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기발랄 34
"......"
눈을 떴다. 어느새 잠들었던 건가?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붉으스름한 조명등이 실내를 비추고 있는 이곳은 모텔방이었다. 내 옆에는 현아가 누워서 곤히 잠들어 있다.
......
슬슬 기억이 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위해 식당에서 모텔로 자리를 옮겼었고, 여러 이야기 끝에 현아와 몸을 섞었지. 꽤나 오랜만에 맛보는 듯한 현아의 몸에 나역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나도 힘들어하는 현아를 억지로 붙잡고 내 성욕을 분출시켰으니까. 나중에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현아를 엎어놓고 엉덩이를 쳐대다가 싸버리고 나서 그렇게 잠들은 모양이다.
현아는 쥐죽은 듯이 자고 있다. 가끔 느끼는 거지만, 저렇게 입다물고 조용히 자고 있는 현아의 얼굴을 보면 참으로 청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 자는 얼굴도 보기에 따라선 훌륭한 딸감이 된다. 원체 현아가 생겨먹은게 꼴리게 생겼으니 어쩔 수 없다.
가만히 현아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으려니, 살짝 고개를 움찔거린 현아가 스르르 눈을 뜬다. 그다지 깊게 잠들었던게 아니었나 보다.
"깼어? 괜히 건드렸나 보네."
"...으응. 아니야. 꿈 속에서도 니가 만져주고 있었는데 뭐."
"꿈에서도 내가 나왔어? 그럼 만지기만 했을 리가 없는데?"
"잘 아네...? 나 정말 미친듯이 따였는데."
그렇게 말한 현아가 눈썹을 찡그린다. ...하긴, 잠들기 전에도 나한테 뚫리고, 겨우 잠드니까 꿈에서도 저렇게 뚫렸으면 질릴 만도 하겠다.
이불을 끌어올린 현아가 끄응 소리를 내면서 나한테 엉겨 붙는다. 추운 건가? 요즘 날씨가 좀 미치긴 했지. 내 품에 안겨 잉잉거리는 현아의 모습이 마치 땡깡부리는 꼬맹이같다.
"을아... 추워."
"추워?"
"응."
"그럼 한 판 할까? 금방 더워질 텐데."
"...하여튼 니 머릿속엔 나 따먹을 생각밖에 없지?"
"니 머리속도 마찬가지 아니냐?"
현아는 대답대신 더욱 내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나는 현아의 몸을 꽉 끌어안아 내 몸으로 빈틈없이 밀착시켰다. 솔직히 나도 지금은 현아랑 하고싶은 생각이 없다. 아까 그렇게 쳐댔으니까. 이런 야한 몸을 끌어안고 있으니 꼴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걸 그대로 집어넣어서 펌프질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안든다. 아무리 나라도 힘든건 힘들다.
머릿속에서 야한 생각이 사라지니, 역시나 그 생각이 자연히 떠오른다.
이런 사랑스러운 현아를 언제까지고 내 옆에 두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그리고 그 숙제를 해결하려면 달갑지 않은 세 사람을 만나야 한다.
윤성현, 박우리. 그리고... 정소연.
솔직히 박우리는 그렇게까지 꺼려지지는 않는다. 이제와서 이런 말 하는것도 우습지만, 녀석하고는 십 년도 넘게 봐온 친구니까. 한 때는 이 녀석과 이런 여자문제로 싸우는게 싫어 현아를 포기하려고도 했었지만,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 거다. 아무튼 박우리를 만나는 건 그리 대수는 아니다.
어쩌면... 박우리는 이제 내 적수가 못되니까 안심해버린 것일 수도 있겠지. 몇 번정도 현아랑 떡쳤다고 해서 그 사이까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다. 현아의 마음은 줄곧 나에게 향해 있었고, 박우리는 그 과정에서 잠깐 발생한 변수에 불과하다. 예전에는 박우리에게 현아를 빼앗길까봐 정소연을 시켜 미행까지 붙혔던 주제에 지금에 와서는 이런 여유로운 생각이나 하고 있다. 나도 참...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다.
윤성현을 만난다는 건 여러모로 두려움이 작용한다. 어찌보면 이 녀석이야 말로 원흉의 시작이며 만악의 근원이니까. 이런 싸이코같은 녀석한테 현아가 아다를 뚫리고 이렇게까지 조교된 거다. 그리고 현아도 그 윤성현에게서 마음대로 벗어날 수가 없어 나를 이용한 것이고.
