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기발랄 9
삐진건지 삐진 척 하는건지, 성현아는 내 쪽으로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애꿎은 소주만 계속해서 마셔댄다.
흠. 이런 애같은 걸로도 저렇게 삐지는 성격이었나.
천천히 술잔을 들이키다가 문득 맞은편을 바라봤다.
박우리와 정소연은 아직도 깨소금이다.
아까 봤을때는 박우리의 팔에 몸을 기대고 있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술기운이 조금 올라온 듯, 정소연의 얼굴은 빨갛게 물들어 고개를 찔끔찔끔 떨고 있다. 참 의외다. 귀요미한 얼굴에 비해 발랑 까진 언행의 정소연이니 지금쯤이면 못해도 가슴정도는 허락했어야 하는거 아닌가?
금방 지루해진 나는 다시금 고개를 돌려 성현아를 쳐다봤다. 이 계집은 아직도 옆으로 고개를 홱 돌리고 술잔만 만지작 거린다.
성현아의 옆선은 참으로 매력이 넘친다.
히메컷처럼 차분히 내려온 앞머리 밑으로 콧날이 서있고,
오똑한 코를 지나치면 살짝 도톰한 입술이 연한 핑크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살짝 벌어져 있는 입술 아래에는 가느다란 턱선이 이어져 있고,
또 그 아래에는 갸냘픈 목이 하얀 살결을 드러낸 채 야한 냄새를 풍긴다.
...아. 얼굴만 봤는데도 꼴려버렸다.
취한듯이 바라보다 보니 고개를 돌리고 있던 성현아가 어딘가를 향해 손을 흔드는게 보인다. 그리고 손이 향하는 방향에는 어떤 테이블의 남자가 똑같이 손을 흔들고 있다. 저쪽은 남자들끼리만 온 테이블인데, 개중 하나가 성현아에게 추파를 던진 모양이다.
손가락으로 성현아의 옆구리를 쿡 찌르자, 찔끔 하고 놀란 성현아가 도끼눈이 되어 나를 노려봤다.
"...죽을래?"
"......"
대답 대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것을 본 성현아가 내 손가락을 씹어먹으려는 듯 입을 앙 벌리며 손을 쫓아온다. 손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성현아의 머리를 유도하다가, 다리 사이로 손을 쏙 빼버리니 역시 바보같이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들이박았다.
...어지간히도 취한 모양이다.
"...우읍..."
사타구니에 얼굴을 부벼대던 성현아가 고개를 스윽 든다.
뭔가, 애절한 눈빛.
키스하고 싶어지는 눈빛이다.
"......"
그대로 얼굴을 감싸쥐며 살며시 가슴팍으로 끌어안았다. 아무 저항없이 순순히 올라온 성현아가 살짝 입술을 벌린다. 술을 마셔서 그런지 물기가 머금어 있는 성현아의 입술은... 정말 악마의 유혹이다. 내 혀가 들어와주길 바라는 저 살짝 열린 입술이, 너무나도 탐스럽고 맛있는 금단의 열매로 보인다.
"...아얏!"
눈까지 감고 내 입술을 기다리던 성현아가 이마를 잡고 우는 소리를 낸다.
갑자기 왜 저러냐고? 내가 준 것은 입술이 아니라 박치기였거든.
...솔직히 저 입술을 빨아먹기 시작하면 너무나도 위험할 것 같았다.
박치기를 선사한 지금도 심장의 고동소리가 내 귀를 멀게 할 정도니까.
"...이... 너 진짜..."
눈물까지 글썽이던 성현아는 이제 진짜로 안쳐다보겠다는 듯 옆으로 고개를 팍 돌렸다. 목 부러지겠다.
그리고 성현아가 고개를 돌린 타이밍에 맞춰, 아까의 테이블에 있던 그 남자가 술잔을 하나 들고 이쪽으로 건너오는게 보였다.
"제가 벌칙이 걸려서요, 여기 아가씨한테 술 한잔 받아마셔야 하는데."
"...풉. 그래요?"
지랄. 벌칙은 개뿔. 그냥 성현아랑 말섞고 싶어서 대표로 나선거지.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살풋 웃은 성현아가 소주병을 들어 남자의 잔에 술을 따라주기 시작했다.
