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기발랄 5
"......"
저질렀다.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던 성현아가 점점 어깨를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푸... 푸훕..."
뭐지? 저거 지금 웃고 있는 것 같은데?
그 뿐만이 아니다. 박우리도 왠지 기분나쁜 얼굴로 실실 쪼개고 있다.
"푸하핫!! 아흑, 쿨럭! 아 완전 대박, 야 빡우리. 봤냐? 크흑 푸후훕...!"
성현아가 정줄을 놓았나 보다. 왜 저러지?
몸을 들썩거리면서 웃던 성현아는 어느새 박우리의 허벅지 위에 완전히 앉아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넣을랑 말랑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설마 웃다가 삽입했나?
...다시 보니 그건 아니었다.
박우리 물건은 어느새 쪼그라들어서 누워있었고, 그 위에 성현아가 내려앉은 거였다.
박힌게 아니라는걸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두 년놈들을 쳐다봤다.
"아유~ 우리 빡을이! 내가 얘랑 떡칠까봐 조마조마했어요? 응? 질투도 할 줄 알고 완전 귀엽다, 아훕. 너 진짜 왜 이렇게 맘에 드냐?"
"......"
여전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 이렇게 머리나쁜 놈이었나?
* * *
......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나만 또 병신된 거였다.
사실 박우리는 나랑 성현아가 사귀는거 알고 있었댄다.
내가 장실갔을때 성현아가 말했다고 하더라.
우리 사귀는 사이라고.
지가 말하지 말자고 해놓고 왜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장실에서 오는거 보고 일부러 올라타서 쪽쪽빨고 지랄했단다.
당연히 떡칠려고 한 것도 쇼였다. 중간에 성현아가 거기 아니라면서 낚아챈 건, 넣을랑 말랑 쇼하다가 보니까 이게 진짜로 들어갈 것처럼 걸쳐지길래 잡고있던 거였단다.
왜 이런 정신나간 짓거리를 했냐고 할려다가 관뒀다.
아마도 성현아는 아까의 내 벙찐 얼굴 + 내 반응을 즐기려고 그랬겠지. 그 정줄놓고 웃어재끼던 성현아가 떠오른다.
젠장.
일주일에 한번씩 여자를 갈아치우면서 닥치는데로 뜯고 씹고 맛보던 천하의 박을이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 이 마녀같은 계집애한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빅엿을 먹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나도 질 수는 없지.
나라고 언제까지 성현아한테 당하고 살 수는 없잖아?
머릿속에 성현아를 엿먹일 작전이 세워졌다.
나는 '그래 내가 병신이다'라는 얼굴을 유지한 채, 박우리와 성현아를 데리고 술집을 나왔다.
아, 중간에 잠깐 화장실녀한테 들러서 번호를 따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름이 정소연이란다. 아무리 봐도 고삐리처럼 생겼단 말이지. 먹어도 되나?
* * *
"어? 여긴 왜?"
걸음을 멈춘 성현아가 건물을 올려다 보면서 묻는다. 지금 우리는 아까의 그 모텔 입구에 서 있는 중이다.
"왜긴 왜냐. 좀 빈말이라도 같이 있자고 하라며? 그래서 오늘은 자고 가라고. 모텔에서 자는것도 상관없다며?"
"오..."
"왜? 싫어?"
"아? 아냐 아냐. 들어가자."
성현아가 발랄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저런 모습만 보면 마냥 귀여운 계집애일텐데.
카운터에 있는 아저씨가 우리를 슥 쳐다보고는 무덤덤하게 말한다.
"세명이에요?"
"네?"
깜짝 놀란 성현아가 뒤를 돌아본다. 박우리가 서있다.
"어? 빡우리 집에 안가? 여기까지 따라왔어?"
"나도 좀 재워주라. 차 끊겼잖아."
"뭐래, 미쳤냐? 나 을이하고 떡쳐야 된단 말이야. 얼른 가. 훠이."
"아 진짜, 불쌍하지도 않냐? 화장실에서라도 잘테니까 쫌 봐주라. 그리고 나 이시간에 집 들어가면 아버지한테 도로 쫓겨난단 말이야. 차라리 내일 들어가는게 낫지."
"아휴 병신..."
혀를 차던 성현아가 나를 쳐다본다. 아마 내 의견을 물으려고 하는 모양이다.
"나? 상관없는데. 저새끼야 뭐 어디 길바닥에서 입돌아가든 말든."
