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41)

색기발랄 33 

"...어?"

두 눈을 동그랗게 뜬 현아가 되묻는다.

나는 다시 한 번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도망가자고. 어디라도 좋으니까. 그리고 거기서 새로 시작하는 거야. 누구도 신경쓸 필요는 없어. 이렇게 나랑 잘되는 모습을 윤성현에게 보여야 할 필요도 없고, 박우리한테 잘 되게 도와달라고 할 필요도 없어. 그저 우리 둘만 생각하면 돼."

......

이것은 갑자기 한 생각이 아니다.

박우리에게서 현아에 대한 모든 것을 들었을 때, 그 때부터 줄곧 생각해오던 것이다.

현아의 마음을 가져오는 건 쉽다.

이미 현아는 나와 잘 되는 것을 전제로 만나고 있고, 지금도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상태다. 계획따위가 아니라 정말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진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 기울어진 마음이니 계속 챙기고 다니면서 굳히기로 들어가면 박우리는 물론이고 윤성현이라 하더라도 쉽게 현아의 마음을 돌리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안심할 수는 없다. 마음은 그렇다 쳐도 그 몸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난 현아가 윤성현이나 박우리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내리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현아가 정말 나랑 잘 된다고 해도, 현아는 언제라도 그 둘을 만날 수가 있다. 현아가 먼저 접근하든, 그 둘이 현아에게 접근하든 말이다. 

한 번 분위기를 타버리면 주체하지 못하고 끝까지 가는 것이 현아의 성격이다. 마음은 완전히 나한테 넘어온다고 해도 몸은 그 둘과의 섹스를 기억하고 있을테니, 만나기만 한다면 충분히 그런 분위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접촉하게 되면 현아는 어쩔 수 없이 그 둘과 몸을 섞게 된다. 이런 여자를 끼고 살려면 역시 그 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것이다. 현아를 데리고 어디든 도망간다면, 더이상 그 둘은 현아를 만나지 못하겠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설사 지금의 현아가 그 둘에게 마음이 있다고 해도, 더이상 그 둘을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그 감정들은 얼음이 녹듯 천천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어때...? 난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한 번 내 생각을 현아에게 전했다.

현아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이 제안을 거절할 리가 없다. 오로지 나와 잘 되서 지금의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진짜라면, 이것보다 더 달콤한 유혹은 없을꺼다.

"......"

현아는 여전히 다리를 꼰 채로 의자에 앉아 있다. 내 눈을 바라보던 고개를 아래로 떨궈 담배를 집어들고, 담배 끝에 불을 붙혀 깊게 숨을 들이키고, 꼬고 있던 다리를 풀어 가지런히 내려놓는 순간까지, 현아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내가 내놓은 방법은 그렇게 간단히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닐 테니까. 분명 현아도 나름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 지금 현아가 나에게 대답한다면, 그것은 '생각할 시간을 줘' 밖에는 선택지가 없다.

분명 현아는 내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와 함께 도망가는 것을 택할 것이다. 그것이 현아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나도 그렇지만 현아 자신도 그것을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복잡한 남자관계에 얽힌 지금의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역시 모든 걸 버리고 떠나는 것이 제일 깨끗하고 간단한 방법이다.

잠깐 현아를 바라보다가 나도 담배를 꺼냈다. 현아가 담배를 참 맛있게 빨고 있는게 나도 한 대 피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전에는 이제 담배 줄여나갈 꺼라고 하더니, 어느새 또 저렇게 담배를 손에 대고 있군. 그게 말처럼 쉽게 끊어지면 전 세계에 담배로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넘쳐날 리가 없지.

다리를 꼬고 있다가 두 다리를 내려놓고 있어서인지, 그 짧은 치마 사이로 팬티가 힐끗 보이고 있다. 가지런히 다리를 모으고 있는데도 어쩔 수 없이 비친다. 당연하지. 저렇게 짧은 치마를 입고 앉아있는데 안보일 수가 없다. 

