. 물론 

명자 는 그 일을 그 어느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지. 남편에게 

도 말이야. 말 하기가 너무 부끄러웠데... 자신도 가끔씩은 자기 

아들과 관계를 가지는 꿈을 꾸곤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더라." 

"정말? 정말 그 언니가 그런 꿈도 꾸었데?" 

지숙은 이번에는 명자의 말에 관심을 나타내었다. 아마 명자의 꿈이 

야기가 더욱 자극적인 말이긴 했을 것이다. 그것은 보다 가까운 사람 

의 이야기이기에 말이다. 

"응...그랬데... 아무튼 그 이야기는 조금 뒤에 하기로 하고, 계속 

이야기를 할게... 그 옆집 아주머니가 몇일 뒤에 찾아와서 이야기 

를 하더래. 자신도 어쩔수 없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처 음에 시작했던 말은 제스처에 지나지 않 

은 것이긴 하지만, 그 아주머니 의 말은 대충이러했다고 해. 남편 

은 해외출장 중이지 아들은 탈선의 길 에서 벗어날 줄을 모르지. 

그 여자는 별짓을 다해도 도무지 아들을 설득 할 수가 없었더래. 

그래서 아들의 고민이 무엇인지를 볼려고, 어느날 일 기장을 몰래 

훔쳐보았는데, 그 일기장 속에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글이 가득 쓰 

여있었던 거야. 즉, 아들이 자신과의 성관계를 가지고 싶은 욕망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던거지." 

지숙은 언니인 지혜의 말을 들으면서 머리 속으로 당시의 상황을 떠 

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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