"...니네 친구 맞냐? 아 몰라."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홱 돌린 성현아가 카운터 아저씨한테 '세명이요'라고 말한다. 박우리의 얼굴은 '입 안돌아가도 된다'하고 기뻐하고 있다.
"뭐 어차피 세 명 들어갈꺼면... 술이나 더 사가지고 들어가자. 잠도 안올꺼 같고. 좋지?"
그렇게 말한 성현아는 대답도 안듣고 맞은편의 편의점으로 사라졌다.
아마 열 좀 받을꺼다.
모처럼 내가 같이 있자고 해줘서 떡칠 생각으로 신나있을텐데 박우리까지 끼어들었으니 못하잖아? 그러니까 이왕 이렇게 된거 술이나 더 빨면서 밤새자 라는 심산이겠지.
대충 어떤 기분인지는 알꺼같다. 작업을 끝내고 여자 하나를 모텔로 데려왔는데 어디선가 친구라는 년이 하나 더 쫓아와서 같이 자면 안되냐고 했을때의 기분 아닐까? 물론 둘 다 괜찮으면 쓰리섬도 노려볼 수 있겠지만 쫓아온 년은 폭탄일 가능성이 거의 100퍼센트거든.
편의점 쪽을 보니까 성현아가 맥주니 뭐니 손에 집히는대로 카운터에 올려놓고 있다.
술기운 때문인지 계산하다가 뒤로 자빠지는 서비스까지 해주고 계신다. 저 사슴같은 다리가 쫙 벌어졌으니 편의점 알바는 횡재한 셈이다.
"야! 이것 좀 들고 가!!"
두 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 나온 성현아가 한걸음도 못걷고 주저 앉는다.
나는 가만히 있었고, 박우리는 달려갔다.
* * *
인간은 먹는 배가 따로 있고 술배가 따로 있다던데, 그거 정말인가 보다.
성현아가 기를 쓰고 긁어모은 맥주캔들이 하나하나 숨을 거두며 방바닥을 뒹굴고 있다. 그리고 우리 셋은 이제 마지막 피트병을 남겨놓고 있다.
술이 들어갈 대로 들어가서인지, 저 무방비하게 벌어진 성현아의 다리 사이를 쳐다봐도 별 감흥이 오지 않는다. 아니, 신경 안쓰고 있는건 나뿐인가? 옆에 있는 박우리는 아주그냥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저 계집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치마가 점점 딸려 올라가서 이젠 아예 엉덩이 위로 걸쳐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고딩시절 성현아와 그 남친이 날 엿먹인 사건도 안주거리가 됐다.
여기서 알게 된건데, 그 때의 성현아 남친은 원래 소꿉친구 였단다. 그러다가 그 남자가 고백해서 성현아가 오케이 했고, 성현아의 첫경험은 소꿉친구가 가져갔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헤어져서 연락이나 주고 받는 사이란다.
나랑 박우리가 성현아를 반찬삼아서 딸치고 다녔다는 사실도 까발려졌다.
처음에는 엑 소리를 내던 성현아도 자기 닮은사람 나오는 야동 찾아다가 딸쳤다는 소리에 배를 잡고 뒤집어 졌다. 그러더니 '나 예전부터 너네 둘한테 따먹히고 있었네' 라면서 쿡쿡거린다.
박우리는 키스를 굉장히 잘한다더라. 이건 성현아의 진술이다.
아까 술집에서 날 엿먹이려고 둘이 껴안고 키스할 때 느꼈다고 한다. 혀 돌리는게 장난이 아니란다.
너무 느껴서 질질 싸다보니까 팬티가 엉덩이까지 젖었다고 한다. 그러더니 자기가 싼 물이 박우리의 팬티를 적셔놨을 꺼라면서 바지를 벗기려고 달려든다. 역시 고단수 빡우리는 '나도 벗길꺼야' 라면서 달려드는 성현아를 낚아챘다.
결국 성현아는 헥헥거리면서 쥐쥐를 쳤다. 박우리의 손에 성현아의 브래지어가 들려 있더라.
그렇게 야단법썩을 떨면서 놀다보니 점점 눈이 무거워 지는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성현아는 거의 졸고 있고. 박우리도 눈이 게슴츠레한게 죽기 직전같이 보인다.
결국 우리는 밤새기로 한 것을 철회하고 자기로 했다.
