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7/20)

사냥제 당일, 드디어 때가 다가왔다. 자하크는 사냥제에 참석하기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사냥을 통해 귀족들의 심신을 단련하고 서로 간의 우애를 다지자는 취지 하에서 아라반드 백작령에서는 2년에 한 번씩 이 사냥제를 벌였다.

  허나 올해의 사냥제는 특별했다. 새로운 후작인 자하크 폰 아라반드가 즉위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사냥제이라는 점도 있지만 이번에 사냥제에서 사냥할 대상이 그냥 평범한 짐승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하크의 사냥감은 이번에 그에게 반기를 든 귀족들이다. 그리고 그 귀족들이 노리는 사냥감은 바로 자하크였다. 

  서로가 서로를 사냥감으로 노리는 상황. 승자는 사냥꾼이 되고 패자는 사냥꾼의 사냥감이 되어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사냥꾼에게 내주게 될 것이다.

  "루카벤이 보내서 왔습니다. 후작님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그리고 자하크는 급히 루카벤이 보낸 한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는 어제 밤에 노예시장에서 자하크가 루카벤에게 부탁한 몇 가지 중에서 하나를 수행하기 위해 루카벤이 자하크에게 파견한 사람이었다. 카로네스 백작령의 노예시장 때부터 루카벤의 동료였던 그의 특기는 피어싱. 노예의 유두와 클리토리스에 노예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피어싱을 하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루카벤에게서 들었겠지만 우리 둘의 만남은 바깥에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비록 자하크가 암암리에 노예시장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사실을 굳이 밖으로 꺼낼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주위로부터 자하크가 지니고 있는 귀족으로서의 권위가 손상이 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별 상관이 없었지만 세간의 평가라는 것은 자신을 공격하는 하나의 무기가 될 수도 있고 또 자신을 보호하는 하나의 방패가 될 수 있기에 자하크는 어느 정도 그것에 신경을 쓰기로 했다. 

  자하크는 남자를 데리고 저택의 어느 방으로 향했다. 방안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세 명의 아름다운 여인이 사지가 결박당해 팔다리를 확 핀 채로 누워있는 모습은 뇌리에 새겨질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자하크의 노예는 네 명. 그의 누이였던 쌍둥이 자매 샤리나와 아를린, 루카벤이 바친 밀리나, 마지막으로 이번 반란사건을 주도한 로텐 남작의 딸인 유네아다. 그 중 샤리나, 아를린, 유네아는 루카벤의 손을 거친 밀리나와 다르게 아직 피어싱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노예가 노예로서의 증거를 가지기 원하는 자하크는 이 기회에 그녀들에게 피어싱을 할 계획이었다. 이미 유네아의 경우 아까 전에 자하크가 직접 그의 노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낙인을 찍었다.

  "마취를 하면 이렇게까지 묶을 필요는 없습니다만……."

  "낙인을 맨 정신으로 찍었던 나다. 피어싱 쯤이야 상관없지. 저 세 마리의 암컷들은 피어싱을 하며 느끼는 그 고통을 통해 자신이 노예라는 것을 확실히 새길 것이다."

  자하크의 말은 곧 피어싱을 할 때에 마취를 하지 말란 이야기였다. 옛날이라면 모르겠지만 마취제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지금 노예들도 피어싱이나 낙인을 찍을 때에는 어느 정도 고통을 덜 느끼도록 마취를 했다. 

  뭐 남자는 자하크의 명령을 따라야하는 처지임으로는 그는 자하크에게 더 이상 마취제의 사용을 권유하지 않았다. 간혹 저항이 심했거나 괴롭히고 싶은 노예의 피어싱을 할 때 그는 마취제를 아주 조금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기도 했었다. 자하크의 말은 남자가 지니고 있는 가학적인 취향을 만족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물론 노예의 임자 그것도 후작의 앞에서 그 가학적인 취향을 만족할 수 있게 되었다고 대놓고 좋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녀들의 유두와 클리토리스를 세우게 해주십시오. 감히 제가 후작님의 노예를 애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알았다."

  자하크는 먼저 샤리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유두를 핥고 깨물며 애무했다. 샤리나는 자하크의 애무에 신음을 흘리며 곧 유두를 빨딱 세웠다. 남자는 가늘고 긴 송곳을 가지고 샤리나에게 다가갔다. 

  샤리나는 긴장이 되었다. 이제 저 남자가 들고 있는 송곳이 흥분해서 서버린 그녀의 유두를 꿰뚫을 것이다. 그녀는 자하크의 말대로 생생하게 느낄 그 때의 고통을 자신이 노예임을 마음에 새기는 일에 사용하리라 다짐했다. 그녀는 자하크의 노예. 한 때 귀여워했던 남동생에게 종속된 암컷인 그녀는 낙인과 함께 자신이 노예임을 증명할 피어싱을 기대했다.

