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41)

색기발랄 10 

......

무심한 얼굴로 영상을 바라봤다.

테이블 아래는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하게 보이는 것이 있긴 하다.

성현아의 하얀 손이,

박우리의 자지를 잡아 흔들고 있다.

......

쓰다듬듯이 슬쩍 만지는가 하면,

아래에서부터 움켜잡고 위 아래로 흔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박우리의 하체가 꿈틀거리는 것이 자극을 참으려 하는 모습이다.

[...탁... 탁 탁...]

동영상에 녹음된 미세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얼핏 들으면 눈치채지 못할 것 같은 작은 소리.

"......"

정소연이 내 얼굴을 흘깃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아마 지금의 내 기분을 살피려 한 모양인데...

가만히 있기도 뭐해서 아무 말이나 꺼냈다.

"딸치고 있네."

보기보다 멀쩡한 내 목소리에 내가 놀랐다.

뭔가 좀 쇳소리가 난다거나 끓는 소리가 난다거나.

으례 사람들이 빡돌면 그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던가?

...아니면 내가 별로 열받지 않은 건가?

"...오빠 괜찮아요?"

"음... 뭐 그냥... 흠..."

눈은 여전히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

짧은 시간을 녹화한 거라 끝까지 다 돌아가면

처음부터 다시 재생이 된다.

......

신기하게도 별 생각이 안든다.

그냥 진짜로, 딱 보고 든 생각이

'어, 만지고 있네?' 이것밖에 없다.

내가 예상한 장면은 박우리가 성현아를 만지는 거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성현아가 박우리를 만지고 있다.

그게 좀 놀랐을 뿐, 딱히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움... 오빠 의외로 담담하네요?"

......

모르겠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도 있다가 잘 때 누워서 생각해보면

그때서야 열받아가지고 씩씩거릴 지도 모르지.

이미 섹스하는 것까지 봤는데

이제와서 좆잡고 흔드는게 뭐 대수냐 하고 생각하는 건가, 나.

그래서 열받지 않는 건가?

내가 별 반응없이 가만히 있자,

흐응 하고 콧소리를 내던 정소연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뭐... 난 아까아까부터 이 둘이 보통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구요. 모텔에서 같이 나오는 남자 여자가 어딜 봐서 정상이에요? 설마 진짜, 진짜로 아무 일 없었다고 해도, 둘이서 같이 모텔이라는 곳에 있었다는거 자체가 보통 마음은 아니라는 거에요."

"......"

"그렇잖아요? 모텔이 뭐하는 곳인데요... 그런 곳에 단 둘이 들어갈 수 있다는 거, 바꿔 말하면 언제든 섹스해도 상관없다는 뜻 아니에요? 아무리 털털하다고 해도 그런 곳에 불쑥 찾아간 언니나, 친구 여친인거 뻔히 알면서도 모텔로 오라고 부른 우리오빠나, 둘 다 제정신이 아니라구요."

......

그런가.

정소연의 말을 듣다 보니 불현듯 성현아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언제였던가. 

동창회때 술먹고 필름끊겨서 옆에서 자던 성현아를 건드렸던 날이었나?

잠깐 화를 내던 성현아는 곧 '남녀가 모텔왔으면 쳐대는게 당연하다'라고 했었지.

그런데 모텔에서 나오던 저 둘은 분명, 

'아무 일도 없었다' 라는 말로 그것을 완전 부정했다.

어제의 그 짓도 잠깐의 실수로 인한 사고로 마무리 지었다.

성현아는 여전히 내 여친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고,

박우리는 그 본심이야 어쨌든 지금은 성현아의 친구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둘만의 은밀한 장난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강경한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고,

나를 바보취급하고 있는거나 다름없다.

......

언제부터 저런 사이가 됐을까?

내가 자는 사이 몰래 박우리의 모텔로 갔을 때?

전날 밤 박우리와 떡쳤을 때?

술집에서 키스했을 때?

아니면, 내가 참석하지 않은 전년도, 전전년도 동창회 때부터?

"......"

영상은 아직도 돌아가고 있다.

우람한 기둥을 거머쥔 조그마한 손이 열심히 움직인다.

......

괜찮다. 아직 아무렇지도 않다.

덕분에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내가 이 영상을 가지고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바로 이것을 저 둘에게 보여주면서

이것에 대해 당장 해명하라고 하는 것.

모텔에서 나오다 들켰을 때에는 오히려 나를 이상한 놈 취급하며

아무 일도 없다고 해놓더니, 실제로는 이런 사이였냐며 화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에 대한 단점이 있다.