침대에 성현아를 올려보내고 나랑 박우리는 바닥에 누웠다. 나랑 떡쳐야 된다고 투덜거리던 성현아가 어느새 조용해 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박우리도 숨소리가 낮아졌다. 나라고 별반 다를 수 있나. 눈꺼풀은 그 누구도 못 들어올리는 천하무적이다.
* * *
성현아랑 키스하는 꿈을 꿨다.
아마 박우리랑 했던 키스가 존나게 좋았다는 말이 은근히 뇌리에 남아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런 꿈을 꾸지.
내 입술을 빨아먹는 성현아의 얼굴은... 문 틈으로 엿보던 그 얼굴이었다.
감미롭고, 격정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난 이런 얼굴을 할 줄 아는 여자애의 입술을 탐하고 있다.
그게 하필 성현아라서... 싫은건가 좋은건가. 꿈이라서 아리송하다.
사운드가 착착 감겨오는게 참 야릇하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혀가 부드럽게 섞이면서, 타액이 질척거리면서, 콧소리를 흥얼거리면서,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너무나도 진짜같은 그 소리에 나는 조금씩 현실로 돌아왔다.
"...우응... 흐웁, 하, 아훕..."
이상하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나?
촵촵거리는 소리가 아직도 내 귓가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
방 안은 어두웠다. 조명등 하나 켜있지 않은 그야말로 칠흙.
그 사이를 뚫고 흐르는 명확한 소리가 내 정신을 완전히 깨어나게 만들었다.
"하웁... 우... 야, 야아... 잠깐만..."
성현아의 목소리다. 숨이 상당히 거칠어져 있다.
"너 진짜... 키스 완전 잘 한다... 바람둥이같애..."
"바람피기 이전에 여자 자체가 없는데?"
저건 박우리의 목소리다. 역시 조금 숨소리가 틀리다.
깊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내 옆에 누워있던 박우리가 성현아의 침대로 올라간 거다.
"왜 너같은 애가 여자가 없어? 이렇게 잘 하는데..."
"이렇게 잘 하는걸 알아주는 여자가 없잖냐... 너 말고는."
"풉. 그래? 그냥 나만 알고 있어버릴까...?"
쯉쯉거리는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한다.
근데 아까와는 조금 다르다.
"아... 아읏... 잠깐... 거기..."
"응? 왜...?"
"손가락 넣지 마... 아파."
"그럼 다른거 넣어줄까?"
잠시 후, 상당히 질척거리는 소리와 성현아의 달뜬 신음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손가락 대신에 넣은게 혀인가 보다.
잠깐 소리를 들어보니 박우리는 성현아를 따먹으려고 작정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상황이라면 제아무리 성현아라도 다리를 벌려주겠지?
그 격렬한 섹스도중 갑자기 내가 불을 켜고 일어난다면,
그렇다면 성현아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아까의 나같은 벙찐 표정이 되지 않을까?
...사실 이게 내가 생각한 성현아를 엿먹이는 계획이었다.
모텔에 같이 들어가는 것, 성현아와의 스킨쉽,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저 짓거리,
모두 내가 박우리에게 부탁한 거다.
그리고 그 둘이 한창 쳐대던 도중 내가 난입해서 '사실 박우리랑 짜고 엿먹인거다' 라면서 뽑아내는게 계획이었다. 그럼 성현아는 존나 충격먹을 꺼라고 생각했다.
왜, 뭐가 이상한가?
나랑 성현아는 서로 진심으로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애초에 날 엿먹이겠다고 딴 남자랑 부벼대는 여자부터가 이상하잖아?
그런 변태같은 취미를 가진 계집에겐 똑같은 방식으로 엿먹이는게 최고 아니겠어?
물론 박우리의 반대가 있었다.
남자랑 여자는 틀리다고.
성현아가 정말 요만큼의 호감도 없이 나랑 사귀자고 했겠냐, 그리고 나 또한 성현아에게 그정도로 애정이 없느냐, 별에 별 소리를 다 들었다.
하지만 나는 싹 무시했다. 아까의 나는 정말 내가 받은 쪽팔림의 반에 반이라도 되돌려 주고 싶은 생각뿐이었으니까. 그래서 말했다. 상관없으니까 니 하고 싶은대로 성현아를 건드리라고.
박우리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조금 뒤에서야 알았다고 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성현아를 건드리겠다고, 그렇게 되뇌이더라.
"하... 아, 아아... 야아, 박... 우리... 으응..."
"왜 자꾸 불러. 다른거 할까?"
"...아니... 이제 그만하자..."
"...왜?"
