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화 (47/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마흔 여섯 번째 과외 .

할 수 없이 나는 버스 기둥에 몸을 기대고 낙동강 오리알처럼 몸을 

버스가 가는 길을 따라 두둥실 옆으로 살랑살랑 움직였다 .

크리스탈이 내가 있던 곳에서 다섯 정거장만 더 가면 그 편의점이 보일 것이라고 얘기를 했으니 

난 거기서 내려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그 동안 앉을 자리가 필요한데 어느 누구도 나란 남자에게 자리를 내어줄 용의는

보이지 않았다 .

결국 나는 마음속으로 한 떨기의 눈물을 훔치며 다섯 정거장을 선 채로 버텨냈고 그 나마 나를 향해 쐬어지는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울적한 내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았다 .

“ 이번 정류장은 ○○○입니다 . 다음 정류장은 ●●● 입니다 . ”

‘ 후아 .. 드디어 집 떠난 지 25분만에 도착했군 . ’

버스 안에서의 답답한 시간이 끝난 것을 축하해주듯 햇빛이 또 다시 나의 머리카락 사이 사이를 야무지게 찔렀다 .

나는 버스 안과 서울의 기온차에 대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크리스탈이 꼭 ! 거기서 기다리라고 당부한 편의점 앞에서

허기진 뱃가죽을 채우기 위해 편의점 안으로 몸을 움직였다 .

아흐,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에어콘의 시원함이란 정말 바깥세상과 대조되는 군 .

나는 따뜻한 도시 남자답게 따신 음식만 골라서 찾았고 결국엔 고른 건 곧 전자레인지에 후끈하게 데워질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과 신민아님 께서 홍보해주셨다는 T.O.P를 들고 계산대로 찾아갔다 .

// 지이이잉 - //

진동이 내 허벅지에서 부들부들 떨려왔다 . 

난 대충 누구일 지 눈치를 깠기 때문에 그저 지금은 계산한 삼각김밥과 따신 커피가 먼저였다 .

그래도 차도남보단 따도남이 낫겠다고 생각한 나는 편의점 밖을 문 안에서 둘러봤다 .

밖에 나가면 후덥지근하기 때문에 나의 머리로 조금이나마 굴린 잔꾀였다 .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바로 앞에서 어디서 많이 본 뒷모습이 보였다 .

풍성한 머릿결, 매끈한 다리, 가느다란 팔, 그리고 결정적으로 머리에다가 아주 조그맣게 노란색으로 염색한 부분 .

차도마 ( 차가운 도시의 마누라 ) 설리 대신 나의 전화를 받아준 크리스탈이 분명했다 .

나는 문을 열자마자 느껴질 심각한 따뜻함에 잠시 문을 여는 것을 고민했으나,

이 미천한 나를 기다려주는 크리스탈이 바로 눈 앞에서 고개를 ‘ 120도 ’ 나 돌리면서 레이더망에서 없는 나를 찾는 듯 했기에

커피만 몇 모금 마시고 시원한 편의점을 박차고 나왔다 .

“ 어 ? 민식 오빠 어디있었어 ! ”

“ 나 더워서 계속 여기에 쳐박혀있었지 . ”

뒤에서 등장하는 날 보며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이윽고 당황하지 않았다는 포커페이스 연기를 행했지만 

난 이미 그녀의 놀란 모습을 본터라 웃음이 터져나올 뻔 한 상황은 가까스로 모면해내고, 태연한 척을 하며

그녀의 잔소리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

“ 근데 안으로 보내주긴 보내줘 ? ”

“ 아는 인맥이면 보내줄지도 .. ? ”

“ 뭐야 .. 확실히 확신이 없네 ? ”

“ 괜찮아, 우리 멤버들 모두 오빠를 아니깐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 ”

난 혹시 모를 불의의 상황에 불안감을 내비쳤지만 크리스탈은 쿨한 모습을 보이며,

나에게 괜찮을 것이라는 말을 웃으며 연신 해댔다 .

네가 아무리 웃음으로 내 불안감을 무마시키려 하지만 그건 허튼 짓이란다 수정아 .

