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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링.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휴대폰에서 지훈의 고함이 쏟아져 나왔다.
- 임소희! 너 제정신이야? 나뿐 아니라 장모님, 장인어른께서 계속 연락해도 안 받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건 확인되는데. 대체 어디야! 응?
즈푹, 푹, 푹. 소희의 내벽을 깊이 꽂힌 제 좆으로 뭉근히 넓히면서, 지겸이 휴대폰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바꾸고 책상 모서리 쪽에 툭 던져버렸다.
소희가 손을 뻗어 보았으나 닿지 않는 곳이었다.
“휴, 휴대폰. 줘, 줘요. 당신… 흑. 누구…. 아흡! 읍!”
순간 지겸이 허리를 물렸다가 질벽의 주름을 타고 퍽, 그녀 안에 제 것을 한 번에 쑤셔 넣었다. 소희의 내벽이 선명하게 갈라진 남자의 귀두 끝에 뭉근하게 무너져 내렸다. 뭔가 더 말하려던 소희가 놀라 허리를 움찔거리며 신음을 뱉었다. 그리고 황급히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자신의 신음이 통화하는 상대에게 들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대체 이게 지금 무슨 일인 거지. 전화를 건 사람은 누구고, 그녀 뒤에서 몸을 깊이 겹쳐오는 이 남자는 누구 ….
아, 소희의 명치 아래 가늘고 날카로운 바늘로 후벼 파는 듯한 첨예한 통증이 스쳐지나갔다. 책상 위에 던져진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익숙하다. 그녀 뒤에 있는 남자와 비슷하게 들리지만, 오히려 저 목소리야말로 지훈이었다. 그렇다면, 정작 이곳에 함께 있는 이 사람은.
약혼자 지훈은 아니지만, 그녀가 지훈이라고 충분히 착각할 수 있는 사람. 그런 남자는 이 세상에 오직 한 명뿐이다.
- 왜 대답이 없어! 설마 아니겠지만 혹시, 아니지?
피식. 안달이 난 듯한 지훈의 목소리를 듣는 지겸은 되레 기분이 좋은 듯 입매가 호선을 그리며 휘어졌다.
“맞아. 나랑 있어… 형.”
구지겸. 약혼자 지훈의 쌍둥이 동생.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 유정을 무책임하게 임신시킨… 쓰레기 같은 남자.
“으흑, 흡, 웁, 우으.”
소희가 동그렇게 커진 눈으로 뒤를 쳐다봤다. 남자는 이제와 뭘 그리 놀라냐는 듯, 평온한 표정이다. 지겸은 놀라움과 충격으로 그에게서 빠져나가려고 바르작대는 소희의 등을 큰 손으로 지그시 눌러 쉽게도 제압했다.
“허읍!”
그리고 다분히 일부러, 어쩐지 더 뜨겁게 달아오른 것 같은 그녀의 안쪽에 제 남성을 자비 없이 박아댔다. 소희는 격한 추삽질에 흔들리면서도 혹시 입에서 신음이라도 새어 나갈까 두려워 손등으로 입술을 짓누르고 숨을 참았다. 두 사람의 살이 맞부딪치며 나는 찌걱대는 물소리가 너무 컸다. 소희와 지겸이 짐승처럼 교접하고 있는 걸 당장이라도 지훈에게 들킬 것만 같았다.
- 뭐, 뭐야? 구지겸… 너 돌았어?
지겸 앞에서 언제나 우월감에 도취한 채 여유롭게만 굴던 형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더 많은 권리와 행복이 쥐여 줬단 걸 알기에 지겸에게 늘 자비롭게 구는 척했다. 실상은 언제나 야비하게 지겸을 무시하고, 이용하고, 짓밟아왔으면서.
“후우… 너무 화내지 마, 구지훈.”
제 앞에서 마구잡이로 흔들리며 낑낑대는 여체를 범하면서,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는 지훈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지겸의 내부가 부글거렸다. 타오르는 희열감, 그리고 그 밑에 자리한 처절한 자괴감. 그 양면적인 감정을 잊어보려고 지겸은 오히려 소희의 엉덩이를 더 바짝 끌어당긴 뒤 축축하게 젖은 음부를 더 잔인하게 파고들었다.