  "으으으읍!!"

  비명을 듣기 싫었던 것일까? 자하크는 샤리나의 입술을 그의 입으로 막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남자는 샤리나의 유두를 빠르고 정확하게 꿰뚫었다. 샤리나가 아픔에 비명을 질렀지만 그녀의 입은 자하크의 입에 막혀 제대로 울리지 않았다. 

  남자는 일을 신속하게 처리했다. 아픔에 몸을 떠는 만큼 정확함도 중요했다. 허나 루카벤의 동료답게 그는 능숙한 솜씨로 샤리나의 다른 한 쪽의 유두와 클리토리스도 뚫어버렸다. 그 후, 미리 준비해둔 금으로 만든 링을 그녀의 두 유두와 클리토리스의 구멍에 채웠다. 상처에서 나는 붉은 피가 금빛의 링을 적시는 광경을 숱하게 봐온 남자이지만 정말 그 순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괜찮군. 밀리나."

  "네."

  금빛의 링들을 바라보며 흡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인 자하크는 어느새 방안에 들어온 밀리나를 불렀다. 밀리나는 자하크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전신거울을 가지고 와 샤리나에게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보게 해주었다. 

  샤리나 다음의 차례는 아를린이었다. 자하크는 샤리나의 때처럼 아를린의 유두와 클리토리스를 세웠고 남자는 능숙한 솜씨로 아를린에게도 피어싱을 뚫었다. 똑같은 얼굴을 한 쌍둥이가 똑같이 피어싱을 하고 있는 모습은 상대가 후작의 누이였던 노예임에도 남자의 페니스를 서게 만들었다. 그는 애써 눈치 없는 페니스를 죽이려고 노력해야만 했다.

  "다음은 네 차례군."

  "……그러네요."

  노예로서 자유에 대한 의지를 거의 다 포기한 유네아는 자하크의 물음에 힘없이 대답했다. 친구인 쌍둥이 자매들이 피어싱이 뚫리는 것을 보며 그녀는 더 이상 돌이킬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그녀의 등에는 자하크의 노예라는 증거인 낙인이 새겨진 상태다. 앞에는 피어싱, 뒤에는 낙인. 유네아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그녀의 모든 것을 소유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이 사냥제이지요?"

  "그렇다. 네 아비와 그 자를 따르는 놈들을 사냥하는 날이지. 혹여 네 아비가 나를 죽이고 너를 구하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

  "전혀요. 내 아버지는 절대 당신을 이길 수 없어요. 아버지가 주인님에게 반기를 든 이상 내 운명은 이렇게 되는 것이 당연해요. 샤리나도, 아를린도, 그리고 저도 주인님의 노예가 될 운명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네 아비가 밉지는 않나?"

  "전혀 밉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아버지가 가만히 있었다면 적어도 나와 어머니가 그런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에요.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후회하고 분노해도 소용없어요. 자, 어서 시작하세요. 부디 제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확실히 주인님의 노예로 만들어주세요. 그것이 지금 제가 유일하게 원하는 것이에요"

  "충분히 훌륭한 노예가 되었구나, 유네아."

  자하크는 유네아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만 하여도 처녀였던 그녀는 자하크에게 범해지면서 서서히 성에 대해서 눈을 뜨고 있었다. 자하크의 혀가 유두를 자극할 때마다 그녀는 그 유두에서 전해지는 쾌감에 몸을 떨었고 그 유두를 세워야만 했다. 

  유네아의 비명을 막기 위해 자하크가 키스를 했다. 유네아는 드디어 때가 되었음을 깨닫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곧 자신의 유두를 차갑고 날카로우며 가느다란 무언가가 꿰뚫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유네아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지만 자하크의 입에 막혀 그녀는 제대로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아아……."

  모든 작업이 끝나고 유네아는 밀리나가 가지고 온 전신거울을 통해 피어싱이 뚫린 자신의 몸을 볼 수 있었다. 자하크는 유네아에게 수고했다는 의미로 그녀의 연보랏빛 머리를 애완동물 다루듯이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작업을 끝낸 남자는 자하크에게 붉은 액체가 담긴 약병을 내밀고 돌아갔다. 그 약이 피어싱이 뚫려 피를 흘리고 있는 노예들의 상처를 순식간에 아물게 해줄 것이다. 자하크는 그 약을 직접 노예들에게 발라주었다. 사지가 묶인 상태인 그녀들은 자하크의 행동에 괜한 감동을 느꼈다.

  "이만 나는 가도록 하지. 유네아, 너는 티아마트에게 가도록."