“ 근데, 민식오빠 - ”

“ 응 ? ”

“ 그 삼각김밥 먹을거야 ? ”

“ 먹을려고 사왔긴 했는데 갑자기 식욕이 안 생기네, 너라도 먹을래 ? ”

“ 히힛, 나야 뭐 오빠가 주면 당연히 먹지 . ”

“ 그래 ? 삼각김밥만 먹으면 체할 지도 모르니 커피라도 마셔 . ”

크리스탈의 옆에 나란히 걸으며 얘기를 하던 도중에 그녀가 내가 손에 쥐고있는 포장도 안 뜯은 삼각김밥과

딱 두 모금만 마신 커피를 번갈아쳐다보고는 자신보다 20cm 는 더 큰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

나는 크리스탈의 삼각김밥을 애원하는 듯한 얼굴에 편의점에 있는 삼각김밥들을 다 싹슬이 해서 사주고 싶었지만,

나의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입에도 대지 않았던 삼각김밥을 흔쾌히 그녀의 손에 건네주고

커피 또한 그녀의 팔에 끼워주었다 . 나의 행동에 크리스탈은 꼬마처럼 방긋 웃으며 신나했고, 곧 있으면

본사에 도착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삼각김밥을 뜯어서 입술을 벌려 한 입을 먹고난 뒤 밥풀을 도톰한 입술에 묻힌 채로

웃어보이는 그녀였다 .

“ 오빠도 배고팠지 ? 자 - 한 입 줄게, 입 크게 벌려봐 . ”

“ 풉, 됐어 . 너나 드세요 . ”

“ 원래 나 같이 예쁜 애들이 주면 덥석 받아먹는거야 . ”

“ 됐다니깐 그러ㄴ.. 읍.. ”

크리스탈은 자기 혼자 먹기엔 내 눈치가 보여서 그랬는 지, 슬슬 마치 자신이 산 것처럼 연기를 하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

난 그런 크리스탈의 모습이 그저 귀엽게만 보여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 .

내가 자신의 연기를 안 받아주자 ‘ 예쁜 애들 ’드립까지 쳐주시는 센스를 보이는 크리스탈에게 져 주는 태도도 보일까

고민해봤지만, 과연 계속해서 안 받아주면 어떤 태도를 보일까 궁금한 마음에 계속 뻐팅기니 어느새 내 입 안에는

남태평양을 휘젓고 다니던 참다랑어의 힘찬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

“ 히히 - 어때, 맛있지 ? ”

그것보다 나 지금 간접키스 한 거 아니야 ? , 여튼 그건 중요한게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고 난 대답하기가 귀찮아 

가볍게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걸어갔다 . 오랜만에 목을 움직여서 그런 지 고철처럼 뻐근해진 목이었다 .

“ 그렇게 삼각김밥만 먹고 있으면 목이 참 텁텁할텐데, 커피도 마셔 . ”

“ 알았어, 마침 마시려던 참이었어 . ”

크리스탈은 손목을 돌려 뚜껑을 열더니 T.O.P를 한 번에 꿀꺽 꿀꺽 시원하게 넘기기 시작했다 .

참으로 시원한 목넘김이었지만, 커피가 냉커피가 아니고 핫커피라고 한다면 그녀의 식도는 이제 

곧 불타오르고 사르르 녹아버리겠지 . 난 저렇게 해맑게 마시고 있는 크리스탈의 표정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어서 빨리 그녀의 행동을 제지했어야 되는 데 이미 타이밍은 놓쳐버렸다 .

‘ 3 , 2 , 1 , Fire . ’

“ 흐으으 .. 오빠 .. 이거 너무 뜨거워 - ”

“ 그..그렇다고 달라붙으면 어떡해 . ”

“ 으읏 .. 잠시만,잠시만,잠시만 - ”

참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크리스탈의 말이었지만, T.O.P의 신나는 소화계 여행에 남태평양의 맛이 느껴지는

삼각김밥과 아직 여량이 남은 티오피를 바닥으로 떨구신 행동을 행한 것을 봐서는 아마도 식도가 익혀지는 듯한

고통에 몸서리 치는 것으로 추측됬다 . 난 숙녀의 고통을 그냥 지켜볼 수도 없는 젠틀맨이니 무릎을 굽히고 

쭈그려 앉아있는 수정이의 몸을 일으키니 갑자기 빨판이 붙어있는 듯한 연체동물류 처럼 나의 어깨위에 팔을 걸치곤

달라붙기를 시전하는 수정이였다 . 아무리, 뜨겁다고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의 낯뜨거운 시선도 있으므로 억세게 달라붙은 

