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화 (46/333)

* 소녀시대와 9 대 1 과외하기 마흔 다섯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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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dy ~ !!! Oh Lady ~ !!! 》

“ 아 ... !! 시끄러워 - 그냥 한 번 설정했는 데 효과가 직빵일 줄은 몰랐네 ”

여름의 따가운 햇빛이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의 사이를 뚫고 들어와 내 얼굴을 찔러댔다 .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도 모자라 지금은 오후 1시가 됬다는 것을 알리는 듯 아침에 설정해놓은

스틸하트의 She's gone 의 클라이막스 부분이 나의 귀를 따갑도록 찔러댔다 .

자연물과 인공물의 조화를 빙자한 테러에 나의 몸을 감싸던 수마는 멀리 도망쳐버렸다 .

보통 때면 눈을 찡그리며 일어났을 텐 데 오늘은 심청을 만난 심봉사처럼 눈이 번쩍 뜨였다 .

머리를 긁적거리며 나는 화장실로 걸어가서 생리적 현상으로 나오는 오줌을 줄기차게 밖으로 내보낸 뒤

본격적으로 에프엑스의 연습실로 놀러가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쏴아아 - //

시원한 물줄기가 적광이 나는 나의 머리카락을 적셔주기 시작했다 .

햇빛에 비춰져 와인 빛을 내뿜던 머리카락들은 물에 적셔지자 빛을 잃은 듯 색이 바래졌다 .

바래진 대신 얻는 것 두피에서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청량한 물의 시원함이었다 .

난 자연스레 머리를 감으면서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예민해진 피부에도 물을 적셔주며 개운함을 만끽했다 .

“ 와 , 여기 처음 올 때 보다 머리 많이 기른 것 같네 . 이번엔 머리라도 묶고 가야지 . ”

나는 화장실 수납장에 있을 검은 색의 머리끈을 찾았고 그 끈을 손가락에 끼워 몇 번 돌리고는 

나의 옆머리와 뒷머리를 모아 깔끔하게 머리를 묶었다 .

그리고 앞머리를 빗으로 쓸어내려 정리하면서 헤어 드라이어를 사용해 머리를 말끔히 말렸다 .

어차피 연습실에 놀러가는 거니깐 그렇게 차려 입을 필요는 없고 평소에 즐겨입던 스타일의 옷을 입고선

챙길 것만 챙기고 문을 박차고 나왔다 .

‘ 으아 ~ 시원ㅎ...는 개뿔 . 레알 덥다 !!! ’

역시나 오후 1시의 서늘한 바람을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 .

일억 오천만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에서 찾아오는 햇빛께서 나의 기대를 저버리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내가 걸어가는 , 걸어가야할 그 길은 모두 따사로운 햇빛이 양이 넘치도록 비출 뿐 . 

그늘이라는 서늘한 장소는 아무리 찾으려 노력해봐도 눈에 뵈지 않았다 .

// 띠리링 - ♪ //

새로 바꾼 메세지 알림음이 나의 상의 주머니에서 싱그럽게 울려퍼진다 . 

나는 문자 확인이 귀찮았지만 곧 2시가 될 이 시간에 올 것 같은 문자라곤 

사랑스러운 눈웃음과 애교있는 볼살을 가지고 있고 나의 핸드폰에 마누라라고 고의적으로 저장해 둔 설리 일

가능성이 높았기에 나도 허공에 입꼬리를 한 번 올려주고는 곧 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와

핸드폰 화면에 써져있는 내용을 확인했다 .

〔 ○○카드 6월 사용 내역 : 568,000 원 〕

짠 .

설리의 메세지 일 것 같았는 데 내 예상이 확 뒤집혀버렸다 .

설리의 애교 섞인 메세지를 기대했던 나의 기대를 으깨버리는 카드 청구 내역의 금액에 잠시 입이 떡 벌어졌었지만 

저것은 핸드폰 구입비와 마트에 가서 생활비를 합친 것이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곤 아무렇지 않은 척 걸어갔다 .

‘ 근데 무작정 걸어가기만 해서 뭐하지 .. 난 본사가 어디있는 지도 모르는 녀석이잖아 . ’

5분동안 무념무상(無念無想)의 행보 끝에 얻어낸 깨달음이었다 .

난 그 깨달음에 금방이라도 눈물샘을 바늘로 찌른듯이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았지만 ,

1989년 5월 10일 대한민국생인 나란 남자는 가까스로 슬픈 결정을 흘리지 않았다 .

하는 수 없이 나는 나의 핸드폰을 다시 세상의 공기를 맡을 수 있게 꺼내놓고서는 설리의 핸드폰번호를 연타했다 .

“ Mysteric - Mysteric - 몰라 몰라 나는 아직 몰라 - ”

전화를 걸자 들리는 이 컬러링은 설리와 크리스탈이 힘을 합쳐 나에게 벨소리 다운을 강요했던 그 노래가 아니던가 .

하지만 나에겐 지금 들리는 빅토리아 누나의 노래보다 내가 본사로 가는 길을 가르쳐줄 빛과 소금인 설리느님의

목소리를 듣는 게 더 간절했기 때문에 어서 빨리 이 노래가 끝나고 현장감이 넘치는 사운드가 들리기를

간절히 염원 했다 .

