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7화 〉다이아 티어가 되다 (177/207)



〈 177화 〉다이아 티어가 되다

두 여자가 그제서야 고통에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면서 잘못을 빌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음부에 찔러 넣고 돌리던 검을 빼낸 후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래, 이렇게까지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앞으로는 말 조심하는게 좋을 거야.”

내 말에 그녀들이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채 흐느껴 울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봐야 소용없어 나는 그녀들의 목을 댕겅 잘라버린 후 아직까지  눈을 껌벅이고 있는 머리통을 발로 밟아버려 비교적 고통 없이  여자를 자신들의 행성으로 귀환시켜주었다.

“휴우!  마음이 약해서 탈이란 말야.”

처음에는 그녀들에게 처절한 고통을 안겨주려 했었다. 하지만 역시 나는 모질지가 못해  팔목과 발목 그리고 젖가슴 두 쪽씩 자르는 것과 음부에 검을 살짝 넣고 비트는 것에 그쳤다.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어디 쓰겠나 싶었지만 그래도 인간미를 잃는 것 보다는 낫다고  자신을 자위했다.

곧바로 아레스가 있는 곳으로 가자 그녀가 움푹 파인 언덕 아래에서 뭔가를 생각하며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만 가자, 모두 처치했어.”

“비명 소리가 들리던데 너무 고통스럽게 죽인거 아냐?”

“아냐, 귀찮아서 그냥 죽여 버렸어.”

“잘했어, 그 여자들 말도 일리는 있는 말이잖아.”

“뭐가 일리 있다는 거야? 이 맵은  위해서 내가 오자고 한건데.”

“알았어,  얘기는 그만 하고 상태창이나 확인해보자 지금 난 몸속에 힘이 넘쳐나서 궁금해 죽겠단 말야.”

“그래.”

그러고 보니 나 또한 전에 비해 더욱 기력이 넘쳐흘렀고 상위 술법 또한 머릿속에  가지가  떠올랐다.

곧바로 상태창을 열어보니 나도 모르게 얼굴 표정이 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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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다이아
레벨 : 48
경험 :3140/4800
능력 (도력) : Lv 59
특수능력(도술) : Lv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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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 1등은 보너스 경험치가 12,000이나 되었다. 50레벨의  여자를 죽인 경험치까지 모두 13,000점을 획득한 것이다.
이로서 다음 게임에는 무조건 마스터로 승급되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고 할  있었다.

그때 아레스가 어찌할 바를 모르며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입을 열었다.

“준수야, 나.. 나.. 42레벨이 됐어. 다이아 티어가 됐단 말야. 어쩜 좋아. 정말 어쩜 좋니..!”

아레스는 너무 기쁜 나머지 정말 눈물까지 흘리려 하고 있었다.
하긴 언제 골드에서 벗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나와 단 두 번 참가하고 단숨에 다이아 티오로 승급됐으니 눈물을 흘린 만도 했을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단 두번만에 골드 상위에서 다이아까지 승급될  있었던 이유는  번 모두 듀오게임의 하드맵이었고, 특히나 이번에는 플레티넘인 그녀가 다이아 맵에서 경험치를 획득하니 훨씬 빠른 레벨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래저래 아레스에게는 운이 겹친 셈이 된 것이다.

“우리 교관님 눈물 흘리는거 처음 보네, 이러다가 마스터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래?”

“그럼 뭐 펑펑 울어야지.”

아레스는 눈시울을 붉히다가 빙긋 웃었다.

잠시 그녀와 기쁨을 만끽하고 우리는 우선 지구로 귀환하기로 했다.
잠시 후 집에 있는 육체를 생각하자 내 몸은 흰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 얼마 후에는 집으로 귀환  수 있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레스와 통화를 하며 다음 게임 때까지는 아직 7일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우선은 둘이 계속 은지에게 전화를 걸어 보기로 했다.
그녀가 기만 끊지 않고 받아준다면 그 기를 따라 움직여 찾을 수 있는데 기를 보내면 바로 끊어버리니 지금으로서는 전화를 거는 방법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만약 은지가 정말 나와 아레스와의 관계를 그날  목격하고 떠난 것이라면 그녀는 게임에 참가해서도 계속 울고 있었을 것이 눈에 선했다.

한동안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 받지 않아 이제는 틈틈이 걸어 보기로 하고 우선은 조금 쉬어주기로 했다.

침대에 누워 있으니 어느새 깜박 잠이 들었는지 일어나 보니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다.
잠이 역시 보약이라고 한숨 자고 나니 온몸이 개운한게 쌓인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 느낌이었다.

지금 일어났더니 저녁에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뭐를 할까 생각하다가 아레스와 카이스 주를 한잔 할까 했지만, 그녀는 이제 교육원의 부교육장으로서 아침 일찍 출근을 해야 했기에 늦게까지 마실 수 없을 것 같아 전화를 걸려다가 그만 두었다.

지아에게 걸어 볼까 했지만 그녀는 웬일인지 먼저 술을 마시자고 하기가 아직은 어색했다.

‘이럴  제일 만만한게 은지였는데.’

혹시나 해서 또 걸어보았지만 역시 받지 않았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없으니까 아쉽기 그지없었다.
헌데 그때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지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가 전화를 걸었을 때는 십중팔구 술을 마시자는 것이었다.

음성으로 와서 곧바로 받아보니 어쩐 일인지 목소리가 약간 잠겨 있었다.

[준수씨, 국장님에게 들었어요, 48레벨로 승급했다고요. 이제 다음 게임에 참가하고 나면 마스터 티어로 승급되는데 축하주 한잔 해야죠?]