그녀를 떼어내고는 진정시킨후 고통이 종결된 그녀의 표정을 보며 안심하고 다시 본사를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

“ 여기가 본사야 ? ”

“ 응 . ”

“ 생각했던 것보단 작네 . ”

“ 어떻게 생각했었는데 - ? ”

“ 마치, 베르사유 궁전처럼 고풍스러움과 멋스러움이 느껴짐과 동시에 으리으리한 규모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역시 땅 비싼 강남에서 그런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다 는 훼이크고 그래도 크긴 크네 . ”

“ 감상하는 건 그만두고 얼른 들어가자, 멤버들 기다려 . ”

“ 응, 알았어. 설리한테 할 말이 쌓여있는 데 가서 보따리 풀 듯 풀어놔야겠다 . ”

크리스탈의 손아귀에 잡혀버린 나의 가녀린 손은 크리스탈에게 질질 끌려다녔고, 그래서인지 그 건물 안에 입성할 수 있게되었다 .

바깥은 참 따스했는 데 역시 건물 안은 참으로 시원하단 말이야, 프론트에서 직무를 보던 여성분께서 내가 크리스탈한테 끌려다니자

‘ 저런 연습생도 있었나? ’라는 눈치로 나의 등판이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

“ 이제 이 문만 열면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특히 오빠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설리가 있겠지 . ”

“ 내가 설리한테 전화 13통이나 했는데 설리는 무심하게도 그 전화를 씹더라 . ”

“ 히히, 나는 전화 1통만에 받았지 ? ”

“ 응 .. 근데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꽤 오래걸렸어 . ”

“ 흐음, 연습하느라 그랬어. 뭐, 어쨌든 들어가자 . ”

// 덜컥 - //

닫혀있는 연습실의 문이 크리스탈의 손이 갖다대자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열렸다 .

그러자, 3명의 아녀자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문 앞에는 누군가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

“ 설리야, 너 왜 무릎꿇고있어 ? ”

“ 민식오빠 전화 13통이나 씹어서 미안해, 연습할 때는 배터리를 빼놔서 . ”

“ 난 괜찮으니까 이럴 필요없어 . 어서 일어나렴, 설리야 . ”

“ 아니야. 오빠가 진심으로 용서해준다는 포옹을 안해준다면 나는 미안함이라는 무거운 짐을 평생 지고 살아야할거야 . ”

이제 고작 열일곱살인데, 머리가 이렇게나 잘 굴러가다니 용서를 빌미삼아 나와 포옹을 하려는 수작이 분명하다 .

하지만 이 나라의 외모지상주의를 따지자면 이것은 벌이 아닌 상이 분명했기 때문에 나는 튕기는 척을 하면서

포옹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

“ 포.포옹 ? 내가 용서해준다니깐 , ”

“ 아니야, 오빠가 안아주기전까진 절대로 안 일어나 . ”

“ 안 일어난다면 어쩔 수 없지, 일어나렴. 해줄게. ”

나의 마지막 말에 싱긋 웃으면서 굳게 굽혔던 무릎을 바로 피는 설리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귀엽게 보였다 .

그리고 따스롭게 인자한 미소와 함께 설리의 상체를 포옥 껴안아주었다 .

그녀의 풍만함이 나의 복부에 살짝 느껴져서 기분이 묘하긴 했지만, 잠시 안아주다 설리를 천천히 뗐다 .

“ 이제 용서해줬으니까, 다음부턴 전화걸면 5번안에 받아줘 .. ”

“ 민식오빠 전화라면 연습도 그만두고 받아줄게 . ”

“ 그 정도까지는 안 바라고 시간나면 받아줘 . ”

나는 설리의 말에 설리가 날 호감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에 묘하게 쾌감이 들었다 .

그녀의 평소에 눈웃음도 더욱 더 눈부시게 보였다 .

“ 애뜨라, 이제 다시 연습시작해야지 . ”

그렇게 설리의 모습을 느끼던 순간, 빅토리아누나가 박수를 짝짝 치며 분산된 시선을 한 곳으로 응집시켰다 .

그리고는 연습을 다시 하자라는 말과 함께 루나가 오디오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곧 얼마 안되어

NU ABO의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그럼 어디 그녀들의 춤을 감상해볼까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