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부활한 불멸자-475화 (458/730)

〈 475화 〉 475. 존재해서는 안 될 것(5)

* * *

다리의 강력에 모든 힘을 집중시켜 하늘 위로 점프하여, 약 2km의 거리에서 정밀한 초장거리의 투창을 날려 저격을 성공시킨 은현은 결과를 확인하지도 않고 곧바로 마피아 건물을 향해 질주했다.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

“괜찮아요. 맞췄습니다.”

굳이 결과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브류나크가 과거 고대 시절, 신창으로 불렸었던 이유는 정확히 지정한 타겟을 ‘반드시 명중시킨다.’라는 결과를 반드시 만들어내는 특수한 능력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일반적인 무기의 개념을 넘어서서 초월한 하나의 개체로서 하나의 역사를 남겼다.

게다가 ‘감지’를 이용하여 2km나 멀리 떨어진 장거리에서 정확히 타겟을 지정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은현과 브류나크는 굉장히 상성이 좋았다.

기습을 비롯한 일 대 다수의 싸움 등,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 모든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감지 기술이지만, 브류나크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개량한 방법의 하나기도 하다.

은현은 그렇게 자신이 만들어낸 기술들에 대한 자신감이 확고했다.

[그렇구나.]

심지어 베르단디가 부여한 권능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기술들이라는 것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도 존재했다.

베르단디는 은현의 감정을 읽고 흐뭇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냐!”

“저, 저쪽 건물에 큰 폭발음이 들렸습니다!”

은현의 투창과 에린의 난동으로 소란스러워진 마피아 건물 쪽으로 영지의 내부를 순찰하던 경비병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은현은 그런 경비병들을 지나쳐 빠르게 마피아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이미 감지를 통해서 건물의 숨겨진 도주로는 이미 파악해둔 상태.

건물 안에서 도망치기 위해 비밀리에 마련된 출구는 반대로 입구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곳을 통해 진입에 성공한 은현이 곧바로 가장 위층, 네슬라의 보스 펠론이 있을 방앞에 도착했다.

“으, 으아아아!”

방 안에서 어떤 남자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져 은현의 귀에 들려왔다.

곧바로 비밀 출구의 입구를 걷어 차버려 부숴버리고, 방안으로 진입하자 내부에는 아예 날아 가버린 한쪽 팔로부터 피를 쏟아내는 한 남자가 고통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내 파아아아알!”

“…….”

은현은 그렇게 공허해진 한쪽 팔을 부여잡고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지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천천히 뜯어보듯 관찰했다.

[아이야? 왜 그렇느냐?]

곧바로 행동을 멈추고 비밀 출구에 가만히 서서 펠론의 얼굴을 관찰하는 은현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겨 베르단디가 물었다.

‘…그냥 똑같아서요.’

[무엇이?]

‘있어요. 빌어먹을 자동차 회사 사장 자식하고.’

[…….]

이제는 은현도 윤회의 개념에 대해 알고 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이 대륙에 나타나게 된 유리아가 있고, 비슷한 케이스로 본래 이 대륙의 주인공으로서 활동하게 될 예정이었던 차한성의 존재가 그러한 영혼의 순환을 통해 환생했다.

유리아는 조금 다르지만, 차한성의 경우에는 지구에서의 기억은 물론 그 외모마저도 똑같은 상태로 태어났다.

지금 은현의 눈앞에 있는 마피아 보스, 펠론 또한 전생의 기억을 깨우치지 못했을 뿐 지구에 있었던 누군가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게다가 그 외모도 지구의 누군가를 빼다 박은 것처럼 똑같아서 더욱 짜증이 치밀었다.

“…….”

결국, 이 짓거리의 일부도, 그저 화풀이에 불과하다.

살짝 한심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도 베르단디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야. 일단은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으냐.]

“그렇죠.”

은현은 베르단디의 주의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중요한 것은 저자가 전생에 누구였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살짝 치밀어 오른 짜증을 억지로 밀어 넣고, 뒤늦게 펠론에게 말을 걸었다.

“네슬라 마피아의 펠론. 맞지?”

“크…으윽! 너는…. 너는 누구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아픔과 함께 뜯겨 나간 한쪽 팔로부터 피가 쏟아져나오고 있는 팰론이 당장이라도 씹어먹을 것 같은 표정으로 은현을 노려보았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한 것이 아니었지만, 은현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미 많은 정보를 통해서 눈앞의 남자가 네슬라의 보스라는 것은 확인했다.