“ 지금 거신 전화는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니… . ”

아아, 나를 이토록 매정하게 버린 설리에게 난 크나큰 실망감을 잠시 느꼈지만 이 슬픈 마음을 가라앉혔다 .

그리곤 다시 전화를 걸어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간절히 외쳤지만 역시 또한 불발 .

그래도 불굴의 의지로 통화버튼을 꾹 눌렀으나 , 불발 .

실성한 사람처럼 잠시 하늘을 보며 웃다가 시도했으나 , 불발 .

불발 . 불발 . 불발 . 설리에게 걸었던 12통의 전화는 발신비용으로 환산되어버렸고 

환산비용을 대체할만한 소득은 딱히 없었다 .

할 수 없이 나의 전화번호부에서 f(x)의 멤버들의 전화번호를 찾으려 뒤적거려봤고 ,

마침내 나를 배신한 마누라 설리 ♥ 가 아닌 그저 평범하고 소소하게 자신의 본명으로 써져있는

‘ 정수정 ’이라는 이름을 보고는 크리스탈은 전화를 받아주겠지 라는 심정으로 다시 한 번 통화버튼을 눌렀다 .

“ Mysteric - Mysteric - 몰라 몰라 나는 아직 몰라 - ”

역시나 크리스탈도 설리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노래를 홍보라도 하듯 역시나 NU A.B.O를 컬러링으로 설정하는

상큼한 센스는 잊지 않았다 .

나의 실낱같은 기대와는 달리 컬러링의 끝 부분이 점점 다가오자 난 13번의 연결불가능의 크리티컬이 

크리스탈에게도 똑같이 적중할 것 같은 불안감에 손과 다리가 후들후들 떨며 모양새가 빠지게 전화기를 두 손으로

공손히 붙잡으며 크리스탈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

“ 내맘대로 내멋대로 좋아좋아 누에ㅃ... 하아 .. 여보세요 ? ”

후렴구가 다시 한 번 반복 될 때 쯤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며 오매불망하던 크리스탈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선선하게 울렸다 .

나는 그 기쁨에 금방이라도 핸드폰을 설비물 위에 놓아 큰 절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니

내 이미지와 나의 성별을 고려해서 절을 하는 건 가까스로 참아냈다 .

근데 연습이라도 하다가 전화를 받은 듯 크리스탈의 목소리는 꽤나 호흡이 불규칙하게 들려왔다 .

‘ 그래서 설리도 전화를 못받았나 . ’ 라고 생각하며 크리스탈에게 간단히 나임을 알리고 

자초지종 나의 위치를 설명하고 본사로 가는 길을 물어보니 크리스탈은 한참을 길게 말하다가 ,

본사 앞의 편의점에서 만나서 같이 본사를 들어가자고 말했다 .

“ 알았어, 그럼 버스타고 지금 출발할게 . ”

“ 오빠 - 반드시 편의점 앞에 계셔야되요 . 히히, 우리 없으면 SM 출입도 못해요 - ”

“ 알았다니깐, 편의점 앞에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일게 - ”

크리스탈은 계속해서 나보고 편의점에서 기다리라고 당부했고 나는 크리스탈과 통화를 하면서

본사로 가는듯한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

크리스탈과의 통화를 끝고 빈 자리라도 찾을 겸 버스 안을 둘러보았다 .

나이스, 빈 자리는 오로지 한 곳 뿐이었고 그 빈자리의 옆에는 청초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대생이 새침하게 앉아있었다 .

‘ 기다리는 자에겐 복이 온다 ’라는 말이 곧이 곧대로 실천되는 순간이었다 .

“ 호호, 알았다니까 . 선일엄마 내일 봐 . ”

미모의 여대생의 옆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희열에 잠시 버스 위에서 승리의 어퍼컷을 속으로 날리던 

나는 뒤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

귀를 카랑카랑하게 찌르는 저 목소리는 아줌마가 분명했다 .

그것도 순도 100 % 의 한국 토종 아줌마, 그녀의 팔에 가방이 메어져있다면 열의 아홉은 저 가방이 저 빈자리를 향해

투척될 게 분명했다 . 난 곧 위기의 직감을 느끼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미모의 여대생의 옆자리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

// 휘익 - //

“ 어 ? ”

“ 호호, 학생 미안하게 됬어 - 이 자리는 내 자리야 . ”

나의 머리가 행동으로 실천하는 속도는 내가 빨랐지만 아줌마의 송구속도가 나의 걷는 속도보다 더 빠른 듯했다 .

바람을 가르는 듯한 세찬 소리가 나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고 그 소리에 당황한 기색을 보인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재봉질이 덜 되어 누가봐도 짝퉁으로 보이는 가방이 여대생의 옆자리에 떡하니 놓여있었다 .

그리고 몇 초뒤에 파마냄새가 풀풀 풍기는 머리를 하신 아줌마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고 깔깔 웃으면서 말했다 .

난 어쩔 수 없이 아줌마에게 자리를 양보해드리고 겉으론 웃고 속으로 우는, 본의아니게 이면적인 모습을 보이며

울며겨자먹기로 버스의 기둥을 힘껏 쥐어잡았다 . 역시 어디를 가나, 대한민국産 아줌마는 참으로 대단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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