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11)

 헬레나와 제니퍼가 어울려서 질펀하게 놀고 있던 곳, 바로 그 장소에서 채 5m도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음흉한 미소를 짓는 사내 한 명이 서 있었던 것이다. 

 "꺄아아악!"

"히익, 와악!"

 두 여성은 이해하기 힘든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제니퍼는 급하게 치마를 내리면서 헬레나의 뒤로 숨었으며, 헬레나도 주변에 옷가지는 닥치는 대로 끌어안으면서 몸을 최대한 움츠렸다. 

 제니퍼 앞에서는 스스로 알몸을 드러내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던 헬레나였지만, 남자 앞에서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심하게 느끼는지 얼굴이 새빨개졌으며, 몸은 바짝 오그라들었다. 

 "에이, 왜 멈추십니까? 우리 에쁜 공주님 몸매도 구경하게 계속 하시지........" 

 사내가 음흉한 웃음을 흘리면서 다가오자 두 여성의 얼굴이 더 새파랗게 질렸으며, 뒤로 슥슥 물러났다. 그러나 그런 작은 움직임으로는 성큼성큼 다가오는 남자에게서 달아날 수가 없었고, 주변을 둘러봐도 숨을 곳 하나 없었다. 

 "체, 체사레 경, 어서 꺼져요! 지금 당장 안 사라지면, 날 희롱하고 능욕했다고 아바마마께 보고할 거예요1"

헬레나가 고음의 소프라노로 외쳤지만, 그 사내, 체사레의 입가에 서린 느글거리는 미소를 지우기에는 포스가 부족했다. 

 "오오, 좋습니다. 공주님께서 이 으슥한 곳에서 시녀와 무슨 짓을 하셨는지 소문이 나도 상관없다면 말입니다." 

"이, 이, 악랄한......."

"아하, 악랄한 건 제 특기입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체사레는 헬레나를 덮쳤다. 그의 동작은 상당히 민첩했으며, 힘도 셌다. 도망치던 헬레나를 와락 끌어안고, 그녀의 드러난 허벅지와 어깨를 매만졌다. 

 "꺄악! 그만두지 못해요!"

헬레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몸부림쳤다. 원래 그녀의 실력 자체는 체사레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지만, 지금은 상황이 안 좋았다. 드러난 알몸을 가리기에도 바빠서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었기에 제대로 힘을 쓸 수가 없었으며, 체사레의 손이 닿을 때마다 벌레가 지나다니는 것 같은 감촉이 드는 게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여자와 하는 건 좋아해도 남자는 오로지 징그럽게만 느껴지는 헬레나였다. 

 헬레나가 제대로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을 이용한 체사레는 그녀의 옷을 제치고 젖가슴까지 주물럭거렸으며, 갑자기 긴 금발머리를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우훅!"

헬레나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동시에 그녀의 내부에서 분노가 부끄러움을 누르기 시작했다. 헬레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그를 밀어냈다. 잠깐 떨어진 두 사람의 표정은 정반대였다. 헬레나의 얼굴은 빨갛고 파란 격정이 이는 표정이었고, 체사레는 무척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공통점은 서로의 입술에 상대의 침이 흐른다는 것뿐이었다. 

 그 음흉한 얼굴에 마침내 분노가 폭발한 헬레나는 옷가지를 집어던지고 벌떡 일어서면서 체사레의 다리 사이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여자를 궁지에 몰아넣고 마음껏 농락할 생각에 방심하고 있던 체사레는 그만 급소를 제대로 강타당하고 말았다. 

 "끄어억!"

체사레는 기이한 신음을 흘리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다리 사이를 양손으로 감싼 그는 엄청난 고통에 온몸을 덜덜 떨었다. 경련하는 체사레를 내려다보면서 분노와 수치심과 안도감이 몰려드는 것을 느낀 헬레나의 눈동자에는 어느 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일단 눈을 훔치고, 급하게 블라우스와 치마를 걸치고 난 그녀는 사내를 향해 최대한 표독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두고 봐요. 당신을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어요." 

 그리고 곧바로 헬레나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제니퍼는 원피스를 대충 정리한 후, 반대방향으로 달아났다. 두 여셩의 마음 속에는 모두 이번 일이 소문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가득했다. 

 체사레는 미녀들이 완전히 사라지고도 한참을 더 끙끙거린 후에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다행히 고자는 면한 것 같았지만, 호흡은 여전히 거칠었으며,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후우...... 역시 장미라니까. 그 가시 한 번 날카롭구만." 

체사레는 등나무에 기댄 채로 일단 통증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저 미모와 몸매는 정말 최고야. 게다가 저 나이에 벌써부터 레즈쪽으로 발전한 걸 보면, 성감도 상당하다는 증거인데....... 언젠가는 꼭 내 손에 넣어야지, 킥킥......"

 사내, 체사레는 유명한 백작가의 아들로 헬레나 공주와 같은 이뮨 기사단 소속이었다. 나이는 올해로 스물일곱 살이었는데, 검술과 기마술이 뛰어나고, 사교성이 좋아서 황궁 내에서는 꽤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체사레에 관련된 것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그 엽색 행각이었다. 그는 여자를 무척 좋아했으며, 그의 잘생긴 얼굴과 남부 사람의 특유의 까무잡잡한 피부, 근육질로 덮인 탄탄한 몸과 거대한 페니스 때문에 여자들도 모두 그를 좋아했다. 

 아직 미혼이지만, 이미 열네살 때부터 첩을 두었고, 지금까지 거쳐간 여자를 모두 합하면, 능히 1개 기사단을 이룰 거라고 자타가 공인할 정도였다. 체사레는 수많은 꽃들을 꺾어왔고, 지금까지 마음대로 다루지 못한 여자가 없었다. 겉으로 봐도 그는 매우 매력적인 미남이었으며, 일단 한 번 섹스를 하면, 체사레의 거대한 기둥과 압도적인 섹스 기술에 귀부인부터 앳된 처녀까지, 여자들은 몽땅 다 녹아내리곤 했다. 