현아가 인천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지하철을 탈텐데, 자리가 나서 앉게 된다면... 본의 아니게 다른 남자들 눈호강 시켜주는 꼴이 되겠군. 정작 현아는 그런거 전혀 신경 안쓰는 눈치다만. 저것도 몸매에 자신이 있으니 생기는 증상인가? 노출병의 일종이라던가.

그렇게 현아의 다리사이를 쳐다보면서 담배나 빨고 있으려니, 어느새 담배를 다 핀 현아가 두 손을 다리사이로 쏙 넣으며 나를 올려다 봤다.

"그만 좀 봐. 변태야."

"그렇게 입고 다니는 니가 변태라는 생각은 안하냐?"

"뭐. 내 다리 예쁘잖아."

툴툴거리던 현아의 얼굴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거... 너랑 도망가는거 말인데."

"...응."

벌써 대답을 하려는 건가? 아, 그건 아니겠지. 그냥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대답을 하려는 거겠지. 아까 예상한 대로 말이다.

"나도... 너랑 그러고 싶어. 어디론가 멀리 떠나서... 너랑 둘이서만 알콩달콩하게 지내고 싶어. 근데 말이야..."

......

어라? 뭔가 내가 예상한 대답이랑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설마... 거절하려는 건가?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고 도망가는 건... 너무 무책임하단 생각도 들어. 나라고 지금까지 그런 생각 안해봤을까? 그럴 마음만 먹었다면 이렇게 너한테 접근해서 사귀고 어쩌고 할 필요도 없이 나 혼자서 도망갔을 꺼야."

"......"

일리있는 말이긴 하다. 나쁘게 말하면 지금 내가 하려는 방식은 현실도피니까.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무슨 수로 정리한단 말이야? 내가 일일히 박우리랑 윤성현한테 찾아가서 현아를 포기하라고 설득이라도 해야 하나? 아니, 그렇게 설득한다고 고개를 끄덕일 녀석들도 아니잖아? 

그럼 어떻게 할까. 주먹으로라도 굴복시킬까? 한 여자를 둘러싼 세 남자의 혈투? 도대체 언제적 발상이야. 더군다나 저런 방식이라면 나한테 승산은 없다. 윤성현은 몰라도 내가 박우리를 싸움으로 이길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여야 뭘 어떻게든 하지. 파고들수록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데 나보고 뛰어들라고? 에이, 그건 아니지. 좋은 길이 떡하니 있는데 내가 뭐하러 흙탕물을 뒤집어 써? 현실도피든 뭐든 욕하려면 마음대로 하라지. 어찌됐던 유혈없이 상황을 종결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니까.

물론 저것들은 전부 내 머릿속에서 떠다니는 말들이다. 저런 소리를 현아에게 할 수는 없지. 상당히 찌질해 보이잖아.

그래서 나는, 꽤나 너그러운 표정을 가장해서 현아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나랑 같이 도망가는게 싫으면... 달리 뾰족한 수가 있어?"

"너랑 함께하는게 싫은게 아니야... 난 어디라도 너랑 같이있고 싶어. 그치만... 도망가는 건 싫어. 솔직히 그렇게 도망간다고 해도 맘편히 지내지도 못할 것 같아."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도망가는거 말고 다른 방법 있어?"

나도 모르게 조금 짜증이 났나 보다. 현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는 것을 보고 그것을 알아챘다. 근데 내 입장으로써는 짜증날 법도 하잖아? 도대체 뭐 어쩌란 거야. 

현아는 또다시 담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난 니가 좋아."

"......"

"정말이야. 그 때, 니가 나한테 고백했을때 말했잖아. 이번에는 거짓이 아니라고. 그 말대로... 난 정말 니가 좋아. 얼굴도 봐줄만 하고 성격도 나랑 잘 맞고 배도 안나왔고 쇄골도 섹시하고 허벅지도 튼실하고 자지도 쓸만하고 좆물도 잘뿌려주고..."