은현이 지금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확인 절차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펠론과의 거리를 좁히자, 펠론이 기겁하며 뒤로 기어가며 다시 거리를 벌리려 했다.

“사, 살려줘.”

펠론의 목소리는 무의식 속에서 튀어나온 공포로 어우러진 떨림이 가득했다.

어째서인지 제대로 설명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펠론은 자신의 팔을 형체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렸던 무시무시한 창을 던졌던 것은 물론, 갑작스레 자신에게 닥쳐온 이 사태의 원흉이 눈앞의 백은발의 남자라는 것을 아주 자연스레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머릿속의 생존본능이 강하게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은 죽는다.

사라져버린 자신의 한쪽 팔이 가져다주는 공허함, 아픔보다도 당장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앞섰다.

펠론은 바닥에 주저앉아 뒤로 기어갔던 몸을 황급히 일으켰다.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하여 자신의 한쪽 팔이 피를 쏟아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이 전신으로 퍼졌지만.

“살려줘!”

남아있는 한쪽 팔로 은현의 바지를 붙잡고 목숨을 구걸했다.

“뭐든지….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지 다 줄게! 그러니 제발 목숨만은…!”

“…….”

“돈…! 돈이 필요한가!? 원한다면 다 줄 수도 있어! 아니면 여자라도…!”

“안타깝게도 돈이 부족한 생활은 하고 있지 않아서. 게다가….”

은현은 곧바로 펠론의 말을 끊었다.

“그 발언을 나만 들었다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 할 거야.”

만약 자신의 옆에 다른 아내들이 있었다면 절대로 가만히 넘어가지 않았으리라.

“…….”

실제로 은현이 급하게 펠론의 말을 잘라먹은 것은 발끈하며 은현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있는 베르단디의 사나운 눈초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 ◆ ◆

“이게 대체 무슨 난리야!”

갑작스러운 맹렬한 폭음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자그마한 중소규모의 영지 전체가 뒤흔들린 여파는 결코 적지 않았다.

이 소영지를 다스리고 있는 소영주는 자신의 귀를 때리는 폭음에 건물 밖으로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이봐! 거기, 너! 무슨 일이야!”

“그, 그것이…! 갑자기 저쪽 건물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려와서…!”

“그딴 건 나도 알아! 내가 그딴 걸 물어본 게 아니잖아! 어서 가서 상황을 파악해야할 거 아니야!”

“아, 알겠습니다!”

소영주의 닦달에 경비병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소란이 시작된 장소로 급하게 뛰어갔다.

“음…? 잠깐. 저 건물은…?”

경비병이 달려갔던 방향,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건물을 향해 소영주의 시선이 도달하자, 소영주는 얼굴을 굳혔다.

“저, 저곳이 어째서…!”

뒤늦게 마피아들의 은신처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사태가 절대로 작은 소란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소영주는 사안의 심각성을 머릿속으로 깨달았다.

이윽고 산처럼 배가 불룩이 나온 자신의 몸을 이끌고 마피아 은신처 건물을 향해 달렸다.

“허억! 허억! 허억!”

원체 운동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 배불뚝이 소영주는 짧은 거리를 달려왔음에도 가쁘게 차오르는 숨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간신히 헐떡이는 숨을 진정시키고 올려다본 건물의 모습음 참담했다.

마치 거대한 대포를 맞은 것처럼 위층의 벽면은 뚫려있고, 아래층들은 무너지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겨우 건물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뭣들하고 있는 거야…!”

위태위태한 건물의 입구에서 멀뚱거리며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경비병들을 보며 소영주가 버럭 화를 냈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하라고 보내놨더니, 서로 눈치를 보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경비병들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치밀었다.

“에잇! 비켜! 내가 직접 들어가겠다!”

입구 앞에서 멀뚱거리며 서 있는 경비병을 밀치고, 소영주는 건물의 안으로 진입했다.

“이게 무슨…?”

곧바로 접하게 된 건물 내부의 상황은 소영주의 할 말을 잃게 만들기 충분했다.

수백 명의 숫자에 달하는 건달들이 일제히 오와 열로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광경은 가관이라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 된다.