 지금 그는 두 개의 아주 아름답고 고고한 꽃을 노리고 있었다. 다만 아름다운 만큼 그 가시도 대단히 날카롭기에 조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약속을 지키려면 슬슬 가봐야겠군."

 일어서는 체사레의 입가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렸다. 황궁에 있는 많은 여성들이 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었으며, 덕분에 체사레는 아주 쉽게 온갖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막 접한 정보에 의하면, 어떤 멍청이가 그의 게획을 결정적으로 도와주는 짓을 저질렀다고 했다. 

  풀비아는 황태자궁의 시녀들을 총괄하고 있는 시녀장이었다. 그녀는 시녀장이란 이름에서 흔히 떠올리게 되는 중년의 나이에 푸짐한 몸매의 소유자도 아니었고, 날카로운 눈매의 깐깐한 여자도 아니었다. 

 나이는 올해로 서른 여섯, 얼굴이나 몸매는 평범한 편이었지만, 섹스 파트너로서는 상당히 좋은 육체였다. 소위 주무르는 맛이 있는 여자로서 살결은 부드럽고 매끄러웠으며, 육체의 감도가 매우 좋았다. 

풀비아는 결혼은 하지 않았으며, 여러 남자들과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곤 했다. 그녀는 미인이 아니어서 섹스로 출세를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알몸을 주무르고 싶어하는 남자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는 한창 나이의 젊은 여성들도 눈부신 듯이 바라보면서 그 사랑을 갈구하는 멋진 남자와 사귀게 되어서 정말 즐거운 나날이었다.

오늘도 그 남자와 만날 약속을 한 풀비아는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자신의 침실로 와서 깨끗이 씻고 정성껏 화장까지 한 다음, 목욕 가운 차림으로 남자를 기다렸다. 그 남자는 늘 그렇듯이 조금 늣게 나타났다. 

 침실의 문이 열리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멋진 외모의 청년이 나타나자 풀비아는 반색을 하고 뛰어나갔다. 

 "흐응, 늦었어요, 체사레경." 

"아, 미안, 오다가 웬 암코양이를 만나 가지고........" 

 풀비아는 두 팔로 사내의 목을 끌어안고 입술을 더듬었다. 체사레는 마주 키스를 하면서 손을 내려서 풀비아가 걸치고 있는 목욕 가운의 끈을 풀렀다. 그가 풀비아의 허리를 쓰다듬으면서 풀어진 가운의 앞섶을 확 열자 그녀는 "아!"

하는 신음을 발하면서 목을 뒤로 꺾었다. 왠지 모르게 힘이 쭉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그런데 체사레의 동작이 약간 이상했다. 가운을 벗겨내리는 듯 하던 그는 팔꿈치 아래까지 내린 상태에서 천을 빙빙 돌렸다. 

 "무, 무슨 짓을?" 

풀비아가 의혹이 가득한 눈동자로 몸을 비틀어봤지만, 이미 힘이 쭉 빠진 여성의 동작은 매우 미미했고, 사내의 움직임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체사레는 아주 간단하게 풀비아의 두 팔을 뒤로 돌린 채 벗겨내린 가운으로 꽁꽁 묶어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을 툭 밀었다. 팔이 뒤로 돌려진 탓에 제대로 균형을 잡을 수 없었던 풀비아는 뒤로 비틀비틀 물러나다가 침대 위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풀비아는 알몸을 드러낸 채 침대 위에 반쯤 누운 자세가 되었다. 두 팔이 뒤로 돌려서 묶여 있었으므로 드러난 젖가슴과 음부를 가리고 싶어도 가릴 수가 없었으며, 몸을 움찔거려 봐도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이상한 무력감이 가슴을 치자, 전신에 찌르르한 감각이 흘렀으며, 사내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 같았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기이하게도 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다, 당신........"

"크큭, 이제 꼼짝도 못하겠지? 이렇게 묶어놓으면 내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가 있거든." 

 체사레는 탐욕스러운 눈동자로 풀비아를 샅샅이 훑어보면서 천천히 옷을 벗었다. 

 "너, 너무해요."

풀비아는 울상을 지으면서 몸을 뒤틀었지만, 묘한 쾌감을 느끼는지 얼굴에 발그레한 홍조가 떠올랐다. 그녀는 나름대로 다소곳한 자세를 취한답시고 무릎을 모아서 한쪽으로 구부렸지만, 그 자세는 오히려 더더욱 요염한 분위기를 발했다. 

 이윽고 옷을 다 벗은 체사레가 천천히 풀비아를 향해 다가왔다. 

  체사레가 걸을 때마다 가운데 달린 페니스가 꺼떡꺼떡 흔들렸다. 풀비아의 시선은 바로 그 페니스에 딱 고정되어 있었으며, 그 크고 당당한 페니스가 용솟음칠 때마다 나신을 파르르 떨었다. 

워낙 크고 굵고 단단해서 한 번 꽂히면 여자들의 혼을 빼놓는다는 체사레의 페니스, 그게 자신의 몸을 푹푹 쑤시는 상상을 한 풀비아는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발하면서 허리를 뒤틀었다. 그녀의 얼굴이 노을빛으로 달아올랐고, 다리 사이가 슬그머니 젖어들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내의 페니스에 얽매인 노예라는 증거였다. 

 침대 위에 쓰러진 풀비아에게 다가간 체사레는 곧바로 그녀의 오므린 다리부터 확 벌렸다. 두 다리는 너무나 간단하게 벌어졌으며, 그 사이로 살짝 벌어진 꽃잎이 보였다. 체사레가 손을 뻗어서 슬슬 쓰다듬자 풀비아는 비음을 흘리면서 허리를 활처럼 둥글게 구부렸다. 

 "뭐야, 벌써 젖었어? 단지 보여지는 것만으로 흥분하다니, 정말 음란한 계집이로군."

"아, 아니에요, 난......."

"아니긴 뭐가 아니야?"

"학! 아, 안돼요, 거긴...... 아항......."