...어째 뒤로 갈수록 이상한 기분이 드는데?

"아무튼 다 맘에 들어. 그래, 너랑 도망가는 거... 그렇게 어디론가 가서 우리 둘만 생각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응. 그렇게 하자."

......

뭐지. 아까는 그렇게 도망가는 건 싫다고 하더니 지금은 또 그렇게 하자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그치만, 역시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건 뒤가 켕기지? 솔직히 우리 둘이 도망간다고 해도 걔네들이 우리 뒤를 따라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잖아. 이왕이면 확실하게 끝내고 다른 곳에서 새출발 하는게 낫지."

"......"

대답없이 묵묵히 현아의 말을 들었다. 아까랑은 다르게 지금의 현아는 명확한 말투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자. 마지막으로 걔네들 만나서, 확실하게 전하는 거야. 이제 너희랑은 끝이고, 우리 둘은 어디론가 멀리 떠나서 살꺼라고. 그러니까 더이상 귀찮게 굴지도 말고 다른 생각을 품지도 말라고. 그렇게 확실하게 말해두고 떠나는 게 여러모로 낫겠지? 어때, 을아. 이정도면 너도 만족하지?"

......

그정도라면 뭐...

싸울려고 만나는게 아니라 우리는 떠날꺼라는 통보를 하려고 만나는 거니까... 꿀릴 껀 없으려나? 현아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이미 얘도 마음을 굳힌 모양이다. 더이상 그 둘에게 신경쓰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현이지. 그렇게 확실하게 말해두고 떠나는게 귀찮은 일도 발생하지 않고 여러모로 이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넷이서 한 자리에 모이는 거야? 나랑 너랑... 그 윤성현이랑 박우리까지 넷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갈꺼라고 말하는 거야?"

그 둘의 얼굴을 동시에 대면해야 한다는 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뒷처리를 깔끔히 한다는 의미에서는 이것보다 좋은 수는 없을 것이다. 

내 물음에 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다섯이야."

"...왠 다섯?"

"한 명 더 있잖아? 그 정소연이라는 꼬맹이 말이야. 아... 정소연이 아니라 실은 윤소정이라는 이름이랬지?"

"......"

뭐... 라고?

현아가 어떻게 저걸 알고 있지? 정소연이 실은 윤소정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응? 얼굴이 왜 그래? 아항, 내가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지 궁금한 거야? 별거 아니야. 그 꼬맹이한테 직접 들었거든."

"...어떻게? 걔한테 어떻게 들었다는 거야? ...만난 적이 있어?"

"아니. 전화통화로. 걔는 날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내가 뭐하러 그런 애를 만나? 그냥 할 말 있으면 전화로 하라고 했더니, 그런 말 늘어놓더라고."

......

이건...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다.

정소연 그 계집... 나한테 연락하는 걸 그만두고 엉뚱한 곳으로 손을 뻗었었구나. 그러고 보니 이런 말을 했었지. 자신이 다가오는 걸 계속 차단할 셈이라면 더이상 나와 현아의 시간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그건 이걸 뜻하는 거였나? 현아한테 모든 사실을 까발리기 위해서 나한테도 윤소정의 모습을 보인 거였나?

현아는 이미 정소연이 윤소정이라는 것까지 전부 알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소연 본인의 입에서 직접 들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까지 나와 정소연의 사이에 있었던 일도 전부 알고 있다는 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거야?"

"글쎄. 대충 그 계집이랑 너랑 맨날 붙어먹고 다녔다는 거? 그리고 그 계집이 예전에 니가 작업치던 꼬맹이였다는 거. 아마 그때 내가 너희 둘 갈라놨었지? 걔도 아주 대놓고 나한테 지랄하더라. 뭐 나만 아니었으면 어쩌고 하는데,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아서 도중에 끊어버렸어."

