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기발랄 4
"아... 이런 불금에 사내새끼나 만나서 술빨고 있는 신세라니..."
"지랄한다. 술 사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소주를 원샷한 박우리가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술 좀 들어가니 여자생각이라도 나는 모양이지?
지나다니던 인간들을 구경하던 박우리는 가끔씩 손가락질을 하면서 '야 쟤 어떠냐 쟤' 라던가 '아 뭐 다른거 안바라고 딱 저정도면 받아준다' 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뭐 다 좋지만 잘 안보인다고 얼굴 들이밀다가 유리에 코를 들이박는 짓만 안했으면 좋겠다.
사실 저런짓 안해도 술집이란 곳이 으례 년놈들이 몰리는 곳이잖아?
눈요기를 하던 작업을 걸던 가까이에서 하나 고르면 될텐데, 뭐하러 저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 방금 한 말은 취소다.
이 술집 구조는 다른 술집들이랑 조금 틀리다는 것을 간과했다.
여기는 테이블이랑 테이블 사이를 무슨 천막인지 커튼인지 그런걸로 막아놨다. 자리잡고 앉아서 입구쪽 커튼을 치면 외부가 안보이게 된다.
뭐 당연히 남자 여자 이렇게 들어가서 술도 빨고 젖통도 빨고 재미지게 노시오 라는 의도겠지만, 이거 커튼이 보기보다 허술해서 안을 들여다 보려고 마음먹으면 그냥 다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커튼 쳐있다고 그 안에서 짝짓기 같은 건 못한다는 말씀. 물론 하는 놈들도 있긴 할꺼다.
아무튼 이렇게 생겨먹은 술집이라 계집구경좀 하려고 주위를 둘러봐도 커튼에 가려져서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박우리가 저렇게 창 밖이나 보면서 궁상을 떠는 거였군.
참고로 이 술집은 성현아가 고른거다.
모텔 나와서 박우리랑 만나기 직전까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런 형태의 술집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여길 발견해 내고는 다짜고짜 날 집어넣었다.
성현아는 어디갔냐고?
조금 있으면 알게 될꺼다.
"아니아니, 그냥 저정도만 되도 뭐... 딱 저정도. 더이상은 안돼."
박우리는 아직도 창 밖을 내다보면서 뇌랑 협상을 하고 있다.
내가 술 사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술 마시러 나와서 저러고 있으니 좀 짜증나기도 한다. 돈 좀 모아서 마사지라도 받으러 가던가.
그나저나 저놈은 화장실도 안가나. 계속 저렇게 엉덩이 붙히고 앉아있으면 안되는데.
할 수 없군. 성현아를 위해서라도 잠깐 실례좀 하자.
"...어, 아 이새끼! 취했냐?"
"아... 미안. 좀 취했나? 손이 헛나갔네."
들고 있던 소주잔에 스핀을 넣어서 박우리쪽으로 떨어뜨렸다.
내용물을 토해낸 소주잔이 테이블 위를 구르고, 엎어진 술은 박우리의 옷을 적셨다. 뭐 이정도면 됐겠지?
"야, 장실이라도 갖다 와."
"아 진짜... 하여튼 도움이 안되는 놈이에요."
누가 할 소리를 하냐.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난 박우리가 입구의 커튼을 제치고 밖으로 나간다. 나는 박우리가 걸어간 쪽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이후의 상황을 지켜봤다.
"어?"
"어!? 너, 성현아 아냐?"
"오오? 빡우리! 여기서 보내?"
...이제 이해가 가는가? 대충 이런 계획이었다.
잠시 후, 당연하다는 듯이 박우리가 성현아를 데리고 들어왔다. 새끼, 표정이 아까의 180도로 바뀌어 있다. 입 찢어지겠네.
"야, 현아야. 여기 박을도 있다."
"우와! 박을이도 있네?"
...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박수를 드리고 싶다.
박우리가 자기 자리에 앉았다. 지금까지 나랑 박우리는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었으니 성현아는 나나 박우리 중 한 쪽으로 가서 앉아야 겠지.
"나 여기앉을래. 히히."
보란듯이 박우리의 옆자리로 쏙 들어간 성현아가 귀엽게 웃는다. 저 웃음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나는 그저 기가 찰 뿐이다.
박우리는 아주 그냥 입이 귀에 걸려서 성현아의 술세팅을 완벽하게 끝내고 술까지 따라주고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자노래를 부르던 녀석이니 오죽 좋을까? 단계를 점점 낮추며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뇌와 협상하던 여자들보다야 이쪽의 성현아가 훨씬 우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만 보고 있으려니 성현아의 하반신이 눈에 비친다. 테이블이 투명한 유리라서 아래가 다 보이는 구조다.
맞은편에서 바라본 앉아있는 성현아는... 빤쓰가 그냥 다 보이네.