"...어머! 미안해요. 젖었어요?"
"아뇨아뇨. 괜찮아요."
성현아가 따르던 소주가 잔을 넘쳐 남자의 손을 적셨다. 휴지를 찾던 성현아의 눈이 일순간 나와 마주쳤고, 성현아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휙 돌렸다.
"우움... 휴지가 없네. 잠깐 손 좀 줄래요?"
남자가 내민 손가락에 입술을 가져간 성현아가 그대로 손가락을 집어 삼킨다. 그리고는 아주 정성스럽게 손가락을 빨아먹기 시작했다.
"......"
성현아의 행동에 놀란 남자가 내 눈치를 본다. 내가 가만히 있는 것을 본 남자가 용기를 낸 것인지 나머지 한 손을 들어 성현아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남자의 손길이 기분 좋은 듯, 성현아는 어깨를 움츠리며 리듬을 타고 있다.
그 펠라치오같은 짓이 끝나고, 잠시 후 성현아는 그쪽 테이블로 넘어가 버렸다.
"저거 그냥 보고 있냐?"
박우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녀석도 성현아가 남자의 손가락을 빨아먹는 걸 본 모양이다.
"...모르나 본데, 쟤 원래 저러고 놀아. 너랑도 그러고 놀았잖냐?"
"...그렇긴 하네."
대답은 그렇게 했어도 박우리는 여전히 심기 불편한 눈으로 성현아를 바라보고 있다. 어제 술집에서 나를 앞에 두고 만져대면서 놀던건 그새 잊어버렸나 보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더니.
뭐 아무튼, 박우리의 반응을 보니 아직도 녀석의 마음 속에는 성현아가 있는 것이 틀림없다.
"난 장실좀 갔다 올께."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아있을 때는 몰랐는데, 일어서니 갑자기 술기운이 확 올라오는 것 같다. 한번 휘청거렸다가 쇼파를 잡고 겨우 버티고 섰다.
화장실로 가는 길목에 성현아쪽 테이블을 보니, 성현아는 아까의 그 남자를 마주보고 올라타서 리듬을 타고 있다. 성현아의 손을 마주잡고 있던 남자가 점점 그 손을 끌어당기고, 곧 성현아의 입술이 남자의 입술과 포개어졌다. 같이 앉아있던 다른 일행들의 환호소리와 함께 남자와 성현아는 딥키스를 하기 시작했고, 뒤로 누운 남자를 따라 성현아도 몸을 푹 숙여 쇼파에 가려졌다. 쇼파가 들썩거리는걸 보니 남자가 성현아의 엉덩이를 잡고 부벼대는 모양이다. 주변에서는 '모텔가라, 떡쳐라' 라면서 한껏 흥을 돋군다.
이 순간에도 내 물건은 바지를 뚫고 나올 듯 팽팽하게 솟아버렸다.
어? 당연히 열받지. 근데 열도 받긴 하지만 그보다 성현아가 다른 남자랑 저렇게 스킨쉽을 한다는게 더 흥분이 된다. 내 여자가 다른 남자와 혀를 섞으며 몸을 포개고 누워있는 것을 보고 흥분한다라... 이런 걸 배덕감이라고 하던가?
보다보니 정도가 좀 지나친 것 같아 슬슬 제지하지 않으면 안될 듯 보였다.
성현아는 불붙으면 어디까지 튀어버릴지 모르는 성격이니, 아마 저대로 두면 쇼파에 앉은 채로 팬티벗고 진짜로 떡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 테이블로 갈 필요는 없는 듯 보인다.
이미 내가 움직이기 전에 박우리가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 * *
졸졸졸.
소변기에 몸을 기대다시피 하고 물을 흘려낸다.
감각이 뭔가 이상한게, 내가 지금 팬티를 재끼고 싸는건지 바지를 입고 싸는건지 잘 구분이 안된다. 근데 몸을 들어 확인하는건 또 귀찮다. 바지든 뭐든 나는 오줌이나 쌀란다, 라는 귀차니즘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에잇."
갑자기 뭔가가 엉덩이를 푹 찌른 느낌이 든다.
잠깐 멍하게 있던 나는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아래에는 정소연이 있다.
"...뭐냐. 여긴 왜 왔어?"