 체사레의 여자 다루는 솜씨는 역시 일품이었다. 그는 한 손만으로 여자를 가게 만들었으며, 이제 완전히 축 늘어진 풀비아는 고개를 튼 채 가쁜 숨만 내쉴 뿐이었다. 

더 이상 애무할 필요도 없다고 판단한 체사레는 그녀의 가느다란 두 다리를 자신의 어깨 위로 올린 후, 세차게 페니스를 꽂았다. 예고도 없이 굵고 단단한 몽둥이가 자신의 몸 속으로 파고들자 풀비아는 깜짝 놀라서 눈을 부릅떳지만, 곧 뜨거운 교성을 발하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하악! 너, 너무 좋아요. 으흑..... 더, 더 세게..... 아아아....."

 풀비아의 새하얀 허벅지가 파르르 떨리더니 사내의 몸에 찰싹 휘감겼으며, 조개는 쉴 새 없이 옴죽거리면서 애액을 토해냈다. 몇 번 쑤신 것만으로도 이미 절정에 오른 풀비아는 온몸을 파들파들 떨면서 방 안이 떠나갈 듯한 비명을 질렀다. 

문득 그녀는 세차레의 목을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두 팔은 뒤로 돌려져 묶여 있었기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안타까움에 그만 눈물이 샘솟았다. 

 "체, 체사레경...... 흑! 이걸..... 아앙.... 풀어줘요..... 헉헉.... 난 당신을...... 안고 싶어요, 으흥......"

 체사레는 대답 대신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쥐어짰다. 풀비아의 육체가 또 한 번 움찔하면서 심하게 떨렸다. 

"아아, 제발......"

"안 돼. 오늘 넌 내 장난감이야. 실컷 안타까움에 떨게 해주지." 

 그 말과 함께 체사레는 갑자기 페니스를 쑥 빼내더니 그대로 벌떡 일어섰다. 풀비아는 깜짝 놀라서 애절한 표정으로 사내를 올려다 봤지만, 체사레는 느글느글한 얼굴로 그녀를 비웃을 뿐이었다. 

 "왜요? 제발 날 뭉개줘요. 어서!" 

"훗, 그럴 순 없지. 오늘은 실컷 애태워 줄 거거든." 

말끝에 손을 뻗은 체사레는 풀비아의 젖꼭지를 살짝 비틀었다. 

 "아, 아!"

 이미 잔뜩 민감해진 풀비아의 육체는 그런 작은 애무에도 몸을 비틀면서 격렬하게 반응했다. 체사레는 그야말로 장난감 가지고 놀 듯이 풀비의 육체를 가지고 놀았다. 슬쩍슬쩍 주무르고 꼬집으면서 반응을 살피다가 갑자기 몇 번 푹푹 쑤셔줬고, 다시 벌떡 일으켜서 자기의 품에 안았다가 바닥 위에 떼굴데굴 굴리기도 했다. 

 그녀를 빙글 돌려놓고 후배위로 섹스를 하다가 슬쩍 물러나서 한참 동안 비웃고, 다시 옆으로 돌려서 한 쪽 다리를 크게 들고 페니스를 꽂았다. 허나 체위는 여러 가지를 취해도 결코 1분 이상 연속으로 섹스를 하지 않아서 풀비아를 더더욱 애타게 만들었다. 

 마침내 풀비아는 안타까움 때문에 거의 미칠 지경이 되었다. 그녀의 알몸이 새빨갛게 달아올랐으며, 내쉬는 숨결은 장거리를 전력 질주한 사람처럼 거셌다. 사내가 격렬하게 박아주기를 간절히 원했지만, 그걸 안해주니 뜨거운 몸을 달랠 길이 없어서 너무나 답답했다. 직접 사내에게 매달리고 싶어도 두 팔이 묶인 탓에 움직일 수가 없으니 안타까움은 더더욱 증폭되었다. 

 "아악! 제발, 제발....... 날 그만 가지고 놀아요. 어서, 어서, 날 짓밟아줘요. 이런 놀이는 싫어요. 아앙.... 빨리..... 흐흑, 제발......." 

 풀비아는 눈물까지 펑펑 흘리면서 간절하게 애원했으며, 안타까움에 몸부림쳤다. 한계까지 달아오른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엇으며, 체사레가 그녀를 격렬하게 밀어붙여만 준다면, 그 밟바닥이라도 핥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체사레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서 귓가에 대고 살짝 속삭였다. 

"좀 더 공손하게 부탁해 봐, 풀비아. 그럼 해줄지도 모르지, 킥킥......."

 귓가에 흐르는 바람만으로도 움찔움찔 떨고 난 풀비아는 즉시 혀를 회전시켰다. 

 "주, 주인님, 제발 천녀를 짓눌러 주세요. 제 이 음란한 구멍을 막 쑤셔주세요, 주인님...... 아아, 제발..... 주인님을 위해 뭐든지 할 테니......." 

 이미 뜨거운 몸 때문에 이성이 마비된 풀비아에게 자존심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체사레를 주인님으로 섬기고 그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가짐으로 열렬히 그의 몽둥이를 원했다. 

 '흠, 이 정도면 완전히 넘어왔군. 내 명령에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는 상태야.' 

득의의 미소를 띤 체사레는 풀비아의 버들가지처럼 유연한 허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허리에 사내의 손길이 닿자, 그녀는 마치 감전되기라도 한 것처럼 알몸을 파르르 떨었다. 

  침대 위에 앉은 체사레는 풀비아를 번쩍 안아서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그러자 풀비아는 스스로 다리를 벌렸고, 그는 여체를 끌어안은 채 천천히 우뚝 선 자신의 페니스 위에 내리꽂았다. 풀비아의 음부는 조개처럼 옴죽거리고, 끈적한 애액을 토하면서 열렬히 페니스를 환영했다. 

 "아앙, 하아.........."

풀비아는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끼면서 힘없이 사내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텅 빈 채로 그녀를 미칠 듯이 허전하게 만들던 그 구멍이 크고 굵은 페니스에 의해 꽉 채워지자 살 것 같았다.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그녀의 보지는 체사레의 페니스를 꽉 쥐고 쉴 새 없이 옴죽거렸으며, 흐드러진 엉덩이는 전후좌우로 요염하게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쾌감이 그녀의 전신 모세혈관 속을 치달렸다. 

