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41)

색기발랄 3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동네로 넘어온 성현아를 보면서 나는 정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왜냐고? 지하철타고 한시간 반정도 걸리는 거리를 매일같이 오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잖아?

나야 알다시피 성현아한테 연애감정이 있는건 아니니까 내가 걔네 동네로 넘어가는 일은 없다. 그러니까 만나려면 성현아가 우리 동네로 오는 수 밖에 없는데, 참 신기하게도 맨날맨날 온다.

성현아도 진짜로 날 좋아해서 사귀는 건 아니라고 본다. 

말이 좋아서 사귀는 사이지, 만나면 맨날 떡치기 바쁘니까 섹파나 다름 없다. 뭐 가끔은 영화도 보고 드라이브도 하는 등 일반적인 연애 흉내도 내긴 하는데, 결국 마지막은 질펀한 섹스로 끝난다.

그래서 나는 아, 이년이 진짜 내 좆물을 다 빨아먹을려고 작정한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적절한 자지가 필요하던 차에 적절하게 내가 나타났고 적절하게 쳐대다 보니 뭐 쓸만하네? 라는 생각으로 사귀자고 했을 꺼다. 내가 아는 성현아라면 아마 이쪽이 정답일껄?

근데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뭐냐면, 

분명 저런 섹파같은 개념으로 사귀자고 했을텐데 어째서 이렇게 매일같이 찾아오냐는 거다. 하루에 두세시간씩 꼬박꼬박 떡치지 않으면 욕구불만이라도 걸리는 건가? 내가 좋아서 찾아오는 거라면야 이해라도 한다만, 오자마자 내 똘똘이를 꺼내놓고 쪽쪽 빨고 있는 이 계집애를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누가 좀 알려줄 사람?

아무튼 오늘도 만나자마자 모텔로 직행해서 쑤셔댔더니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난 나름대로 얘랑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해주니까. 그래도 이왕 하는거 기분은 좋아야지. 

그렇게 다 끝나고 나면 성현아는 말할 것도 없고 나도 기운이 없어서 빌빌거리게 되더라.

침대에 멍하게 누워서 담배나 빨고 있으려니까 옆에서 죽어있던 성현아가 내 허리를 쿡쿡 찔러댄다. 

설마 또 하자는건 아니겠지?

"...나도 담배."

...가지가지 한다 진짜.

테이블에 있는 성현아의 담배를 하나 꺼내서 불을 붙히고는 입에다 물려 줬다. 가만히 누워서 뻐끔거리고 있는 모양새가 무슨 다 죽어가는 환자같다.

문득 느낀건데, 진짜 군침도는 몸매이긴 하다. 

누워 있는데도 봉긋하게 솟아있는 젖가슴이 꼭지를 빨딱 세우고 있다. 그리고 아래로 조금 내려가면 예술적인 라인이 드러나는데, 운동이라도 하는 건지 복근이 탄탄하면서도 매끈거리고 또 말랑거린다. 저 배만 보면서 딸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 조금만 더 아래로 내려가면... 젠장, 이불로 가려져 있네.

고등학생이던 당시에도 밸런스 좋은 몸매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알몸을 본 적은 없으니 얼추 짐작만 할 뿐이었다. 성현아랑 뒹구는 상상 하면서 딸치기도 했다. 

그런 성현아가 어쩌다가 이렇게 내 정액이나 받아먹는 계집이 됐을까? 세상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누워서 이런저런 잡담이나 좀 하다보니까 어느새 배꼽시계가 울려온다. 

벌써 저녁때인가? 

마침 성현아도 지 핸드폰을 쳐다보더니 슬금슬금 일어날 준비를 한다. 시트를 끌어올려 가슴께를 가리고 있는 성현아는... 참으로 조신하게 보인다. 이거 참. 저 성현아도 입다물고 있으면 저렇게 보이는구나.

잠시 나를 흘겨보던 성현아가 입을 삐죽거리기 시작했다.

"저녁... 같이 할꺼지?"