"응? 쉬 쌀려고 왔는데요?"
"아 그러냐. 그럼 얼른 싸."
"넹~"
코맹맹이소리로 대답한 정소연이 냅다 화장실 한 칸으로 들어가 문을 통 하고 잠근다. 그리고 스슥 슥 하는 소리가 들리며 옷이 비벼지는 소리도 들린다.
꽤나 꽉끼는 핫팬츠였던 것 같은데. 잘 벗겨지려나?
졸졸졸.
다행히 잘 벗은 모양인지, 정소연이 들어간 칸에서 시냇물이 흘러가고 있다.
휴지를 뜯어내 뭔가 슥슥 닦는 소리도 들리고, 물이 쏴 하고 내려가는 소리도 들린다.
나 언제부터 청각이 이렇게 뛰어났지?
뭔가 나도 모르던 능력을 깨우친 마냥 감개무량하고 있다 보니, 어느새 사라졌던 정소연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나 있다.
"움~ 을이오빠."
"엉?"
"지금 어때요?"
"뭐 임마."
"딱 좋은거 같은데."
정소연이 제일 구석진 화장실 칸을 가리킨다. 그때까지도 난 이게 뭘 말하는 건지 몰랐다.
엉덩이를 살짝살짝 흔들던 정소연이 급기야 내 팔을 잡아 끌면서 소근거린다.
"나, 지금 오빠랑 하고 싶어요."
"하고 싶어?"
"응. 오빠랑 하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내 팬티보면 놀랄껄요?"
하고싶어? 라고 반문했던 나였지만, 그것이 뭘 말하는지 깨닫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동시에 어질어질하던 술기운이 안개가 걷히듯 싹 가셨다.
"...어? 진짜? 여기서?"
"뭐 어때요? 스릴있고 좋잖아요. 좁아서 뒤치기밖에 못하겠지만."
"너 화장실 파였냐? 난 아무리 그래도 여기선 못하겠던데..."
"에? 아니에요~ 나도 처음엔 이런데서 하는거 싫었는데, 오빠들이 못참겠다면서 화장실에 가둬놓고 돌려가지고 버릇된 거에요."
"...아 그러냐. 돌림빵 당하다 보니까 어느새 익숙해졌냐."
"에...? 나 방금 그것도 말했어요? 으아... 어떡해. 나 취했나 봐..."
두 뺨을 어루만지며 부끄러워하던 정소연이 다시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래서... 해줄 꺼에요 말 꺼에요? 솔직히 지금 아니면 오늘 오빠랑 못해요."
"아무리 그래도... 여긴 좀 글타 야. 아무리 내가 양아치라지만 너랑 처음 하는 건데 제대로 된 곳에 가서 먹어주는게 예의 아니냐?"
"...지금 하고 싶으니까 그렇죠."
정소연이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쯤 되다보니, 이 꼬맹이는 왜 이렇게 나랑 쳐대고 싶어서 안달인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남친도 있는 년이 딴 놈한테 다리벌린다는 그런 도덕적인 개념이 아니라, 나 역시 지금까지 정소연이 숱하게 거쳐왔을 남자 중 하나일텐데 왜 그리 매달릴까 하는 순수한 의문이다.
내 눈빛이 이상해 보였던 건지, 정소연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조금은 틀려졌다.
"...혹시 아무한테나 쉽게 대주는 애라고 생각하려거든 그냥 관둬요. 난 그냥 오빠가 맘에 들어서..."
"......"
안되겠다. 못참겠다.
안 그래도 성현아가 다른 남자 위에 올라타서 키스하고 자빠지는 거 보고 꼴렸던 기분인데, 이런 귀요미가 풀죽은 얼굴로 따먹어주세요 하고 있으니 이성이고 뭐고 날아가 버릴 것 같다.
"아, 앗!"
정소연이 가리켰던 맨 마지막 칸으로 끌고 들어가 집어 넣었다.
문 제대로 잠궜던가? 에라 모르겠다.
벨트를 풀고 바지를 내려 갇혀있던 엑스칼리버를 뽑아냈다.
"오..."
정소연의 얼굴에 화색이 감돈다.
내꺼 보니까 혈액순환이 잘 되기라도 하냐?