 체사레는 자신을 받아들인 것만으로도 거의 넋을 잃고 있는 풀비아를 보면서 악마의 미소를 지었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다. 여자를 정복하고, 여자가 그에게 무릎꿇게 만드는 순간, 여자들이 그의 앞에서 완전히 굴복해서 스스로를 한낱 소유물로 전락시키는 순간은 그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체사레는 귀엽다는 듯이 풀비아의 넋나간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살며시 속삭였다.

 "풀비아?"

"예, 주인님." 

곧바로 돌아오는 굴종의 기운이 가득한 대답, 이런 철저한 굴복에 오히려 매저키스트적인 쾌감을 느꼈는지 풀비아는 방글방글 웃고 있었다. 

 "내가 듣기로 조나단 황태자가 자기 아내인 실비아 황태자비에게 정조대를 채웠다는데, 그게 사실이야?"

"예? 그, 그건........" 

 깜짝 놀랐는지 풀비아가 몸을 굳히자, 체사레는 풀비아의 연약한 몸을 번쩍 들었다가 다시 세계 내리꽂았다. 대번에 풀비아의 허리가 세차게 꺾여지고, 눈이 까뒤집히면서 비명 소리가 터져나오더니, 곧 혀끝이 진실을 토해냈다. 

 "예, 그, 그래요, 주인님. 분명히 황태자비님의 거기에 정조대가 채워져 있어요. 오늘 아침에 제가 직접 채웠고, 목욕을 시킬 때도 확인했죠."

 체사레의 페니스는 적어도 여성들에게는 가장 강력한 자백제로 유명했다. 그가 푹푹 쑤셔주면, 어떤 여자라도 솟아오로는 쾌락에 이성과 판단력을 상실했으며,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한 상태에서 가문의 비밀까지도 남김없이 자백하곤 했다. 

 "그러면, 정조대 열쇠 말이야, 역시 조나단이 직접 가지고 갔겠지?"

"예." 

"쿡쿡, 그래, 그럴 거야. 하지만, 재수없어서 남편이 죽으면 여자가 너무 불쌍해지니까 황실에서 예비 열쇠를 따로 만들어서 보관한다고 들었는데, 맞나?"

"예, 그래요."

 조나단은 그녀를 적당히 어루만져 주고 박아주면서 질문을 계속했으며, 이미 저항력을 완전히 상실한 풀비아는 묻는 대로 성실하게 대답했다. 

 "그 예비 열쇠는 누가 보관하지? 혹시 너 아냐?"

"마, 맞아요. 그건 제가 아무도 몰래 가지고 있어요. 흐응...... 원래 그 궁전의 시녀장이 보관하다가...... 아아, 좋아요...... 더, 더......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신 아내의 정조대를 열어주는 게 황실의 관례죠. 하앙, 주인님, 제발......우웅........." 

 체사레의 가슴 속의 기쁨의 파도가 쳤다. 됐다! 이제 그 고고하고 차가운 절세의 미녀 실비아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 생긴 것이다. 

 "풀비아, 난 그 열쇠가 필요해. 날 위해 정조대 열쇠를 가져다 줄래?"

"그, 그건......"

 손톱만큼 남아 있던 이성이 순간적인 거부감을 일으킨 걸까? 아니면 그래도 황태자비궁의 시녀장으로서의 의무감이 고개를 든 걸까? 지금까지 매우 다소곳하던 모습과는 달리 풀비아는 무척 대답을 망설였다. 

 체사레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면서 부드럽게 풀비아의 알몸을 어깨부터 허벅지까지 슬슬 쓸었다. 풀비아의 몸은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짜릿한 감촉이 자궁 내부를 울렸다. 

"아앙, 주, 주인님........"

풀비아는 암캐처럼 헐떡였으며,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와 물결치듯이 율동을 일으켰다. 그녀는 모든 걸 잊고 지금의 섹스에만 몰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또다시 천둥같은 울림이 고막 속으로 파고들어왔다. 

 "어때? 가져다 줄 거지?"

"주, 주인님........"

 풀비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 표정에는 미칠 듯한 쾌락 외에 다른 성분이 섞여 있었다. 못내 망설이는 그녀를 보면서 체사레는 일부러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싫어? 지금 내게 반항하는 거야?"

"아, 아니에요, 주인님. 전 당신의 노예에요. 당신이 시키면 뭐든지 할 거에요." 

다시 또 섹스를 중단할까 봐 겁이 났는지 풀비아의 갈색 눈동자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졌으며, 애절한 표정으로 체사레를 올려다 보았다. 

 "그래? 그럼 가져올 수 있겠지?"

"주인님, 제발...... 그것만은........" 

 풀비아는 본능적으로 체사레가 실비아를 유린할 작정임을 깨달은 것이었다. 여태 황궁에 충실한 삶을 살아온 그녀에게 황태자비를 배신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섹스를 위해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버린 상황에서도, 인간의 도리가 그녀를 붙들고 있었다. 

 허나, 상황은 급변하고 만다. 체사레가 씨익 미소를 짓더니 갑자기 풀비아의 몸을 높이 들어올렸으며, 그 반동으로 애액에 푹 젖은 페니스가 보지 밖으로 빠져나왔다. 기분 좋게 자궁을 꽉 채워주고 있던 님을 잃자, 그 허전함에 풀비아의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그녀는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먼저 체사레가 그녀의 몸을 휙 집어던졌다. 풀비아는 가랑잎처럼 무기력하게 침대 위에 쓰러졌으며, 양팔이 등 뒤로 돌려져서 목욕가운으로 묶인 탓에 일어날 수조차 없었다. 

 "아악! 안 돼요, 제발...... 주인님, 절 버리지 말아요. 전 당신만을 위해 살 테니까......." 