하지만 이 역시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난 통보를 하러 가는 거니까. 더이상 현아는 네 여자가 아니라 내 여자고, 우리는 먼 곳으로 떠날 꺼라는 통보. 녀석이 반발하든 어쩌든 상관없다. 현아의 마음은 나에게 있으니까.
......
여기까지는 좋다. 둘 다 상식이라는 것이 통하는 인간이라면, 일정 이상의 선을 넘을리가 없다.
문제는 역시... 정소연이다.
이 계집은 나로써도 답이 없다.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고 다니니까. 그래서 나는 될 수 있는대로 이 계집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내 집도 못들어갈 정도로 피해다녔다. 그리고 정소연은 타겟을 돌려 현아를 공격했지. 현아가 보통이 아닌 여자였기에 망정이지, 멀쩡한 다른 여자였다면 그자리에서 멘탈이 깨졌을 꺼다.
아무튼 내 최고의 고민은 바로 정소연이다. 저 계집까지 대면한 자리에서 현아와의 도피를 말하게 되면... 과연 어떤 행동을 보일까? 정상이 아니니까 그 행동범위 또한 예측할 수가 없다.
"얼굴이 왜 그렇게 굳어 있어?"
현아가 말을 걸어온다. 아무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는 내 얼굴이 보기에 이상했나 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말할 필요는 없겠지. 말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움... 내가 아무것도 안해주니까 삐져서 그래?"
현아의 손이 내 가운데로 향한다. 그 손길이 닿자마자 이 분신녀석이 주제도 모르고 솟아버렸다. 쑥쑥 자라난 기둥을 보자 현아가 베시시 웃는다.
"얘좀 봐. 내가 좀 귀여워해 주니까 어른이 됐어."
"걔도 알고있는 거지 뭐. 지금 만져주고 있는 여자가 누군지 말이야."
"웅... 그래?"
"응. 걔는 너랑 할때가 제일 좋댄다."
내 말을 듣던 현아가 깔깔대고 웃기 시작했다.
"아유, 요 귀여운게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일롸. 누나랑 놀자."
내 아래로 내려간 현아가 기둥을 부여잡고 조심스레 혀를 내밀었다. 표면을 핥아내는 현아의 혀가 살짝 떨리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겉면을 빨아먹던 현아는 이윽고 입 안으로 내 물건을 넣어 쑤욱 집어 삼켰다.
"후웁, 쮸웁... 츄릅, 쯉..."
...굉장히 잘 빤다.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현아의 동작에 나도 모르게 그 머리를 붙잡았다. 혹시 이 계집, 여기서 다 쥐어 짜내서 삽입도 못하게 하려는거 아닌가?
사타구니에서 느껴지는 자극을 제외하더라도, 그냥 위아래로 움직이는 현아의 머리만 봐도 쌀 것 같다. 내 물건을 잔뜩 머금고 격정적으로 빨아재끼는 그 모습에 어찌 흥분을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남자는 시각으로 느끼는 흥분도 굉장하니까, 아마 내 말이 틀리진 않을꺼다.
금방 싸버릴 것 같아서 계속해서 엉뚱한 생각을 했다. 현아가 해주는 건데 애국가를 부르는 건 좀 그러니까. 음... 그러니까... 현아는 어째서 저렇게 잘 빠는 걸까. 얼마나 많이 해봤으면 저런 테크닉이 나올까. ...젠장. 역효과다.
근데 좀 궁금하긴 하다. 현아는 지금까지 거쳐간 남자들에게 전부 이런 서비스를 해줬겠지? 그리고 그 남자들은 예외없이 현아의 조그마한 입 속으로 좆물을 싸재꼈겠지. 현아는 가끔 내가 싸는 정액도 곧잘 집어삼키니까 다른 남자들의 정액도 몇 번정도는 삼켰을 것 같다.
현아는 윤성현의 좆물도 저렇게 받아 먹었을까? 박우리의 자지도 이렇게 빨아줬을까?
후우. 쓸때없는 생각을.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지금인데.
굳이 생각해 보자면 틀림없이 현아는 저 둘에게도 이런 서비스를 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그것은 과거일 뿐. 지금의 현아는 오로지 나만의 여자다. 바로 이렇게...
"...웁!! 후웁..."
...나만 쌀 수 있는 전용 정액받이다. 이제는 그 누구도 현아의 몸을 건드릴 수 없을 꺼다. 내가 옆에 있는 한.
"아으... 싸면 싼다고 말 좀 해주지... 놀랐잖아."