"어. 배도 고프고. 너 저녁이나 먹여서 보내야지."

"좀 빈말이라도 자고 가라거나 같이 있자고 해주면 어디 덧나냐?"

"집에 부모님 계신데 널 어디서 재우냐. 모텔에서 자고 싶어?"

"...뭐 상관 없잖아."

오늘따라 앙탈도 부릴 줄 아는게 제법 귀여운 구석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속지 않는다. 요즘 은근히 이런 스킬을 시전해서 내 등가죽을 홀랑 벗겨먹으려 하는데, 상대를 잘못 고르셨다. 아무리 그래봐야 니년 만날때 내가 쓸 돈은 하루에 2만원 이하로 책정되어 있다 이거야. 당연히 모텔비며 술값이며 많은 액수가 필요한 돈은 성현아가 낸다. 내가 내야 할 이유따위는 없다.

"...뭐,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침대에서 일어난 성현아가 터벅터벅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 

왠지 저 어깨가 축 쳐져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디이이잉─]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린다. 음, 내꺼로군. 

진동은 성현아랑 섹스할 때만 돌려 놓는다. 

언젠가 한창 하던 도중 내 핸드폰이 벨소리를 울렸는데, 위에서 열심히 펌프질을 하던 성현아가 그걸 듣고는 매너없는 새끼라면서 내 목을 조르더라. 그 이후로는 꼭 진동으로 돌린다. 일단 살아야 하잖아.

[형 술 좀 사줘 ㅠ]

문자를 보낸 녀석은 내 불알친구인 박우리라는 녀석이다. 된소리로 발음하면 안된다.

나와 마찬가지로 이름이 유감스러운 이 녀석은 어린 시절을 지나 초딩때부터 본격적으로 엮이게 됐는데, 무려 같은 중학교와 같은 고등학교를 모조리 같은 반으로 랜드마크를 세우신 징그러운 놈이다. 

참고로 고교 동창회라고 매년 문자를 보내는 것도 이 녀석이다.

당연하지만 박우리도 성현아도 서로를 알고 있다. 같은 반이었으니까. 

그 때의 나와 박우리는 둘 다 성현아를 반찬삼아서 딸치던 시절이라, 일본 야동을 뒤져서 성현아랑 비슷하게 생긴 애를 찾으면 같이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여자를 공유하는 사이다'라고 떠들기도 했지. 지금 생각하면 미친놈들이 따로 없다.

문득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술자리에 성현아를 데리고 나타나면 박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게다가 그 성현아가 내 여친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아마 볼만한 표정이 나올 것 같은데. 

욕실에서 나오는 성현아한테 내 생각을 말해줬더니 뭐가 그리 웃긴지 배를 잡고 깔깔거린다.

"야, 그거 재밌겠다. 어디래? 불러서 같이 마시자고 해."

"근데 괜찮냐? 나나 걔나 둘다 돈 없는데."

"으이구. 내가 언제 니한테 돈 내라고 한 적 있든? 걱정말고 부르기나 하셔."

분부대로 박우리한테 문자를 보내는 사이, 성현아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자기 옷들을 주워입기 시작했다. 옷도 참 내 취향으로 입고 다닌다. 내 여친이 저런 짧은치마 입고 다니면 좀 열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성현아는 여친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니까 딱히 상관은 없다.

대충 씻고 밖으로 나오니 성현아는 침대에 앉아서 담배를 피고 있다.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TV를 보고 있는데, 움직일때마다 슬쩍슬쩍 팬티가 보인다. 

아, 안돼. 서버렷!

밖으로 나온 나를 힐끔 쳐다보던 성현아는 내 물건을 보더니 역시나 피식거렸다.

"아오 변태새끼. 왜 또 꼴려있냐?"

"...아 몰라. 요즘 컨트롤이 안되네."

"풉. 얼른 옷이나 입어. 아니면 뭐... 한번 할까?"

그러더니 진짜로 뒤돌아서서 치마를 걷어올리는 시늉을 하고 있다. 