 손톱만큼 남아 있던 이성은 대번에 날아갔다. 그녀는 미친 듯이 몸부림치면서 사내를 갈구했다. 눈물이 펑펑 쏟아졌으며, 다리가 비비 꼬였다. 끊임없이 옴죽거리면서 애액을 토해내는 보지는 텅 빈 허전함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한참을 비웃던 체사레는 다시 천천히 다가가서 손으로 풀비아의 음부를 쓸었다. 동시에 풀비아는 울음 같은 신음을 발하면서 온몸을 비틀었다. 사내의 손을 가둬두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녀의 미끈한 다리가 팍 조여들었으며, 그렇게 체사레의 손을 다리 사이에 꼭 낀 채로 부비적거렸다. 그렇게 팔을 등 뒤로 돌리고 알몸을 훤히 드러낸 채 다리를 비비 꼬는 풀비아의 모습은 더없이 음탕해 보였다. 성실하고 일처리가 확실한 시녀장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자, 이제 마지막 요구다. 셋을 셀 동안 '예'라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난 널 버리고 그냥 갈 거야. 날 위해 정조대 열쇠를 가져다 줄 거지?" 

 무서운 고민이 풀비아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녀는 갈색 머리칼을 펄럭이면서 고개를 좌우로 돌렸지만, 어디에도 그녀에게 조언을 해줄 자는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풀비아의 윤리 의식은 빠르게 꺼져가고 있었다. 

 "하, 하지만........"

너무나 간절한 얼굴로 체사레를 바라보면서 입을 벌린 마지막 저항은 그의 무정한 한 마디에 바로 깨져나갔다. 

 "하나!"

둘은 셀 필요도 없었다. 풀비아가 바로 고개를 세차게 끄떡인 것이었다. 

"갖다 드릴게요. 당신에게 그 열쇠를 드리겠어요. 그러니 제발 날 버리지 말아요, 주인님. 난 당신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노예에요. 제발, 제발......."

"역시 착한 우리 풀비아, 말귀를 알아듣는군."

 체사레가 따스하게 안아주자 풀비아는 그 품에 안겨서 서럽게 울었다. 알 수 없는 설움과 안타까움이 그녀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다. 허나 그 설움은 체사레의 강인한 페니스가 다시 힘차게 그녀의 몸 속으로 파고드는 순간,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그 다음은 몸이 둥둥 떠다니는 듯한 쾌락만이 그녀를 점령했다. 

 체사레는 더욱 신중을 기하고, 그를 위해 어려운 일을 결심해 준 풀비아를 위로도 할 겸 해서 그 날만은 특별 서비스를 해줬다. 덕분에 풀비아는 무려 2시간 동안이나 극락을 헤맬 수 있었다. 

  늦은 밤, 황궁의 한쪽에 위치한 방, 한쪽에는 핑크빛의 대형 침대가 놓인 것으로 보아 침실로 추측되는 방이었다. 방 안에는 삼각 촛불 몇 개만이 켜져 있을 뿐이어서 좀 어둑어둑한 편이었으며, 그 약한 빛들이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푸르고 엷은 별빛과 어우러져서 왠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노란 바탕에 푸른 색 무늬가 새겨진, 환상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비단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그런 신비로운 정경. 그 아늑한 공간의 정중앙에는 그러한 분위기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아니 주변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결정적으로 향상시켜 주는 미녀가 있었다. 

 그녀는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길고 풍성한 실버 블론드, 푸르른 바다를 그대로 얼린 듯한, 차갑고 고고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코발르블루의 눈동자, 눈처럼 새하얀 살결, 시원한 이마, 더없이 섹시한 붉고 도톰한 입술, 특히 매미날개처럼 얇은 연록색의 이브닝 가운만 걸치고 있었기에 조물주가 온 정성을 다해 빚은 듯한 완벽한 몸매가 선명하게 드러나서 보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평생을 세상을 주유한다 해도 만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상앗빛 조각 같은 절세의 미녀, 게다가 그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우아한 자태와 기품은 마치 달의 여신이 강림한 것 같았다.

그녀는 광활한 펜트 제국 내에서도 누구나 첫손가락에 꼽는 미녀, 이 나라의 황태자비 실비아였다. 실비아는 침실에 놓인 크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밤하늘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목욕까지 다 끝내고 잠을 자기 위해 연록색 이브닝 가운을 걸쳤지만, 왠지 잠이 오질 않았다. 밤하늘에 가득한 별빛들이 마치 그녀의 슬픔과 눈물처럼 느껴졌다.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던 실비아는 하르르 한숨을 내쉬었다. 절세의 미녀가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니 더할 나위 없이 애처로워 보였다. 뜨거운 심장을 가진 남자라면 이 애처로운 여인을 보듬어 안아 주고 싶은 충동을 누르지 못하리라. 

 그렇게 한참을 그린 듯이 앉아 있던 실비아는 이윽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도 황태자비로서의 스케줄이 가득했기에 이제는 그만 잠을 자둬야 했다. 일어나자 실비아의 늘씬한 몸매가 더욱 확연히 드러났으며, 그녀가 조용히 걸을 때마다 풍만한 젖가슴에서 가느다란 허리로 이어지는 육감적인 선이 절묘하게 출렁였다. 

 헌데, 막 침대에 다다른 순간, 끼이익 하는 거친 소리를 내면서 침실 문이 열렸다.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 실비아의 얼굴에 7할의 놀라움과 3할의 두려움이 섞인 표정이 떠올랐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거기 서 있었던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곳은 구중궁궐 중에서도 가장 깊고 은밀한 곳에 위치한 규중심처, 황후 다음으로 지체가 높은 황태자비의 거처였다. 감히 외간남자가 이곳에 침범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제법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긴, 아니 독특한 매력의 미청년이라 할 수 있는 사내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말없이 실비아의 미모를 구경하고만 있었다. 결국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실비아였다. 

 "다, 당신은 누구죠." 

의식적으로 막으려 해도 목소리가 떨려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스무 살의 아직 세상경험이 일천한 여인에게 오밤중에 외간 남자와 단둘이 남아 있는 것은 꽤나 두려운 일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이뮨 기사단 소속의 체사레라고 합니다. 오늘 황태자비님의 존안을 뵈어서 가문의 영광입니다. 그 동안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실물은 소문보다 훨씬 아름다우시군요." 