“으으, 읍, 흐으….”
괴로움에 떨며 소희가 고개를 연신 저었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도대체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따스하고 행복했는데. 사랑을 느끼며 심장을 간질이던 남자가, 그녀의 아래를 거칠게 성기로 쑤시는 이 남자가 이젠 끔찍한 괴물 같다. 그런데도 더 죽을 것 같은 건, 이런 상황에서조차 이미 쾌락을 알아버린 그녀의 몸이 그의 추삽질에 착실히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화를 내지 마? 무슨 미친 헛소리야. 내 약혼녀랑 같이 도망을 가놓고. 임소희는 어디 있어. 걔한테 무슨 짓 했어? 제대로 대답해!
“글쎄…. 어떻게 했을까….”
- 이 새끼가 진짜!
푹, 푹. 거침없이 꽂아 내리니 지겸의 고환이 찰팍이며 그녀의 여린 둔부를 때렸다. 군데군데 발갛게 부어오른 그녀의 둔덕은 그의 정복욕을 더 부추겼다. 미친 듯 몸을 부딪쳐오는 그와의 키 차이가 버거워서, 소희는 발뒤꿈치를 들고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
“흑, 흐윽, 아…. 흑.”
소희의 신음성이 점점 울음소리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걸 지겸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어떻게 하면 지훈을 더 열 받게 할까. 얼마나 더 형을 진창으로 끌어내려 패배감을 맛보게 할 수 있을까.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엔 온통 그런 생각뿐이었다.
“직접… 들어보든지. 지금 내 아래 있으니.”
지겸이 휴대폰을 소희 입가 가까이 가져왔다. 이미 눈물 자국으로 엉망이 된 소희의 얼굴이 그의 행동을 알아채고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지겸은 근근이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소희의 양 손목까지 틀어쥐고 뒤로 고정한 뒤, 그녀의 자궁까지 박아넣을 기세로 깊이 좆질을 해댔다.
“흐, 으, 으으….”
소희는 입술을 깨물며 소리를 참았다. 너무 세게 물어 아랫입술이 찢어져 피 맛이 나는데도 몰랐다.
- 뭐? 너 제정신이야? 아버지도 지금 화나셔서 난리도 아….
“구지훈. 너한테는 그렇게 소중하지도 않잖아. 내가 원하는 건 평생 이 여자 하나였는데. 그러니까 이번엔, 형이 양보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건 지겸의 진심이었다. 하지만 충격과 몰아치는 행위에 넋이 나간 소희의 귀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더 소리 지르는 지훈을 무시하고 지겸은 휴대폰의 전원을 꺼버렸다.
가늘게 떨리는 소희의 등의 굴곡을 따라 지겸이 입술을 지분거렸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소희는 그저 지겸이 움직이는 대로 마구 흔들렸다.
젠장. 가장 속 시원할 거라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는데, 막상 저지르고 나니 되레 기분이 엿 같았다. 더럽고 끔찍해. 인생 일대의 실수를 저지른 기분.
아니야. 아니다. 잘한 거야. 자신이 지난 20년을, 아니 평생을 어떻게 살아왔는데.
그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 건지, 지겸이 자꾸 가지를 뻗어 나가는 생각을 멈추고, 여전히 제 남성을 뜨겁게 틀어쥔 소희의 내벽만을 느끼며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계획은 성공했다. 아무도 모르게 소희를 데려왔고, 각인과 노팅까지 마쳤다. 이제 소희가 지훈의, 형의 부인이 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에게 보낸 서류는 오늘 오전에 이미 도착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모든 게 잘 된 거다. 아주 잘.
푹, 푹, 푹. 어지럽고 복잡한 생각의 미로 속에서도 지겸은 소희에게로 닿는 길을 금세 찾았다. 그녀의 안은 여전히 촉촉하고, 뜨겁고, 아득히도 달았다. 절정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그의 척추 마디마디마다 힘이 바짝 들어갔다.
“아흐, 흐윽, 으, 으응…!”