"...을이 밑에서 자고 있잖아..."
갑자기 내 얘기가 나와서 순간 딸꾹질을 할 뻔 했다.
"쟤 없었으면 계속 해도 된다는 소리야?"
"어... 아니..."
"...그만 하고 싶은거야, 아니면 그만 해야 하는거야?"
"......"
"괜찮으니까, 말해 봐."
"그만... 해야 하잖아."
"박을이 남친이니까?"
"응..."
어째서인지 속이 점점 타들어간다.
계획대로라면 저 둘은 상당히 달아올랐으니까, 성현아의 입에서도 계속해서 원한다는 소리가 나와야 하는게 정상일 텐데. 어째서 성현아는 자꾸 주저하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왜 성현아가 주저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까?
"그게 신경쓰이면... 나랑 사귀자."
"...어?"
"내 여친이 되라고. 그럼 아무것도 신경 안써도 돼잖아."
"뭐야... 또 이상한 소리나 하고. 그런 농담 하지 말라고 했잖아."
뭔가 아까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던 나에게 굳은 얼굴로 던졌던 박우리의 말.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성현아를 건드리겠다던 말.
그건 혹시... 이걸 말하는 거였나?
"농담하는거 아니야."
"싫어. 그만해."
"...만약 그때 침대에 누워있던게 박을이 아니고 나였으면... 넌 나한테 사귀자고 했을까?"
"......"
"나는 말이야... 누군가를 좋아한다는건 양방형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서로를 좋아하고 아껴줘야 그만큼 더 커지는거, 그게 연애고 사랑 아니야? 지금의 너희 보면... 전혀 그런걸 느낄 수가 없어. 너는 너대로 좋아하는걸 표현해 보지만 박을은 알아주지도 않고, 박을은 아예 너를 좋아하지도 않아. 이 비정상적인 관계가 어떻게 연애야...?"
......
이제야 알아차렸다.
성현아에 대한 박우리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나에게 했던 그 충고들도 진심으로 나를 위해서였다기 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성현아를 그런 취급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였다.
사귀는거 비밀로 하자고 말했던 성현아가 중간에 스스로 말해야 했던 이유.
아마 이게 아니었을까?
고백한 박우리를 돌리기 위해 스스로 털어놨어야 했던게 아닐까?
이러니 저러니 얼빠진 모습으로 변태짓이나 일삼는 놈처럼 보여도
녀석은 나름대로의 진심을 가지고 성현아를 바라보고 있었나.
나에게는 저 진심을 짓밟고 성현아를 능욕할 자격이 있던가?
어쩌다 보니 몸을 섞게 됐을 뿐인, 하룻밤과도 같은 사이가 연장되고 있을 뿐인,
그게 바로 지금의 나와 성현아의 관계 아니던가?
"현아야. 나라면 말이야. 정말 나라면, 니가 시키는걸 해주는게 아니라 니가 원하는걸 해주고 싶어. 말 해야지만 돌아오는 사랑이 아니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돌아오는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앞장서서 끌고 다녀야 하는 사랑이 아니라 옆에서 같이 걷는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이, 이래도... 정말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라면... 정말 너를..."
"......"
"......"
......
"...울지 마. 남자가 바보같이."
"......"
"우리 너... 은근히 을이한테 자격지심 있구나? 계속 을이랑 비교하면서... 걔보다는 내가 더 잘해주겠다, 걔보다 내가 더 낫다... 이렇게만 말할 뿐이잖아."
"......"
"정말 그렇게 생각해? 만약 내가 침대에 같이 누웠던게... 을이가 아니고 너였으면, 너랑 사귀었을 꺼라고 생각해?"
"...기회를 바랬을 뿐이야. 그런 기회가 있었다면, 나도 이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꺼야."
"...기회...?"
"박을이랑 같은 기회가 있었다면, 나도 걔랑 같은 행운이 찾아왔었다면..."
"...푸훕."
"...왜? 남자가 이러고 있으니 찌질해 보이지...?"
"...아니야. 응... 그 기회라는거, 아직 늦지 않았으면... 너한테도 줄까...?"
"어...?"
"아까 술집에서 했던 말... 있지? 딱 열 번만 넣었다가 빼겠다고."
"...응."
"그거... 지금 해볼래? 딱 열 번만이야..."
"......"
......
더이상 둘의 대화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내 등에 닿아 있던 침대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쯔걱... 쯔걱... 쯔걱...
...열 번은, 이미 예전에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