낑낑대며 핫팬츠를 무릎 아래로 끌어내린 정소연이 변기를 짚고 뒤로 돌아서서 허리를 쭈욱 뺀다. 살짝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굽혀 내가 쉽게 넣을 수 있도록 배려까지 하고 있다.
"질질 싸고 있었네?"
"...오빠랑 할 생각 하니까..."
엉덩이를 움켜잡고 두 엄지손가락으로 정소연의 보지를 활짝 벌려냈다. 개걸레같은 말투에 비하면 모양새는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적당히 경험을 해본 듯한 색이랄까? 꽉 끼는 핫팬츠 같은걸 입고 다니는데도 오징어 냄새가 안나는걸 보니 관리를 잘 하는 모양이다.
한 손으로 기둥을 잡고 정소연의 입구에 갖다 댔다.
귀두를 살짝 머금게 한 다음, 그것을 천천히 위 아래로 비벼서 충분히 애액을 묻혀 나간다. 그렇게 조금씩 위 아래로 부벼지던 귀두 부분이 자연스럽게 정소연의 질 속으로 담궈졌다.
"...아... 오빠..."
기둥의 끝부분이 정소연의 엉덩이 사이로 사라지고, 이제 나머지를 마저 넣기 위해 허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넣는다...? 좀 깊을지도 몰라."
"아... 네. 빨리..."
재촉하는 정소연의 말이 내 허리에 더욱 힘을 가하게 만든다.
엉덩이를 움켜쥐던 손을 쓸어올려 정소연의 허리를 잡고는, 조금씩 내 허리쪽으로 끌어당기며 삽입을 시도했다. 조금 뻑뻑한가 싶어, 두어번 정도 살짝살짝 뒤로 빼면서 전진하자 금새 부드러워져 내 물건을 빨아먹듯이 받아들인다. 윽 하는 정소연의 소리와 함께 배에 힘이 딱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으아... 후우... 오빠, 다 들어온 거죠...?"
"조금 더 들어갈 수 있는데... 힘들어?"
"에...?"
놀란 소리를 내던 정소연이 어느덧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힘들다는 뜻인지 더 넣으라는 뜻인지 아리송하다.
일단 반절 이상은 들어갔으니, 나머지도 마저 넣자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정소연의 허리를 잡은 두 손에 힘을 줬다. 그리고 그 순간, 화장실의 바깥 문이 덜컹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아~ 씁, 아깝네. 그 새끼만 아니었으면."
"그러게. 그래도 번호는 땄으니까 나중에 한번 불러보지 뭐."
일행으로 보이는 두 남자가 화장실에 들어온 것 같다. 밖에 있는 소변기에 오줌이 떨어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린다.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것을 자각해서인지, 정소연의 안으로 들어가려던 내 물건은 긴장으로 점점 쪼그라들고 말았다. 정소연도 그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
이 무슨 개쪽이야. 넣는 도중에 쪼그라들다니?
소리없는 한 숨을 쉬며 정소연의 허리에 손을 떼려던 찰나, 바깥의 두 놈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근데 걔네들, 뭐냐? 난 그 여자랑 같이 앉아있던 놈이 애인인 줄 알았더니."
"너도 봤냐? 걔 밖으로 나가고 나서 맞은편에 있던 놈이 여자 데려갔지? 자리에 앉더니 지들끼리 빨고 지랄났던데?"
"알께 뭐야. 그 년 생긴게 완전 꼴리게 생겼잖아. 이놈 저놈 다 건드리고 다니나 보지."
......
잠깐. 지금 저게 무슨 말이지?
나랑 정소연이 장실 간 사이에 박우리랑 성현아가 쪽쪽 빨고 있었다고?
"......"
남자 둘은 다시금 장실을 나갔다. 하지만 뭔가 정소연의 구멍에 집어넣을 기분이 아니다.
"너도 지금 들었냐?"
"...그 언니랑 우리오빠랑 만지고 놀더라는 소리요?"
"너도 들었네."
주섬주섬 바지를 챙겨 입고 바깥으로 나왔다. 정소연도 마지못해 팬츠를 끌어다 입고 나를 따라온다.
"너랑 앉아있을 때는 쥐죽은 듯이 가만있더니... 우리 둘 사라지고 성현아랑 남으니까 본색을 드러내셨다?"
