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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불멸자-474화 (457/730)

〈 474화 〉 474. 존재해서는 안 될 것(4)

* * *

“야! 쳐!”

다수의 마피아 건달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에린을 향해 돌격했다.

일제히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건달들을 보고도, 에린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부르으응!

오히려 에린은 거친 엔진음을 내뿜는 바이크의 양쪽 핸들을 다시 쥐었다.

망설임 없이 엑셀을 감아버리자 앞으로 돌진하는 바이크의 모습에 순간 건달들이 주춤했다.

빠른 속도로 가속하여 질주하기 시작하는 바이크와 충돌하게 될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몸을 옆으로 던져 피한다.

이윽고 에린이 급브레이크를 걸며 바이크의 핸들을 왼쪽으로 확 꺾었다.

과감하게 클러치를 튕겨주면서 다시 엑셀을 감았다.

끼이이이익!

매끄러운 엑셀턴을 그리며 회전하는 바이크의 타이어가 바닥을 이리저리 헤집어놓으며 건물의 내부를 난장판으로 만들기 시작한다.

질주해오는 마차와 충돌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건달도 알고 있는 사실.

덩치는 훨씬 작지만, 더욱 빠른 속도로 건물 내부를 헤집어놓는 바이크와 부딪치기만 해도 작은 경상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X발! 진짜! 저거 대체 뭐야!”

마차도 아니고, 이륜구동으로 움직이는 소형 탈것인 바이크는 건달들에게 있어서는 전혀 본 적이 없는 신문물 그 자체다.

어떻게 저 작은 탈 것에서 주위의 분위기를 제압하는 압도적인 위용을 내뿜을 수 있는지, 건달들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언성을 높이는 건달이 있는 쪽으로 다시 에린의 바이크가 돌진해왔다.

“어? 어어?”

욕설을 내뱉었던 건달이 점점 자신에게로 질주해오는 바이크를 보며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황급히 바이크가 질주해오는 사선에서 몸을 빼려고 했지만, 다수의 동료 건달들이 밀집해 있는 상태에서 중앙에 있던 그는 미처 몸을 빼지 못했다.

결국, 정면으로 질주해오는 에린의 바이크와 몸을 빼지 못한 건달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커헉!”

허공으로 살짝 날아오른 앞바퀴와 건달의 가슴이 정면으로 충돌하여, 건달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대로 튕겨 나간 건달의 가슴은 아마도 이 충격으로 인해 흉부가 완전히 부서졌으리라.

“X, X발….”

순식간에 사람 하나를 완전히 작살을 내버린 순간부터, 건달들에게 에린과 그녀가 타고 있는 바이크가 공포의 대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더는 자신에게 덤벼들지 못하고 있는 건달들에게서 에린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읽었다.

하지만 그런 건달들이 계속해서 주춤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가갈 수 없으면 멀리서 공격하면 되잖아! 야! 모조리 집어던져!”

이윽고 건달들이 에린을 향해 부서진 테이블, 의자, 술병들 등 손에 쥘 수 있고 던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던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아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다양한 종류의 투사체들은 이미 에린도 예상했던 바다.

“비히클! 변형해!”

[명령을 수락합니다.]

혼자서 바이크를 타고 건물 내부로 뛰쳐 들어온 에린의 말을 받아준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타고 진입했던 바이크의 내부에서 기계음이 섞인 여성의 말이 들려와 에린의 말에 답했다.

에린이 자신을 향해 투척된 다양한 투사체들을 피하고자 바이크 위에서 점프하여 몸을 뒤로 뺌과 동시에.

우우웅

에린의 바이크가 천천히 변형하기 시작했다.

그 형태는 마치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든 듯 슬림한 형태의 골렘.

이륜구동의 기동을 책임지고 있던 두 개의 타이어를 발로 대체하여, 재주 좋게 몸을 일으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골렘은 은현이 제작한 옵티머스와 범블비에 이은 세 번째 오토매틱 골렘이다.

은현이 취미 삼아 직접 제작하여 변형의 기믹을 넣어, 인간 형태의 골렘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특수 개조된 이 ‘비히클’은, 나름대로 여성을 연상시키는 슬림한 디자인과 곡선을 넣어 에린의 마음에도 쏙 드는 골렘이었다.

전적으로 바이크에 흥미를 보이던 에린에게 은현이 웃으며 만들어준 선물의 일종이다.

“마력 실드 전개해!”

[명령을 수락합니다.]

엘더브레인으로서 지휘체계를 맡은 에밀리아가 없는 오토 골렘은 알아서 판단하고 움직일 수가 없으므로 정교한 명령과 움직임을 바라는 것은 너무 과한 욕심.