의자에 앉으니 타이트한 청치마가 더 딸려올라가서 아주 좋은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나도 아까 모텔에서 씻고 나왔을때 성현아의 저 모습을 보고 급꼴했었지. 지금도 사실 좀 꼴려있는 상태다.
박우리도 성현아의 다리 사이를 구경하고 있는 모양이다.
맞은편에 앉은건 아니지만 성현아는 지금 박우리쪽으로 몸을 틀어서 앉아 있으니 얼추 보일꺼다. 다리도 같이 틀어져 있으니 허벅지가 어긋나서 오히려 치마는 더 딸려올라간다.
따라주는 술을 홀짝홀짝 받아 마시면서 잡담을 하던 성현아가 문득 박우리의 시선을 느낀 마냥 한 손으로 다리 사이를 쏙 가렸다.
"야아~ 모 그렇게 쳐다보냐? 부끄럽게. 팬티 처음봐? 앙?"
세상에. 연기 진짜 잘한다.
저 성현아가 지금까지 지 팬티 비치고 있다는걸 몰랐을까? 거의 대놓고 보여준 주제에 이제와서 보지 말라면서 앙탈을 부린다. 정색하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몸을 베베꼬면서 말하면 으례 남자들은 조금 더 용기를 내게 되잖아? 이게 지금 싫어하는 것도 아니면서 한번 팅기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역시 싸나이 빡우리는 그런 성현아의 덫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에이. 뭐 닳는 것도 아닌데 어떠냐? 간만에 눈호강 하고 있었는데. 하여튼 남자 마음을 이렇게 몰라줘요."
"푸핫, 그으래애? 내꺼보고 꼴렸어?"
"이제 막 꼴릴랑 말랑 했는데 가렸잖냐. 어떡할꺼야 이 손해를?"
"흐응... 그럼 모, 니가 치워. 키킥."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박우리의 손이 성현아의 다리 사이로 쏙 들어간다. 뭔가 움찔하면서 허벅지를 조이긴 하는데, 당연하게도 진심으로 막는게 아니다. 저거 봐라. 박우리의 손이 팬티를 가리고 있는 성현아의 손을 잡아 쥐면서 쪼물락거리고 있다. 오히려 저 상황에서 허벅지로 조여주니까 기분만 더 좋을꺼다.
"야, 얏! 내 손 치우라고 했더니 이게 아주그냥... 읏, 아 쫌!"
"니가 다리 닫아서 안열어주니까 내 손이 못나가는거 아니냐~"
참 잘들 논다. 근데 성현아는 그렇다치고 박우리 저놈은 내가 떡하니 앞에 있는데 그냥 지 하고싶은거 다 하네. 고얀놈.
솔직히 난 지금 별로 재미가 없다.
보고 있는 나도 꼴려 죽겠는데 멍때리고 있어야 하니 꿔다놓은 보릿자루라도 된 기분이다. 쿠퍼액이 자꾸 기어나와서 빤쓰를 축축하게 만드는게 영 찝찝하다.
"야, 이 미친놈들아. 그냥 떡을 쳐라 떡을. 나 장실갔다온다."
"어, 야. 천천히 와라."
박우리가 성현아의 허리를 끌어당기면서 말한다.
저 개놈. 니가 지금 놀아나고 있다는걸 알고 있냐?
장실로 가는 도중에 보니 왠 여자가 나한테 눈길을 보낸다. 흠... 뭐 그냥저냥이군. 성현아한테 길들여져서인지, 왠만한 여자는 성에 차지도 않게 됐다. 게다가 생긴게 딱 걸레냄새나게 생겼다.
물론 성현아도 행색은 완전 개걸레인데, 막상 다리 벌려놓고 보면 안그런게 의외다.
갈색이 되다못해 시커매야 정상일텐데, 아직도 핑크색으로 물들어 있어서 할때마다 꼭 아다 따는 기분이다. 게다가 쪼여오는게 완전 예술이니까. 거 참 희안하다. 이런쪽으로 하는 수술도 있나?
장실에서 대충 닦아내고 나오는데 이번에는 장실에 들어가려던 다른 년이랑 눈이 마주쳤다. 어째 움찔하면서 쳐다보는게 딱 봐도 나한테 삘이 온거네. 잠깐 뒤를 돌아보더니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건다.
"저기, 혼자 왔어요? 일행 있어요?"
"...왜요?"
"그쪽 맘에 들어서요. 우리 다 여잔데, 안넘어올래요?"
얘는 그래도 아까보단 좀 더 낫다. 귀요미하게 생긴데다가 사과머리를 하고 있어서 왠지 고딩삘이 난다. 흠, 괜찮은데? 사실 내가 이런 귀요미 스타일한테 좀 약하다. 저번에 3개월 공들인 애도 이런쪽이었지.