 사내는 완벽한 예절로 인사를 했지만, 실비아에게는 그의 예법이나 말투 따위는 관심 밖이었다. 오직 그가 황제 직속인 이뮨 기사단 소속의 기사란 사실만이 확실하게 머리 속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이 사내는 귀신도 아니고, 강도도 아니며, 그녀보다 낮은 지위에 황실의 녹봉을 받는 자란 뜻이 아닌가? 

 그 사실이 확인되자 노여움이 공포를 이겨내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떠는 여인은 사라지고, 차갑고 고고한 황태자비가 대신 등장했다. 실비아는 그린 듯한 눈썹을 찌푸리면서 병적으로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서 문 쪽을 가리켰다. 

 "체사레경이라고 하셨나요? 당신도 황실의 기사라면 황궁의 법도쯤은 아실 텐데, 야밤에 아녀자의 방에 무단 침입하다니, 이 무슨 무례한 짓이시죠? 당장 나가세요. 그리고 이 행동에 대한 징벌도 각오하셔야 할 거예요." 

 체사레는 그녀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오히려 그 섬세하고 아름다운 손가락이 그에게는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뭘 그렇게 서두르십니까? 깊은 밤에 쓸데없이 소란떨어봤자 좋은 일은 없으니 둘이서 오붓하게 이야기라도 나누면 어떨까요? 전 사실 잠시라도 더 아름다운 황태자비님과 함게 있고 싶습니다."

"뭐라고요? 이......."

 체사레의 뻔뻔스러움에 실비아의 코발트블루의 눈동자가 노기를 띠었지만, 소리를 지르려다 말고 스스로 자신의 가슴을 누르면서 참았다. 소리를 지르면 남에게 들키게 된다. 야밤에 침실에서 외간남자와 같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면, 그 즉시 온갖 소문이 황궁 안을 뱀처럼 휘감으리라. 황궁에는 그런 종류의 추문과 억측을 좋아하는 인간들이 잔뜩 서식하고 있었다. 

  체사레가 계속 빙글빙글 웃으면서 뚫어져라 쳐다보자 실비아의 얼굴이 약간 빨개졌다. 분노 때문이 아니라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지금 그녀는 얇디 얇은 이브닝 가운 하나만을 걸친 상태, 속살이 비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늘씬한 몸매가 선명하게 드러난 상태였다. 

 엄격한 황실 교육을 받고 자란 그녀에게 있어서 외간남자에게 자신의 몸매를 그대로 보인다는 것은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었다. 본능적으로 두 팔로 가슴을 감싼 채 몸을 최대한 움츠리고 싶었지만, 황태자비로서의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절대로 그녀보다 낮은 지위의 남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실비아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더더욱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감히 누굴 희롱하는 건지 아시나요? 어서 나가요! 계속 날 무시하면, 기사 작위를 박탈시킬 수도 있어요."

위엄 있게 말하긴 목소리 끝이 살짝 떨려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황태자비란 가면을 쓰고 있다 해도 본질적으로 연약한 여성, 야심한 시각에 처음 보는 건장한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것은 무척이나 두렵고 부끄러운 일이었다. 

 반면에 체사레의 행동은 여유만만 그 자체였다. 오히려 그는 터벅터벅 걸어가더니 핑크빛 침대 위에 턱 걸터앉았다. 

 "이야, 이거 아주 푹신하군요. 과연 황태자비 마마의 침대답습니다." 

 이제 실비아의 얼굴은 아예 사색이 되었다. 이런 무례함이라니! 저 침대에 황태자 조나단이 아닌 남자의 몸이 닿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엄청난 모욕감과 분노와 공포와 수치심이 범벅이 되어서 그녀의 머릿속을 패닉 상태로 만들었다. 너무 분해서 코발트블루의 눈동자에 맑은 눈물이 글썽거리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막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다, 당신은 대체 뭘 어쩌려고 이러시는 거죠? 이, 이런 짓이 당신의 장래를 파멸시키리란 것도 생각 못 하나요? 이곳은 규중궁궐, 여인들의 거처, 사내가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하지만 난 이미 들어왔습니다."

"하아, 하아......... 그래요? 정말 잘나셨어요. 도대체 여긴 어떻게 들어오시 거죠?"

 계속된 뻔뻔함에 질린 나머지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질문이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녀의 뺨을 후려친 것만큼이나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풀비아의 안내를 받았습니다. 여기 시녀장이어서 그런지 역시나 비밀스런 길을 잘 알더군요." 

 실비아는 마치 찬물이라도 뒤집어 쓴 듯한 표정이 되어 파들파들 떨었다. 그녀는 이미 정신적으로 체사레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풀비아가? 말도 안 돼요! 그녀가 황궁에 얼마나 충실한데......... 날 배신하는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요." 

"풀비아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제 곧 당신도 이해하게 될 겁니다. 여자의 심리는 결국 서로 통하기 마련이니까요." 

 실비아가 뭐라 대답을 하려 하는데, 갑자기 체사레가 손을 들어서 그녀의 말을 막았다. 

"자, 그럼 순진한 여인을 희롱하는 것도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정조대를 차고 지낸 하루는?" 

 꽈르릉! 번개라도 친 것 같았다. 안 그래도 흔들리고 있던 실비아에게 그 한 마디는 결정타가 되었다. 그녀의 눈앞이 흐릿해졌으며, 방안 풍경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당신이, 당신이 어떻게 그것을? 이럴 수가........ 난......."

 단박에 부정해야 할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그 사실 자체가 그녀가 받은 정신적 충격의 거대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실비아는 어질어질한 정신 상태로 인해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쓰러지는 것만 면하고 있었으며, 반면에 체사레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더욱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었다. 

 "다 아는 수가 있습니다. 황궁이란 마성의 장소에 진정한 비밀은 없는 법이죠. 그나저나 고귀하신 황태자비 마마의 그곳에 그런 쇳덩어리가 채워져 있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입니다, 키킥....... 과연 당신의 허리와 보지에 정조대가 채워진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려나........"