“네가 이 영지의 영주인가?”

자신을 부르는듯한 남자의 목소리에, 소영주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중앙 홀의 계단 위에 걸터앉아있는 백은발의 남성과 그의 상체를 꽉 끌어안으며 찰싹 달라붙어 있는 남청색 머리카락의 여성의 모습을 발견했다.

“…….”

마치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는 애완동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처럼 보이는 둘의 분위기는 이 장소의 이 상황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남자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가슴에 얼굴을 비비고 있는 여성이나 재밌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는 남자나.

어느 쪽도 정상이 아니었다.

특히나 백은발의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는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 아니다.

하지만 직접 저 남자를 본 기억은 소영주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저 인상착의에 대해서 얼핏 누군가에게 소문을 들었던 것 같은 그런 위화감이 가득한 기분.

소영주는 은현을 보고 경계가 가득한 태도를 취하며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소영주의 물음에도 은현은 답하지 않고 그저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이윽고 품에서 보여주기만 해도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의 휘장을 꺼내어 소영주에게 내밀었다.

“그, 그것은…!”

소영주는 경악했다.

아무리 작은 변방의 시골 귀족이라도, 이 나라에서 왕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작위를 가지고 있는 공작 가문의 휘장을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저 남자는 설마…!’

뒤늦게 백은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의 인상착의와 공작 가문의 휘장을 보고,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를 깨달았다.

왕국 최고의 기사인 리오드 올리비온과 친구의 사이이며, 같은 영웅이자 동료였던 검은 마녀의 남편으로 알려진 남자.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위험한 인간이라는 소문이 자자한 은현의 얼굴을 마주한 소영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파래졌다.

‘어, 어째서 공작 가문의 사람이 이곳에…! 설마…!’

딱!

어째서 은현이 이곳에 있는지 그 이유를 추측하던 찰나, 은현이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서 현 네슬라 마피아의 보스인 펠론이 날아와 바닥에 떨어졌다.

“크윽!”

비히클에 의해 포박되어 거칠게 땅바닥에 내던져진 펠론의 몰골은 굉장히 초최했다.

머리카락은 산발에, 한쪽 팔은 또 어디로 사라졌는지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다.

간신히 응급처치를 끝내놓았을 뿐, 힘없는 호흡을 내뱉는 그 참담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다.

‘…이 머저리가.’

소영주는 펠론을 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자신과 펠론의 네슬라 마피아는 그저 은신처를 제공하고 적당한 대가를 받으며, 서로의 이익을 주고받는 비즈니스적인 관계에 불과했다.

주된 사업으로 마약을 유통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그 과정에서 거주와 마약 제조를 위한 장소 제공에 대한 대가를 받는 관계.

최근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는 것만 얼핏 들었던 소영주는 펠론이 돈의 욕심에 눈이 멀어서 어디를 건드렸는지 깨달았다.

‘하필이면 골라도….’

아르미타스 공작령이라니, 생각이 있는 것일까.

현재 페르니아스 왕국의 귀족 사회에서 왕가 다음으로 가장 건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 바로 아르미타스 공작 가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하게 퍼져있는 사실.

하지만 펠론과 네슬라 마피아는 이 정보를 제대로 수집하지 않고 멋대로 행동에 옮겨버린 것이다.

아마도 공작 가문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면서, 그곳의 영민들을 마약에 중독시켜 피를 빨아먹으면서 이익을 취하려는 편의주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필사적으로 고민하는 표정이네.”

“……!”

은현의 말에 소영주는 정곡을 찔린 듯 어깨를 움찔 떨며 반응했다.

“비히클. 구속해.”

[명령을 수락합니다.]

비히클은 마스터의 명령에 따라 빠른 속도로 이동하여 주춤하고 있는 소영주의 전신을 구속했다.

팔다리에서 나온 작은 쇠집게들이 일제히 소영주의 팔다리를 붙잡아 행동을 제한시키고 바닥에 눕혔다.

“지금부터 너는 내가 묻는 질문에 답해야 해. 만약 거짓말할 경우엔….”

위이이잉!

바닥에 구속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소영주의 얼굴 바로 위.

비히클의 앞바퀴가 초근거리에서 맹렬히 회전했다.

“히익!”

“네 얼굴 가죽이 모조리 찢겨 나가겠지.”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