원체 스킨쉽을 좋아하는 성현아이니만큼, 이것도 그저 술김의 장난으로 치부하며

은근슬쩍 빠져나갈 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나는 또 아까의 모텔처럼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도 있지.

그럼 남은 두 번째 방법.

이런 애매모호한 것 보다, 좀 더 구체적인 증거를 잡는 거다.

솔직히 다른 남자 꼬추잡고 흔드는 것도 일반 커플이라면 말도 안되는 짓이다.

하지만 성현아라면 빠져나간다. 원래 그런 애니까.

그렇다면, 이것을 뛰어넘는 둘 사이의 확실한 증거를 잡아내는 거다.

같이 모텔에 들어가는걸 잡던가, 어제처럼 떡치는걸 포착한다거나.

그 증거에다가 오늘 확보한 이 영상까지 얹어서 터트리면,

제아무리 성현아라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아니다.

......

솔직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다.

애초에 맘에 안들면 지금 당장이라도 헤어지자고 하면 될텐데.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 보고싶어 하는 것은 그런게 아니다.

성현아가 내 바지가랑이를 잡고 물고 늘어지던, 아니면 쌩 하고 헤어지던,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성현아가 아직 '내 여자친구'일 때,

그 '남친의 친구'인 박우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거다.

뭐라도 좋다.

지금 이 영상도 아주 훌륭하다.

하지만 좀 더 자극적인 것이 필요하다.

역시 최고는 어제처럼 두 년놈이 침대에 뒤섞이는 것이겠지.

그리고 피날레는 성현아의 다리 사이로 흐르는 박우리의 정액이다.

그것을 다시 한번, 깜깜한 어둠이 아니라 두 눈으로 직접 보고싶다.

......

그러니까, 성현아와 헤어질 수 없다.

그러니까, 성현아와 사귀는 거다.

좋아하는 사람을 빼앗겨 가는,

다른 남자에게 점점 길들여지는 그 모습을 보고 싶으니까.

"...오빠..."

...언제부터였지? 정소연이 날 부르고 있었나?

살짝 위축되어 있는 저 얼굴이 묘하게 흥분을 일으킨다.

고딩같은 외모에 비해 상당히 발육이 좋다. 이런걸 베이글이라고 하던가?

"...나가자."

정소연의 팔목을 잡고 바깥으로 나왔다.

마음같아서야 다시 한번 화장실 막칸으로 들어가 정소연을 범하고 싶다.

이번에야말로 끝까지 밀어넣어 정소연을 절정으로 보낼 자신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소연을 건드리면,

이 꼬맹이는 나를 '영상보고 꼴린걸 자신에게 푼다'며 변태취급 할 수도 있다.

...그런 취급을 당할 수는 없지.

다른 여자들이 보는 내 모습은 '잘 노는 멋진 남자' 로 굳어져야 한다.

이런 추악한 욕망을 들켜서는 안된다.

* * *

......

보자.

여전히 자리배치는 나와 정소연이 같이 앉아 있고, 성현아와 박우리가 앉아 있다.

성현아의 두 손이 테이블 위로 올라와 있는 것을 보니, 아까의 그건 이제 접은 모양이다. 설마 박우리가 그 상태로 싸버린 건 아니겠지?

그렇다고 박우리가 성현아를 만지고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박우리의 손도 테이블 위로 올라와 안주를 집어먹고 있으니까.

둘의 분위기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참으로 건전하다.

요즘 노래 이야기나 게임 이야기, 가벼운 농담 등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자아낸다.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방금 내가 화장실에서 보고 온 그 영상이

마치 거짓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 여친을 자처하던 성현아가 그럴리가 없어,

성현아는 단지 취미가 좀 별난 계집일 뿐, 나를 속이면서 까지 그러진 않을꺼야,

그런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하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바로 내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다.

그것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자각함으로써,

내 머릿속에 있는 계획을 조금 더 앞으로 전진시킬 수 있게 됐다.

......

간혹가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성현아가 살짝 눈웃음을 지어 준다.

아까 나에게 삐졌던 그건 다 풀린 건가? ...아니면,

박우리의 자지를 잡아준 것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

근데 저 미소는 참...

아무 생각도 들게 하지 않을 정도로 예쁘기 그지 없다.

지금만큼은, 저런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여자애가 내 여친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

후우. 

슬슬 움직여 보자.

"야, 그만 쳐먹고 나가자."

"뭐? 어디가는데?"

뒤늦게 식신이 발동된 박우리가 잔뜩 부풀린 볼을 우물거리며 되묻는다.