하지만 그렇다고 꼭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비히클은 에린의 명령대로 자신과 에린을 주위를 감싸는 푸른색 마력의 구체를 형성했다.

그것은 비히클의 코어에 내재되어 있는 동력원, 마석으로부터 방출된 대량의 마력이다.

전방위를 감싸는 실드를 형성하여 마스터로 설정된 에린을 다양한 투사체로부터 보호했다.

“뭐야. 저게….”

갑작스레 바이크가 골렘으로 변형한 것도 모자라, 깔끔하게 투척물들을 막아버리는 광경에 건달들이 어이를 상실했다.

하지만 그런 건달들의 의문을 해소시켜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의문을 해소시켜줄 새도 없이,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비히클이 실드를 해제하자마자, 에린은 허공의 벽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비히클! 조준!”

에린이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금속 골렘의 머리가 팔을 들어 올렸다.

바이크가 변형한 형태인 비히클의 팔에 장착된 것은 손이 아닌, 커다란 분사구.

포탄을 장전하여 화약으로 발사시키는 일반적인 포탄보다 작은 구경의 분사구를 보고, 에린의 ‘조준’이라는 외침을 듣고도 무엇이 벌어지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멍청이는 없었다.

“저, 저…. 미X 년이…!”

그럴 리가 없다.

어떤 미친 사람이 휴대용으로 포탄을 장전한 상태의 중무장을 들고 다닌다는 말인가.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실현하려는 것이, 이제 막 스무 살의 나이를 먹은 가녀린 체구의 여성이라는 것에 머릿속이 정지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에린은 그렇게 눈앞의 현실을 부정하려는 건달들의 생각을 깨부수듯이 망설임 없이 명령을 내렸다.

“쏴버려!”

우우웅

마스터의 명령을 받은 비히클이 허공의 벽면을 조준하고 있던 중무장의 포구를 가동시켰다.

[오토매틱 골렘 무장]

[초고열 나선 철갑탄]

콰아앙!

내부에 각인되어있는 폭염 마법이 발동하여, 비히클의 팔에서 발사된 중형 철갑탄이 사선상의 모든 것을 쓸어 버리는 것도 모자라, 천장 쪽의 벽면을 분쇄했다.

동시에 건물 내부의 공기를 찢어발기며 발생한 거대한 진공음이 건달들을 덮쳐 피부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비히클의 무장된 철갑탄의 발사 이후에도, 그 여파는 절대로 적지 않았다.

치이이익

발사를 마친 비히클의 팔로부터 어마어마한 열을 발산하는 수증기로 인해 마피아 건물 내부의 열기를 단숨에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까앙!

이윽고 열기로 가득한 수증기를 발산시키는 비히클의 팔뚝 쪽 덮개가 열리더니, 어마무시한 크기의 금속 덩어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분사된 철갑탄의 탄두와 결합 되어있던 탄피였지만, 그 탄피 하나가 바닥에 부딪혀 금속음을 울리는 것만으로도 건달들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이, 이 미X 년이 진짜…!”

“감히 니가 우리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것 같냐!”

자신들이 아무리 쇠락을 하였다지만, 자신들은 페르니아스 왕국의 중심인 페르닌에서 뒷세계를 주름잡던 강력한 마피아 조직의 일원이다.

겨우 단 한 명의 여자에게 이 정도로 일방적인 굴욕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 소란을 듣고 영주 쪽에서도 분명 이곳으로 오겠지!”

“다짜고짜 갑자기 쳐들어와서 건물은 물론 사람까지 반병신을 만들어놓고. 넌 이제 X됐어! 이 년아!”

이 무기를 보고도, 당당하게 자신들의 우세를 주장하는 그들의 태도에 에린이 의아함을 느꼈다.

“아저씨들 나쁜 사람 아니에요?”

그냥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겠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될까.

에린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 생각 없는 년인가? 이곳에서는, 아니. 이 영지에서는 영주조차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해!”

이미 이 장소를 은신처로 고르면서, 이 지방 영지의 영주와는 이미 결탁하여 공생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리 이곳이 악인들의 집합소인 마피아 잔당의 소굴이라도, 정식적인 지위나 수사 권한도 없이 혼자서 쳐들어온 에린은 그저 무고한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히고 건물을 파손시킨 행위에 불과했다.

이 소란을 듣고 영주 쪽의 경비대들이 이곳으로 오기만 한다면,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역으로 에린을 범죄자로 옭아매는 것도 가능하다.

그 이후라면 반반한 얼굴과 몸매를 가진 에린을 가지고 노는 건 일도 아니다.

“아, 그렇구나.”