"응? 우리오빠 나 만지고 난리났었는데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보니까 니네 둘 그냥 붙어만 있고 암것도 안하던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정소연이 아, 하고 입을 벌리며 말했다.
"테이블 아래라서 잘 못봤구나. 우리오빠 테이블 밑으로 손 넣어서 내 다리 만지고 거기 만지고 장난 아니었는데. 나 오늘 치마입고 나왔으면 팬티 속까지 집어 넣었을 껄요?"
"......"
화장실을 빠져나와 테이블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슬쩍, 하고 성현아와 박우리가 있는 테이블을 훔쳐본다.
하지만 듣던 것과는 달리 그 둘은 나란히 앉아있기만 할 뿐, 별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뭐야. 그냥 가만있잖아?"
혹시나 싶어 모퉁이에 서서 계속 그쪽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역시 그 둘은 아무런 스킨쉽도 없다. 그저 뭐가 재미있는 듯 하하호호 하면서 떠들기만 할 뿐이다.
"...그 새끼들이 술 취해가지고 멋대로 씨부린거 아니야?"
"흐응..."
내 반응에 정소연이 요상한 콧소리를 낸다. 뭔 뜻이냐?
더이상 이러고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정소연을 데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이미 정소연이 앉아있던 자리에는 성현아가 앉아있어 이번에는 나와 정소연이 한 자리에 앉게 됐다.
역시, 아무리 봐도 저 둘에게서 이상한 낌새는 찾아볼 수 없다.
"둘이 같이 나오네. 떡치다 왔어?"
성현아의 말에 정소연이 휙 하니 고개를 돌린다. 아까 내가 집어넣다가 쪼그라든게 생각났겠지. 나도 참... 옛날의 박을이 아니구나.
아무 생각없이 술잔을 홀짝거리고 있는데, 별안간 정소연이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고 있다. 뭐지?
인상을 찌푸리며 정소연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정소연은 답답한 모양인지 아래를 가리키던 손을 움직여 자신의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거기를 매만지는 시늉을 보고서야 나는 얘가 뭘 말하는지를 알아챘다.
지금 저 둘이 테이블 아래로 뭘 하고 있는지 보란 말이렸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위로는 멀쩡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이 밑으로는 무슨 장난을 치고 있을까?
정말 아까 그 두 놈의 말이 사실일까? 아니면 그냥 기우인가?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에 한번에 술잔을 비우고 나서 찬찬히 생각해봤다.
궁금하다고 바로 허리숙여서 테이블 아래를 보려고 하면 당연히 뭔 짓을 했던 간에 손을 뺄 것이다. 그럼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내가 꾸물대고 있는 것이 답답한 모양인지, 정소연은 이번에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저건 또 무슨 신호야?
잠시 후, 손가락으로 사각형을 만들어 낸 정소연이 그것을 눈에 가져가며 휙 하고 손가락을 비튼다. ...아아. 알겠다. 핸드폰을 테이블 아래로 밀어 넣어서 사진을 찍으라는 소린가?
머리 진짜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사진을 찍게 되면 뭔가 불확실하게 찍히거나 어둡게 나올 가능성도 있어서, 나는 동영상을 촬영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테이블 아래로 밀어넣는 내 모습에 정소연도 덩달아 긴장한 마냥 나를 바라보고 있다.
......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저 둘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폰을 빼냈다.
이걸 여기서 보는건 아무래도 무리고, 다시 한번 장실에 다녀올까?
지금 여기에 뭐가 찍혀 나왔을지, 정말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아까 박우리가 정소연에게 그랬던 것처럼 성현아의 다리 사이를 만져대고 있었을까?
박우리가 새로 사준 옷은 짧은 원피스라 그럴 마음만 먹는다면 팬티 속으로 집어넣어 구멍을 쑤셔댈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여기에 찍혀나온 것이 저런 류의 것이라면,
아까 둘이 모텔에서 나올때 둘러댔던 말들도 거짓일 가능성이 생겨버린다.
......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화장실로 와버렸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이 꼬맹이도 함께 따라왔다.
"......"
정소연의 얼굴을 힐끔 쳐다본 후, 나는 녹화된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어머. 왠일이야..."
옆에서 동영상을 바라보던 정소연의 한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