내가 싼 좆물을 한움큼 받아낸 현아가 우는 소리를 낸다. 예전이었으면 죽고싶냐면서 목을 졸랐을 텐데, 얘도 조금 변하긴 했다. 가끔 그 성격이 튀어나오긴 하지만... 꽤나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휴지로 정액을 닦아낸 현아가 슬쩍 고개를 움츠리며 나를 바라본다.
"...더 할꺼야?"
......
이렇게 한 번 빼줬는데 그래도 자기를 따먹어야 겠냐는 눈초리다. 안됐지만 이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현아의 입은 어지간한 걸레들의 보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명기지만, 역시 진짜는 그 아래가 아니겠어?
팔을 뻗어 현아의 몸을 더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현아는 한숨을 쉬며 내가 움직이는 대로 몸을 맡겨왔다. 체념한 모양이다.
"...아!!"
푹 젖은 현아의 보지를 밀고 들어갔다. 끝까지 내 물건을 받아낸 현아가 힘을 줄 때마다 질벽이 수축하며 나를 조여온다.
...쯔걱... 쯔걱... 쯔걱...
별로 내키지 않는 듯 했던 현아도 어느새 내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내 몸이 현아의 몸에 부딪칠 때마다 출렁거리는 그 살결들이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을아..."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나에게 현아가 두 팔을 뻗어온다. 안아달라는 뜻이다.
그대로 현아의 위로 엎드린 채 계속해서 펌프질을 했다. 현아가 내뿜는 숨결들이 내 목덜미를 간지럽힌다.
페이스가 점점 빨라지면서 현아의 몸에도 힘이 들어갔다. 나를 부둥켜안은 현아는 오로지 내가 움직여주는 대로 흔들거릴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내가 해주는 대로 느끼고 싶다는 그런 모습이다.
"...아... 을아... 앗...! 아흑!"
현아의 목소리가 물기에 젖어 있다. 왠지 나보다도 먼저 절정으로 가버릴 것 같다. 얌전히 배밑에 깔려있기만 하더니 뭐에 저렇게 느껴버린 거지?
"앗, 나... 나... 더는...!"
혼잣말을 하던 현아가 이윽고 허리를 튕겨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나를 끌어안고 있던 손에도 잔뜩 힘이 들어가 그 절정의 순간을 나누고 있다. 현아가 허리를 비트는 것을 보자, 나도 여기서 싸버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윽!"
몸을 이리저리 비틀던 현아가 내 좆물까지 받아내자 아랫배에 잔뜩 힘을 주면서 크게 움찔거렸다. 마치 숨쉬기도 힘들다는 듯 신음소리마저 희미하게 들린다. 여전히 나를 부둥켜 안고 있는 현아는 그렇게 상당히 긴 시간을 절정의 여운으로 몸부림쳐야 했다.
......
겨우 현아가 진정됐다. 난 얘가 이렇게 오랜 시간을 정신 못차리고 느끼는 건 처음 봤다. 마지막에 가서는 팔다리로 내 몸을 휘감으면서 눈물을 흘리더라. 그렇게 좋았나?
"...하아... 하아..."
땀으로 흠뻑 젖은 현아가 내 품에 안긴 채 힘겹게 숨소리를 내고 있다. 평소에 비하면 그리 거칠게 하지도 않았는데. 모습만 보면 무슨 네다섯번 따먹힌 계집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현아의 얼굴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그것이었다. 단 한 번만 했을 뿐인데도, 현아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얼굴로 나에게 안겨 있다. 물론 알고는 있다. 여자를 만족시키는 것은 자지 크기나 횟수, 시간따위와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을. 내가 오래 하고 많이 하는 건 단순히 내 만족을 위해서다. 그정도로 안하면 내가 한 것 같지가 않으니까.
정말... 이 여자는 반칙이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정도의 사기캐릭이다.
현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 번 결심을 확고히 했다.
더이상 피하지도, 남에게 미루지도 않는다. 이 행복한 미소를 나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설령 정소연이라 하더라도 피하지 않겠다.
내 몸에 힘없이 기대어 숨을 몰아쉬던 현아는 어느새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 * *
......
모든 연락을 마쳤다.
현아를 포함해 다섯이 전부 모일 것이고, 그 자리에서 나와 현아는 너희들에게 중대한 사실을 고지할 것이다, 만약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인한 피해는 전적으로 너희들의 책임이다, 라고. 상당히 오만하고 도전적인 말이지만, 딱히 상관은 없다. 어차피 만나서 할 이야기 자체가 녀석들의 입장으로써는 오만하고 도전적인 말이니까.