친절하게도 설명을 해준 건달의 말에 에린이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즉 이곳의 영주도 마찬가지로 나쁜 사람이다?”

“이 년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비히클. 다시 조준.”

“흡!?”

이를 갈며 분노를 드러내던 건달들이 이번에는 자신들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금속 골렘에게 명령을 내리는 에린의 말에 숨을 삼켰다.

정확히 자신들을 향해 그 무시무시한 포구를 겨누고 있는 골렘의 모습에 건달들이 바닥에 주저앉거나 포구의 사선에서 벗어났다.

“이거. 또 맞고 싶은 사람?”

“…….”

건달들은 에린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딱 한 번 보았을 뿐인 금속 골렘의 무장이 선보였던 위력은 이미 건달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어있었다.

정해진 규율이나 법보다, 바로 눈앞에 존재하는 압도적인 폭력이 더욱 무섭다는 세상의 진리는 마피아 건달들인 자신들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세상의 섭리를 이용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에린이었다.

“…미호의 말이 맞을 때도 있네.”

­사람이라는 건 말이다.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지.

주로 훈련의 도중 툴툴대는 에린을 훈계할 때 쓰는 구미호의 격언이었지만, 에린은 구미호의 그 말을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콰아앙!

이윽고 천장 위에서 거대한 충돌음이 발생하여 아래층에도 큰 여파가 전해져왔다.

그것은 신호였다.

“끝났구나.”

에린은 짧게 중얼거렸다.

◆ ◆ ◆

“젠장…! 도대체 무슨 일이…!”

펠론에게 상황의 파악을 할 여유 따위는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 닥친 것인지, 누가 자신의 조직을 노린 것인지,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 무엇 하나도 파악할 수 없는 혼란으로 가득한 머릿속의 사고는 정지한 상태에 가깝다.

한 가지 어이가 없었던 것은 이 파란의 시작을 알린 것은 다짜고짜 처음 보는 탈것을 타고 난입해온 단 한 명의 젊은 여자라는 것이다.

“멍청한 것들…! 겨우 여자 하나를 못 막아서…!”

펠론은 그저 어떤 괴물 같은 여자가 아래에서 길길이 날뛰고 있다는 보고만을 받았을 뿐, 아래의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를 보아하니, 겨우 우두머리를 차지한 자신의 마피아 조직이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아주 위험한 시련이 닥쳐왔다는 것은 직감할 수 있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돈하고 시간만 있다면…. 조직은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어.”

지금까지 온 길이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지만, 가진 재산과 목숨을 보전할 수만 있다면, 마피아 조직을 다시 만들고 키우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자신은 이미 네슬라라는 마피아가 생길 때부터 주요 간부들과 함께 조직을 키워왔으며, 쇠락의 시기를 겪으면서도 과거의 그 노하우를 이용해 지금, 이 순간까지 네슬라를 다시 성장시켰다.

두 번을 해보았다면, 당연히 세 번째도 할 수 있다.

“젠장…. 어떤 년인지는 몰라도, 언젠가 반드시….”

절대 가만두지 않으리라 속으로 다짐했다.

이전에 페르닌에서도 아이테르라는 왕립 학교의 한 평민 여학생이 꼬이면서 조직이 붕괴할 위험에 처했었던 것과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방해하는 것이 정체 모를 어떤 여자라는 것이 미묘한 기시감이 들었지만.

펠론의 머릿속에는 한시라도 빨리 재산을 챙겨 이곳에서 도망치려는 생각뿐이었다.

“좋아…! 이제…!”

뒷길로 빠져나와 이 영지의 영주에게 신변의 보호를 요청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을 때.

[브류나크 창술]

[껍질 꿰뚫기]

콰아앙!

재앙은 너무나도 갑작스레 자신을 찾아왔다.

창문을 깨고 날아 들어오는 한줄기의 섬광이 그대로 공기를 찢어발기며 펠론을 덮쳐왔다.

“허, 허억…!”

펠론은 가쁜 호흡을 내쉬며 자신의 바로 옆, 금고의 바로 위 벽면에 꽂힌 새하얀 창을 응시했다.

그것은 약 2km의 거리에서 날린 초장거리 저격의 투창이었다.

“팔이…내, 내 팔이이이이이이…!”

다량의 금화와 보석들이 들어있던 보따리를 쥐고 있는 팔을 정확히 명중시킨 것도 모자라,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살점과 뼈를 가루로 만들어버린 기괴한 상황.

이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

정확히 팔을 노리고 들어온 누군가의 정밀한 저격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펠론의 팔을 찢어버리고 벽면에 꽂혀있던 새하얀 창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와 짧게 경고했다.

[귀찮으니까 튀지마라. 튀면 다음엔 머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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