일단 테이블 번호나 알아내고 나중에 찾아가겠다면서 빠져나왔다. 혹시라도 성현아가 이거 봤다가 무슨 쌩지랄을 할지 모르잖아? 정작 지는 딴놈이랑 붙어먹고 있는 주제에 말이다.
자 그럼 슬슬 들어가 볼까? 과연 어디까지 진도를 빼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일단 대놓고 들어가기보다 커튼 틈으로 쳐다보는걸 택했다. 괜히 내가 딱 들어갔는데 애들 움직이던거 멈추고 분위기 어색해지면 또 그렇잖아.
어디... 음...
키스하고 있군. 생각보다 별거 안하네?
성현아는 이젠 아주그냥 박우리 위에 올라타서 앉아있다. 그리고 박우리는 성현아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열심히 돌려댄다. 지금보니까 저놈 바지도 무릎까지 끌러내리고 있군. 대충 보면 성현아 위에 얹혀놓고 떡치는 것처럼 보인다.
혀가 서로 얽히면서 질척이는 소리랑 입술을 쪽쪽 빨아먹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거 참... 또 꼴리네.
성현아를 보니까 두 손으로 박우리의 머리카락을 헝크러뜨리다가 얼굴을 쓰다듬다가 목덜미를 껴안다가 하면서 입술 빨아먹는데 여념이 없다. 그리고 그 얼굴은... 뭔가 감미로운듯 하면서도 격정적이고 또 사랑스러워보이는 얼굴이다.
...그러네. 문자 그대로 사랑스럽다.
나는 키스할때 눈을 감기 때문에 성현아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솔직히 모른다. 뭐 남자들이 키스할때 여자 표정 궁금해 하던가? 난 그시간에 어떻게 혀돌리고 입술 빨아서 신음소리 나게 만들까 하고 고민한다. 내가 모르는 성현아의 키스할때의 얼굴은 저랬나 보다.
...흠.
이거 뭔가 기분이 좀 야리꾸리한걸.
이제 그만 쳐다보고 들어갈까 했더니, 마침 이것들도 주둥이를 떼고 있다. 성현아와 박우리의 입술 사이로 길다란 타액이 늘어져서 번들거린다. 좋은 타이밍을 고른것 같아서 들어가려니, 박우리가 뭔가 말하기 시작해서 잠깐 멈췄다.
"...야, 현아야."
"으... 어? 왜에."
"나 못참겠다... 이거 좀 어떻게 해주면 안돼냐?"
"히히, 왜. 모해주까?"
"그냥 쫌만 넣다 빼자. 끝까지 하자고도 안할테니까, 응?"
"...뭐래. 너 나랑 하고 싶냐?"
"너랑 하기 싫어하는 남자도 있냐? 니가 좀 쎅스럽게 생겼어야지."
"흐히히. 어, 맞아... 그러드라. 맛있게 생겼다던가?"
"어. 그거 진짜다? 나도 지금 너 존나 따고싶거든."
"아후... 그래두 그거는... 안되는데에..."
"이제 박을 올꺼잖아. 그냥 딱 열번만 넣다 빼자. 나 죽겠다니까?"
"아음... 음... 에이, 야. 빨리 꺼내봐. 진짜 딱 열번만 넣었다가 빼라?"
박우리가 팬티를 불알에 걸쳐놓고 지 물건을 끄집어 낸다. 올라타있던 성현아도 팬티를 벗으려다가 힘든 모양인지 그냥 옆으로 재끼고는 박우리 위로 슬슬 내려앉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야. 취했냐? 거기 아니잖아... 이리 내놔."
박우리가 계속 헛질을 하는지 삽입이 안되고 있는 모양이다. 보다못한 성현아가 직접 기둥을 낚아채갔다.
...뭐야 이거. 진짜로 하는거냐? 여기서 떡칠려고?
아니 근데, 그전에 이거 하기 직전까지만 노는거 아니었어? 분명 내가 예전에 이렇게 당했을때도...
아 맞네. 그때는 성현아 남친이 들어와서 이제 그만하라고 했었지 참.
그렇다면... 지금의 성현아 남친은 나니까 내가 제지해야 하는거 맞지?
"어?"
"아 깜짝이야."
커튼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니 각자 반응하는 모양새가 영 신통치 않다. 설마 내가 들어왔는데도 그냥 하려고?
잘 모르겠는데, 왠지 그건 배알꼴려서 못보겠다.
"어이, 성현아씨."
"...응? 네?"
"뭐 잊은거 없습니까?"
"어... 아... 뭐더라?"
여전히 박우리 자지 위에서 넣을랑 말랑 부벼대고 있는 성현아가 어렵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런 개년을 보면서,
내가 지금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 나 자신조차도 이해할 수 없으면서,
...말해버렸다.
"...우리 사귀는 중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