"어디긴 어디냐? 방 잡고 편하게 놀자고."

"또 모텔가게?"

"싫으면 넌 빠져도 돼. 나 혼자 현아랑 소연이 끼고 놀꺼니까."

"우와! 이거 쓰리섬? 언니, 나 을이오빠랑 해도 되요?"

눈을 반짝인 정소연이 두 손을 맞잡으며 성현아에게 묻는다. 당연히 성현아는,

"...박을이 내꺼야. 어디 쪼끄만게 발랑 까져가지고..."

라는 말로 일축시켰다.

...진심일까, 연기일까.

당연히 박우리가 빠질 리가 없다. 술집을 빠져나온 넷은 잠깐 슈퍼에 들러 술과 안주를 샀다. 마치 전쟁터에서 피난가는 사람인 냥 양 손에 들 수 있는대로 샀다.

처음에 들어갔던 모텔과, 다음 블록에 있던 아까의 모텔을 지나쳐,

이번에는 또 다른 모텔에 들어섰다.

"방 어떻게 할까? 난 뭐... 아무래도 좋은데?"

성현아가 묻는다.

큰 방 하나를 빌릴지, 아니면 작은 방 두개를 빌릴지 고민하는 듯 하다.

"큰 거."

"당연히 두 개 빌려야죠."

각기 다른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큰 방을 말한 사람은 박우리였고, 방 두개를 말한 사람은 정소연이다.

"응? 네명이나 되는데 모여서 놀려면 방 큰게 낫지 않아?"

"에이, 우리오빠. 잘 때도 생각해야죠. 한 방에서 뒤섞여서 잘려구요? 에, 혹시 오빠, 나 덮칠려고?"

"헛, 들켜버렸네?"

박우리가 특유의 너스레를 떤다. 정소연도 피이 하고 웃으며 박우리를 쿡 찌른다.

흠, 이건 좀 의외다. 박우리라면 방 두개를 잡자고 할 줄 알았는데.

왜냐고? 박우리와 성현아가 정말 내가 생각하는 대로 수상한 관계라면

방을 두개로 갈라놓고 나중에 다른 한 방에서 맘껏 쳐댈꺼라고 생각했거든.

"그럼 뭐, 나도 방 두개."

내가 방 두개쪽에 손을 들어주자, 성현아는 더 고민할 것 없다는 듯이 방을 두개 빌렸다. 

흠... 쟤 돈 진짜 많다. 지금까지 얼마를 쓴 거야?

딱히 일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집이 부잔가?

* * *

술집에서부터 알딸딸한 상태였기 때문에, 맘놓고 퍼질러서 마시기 시작한 지금은 너나할 것 없이 얼큰하게 취한 상태다.

상태가 이모양이다 보니 별에 별 얘기가 다 나왔다.

개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화제거리는 역시 박우리가 나를 아래에 두고 성현아를 따먹었다는 이야기다. 그 민감한 이야기도 이렇게 튀어나와 안주거리가 되는 것을 보니, 술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정소연은 입을 쩍 벌리며 굉장히 놀란 기색을 비쳤다.

"...우와. 언니 좋았겠다."

"응? 흐음~ 좋았나...?"

"당연히 좋죠. 안좋았어요?"

"그런가? 하긴 뭐... 나도 정신차리고 보니까, 어느새 네번? 빡우리랑 하고 있더라고?"

"네번이요? 오와... 안에다 쌌어요?"

"아니이. 밖에다 하라고 해가지고, 끅, 내 옷 다 더럽혀 놨어 저새끼."

"...아아아, 그래서 언니 처음 봤을때~ 옷에서 좆물냄새 난 거였구나. 난 또, 현아언니랑 우리오빠랑 막 떡치고 내려온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쪄? 키킥, 에이 씨. 박을 저새끼한테 그런 의심 받을 줄 알았으면, 흐끅, 진짜로 한 몇판 하다가 내려올껄. ...그거 알아? 전날에 빡우리랑 할 때 느낀건데, 쟤도 은근 잘해. 박을이 밑에 두고 느끼기 싫어서 꾹 참았는데에, 결국 못버티고 몇 번이나 가버렸거든."

"진짜요? 저, 나도 우리오빠랑 해도 돼요?"

"응? 빡우리는 내꺼 아니잖아. 실컷 먹어. 근데 조심해에, 너 잘못했다간 훅 간다? 나도 훅 갔어. 훅."

"......"

발정난 두 계집의 대화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무슨 아다 못떼고 죽은 귀신이 환생한 것들이냐.