  "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아마 늦을 것 같기에 자하크는 서둘러 움직였다. 자하크의 말에 대답한 유네아는 검은 로브 하나를 걸쳤다. 자하크가 지금 그녀에게 옷을 입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로브 외에 아무 것도 입지 않았다. 

  유두와 클리토리스의 링은 아직 익숙지 않은 느낌을 유네아에게 주었다. 그녀는 마치 몸이 어색해진 것 같음을 느끼며 티아마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놀랄 일이었다. 초대 뱀왕을 쓰러트린 영웅 마르두크에게 죽은 것으로 알려진 블루드래곤 티아마트가 아직도 살아있었다니.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에 유네아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만약 자하크가 뱀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분명 그녀는 티아마트가 그 블루드래곤 티아마트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티아마트의 이름은 자매들도 들었지만 그녀들에게 있어서 티아마트는 자하크의 동료로 보이는 조금 대단한 능력을 지닌 독특한 이름의 여자였다. 하긴 그 누구라도 티아마트란 이름을 듣고는 영웅에게 쓰러진 드래곤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독특하게 생각하지 설마 진짜 티아마트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후훗, 정말 노예다워졌구나."

  유네아가 들어오기가 무섭게 티아마트가 말했다. 그녀는 유네아가 즐겨 읽던 뱀왕의 시대에 관한 역사책 하나를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후세의 인간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서 보는 재미가 꽤 있었던 모양이다. 

  티아마트의 말에 유네아는 얼굴을 붉혔다. 이미 그녀는 자신이 앞에는 피어싱을, 뒤에는 낙인을 찍음으로서 그 육체가 완전히 자하크의 소유임을 증명하게 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역대 뱀왕들은 여색을 즐기고 여자를 타락시키는 일을 즐겼지. 나도 여성체의 드래곤으로서 초대 뱀왕 아슈트에게 암컷으로 타락했기도 했고. 여하튼 자하크는 왠지 그 일을 유독 즐기는 것 같아. 그래, 아슈트가 유독 학살을 즐기고 티폰이 유독 고문을 즐겼었지. 호오, 과연 그런 거였나……."

  유네아도 모르는 뱀왕에 대한 비밀을 중얼거린 티아마트는 책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에게는 이런 책이 많니?"

  "네, 역사는 제 관심사이니까요. 뱀왕시대는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요. 제 집이라면 꽤 양이 만만치 않을 거예요."

  딸인 유네아를 아끼는 로텐 남작은 그녀가 원하는 책은 어디서라도 구해와 가져다주었던 남자였다. 덕분에 로텐 남작 가문의 저택의 서재에는 그녀의 관심사인 역사에 관한 서적이 꽤나 많았다.

  "흐음, 자하크에게 부탁해서 그 책들을 나에게 달라고 해야겠군. 지금까지는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막상 후세의 인간들이 나나 역대 뱀왕들에 대해 서술한 것을 보니 참 재미가 있단 말이야."

  "그런가요."

  "응, 그래. 아차! 슬슬 시간이 되었으려나? 자, 어서 가도록 하자."

  티아마트는 유네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유네아 주위의 풍경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티아마트가 유네아와 함께 텔레포트를 한 것이다. 유네아는 바뀐 주위의 풍경을 살폈다. 그곳은 숲이었다.

  "자, 이제 끝났군. 자네들은 패배했네. 아무래도 오늘 사냥제에서 사냥꾼은 나였던 모양이군."

  "자하크!!!"

  가까운 거리에서 자하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에 회답하는 듯이 분노에 가득 찬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네아는 그 목소리를 듣고 그 주인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당연했다. 어찌 그 목소리의 주인을 모를 수가 있을까? 

  아스카드 폰 로텐 남작. 이번 반란의 주모자이자 유네아의 아버지인 남자의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상황을 보아하니 모든 일은 정리되고 결과가 나온 모양이었다. 사냥꾼은 자하크, 사냥감은 로텐 남작과 그를 따르는 무리로 말이다.

  "진정하게, 로텐 남작. 난 자네에게 보여줄 선물을 가지고 온 사람이야."

  "무슨 소리인가?"

  "나와라, 유네아."

  "유, 유네아라니!? 지금 무슨 소리……."

  자하크의 말에 유네아는 자하크의 옆으로 다가갔다. 이미 유네아는 자하크로부터 그가 무엇을 계획했는지 다 들은 뒤였다. 물론 그 계획은 유네아로서 거부하고 싶었다. 허나 그녀는 이제 자하크의 노예다. 노예는 주인의 명령에 복종하며 주인이 사용해줄 때에 기뻐하는 존재. 이미 노예로서의 각인을 앞뒤로 새긴 그녀는 이 노예로서의 삶에 순응해야만 했다.

  "오랜만이에요, 아버지."

  유네아는 그녀가 노예가 되어버린 모든 일의 주범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버지인 로텐 남작에게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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