......

불행 중 다행인 건가.

현아는 내가 정소연이랑 했던 모든 걸 전부 알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저 내가 정소연이랑 바람핀 정도로밖에 생각치 않는 듯 하다. 내가 정소연을 시켜 박우리를 미행붙인 거라던가 박우리에게 비밀을 불게 만들었다던가 그런 건 모르는 것 같다. 하긴 그것까지 알고 있더라면 아까 식당에서 현아가 놀랄 일도 없었겠지. 정소연에게서 모든 걸 들었다면 현아도 내가 그 비밀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 테니까. 아마도 도중에 전화를 끊어버려서 정소연이 하려던 말들을 다 못들은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정소연을 다시 한 번 봐야 한다는 것이 최대의 걸림돌이다. 분명 그 계집애... 이렇게 나랑 현아가 어디론가 가는 것을 방관할 녀석이 아닌데...

내 표정이 상당히 어두웠는지, 현아가 피식 웃으며 말을 꺼냈다.

"너무 그렇게 쫄지 마. 솔직히 나도 너 몰래 박우리랑... 그러고 다녔으니까. 이젠 다 알고 있겠지만 말이야. 쌤쌤이로 치자고 하기엔 좀 이상하지만, 아무튼 난 괜찮아. 너정도 남자라면 그런 여자들 달라붙는거 예삿일도 아니잖아?"

"...정말 괜찮아? 너 예전에는... 내가 그 정소연, 그러니까 걔가 윤소정일 때... 나랑 모텔가려던거 막아버리고는 바람피려거든 보는 앞에서 피라고 그렇게..."

...내가 이 말을 왜 했을까. 긁어 부스럼인 꼴인데.

다행히도 현아는 생긋 웃어주었다.

"아... 그거? 그때야 당연히... 너랑 잘되야 하는데 이상한 년이 달라붙어 있으니 빡돌아서 그런거지. 그치만 지금은 아니잖아. 이렇게 너랑 나... 서로 원하는 사이잖아."

의자에서 일어난 현아가 나에게 다가온다. 몸짓 하나 하나가 전부 치명적인 유혹이다. 그냥 걸어오는 것일 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 수 있는 거지?

내 가슴을 어루만지던 현아가 조금씩 나를 밀기 시작했다. 내 뒤에는 침대만 있을 뿐인데. 이대로 계속 밀려나 버리면...

결국 난 침대로 자빠졌고, 현아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내 몸을 타고 올라왔다. 내 위에 자리를 잡고 나서도 현아의 손은 거리낌 없이 내 가슴팍을 풀어헤치며 여기저기를 만져대고 있다.

...나도 질 수는 없지.

두 손을 뻗어 현아의 허벅지에서부터 엉덩이까지 스윽 쓰다듬었다. 엉덩이에 걸쳐있던 타이트한 미니스커트가 내 손길에 의해 위로 딸려 올라간다. 내 손길이 닿자 찔끔 하고 떠는 현아가 굉장히 귀엽다.

현아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머리를 숙여 내 목을 빨아내고, 점점 아래로 내려가 꼭지도 빨고, 여기저기 혀를 낼름거리다가 다시금 위로 올라와 내 귀를 빨아먹고, 마지막에는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더듬거리더니 입술을 포개며 혀를 섞는다.

물론 나도 가만있지 않았다. 몸은 현아가 하는 대로 내비뒀지만, 두 손 만큼은 현아의 몸을 집요하게 노렸다. 어디가 약하고 어디에 반응하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내 몸을 유린하다가 내가 한 번 건드리면 윽 하는 소리를 내면서 부르르 떤다. 그리고는 또다시 나를 만진다.

...왠지 굉장히 오랜만에 뒤섞이는 기분이다. 실제로는 며칠밖에 안됐는데. 

그래서 그런지, 현아를 만지는 내 손길도 평소보다도 더욱 흥분에 휩쌓여 주체를 못하고 있다. 