소희는 끝으로 치닫는 오르가슴 속에서 스스로를 저주했다. 이 남자의 거짓말에 속아 자신의 인생이 무너졌는데도, 여전히 그의 페로몬에 반응하며 질벽을 조이고 움찔대는 제 몸이 더럽게 느껴졌다. 베타들이 부러워하면서도 결국 자신들을 짐승이라고 무시했던 이유를 알겠다. 지금 소희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본능에 반응해 젖어들고 울어대는, 한 마리 짐승에 불과했다.
“큿, 소희야….”
지겸은 엎드린 소희를 꽉 품에 감싸 안고, 가장 깊숙이까지 성기를 파묻은 뒤 오래도록 파정했다. 사정액이 흘러나오는 동안에도 그가 뭉뚝한 귀두로 안을 짓뭉개며 잘은 허리짓을 계속했다. 절정을 거치며 예민해진 소희의 몸이 멈추지 않는 강렬한 자극에 움찔대다가 결국 무너져 내렸다. 땅에 넘어지기 전에 그녀를 부축해 세운 그는 그제야 이상한 기운을 눈치챘다. 황급히 페니스를 빼고 소희를 제 쪽으로 돌려 마주 봤다.
“흐흑, 흑, 윽….”
아. 소희의 얼굴이 엉망이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은 눈은 새빨개져 있었고, 세게 깨물었는지 아랫입술은 죄다 터져 피가 났다. 그런 그녀를 본 순간 지겸은 누군가 망치로 그의 심장을 마구 때려 커다란 구멍을 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슴이 저며 들었다.
“소, 소희야. 괜찮아? 입술은 왜… 많이 아팠어?”
미친놈. 걱정의 말을 두서없이 뱉었다가 지겸이 제 입술을 말아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서럽게 울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눈물방울이 뺨을 타고 흘렀다. 여린 어깨가 바들바들 떨렸다. 아. 모두 다 자신 때문이었다. 그래 놓고서 걱정이라니. 구지겸. 한심한 놈.
지겸이 더 아무 말 없이 소희를 안아 들어 침대에 눕혔다. 소희는 거부하고 싶었으나 그럴 힘도 없었다. 속옷도 없이 슬립 드레스만 입은 소희가 침대 위에 몸을 말고 팔로 감싸 웅크렸다. 지겸이 얼른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을 가져왔다. 뺨과 입술을 닦아주려 했다.
탁. 그러나 소희는 제게 다가오는 큰 손을 있는 힘을 다해 쳐냈다. 소리도 지르고 싶었지만, 지금은 정말이지 그 어떤 것도 할 기운이 없었다. 그저 눈물이 여전히 글썽거리는 눈으로, 그녀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큰 원망과 분노를 담아 그를 노려봤다.
“건, 건드리지 마요….”
웅크린 소희 옆에 차마 앉지도 못하고 지겸이 침대 아래 무릎을 꿇다시피 했다.
“소희야. 미안해…. 많이 놀랐지. 미안하다는 말 지금은 아무 의미 없다는 것 알아. 하지만 내가 다 설명할게. 전부 다. 그러니까….”
오랜 기간 쌓여온 형에 대한 분노가 멍청한 방식으로 폭발해 버렸다. 그녀가 형의 약혼녀였다는 데서 오는 질투심도 그를 부추겼다. 아까 그런 식으로 그녀를 안으면 안 됐는데.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됐는데. 이제 와 후회해 봤자, 벌어진 일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나, 나가요. 이 방에서.”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뻥긋거리던 지겸이 입을 다물었다. 침실 속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잠시 후 침실을 나갔던 그가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과 마실 물, 소희가 갈아입을 옷과 속옷, 입술에 바를 만한 연고 등을 챙겨 왔다. 그의 인기척을 느끼면서도 소희는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다.
“같은 룸 거실에 있을 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알려줘.”
여전히 답이 없는 소희의 몸 위에 부드러운 담요를 덮어준 뒤, 지겸이 문밖으로 나갔다.
“흑, 흐윽, 히끅, 히끅, 흑….”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소희는 참았던 울음을 다시 터뜨렸다. 그 순간, 후두둑. 제 허벅지를 타고 점성 높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그게 약혼자가 아닌 남자, 자신과 모두를 속인 남자, 그 구지겸의 몸에서 나온 사정액이라는 사실에 아연해서 소희는 결국 온몸을 덜덜 떨면서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