 체사레의 천박한 농담과 음흉한 시선에 실비아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부르르 떨면서 다리를 오므렸으며, 두 손으로 그곳을 가렸다. 반투명한 연록색 천으로 가려져 있기에 그녀가 차고 있는 정조대가 보일 리 없었건만, 실비아는 사내의 뜨거운 시선에 자신의 알몸이 그대로 투과되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 

 이미 그곳에 차갑고 고고한 황태자비는 없었다. 남편의 불신과 쇳덩어리에 의해 심한 고통을 당하고, 악독한 사내에게 희롱당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애처롭고 연약한 여인 하나가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서 있을 뿐이었다. 

 "아아, 많이 괴로우시죠? 그럴 겁니다. 비록 단 하루지만, 정조대란 게 사람이 차고 지낼 만한 물건이 아니죠. 팬티도 못 입고, 씻을 때도 불편하며, 용변을 볼 때도 역시 불편, 특히 중요한 부위를 차가운 쇳덩어리가 하루종일 압박하는 느낌은 실로 죽을 맛이겠죠. 전 그런 경험은 없지만, 정조대를 차고 지내 본 몇몇 여성들의 하소연을 들어봐서 대강 짐작은 합니다." 

 실비아는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가쁜 숨을 내쉬면서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멍하니 체사레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불쌍한 황태자비 마마, 의처증 걸린 남편과 사는 건 힘든 일이죠. 그런 쪼잔한 남자가 한 자라의 황태자라니, 쯧쯧......... 하지만 여기 당신을 구하기 위한 구세주가 등장했으니, 걱정 마십시오. 짜잔! 이게 뭘까요?"

  실비아는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과거, 오늘 아침, 그녀가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던 시점, 조나단의 손에서 빙빙 돌려지던 바로 그 물건........

 "열쇠? 내......."

"그래, 바로 네가 찬 정조대의 열쇠지."

 이제 진지해지기로 작정했기 때문일까? 능글능글하던 표정은 싹 사라지고, 대신 정열적이고 지배적인 얼굴로 실비아를 주시하고 있었다. 더 이상 경어를 쓰지 않고, 반말을 쓴 것, 그것이야말로 체사레가 실비아를 더 이상 황태자비로 대접하지 않을 것이며, 한 명의 여자로, 색욕의 대상으로 보겠다는 증거였다. 

 그 강렬한 눈빛을 받은 실비아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가늘게 떨었다. 그녀는 체사레의 무례를 탓하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마치 오랫동안 사막을 헤매다 오아시스를 발견한 여행자 같은 얼굴로 체사레의 손에 들린 열쇠를 바라볼 뿐이었다. 

 "트, 틀림없나요?"

"물론이지. 의심나면 한 번 열어볼까?" 

 실비아는 대답하지 않고 뜨거운 눈길로 그 열쇠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만큼 그녀는 열쇠를 갈구했다. 정조대는 정말이지 인간이 차고 지낼 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건 인격도 자유도 없는 노예의 상징, 그런 걸 차고 몇 년을 보내야 한다는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끔찍해지는 실비아였다. 

 "그, 그걸 나한테 팔아요1" 

매달리는 듯한 얼굴로 애절하게 외치는 실비아의 모습은 체사레에게 쾌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화려한 냉소를 날리면서 말했다. 

 "얼마에?"

"도, 돈이라면 원하는 대로 드리겠어요. 그리고....... 오늘 당신의 행동도 모두 없었던 것으로 해 드리죠." 

뜨거운 외침이었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돈이라면 나도 필요한 만큼은 있어."

"그, 그럼 무엇을......."

"우선 벗어."

 실비아의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떠졌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고, 이해한 다음에는 심한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다, 당싱은......."

"왜 그래? 벗어야 정조대를 열 거 아냐, 안 그래?" 

 순간적으로 실비아의 머릿속에서 오만 가지 생각이 교차되었다. 본래대로라면 이런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는 남자는 뺨이라도 쳐줘야 할 터, 그러나 지금의 실비아는 얼음으로 조각한 미녀라 불리던 그 차가움과 도도함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도 두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너무나 끔찍한 감촉이 그녀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싫어? 그러면 이 열쇠는 어디 창밖으로 던져버릴까?" 

 정말로 던져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체사레가 엉덩이르 들썩거리자 실비아는 급하게 그쪽으로 몸을 뻗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뻔한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마음이 급한 것이었다. 

 "아, 안돼요!"

  "벗어! 안 벗어? 그럼 나간다."

"아, 안돼요, 제발! 나가지 마요."

"그럼 벗어."

"하, 하지만......."

"할 수 없지 난 이만 가볼 수밖에......."

"그, 그러지 말아요.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줘요, 흑......" 

상황이 재미있게 바뀌었다. 아까는 실비아가 어서 나가라고 요구했지만, 이제는 체사레가 나가려고 하면, 오히려 실비아가 간절한 표정으로 제발 나가지 말라고 애걸하고 있었다. 

 황태자비로서 있을 수 없는 굴욕적인 장면이었다. 만약 조나단이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 말고 모든 남자에게 도도하고 차갑게 굴기를 바랬던 아내가, 바로 자신 때문에, 그가 한 행동 때문에 이렇게 외간 남자에게 쩔쩔매면서 굴복하는 장면을 봤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상황은 그가 실비아에게 강제로 정조대를 채우면서 바랬던 것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결국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정조대를 차고 있는 괴로움을 없애야 한다고 결심한 실비아는 스스로 연록색 이브닝 가운을 벗기 시작했다. 체사레는 침대에 걸터앉은 채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그런 실비아를 구경했다. 