술은 마시고 싶은데 핑계 댈게 없었는지 마스터 승급을 미리 축하 하는 것으로 마시자고 하는 말을 듣고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마스터로 승급되면 그때 마시면 되지 않습니까?”

내가 한번 튕겨보았다.

[승급되면 그때  진짜 축하주 마시면 되잖아요. 저기.. 사실은 게임 끝나고 피곤해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카이스주가 한잔 마시고 싶어서 그래요, 칫! 그냥 모른 척 알았다고 해주면 얼마나 좋아요. 그리고 준수씨 벌써 잊었어요?]

“뭘 잊었단 말입니까?”

[이번에 다크 사이어돈을 처치하고 달비온 챌린저님께 받은 5천만 셀링으로 저한테 평생  사주기로 한거요. 그 값만큼 마시려면 백년동안 매일 마셔도 아마 남을걸요. 아! 그리고 금은 모두 팔았는데 저희 집으로 오시면 직접 통장번호 받아서 넣어드릴 거예요. 그리고 오실 때 카이스주  박스 사오는 것 잊지 말아요.]

그녀도 나처럼 게임을 끝내고 한숨 자고나니 심심하고 또 한잔 마시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많은 금은 내가 처분하는 것보다 발이 넓은 그녀가 처분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녀에게 맡겨놨었다.

“지금 돈으로 협박하는 겁니까.”

내가 농담조로 말하자 그녀가 킥킥대며 웃었다.

[네 맞아요, 오지 않는다고 할까봐 협박하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돈 받기 위해서라도 가봐야겠네요. 그럼 정말 두 박스 사갈 겁니다.”

[네, 그러세요, 지금 자고 일어나서 어차피 잠도 오지 않을 텐데 밤새 술이자 마시자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아 참, 그리고 아빠가 챌린저님들 대회의 끝나고 방금 전에 오셨는데 준수씨 시간  때 한번 보자고 하셨어요, 어차피 오실거면 오늘 바로 뵙는게 나을 것 같은데 준수씨는 어때요?]

“그렇게 하죠, 그럼 제가 우선 지아씨 집으로 가겠습니다.”

[알겠어요.]

역시 술친구 하나는 잘 둔것 같았다. 이심전심이라고 그녀도 나와 같은 상황이라 잘됐다고 생각했고 또 챌린저들 회의에서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 그것도 궁금해 빨리 듣고 싶었다.

간단하게 씻고 간편한 차림으로 차를 몰고 가다가 카이스주를 정말  박스 사들고 그녀의 집으로 가니 그녀도 간단한 옷차림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아빠부터 뵈고 오죠, 나도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 궁금해요.”

사온 술은 한쪽에 놓고 우리는 중앙 기관이 근처라 걸어가기로 했다.

“챌린저님께서도 게임을 오늘 정오에 끝내셨을 텐데 지구에 빨리 도착하셨네요.”

시간상으로 애매한 것 같아 이상해 묻자 지아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게임 하루 전에 출발하시고 아마 가시는 도중이나 회의 도중에 시간이 멈춰 참가하셨는지도 모르죠. 그리고 우주의 시간은 지구와의 거리에 따라 다르잖아요.”

“하긴 오메리안 행성에서는 저녁 6시에 게임에 참가를 했으니  시간이 지구의 아시아 대륙으로 따지면 12시겠군요.”

“맞아요, 우주의 시간을 지구의 시간으로 맞춰 일일이 따질 수도 없고  따져봐야 머리만 아파요.”

지아의 말이 맞았다.
그런 것은 내가 일일이 따져봐야 알 수도 없는 문제였다.

헌데 지아는 가는 사이에 가끔 팔짱을 끼고 지나가는 연인들을 은근히 쳐다보다가 지나가고 나면 몸을 빙글 돌려 한번씩 더 쳐다보기도 했다. 그리고  번을 그러다가 그녀는 나를 돌아보며 싱긋 웃으며 말했다.

“준수씨는 저런거 보면 부럽거나 해보고 싶지 않아요?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왜 부러운건지 모르겠어요.”

“그럼 빨리 애인을 한명 만들면 되잖습니까?”

내 성의 없는 말에 그녀가 나를 귀엽게 쏘아보았다.

“이제 준수씨 조종사 노릇하느라고 애인 구할 시간도 없고 설사 생긴다 해도 만날 시간이나 있겠어요?”

“그럼 조종사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그만 아닙니까?”

“어쩜 저렇게 무감각할까. 아무튼 무뚝뚝한거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날 몰라도 너무 몰랐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나도 얼마나 부드러운 남자인데.
지아가 내 여자도 아니었고 왠지 모르게 도도하게만 보이는 그녀에게는 나도 모르게 거리감이 생겨 그녀의 말은 못들은 척 했다.

물론 지아가 요즘들어 내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았고 또 그것은 장난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브론즈와 마스터라는 엄청난 격차 차이였을 때 만나, 그때의 자격지심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그녀의 요즘 들어 갑작스럽게 변한 이런 반응이 적응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헌데 잠시 후 그녀가 갑자기 내게 바짝 달라붙더니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은근히 속삭이듯 말했다.

“준수씨, 가는 동안 우리도 저 사람들 흉내 한번 내볼래요? 술친군데 뭐 그런 것쯤은 괜찮지 않을까요?”

“그건 지아씨 맘대로 하십시오.”

내 말이 끝나자 그녀가 갑자기  팔에 자신의 팔을 끼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잠시 그대로 걷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뭐, 별 특별한 기분은 느껴지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준수씨와 내가 조금  가까워진 기분은 드는  같네요. 아무튼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요.”

그녀는 팔짱을  감상문을 쓰듯 지금 기분을 말해주었다.
나도 태어나서 여자를 업어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걷는 것이 처음이라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그녀처럼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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