와, 진짜. 어떻게 저렇게 꼴리는 년이 다 있을까. 

맘 같아서야 바로 팬티 벗기고 싶긴 한데, 방금 씻고 나와서 또 끈적해지기 싫어서 진짜 억지로 참았다. 성현아는 흐응─ 하고 콧소리를 내더니 다시 침대에 앉았다.

주섬주섬 옷입고 있는데 이게 또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 그래서 나도 '뭘 꼬라보냐'라는 눈초리로 째려보면서 갈아입었다. 또 뭐가 웃긴지 배를 잡고 뒹군다. 요즘 왜 저래?

준비도 다 끝났고, 키를 가지고 바깥으로 나가는데 별안간 성현아가 '아 맞다' 하면서 나를 돌아봤다.

"왜? 뭐 안가지고 왔어?"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럼 뭐."

"이왕 재밌는거 하는 김에, 좀 더 재밌는거 안 할래?"

"뭔데?"

"박우리 걔 만날 때, 우리 사귀는 사이인거 말하지 말자. 어때?"

"...왜?"

왜냐고 묻기는 했지만 왜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성현아의 변태같은 취미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지 남친 앞에 두고 초대남이랑 즐기는걸 좋아한다는 소리다. 여기서 말하는 '즐긴다'의 범위는 대충 가벼운 스킨쉽에서부터 떡치기 직전까지 다양하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알고 있냐면... 고등학교때 그 짓을 내가 당했거든.

어떤 남자랑 동석한 자리에서 성현아랑 같이 술마실 기회가 한번 있었는데, 왠지 나한테 자꾸 엉겨붙고 만지작 거리길래 나도 딴에는 엄청 꼴려가지고 같이 막 만져댔었다. 반찬으로 쓰던 여자애가 실제로 앞에서 부비적 거리는데 혈기왕성한 고등학생이 그걸 어떻게 참어?

그러다가 그 남자가 잠시 자리비운 사이 본격적으로 아랫도리 까고 삽입할려고 했는데, 마침 딱 넣으려던 순간에 다시 남자가 들어와서 하는 말이 '야 거기까지'. 

알고보니 그 남자랑 성현아는 당시 사귀는 사이였고, 나한테는 그걸 숨기고 괜히 자극시켜서 가지고 논 거였다. 

그 이후로 성현아는 학교에서 나 볼때마다 피식거리면서 웃었고, 나는 존나 쪽팔려가지고 얼굴도 못쳐다봤다. 당시 내 상식으로는 지 여친이 딴 남자랑 놀아나는걸 방치하는 플레이가 도저히 이해가 안됐었으니까. 좀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성현아라면 무조건 피했다.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던 탓에 지금 내가 이모양인 거다.

잠시 얘기가 샜는데, 그러니까 성현아는 지금 나랑 사귀는거 숨기고 박우리랑 빠구리뜨기 직전까지 놀아보고 싶다는 거나 다름없다. 역시나 성현아도 내가 알고 있다는걸 아는 모양인지, 대답은 안하고 쳐다보기만 하고 있다.

"아직도 그러고 노냐?"

"응? 아니. 그냥 너 보니까 오랜만에 그거 생각나서."

"...넌 그러고 놀면서 왜 내가 여자 꼬셔서 데리고 다니는건 방해하냐?"

"그러니까 말 했잖아? 바람을 피든 뭘 하든 내 앞에서 하라니까. 나도 니 앞에서만 이럴꺼야."

존나 당당한 저 대답에 나는 할 말을 잊었다.

하긴 뭐, 그러고 놀던 말던 상관은 없다. 성현아가 진짜 내 여친이라면 미쳤냐고 싸대기를 날렸겠지만, 알다시피 섹파나 다름없는 사이니 어떻게 놀던 상관할 바 아니잖아? 

그래서 나는 맘대로 하쇼 하고 넘겨버렸고, 성현아는 쿡쿡 웃으면서 내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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