안듣는 척 하면서도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던 나는 불현듯 박우리를 쳐다봤다.

"...얌마. 너 이새끼."

"어? 뭐, 왜?"

"내 여친 따먹으니까 맛있더냐?"

"...어. 존나 쫄깃쫄깃 하더라. 내 지금까지 저렇게 맛있는 애 처음 먹어봤다."

......

그냥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도, 잠잠했던 내 물건이 터질듯이 부풀어 올랐다.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박우리가 이리저리 고개를 흔드는게 보인다. 아니, 내 고개가 흔들리고 있는 건가?

"후우. 박을. 잘 들어 임마. 나 분명히 현아랑 한 건 맞는데, 그거 너한테 미안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알고 있지? 니가 맘대로 건드리라고 시킨 거니까. 으끅."

"...누가 뭐랬냐 새캬. 그냥 맛 좋았냐고 물어본거다."

"진짜 맛있었다니까? 앞으로 1년은 그거 생각하면서 딸칠 수도 있다."

"푸훕, 쿨럭! 야, 좀 할려면 제대로 하지, 질질 짜면서 고백까지 해놓고 니껄 못만들었냐?"

"......"

박우리가 대답이 없다. 이건 좀 건드리기 민감한 부분이었나?

"그러게. 내가 병신이다, 흡. 끄윽, 아마 그런 기회 다신 없을텐데... 뭐 어쩔 수 있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친구의 여친이니까 여기서 놔준다. 대신이라긴 뭐하지만 원없이 따먹기도 했고... 후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불어재낀 박우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잘해줘라, 진짜. 넌 장난으로, 아니면 가벼운 감정으로 사귀는 걸지 몰라도... 나한텐 꽤나 커다랬다. 야, 솔직히 말하는 건데, 우읍, 어으. 아까 너 몰래 모텔로 현아 불렀을때, 다시 한번 해볼려고 했다. 한번 더 몸 섞으면서 고백하면 현아도 이번엔 받아주지 않을까 했다고."

"......"

"근데, 안통하더라. 쟤 고집 엄청 쌔잖냐. 도대체 니새끼가 어디가 그리 좋은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너밖에 없단다. 니 여친이란다 새끼야. 자기도 이거 확실하게 할려고 온 거라고 하더라. 그래도 몇 년동안 알고 지냈고... 내가 니 친구고 하니까 얼굴 안 볼 사이도 아니고... 그래서 현아가 한 수 접고 내 기분 풀어줄려고 온 거라고... 알겠냐?"

......

갑자기 혼란스럽다.

정말 이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라고 내 세포가 부르짖고 있다.

굳이 십년지기 친구라는 이름 안꺼내도, 저 사람의 진심이 느껴지는 말이라고 뇌가 인식하고 있다.

...뭐냐 진짜. 뭐가 진실이냐.

혀꼬여서 횡설수설하는 저 성현아도 그렇고,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는 박우리도 그렇고,

둘 다 진심을 말하고 있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을.

설령 저 둘이 사전에 입을 맞춰놨다고 해도,

이렇게 취한 상태에서 이런 목소리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건가?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해도 도저히 거짓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 그럼 아까 그건 뭐냐.

성현아가 잡고 흔들던 그건 뭐냐고.

계획이고 나발이고 그냥 여기서 확 까발리고 물어볼까?

욕망이고 흥분이고 다 필요없으니 당장 궁금한 거부터 해결할까?

"...우리오빠. 오빤 그럼... 지금은 현아언니랑 친구에요? 아무 사이도 아니고 그냥 친구?"

박우리에게 엉금엉금 기어간 정소연이 턱 밑으로 고개를 바짝 들이대며 묻는다.

입술과 입술 사이를 불과 5cm도 남겨놓지 않은 상태에서, 박우리가 말했다.

"친구야. 존나 슬프게도."

"...흐응."

박우리의 대답을 들은 정소연이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성현아를 바라본다.

"......"

성현아는 대답이 없다.

뭔가를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너무 취해서 듣지를 못한 건지,

그것도 아니면, 친구 사이를 부정하는 건지.

"에에이, 뭐야아. 갑자기 분위기 이상해지고. 우리 게임해요. 게임."

"...응? 게임?"

발랄한 정소연의 목소리에 박우리가 반응을 해온다. 고개를 기울이고 있던 성현아도 슬쩍 턱을 들었다.

"뭐하지? 베스킨라빈스?"

나름 머리를 굴리던 박우리가 게임 하나를 내놓자, 정소연은 그게 뭐냐는 얼굴로 입술을 우물거린다.

"진실게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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