"하읏... 으응..."

아마 나만 그런것도 아닌 모양이다. 

나를 만지는 현아의 모습도 평소보다 더욱 격정적이다. 상당히 달아올라있는 그 야한 몸에 내 손길이 닿을 때마다 찔끔, 하고 정직하게 반응해 온다. ...가끔은 이렇게 며칠동안 굶기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데?

"을아... 나..."

"...응?"

"이제 못참겠어..."

"뭘?"

......

솔직하게 말해 보자.

여자가 저렇게 애원하는 얼굴로 먼저 말걸어 오면, 남자된 입장에서 좀 더 괴롭히고 싶어지잖아? 내 자지를 받아먹고 싶다는 자극적인 말이 나오게 만들고 싶잖아? 현아같은 여자가 저런 말을 내뱉어 준다면... 아마 그것만으로도 아랫도리가 찌릿찌릿 하고 반응해 올꺼다.

"니꺼... 말이야. 이제..."

"내꺼가 뭐야. 제대로 안말해주면 난 몰라?"

"이씨..."

결국 눈물까지 글썽이게 된 현아가 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애간장을 녹이는 그 얼굴을 보자 오히려 이쪽에서 먼저 다리를 벌려내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참아야 하느니라. 현아가 먼저 말할 때까지 참는 거다.

"넣어줘..."

"...뭘? 어디에?"

"......"

현아의 말이 끊어졌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얼굴을 들여다 봤더니, 이를 갈면서 나를 노려보고 있다. 얼굴은 여전히 홍조를 띄우고 있는데, 뭐가 잘못된 거지?

"...이새끼가, 자꾸 내 성질 건드릴래? 빨랑 바지벗어. 팬티도!"

"......"

...아 젠장. 잠시 깜박했다. 상대는 현아라는 걸.

그 도도한 년이 내가 바라는 대로 말해줄 리가 없지. 지 스스로도 쪽팔려 죽기 직전일 텐데, 내가 하란다고 순순히 말해줄 리가 없다. 수틀리면 이렇게 나를 쥐어짜면 되는데. 

결국 난 얌전히 바지랑 팬티를 끌어내렸고, 그런 날 보면서 현아도 스윽 팬티를 벗어 한쪽 발목에 걸쳐놨다. 하의를 탈의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날 침대로 밀쳐낸 현아가 다짜고짜 내 몸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꼴린 자지를 콱 움켜쥐어 자신의 입구로 끼워 맞추기 시작했다.

"...너, 제대로 허리 안튕겨주면 목졸라 죽일꺼야. 알았어?"

"...어. 그래..."

대답을 들은 현아가 앞뒤 안가리고 그대로 내 물건을 집어 삼켰다. ...저렇게 한번에 쑥 받아먹으면 아프지 않나? 정말로 아픈건지 어떤건지, 끝까지 밀고 들어간 내 물건에 현아가 입술을 질끈 깨물으며 자극을 참으려 애쓰고 있다. 

내 자지를 머금은 채로 숨을 헐떡이는 현아를 보면서, 은근슬쩍 말을 걸었다.

"지금... 기분이 어때?

"...응... 너무 좋아..."

"그래?"

"응... 넌 별로 안좋은가 봐? 나같은 애 따먹으면서 그렇게 무덤덤할 수가 있어? 박을 완전히 배불렀구나?"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나도 막 쌀 것 처럼 좋다고."

"그치? 역시 우린 너무 잘맞아. 그래도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싸버리면 뿐질러 버린다?"

"......"

"...나 그럼... 움직여도 되지? 응?"

바지 벗으라고 협박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허락맡는 척 하기는... 잠잠하다 싶었더니, 역시 현아 성질 어디 안갔구나. 아마도 내가 얘랑 도망간다면 평생을 잡혀 살게 되겠지. 정말 이걸로 좋은거냐, 나.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한 번 먹고나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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