사실 모두를 한 자리에서 만나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그냥 따로따로 만나서 이야기해도 된다. 그렇게 한다면 심적 부담감도 어느정도는 분담되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나중을 위해서다. 개별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전한다면, 혹시 나중에라도 자기는 그런소리 들은적 없다며 딴소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섯이 모인 자리에서 말한다면 서로가 서로의 증인이 되는 셈이니 딴소리를 할 수 없다.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정소연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예측할 수 없는 녀석의 행동은 나와 현아에게 어떤 위협으로 다가올 지 짐작할 수가 없다. 어쩌면... 이성을 잃은 정소연은 너도 죽고 나도 죽겠다며 칼부림을 할지도 모른다. 어느 게임처럼 말이지. 농담이 아니라 나는 정말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도 상상했다. 그래서 만나는 장소는 어린이 대공원으로 했다. 나름 여러모로 머리를 굴려 생각한 곳이다.
일단 첫째, 어린이 대공원은 정소연과의 이런저런 추억이 있는 곳이다. 정소연이 윤소정이던 시절, 나는 윤소정을 어린이 대공원으로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정소연인 시절에도 녀석의 손에 이끌려 그곳에서 데이트를 했지. 여러모로 추억이 담긴 곳이니 어쩌면 정소연의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둘째, 대공원이라는 특성 상 많은 인파들이 몰리는 곳이다. 그런 곳이라면 혹시 모를 정소연의 돌발행동도 사전에 예방될 수 있다. 정소연도 아예 머리가 돌아버리지 않은 이상 그렇게 사람이 몰린 곳에서 칼부림같은걸 할 리는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극단적인 상황을 대비한 것이기 때문에 솔직히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나는 보냈어. 넌?"
현아가 묻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이제 시간만 가면 되겠네."
박우리와 정소연에게는 내가 문자를 보냈고, 윤성현에게는 현아가 문자를 보냈다. 난 윤성현의 연락처는 모르니까.
[디이이잉~]
...역시 예상대로 연락이 온다. 이런 문자를 받고 가만있으면 그것도 정상이 아니겠지. 누구한테서 온 것인가 보니 박우리다.
"여보세요."
[...얌마, 이거 지금 뭐라고 보낸 거냐?]
박우리의 목소리가 조금 격앙되어 있다. 나에게 묻고 있긴 하지만... 아마 녀석도 본능적으로 느꼈을 꺼다. 내가 보낸 문자의 뜻을.
"궁금하면 내일 약속장소로 꼭 나와라. 안나오면 너만 손해니까."
[뭐? 너 이새끼...]
"아... 그리고 말인데. 정소연한테도 문자 보내놨긴 한데, 어쩌면 딴생각 품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니가 걔좀 챙겨서 데리고 나와. 너희 둘 나름 어울리잖냐?"
그렇게 말하고는 그냥 끊어버렸다. 전화로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그냥 끊었는데도 다시 연락이 오지는 않는다. 역시 박우리. 내가 알고 있는 녀석의 성격이라면 이렇게 다시 구차하게 연락하지 않고 내일 모습을 드러내서 직접 듣는 것을 택한다. 여전히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단순한 놈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니가 구르는 거야 임마.
......
어디보자. 박우리는 나올 것 같고.
예상외로 정소연에게서 연락이 없다. 이게 무슨 문자냐면서 전화 한 통 정도는 오리라 생각했는데. 도통 생각을 알 수 없는 계집이다.
사실 이대로 연락을 못받았다거나 해서 안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역시나 나중을 위해서라면 내일 전부 다 만나는 것이 낫다. 그 자리에서 확실히 입장을 표명해서 모두를 단념시키는 것이다. 물론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안그러면 어쩔꺼야? 우리가 그렇게 하겠다는데.
결국 최후의 승리자는 바로 나란 말씀이다.
단념을 시키느니 어쩌니 하는 것도 우스운 말이지. 내가 녀석들을 단념시키는게 아니라 그 스스로들 단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지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현아가 내 옆에 있고 그 마음이 내 옆에 있는데 뭘 할 수 있지? 이미 끝난 게임이다 이거야.
현아는 얌전히 앉아있다. 뭔가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현아도 마음이 복잡하겠지. 지금 나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털이 다 빠질 것 같은데.
내가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는지, 현아도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생긋 웃는다.
"뭘 그렇게 보고 있냐? 나 예쁜거 이제 알았어?"
"어. 그래. 볼 때마다 이뻐 죽겠다."
"...진짜? 왠일이야. 니가 날 이쁘다고 하고."
기분 좋은 듯이 웃는 현아의 얼굴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저런 현아의 미소가 있는데 뭐가 걱정일까? 현아와 함께 한다면, 이 싸움... 절대로 질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