 결심은 했지만, 외간남자 앞에서 알몸을 보일 생각을 하니 역시 절로 손이 떨렸다. 실비아는 힘들게 가운에 달린 허리끈을 풀었다. 연록색의 천이 좌우로 벌어지면서 우윳빛의 살결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체사레의 눈이 커졌다. 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실비아의 아름다움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그녀의 얼굴만 해도 미의 극치였지만, 몸매는 그 이상으로 완벽했다. 어쩌면 저렇게 곱고 매끄러운 살결에 저토록 절묘한 곡선을 이룰 수 있을까?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천천히 가운을 양옆으로 벌린 실비아는 힘겹게 두 팔을 빼냈다. 그러자 연록색 가운이 침실 바닥에 툭 떨어지면서 흐릿한 촛불 아래 그녀의 반나체가 드러났다. 

 실비아의 반나체는 너무나 찬란한 빛을 뿜고 있었기에 주변이 꽤나 어둑어둑한 상황에서도 눈에 확 띄었다. 아니, 오히려 어두웠기 때문에 더더욱 아름답고 신비로워 보였다. 

체사레는 서글플 정도로 희고 긴 목덜미에서 가냘픈 어깨를 거쳐서 풍만한 젖가슴으로 시선을 옮겼다. 젖가슴에는 브래지어가 채워져 있었으며, 그 아래로 잘록한 허리가 이어졌다. 허리 아래에........ 팬티는 없었다. 

 대신 팬티와 비슷한 모양의 쇳덩어리가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정조대....... 멍청한 의처증 황태자와 저 정조대 덕분에 이런 기막힌 구경을 하게 된 것이다. 체사레는 정말로 흡족했다. 

한편, 실비아는 체사레의 시선이 정조대에 닿은 것을 깨닫자 그만 신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꼭 감겨진 눈 사이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말 죽을 만큼 수치스러웠다.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정숙했던 그녀가 외간남자 앞에서 이렇게 치부를 드러내게 될 줄이야........ 

 정조대로도 다 가리지 못한 풍만한 엉덩이, 그리고 엉덩이 아래로는 미끈한 다리가 쭉 뻗어 있었다.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실비아의 반나체를 감상한 체사레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동안 수많은 여자를 먹어왔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접한 것은 처음이었다. 낮에 봤던 헬레나의 알몸도 절륜한 아름다움이었지만, 그 풍만함과 곡선의 절묘함, 그리고 부드러움에서는 실비아에게 미치지 못했다. 

 구경을 다 끝낸 체사레는 다시 한 번 강하게 명령했다. 

 "브래지어도 벗어!"

"예? 그, 그건......."

"어서!" 

 체사레가 거칠게 강요하자, 실비아는 고개를 떨구면서 손을 등뒤로 돌리고 말았다. 이미 보여줄 거 다 보여준 상황에서 더 망설일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브래지어 후크가 풀리고, 두팔을 따라 내려오면서 툭 떨어지자 동그란 젖가슴이 확 드러났다. 비로소 그 풍만하면서도 가냘픈 몸의, 유연한 곡선이 한 눈에 들어왔다. 비록 그놈의 정조대가 여전히 거슬리긴 했지만.........

 실비아는 고개를 왼쪽으로 튼 채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심각한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마치 첫날 밤을 맞은 새신부 같았다. 

 체사레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용한 걸음걸이로 실비아를 향해 다가갔다. 그가 얼마나 자연스러웠는지 실비아가 "아!"

하는 신음을 발하면서 눈을 크게 떴을 때는 이미 체사레의 품 안에 안긴 후였다. 그가 그녀를 꼭 끌어안고 등허리를 슬슬 쓰다듬자 이상한 무력감이 실비아의 몸을 감쌌다. 마치 따스한 물 속에 푹 잠긴 듯한, 그런 나른함이 느껴지면서 전신에 힘이 쭉 빠져나갔다. 

 어쩔 수 없는 연약함일까? 사내의 품에 안기니 너무 따스하고 편안하고 의존이 되는 게, 참 좋았다. 이제까지 느껴왔던 모든 설움들 -남편의 불신, 정조대의 불편함, 외간남자 앞에서 벗어야 했던 부끄러움-이 한꺼번에 녹아내리면서 몸이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으며, 정신은 꿈을 꾸는 것처럼 몽롱했다. 

 체사레의 손이 허리를 쓸자, 전류가 통하는 듯한 짜릿함에 실비아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비틀면서 신음을 발했으며, 엉덩이를 살짝 움켜쥐자 허리가 꼿꼿하게 펴졌다가 다시 내려앉으면서 진한 쾌감이 모세혈관 속을 치달렸다. 

 체사레는 거의 저항하지 못하는 실비아의 아름다운 몸을 마음껏 희롱했다. 그가 실비아의 목을 끌어안고 진한 키스를 한 후에 놓아주자, 그녀는 젖은 입술로 귀엽게 할딱거렸다. 

 "아, 다, 당신은........ 이, 이러면 안 돼요........"

 이미 한참이나 주물럭거려진 후에야 비로소 자신을 희롱하는 남자가 남편이 아니란 것을 깨달은 실비아는 사내의 품을 벗어나 보려 했지만, 이미 힘이 빠진 후라서 강인한 사내를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미약했다. 게다가 그 미약한 저항조차 체사레가 젖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고 절묘하게 젖꼭지를 비틀자 그대로 스러져 버렸다. 

 "아학! 하아......."

실비아는 뜨거운 비음을 발하면서 알몸을 파르르 떨었다. 타고난 음란함일까? 아니면 이미 사내에게 길들여진 육체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이미 실비아는 치밀어 오르는 쾌락의 느낌에 의해 나락 속으로 밀려 떨어지고 있었다. 

  아직 전체 스토리의 1/100도 쓰지 않았는데, 제목을 가지고 태클을 거는 분이 있으실 줄이야...............-_- 

주인공은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왜 헬레나가 주인공인지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아시게 될 겁니다. 

극악 연재의 경우는............. 음, 그래도 저 정도면 성실연재 축에 들지 않나요? 일단 시간이 나고 맘이 내켜야 쓸 수 있는 게 소설이니, 앞으로도 속도는 비슷할 겁니다. 실망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지금은 한가한 편입니다. 중간고사 시작되면, 한 2주 정도는 못 쓰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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