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화 〉앞으로 해야할 일들
아니, 솔직히 지아와 같은 특별한 미녀와 이러고 걷는다는게 어깨에 조금 힘이 들어가기는 했다.
지금도 지나다니는 솔로인 남자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나를 슬쩍 쳐다보기까지 해서 기분이 나쁜 정도가 아니라, 솔직한 심정은 기분이 무척 좋으면서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맺혀질 정도였다.
“앞으로 우리 밖에 나올 때면 이러고 다녀요, 이러고 다니니까 기분이 묘하면서도 재미있어요.”
“그건 알아서하십시오.”
지아같은 여자가 팔짱을 끼자는데 마다할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그렇게 걷다가 중앙 기관건물이 다가왔는데도 그녀가 팔짱을 풀 생각을 하지 않자 내가 넌지시 그녀에게 말했다.
“그만 푸십시오, 괜히 남들이 오해합니다.”
지아가 챌린저의 딸이라는 것은 비록 국장만이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기관 건물을 자주 드나드는 터라 기관 사람들이 그녀를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지아가 기관내에서 지니고 있는 직책이 궁금하기는 했다.
이렇게 자주 드나드는데도 경비가 그대로 놔두는 것을 보면 분명 형식적으로라도 직책이 있을 것은 분명할 터다.
잠시 생각하는 사이 지아가 내 말에 입술을 삐죽이며 대꾸했다.
“오해 하라면 하라죠 뭐, 그게 무슨 대순가요.”
“저야 상관없지만 이게 다 지아씨를 위해서 그런 겁니다. 괜히 오해 받고 나중에 저 때문에 애인 구하지 못했다고 원망하지 말고요.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 지아씨 기관 내에서 직책이 있습니까?”
“형식상으로는 아빠 비서예요, 여기 직원들은 모두 그렇게 알고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다른 사람들 신경 쓰고 싶지 않고 애인 구할 마음도 없으니 그냥 오해 받아도 돼요.”
그녀가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내가 불편해 내 스스로 팔을 슬그머니 풀었다. 그러자 그녀도 나를 힐끗 보더니 배시시 웃으며 내 행동에 따랐다.
다른 여자들은 내가 조금 막 대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왜 그런지 지아만 만나게 되면 매너남이 되는지 그것은 내가 생각해 봐도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얼마 후 챌린저의 사무실로 들어가자 챌린저가 국장과 얘기를 나누다가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다
챌린저와 국장의 표정이 나를 보며 환한 것으로 보아 챌힌저들의 회의에서 나에 대한 주제가 나왔을 때 일이 잘 풀렸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자리에 앉고 차가 한잔 나와 한모금 마시기도 전에 지아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빠, 가셨던 일은 어떻게 되셨어요?”
지아의 말에 챌린저가 귀여운 딸이 사랑스럽다는 듯 빙그레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선 카이론에 대한 일부터 말하자면 놈이 남쪽 은하를 가로 질러 우리 북쪽 은하로 오는 동안 벌써 행성 14개가 놈들에 의해 기계화 되었단다.”
“기계화라면..?”
“행성의 모든 에너지는 카이론의 핵에 의에 흡수되어 행성 자체가 기계화 되었고 살아 있는 생명체들은 모두 소멸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카이론의 핵은 그 빨아들인 에너지로 기계군단을 계속 생산해 내며 다른 행성들을 차례로 점령해 나가고 있단다. 이제 남쪽 은하계는 물론 지구가 속해 있는 북쪽 은하계인 우리 은하도 머지않아 놈들과 맞닥뜨려야 할게다.”
“회의 결과 대책이 나왔을 것 아니에요?”
지아의 말에 챌린저의 인상이 조금은 굳으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지금으로서는 특별한 대책이 나올 수가 없는 실정이란다. 다만 놈들이 어디 은하에 들이 닥치면 그 은하 또는 그 근처 은하에 사는 생명체들이 힙을 합쳐 싸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단다.”
“하지만 놈이 점령한 행성의 에너지를 빨아들인 힘으로 기계군단을 계속 생성해 내고 있고, 또 놈의 근처 수백 키로 내에 이르면 놈은 상대의 정보를 분석해 약점을 찾아내니 챌린저들이라 해도 먹아 내기가 쉽지 않잖아요.”
“놈이 아무리 챌린저의 약점을 찾았다고 해도 챌린저들이 그 약점으로 쉽게 당하지는 않는단다. 그만큼 챌린저들의 파워는 무시하지 못할 정도지, 하지만 끝에 가서는 결국 약점을 알고 있는 놈들이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게다. 그래서 지금 남쪽은하의 십여개 행성도 멸망을 당한 것이고. 허나 아까도 말했듯이 지금으로서는 놈이 나타나는 지역 근처의 모든 은하가 힘을 합쳐 싸우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단다. 한 가지 희망이라면..”
챌린저가 말끝을 맺지 못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역시 전에 지아와 잠깐 나눈 대화에서처럼 카이론의 핵은 암흑 물질의 성분은 분석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 회의에서 내가 언급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아도 그것을 눈치 채고 나를 한번 돌아본 후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콕 꼬집어냈다.
“아빠가 생각하시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준수씨는 이제 고작 다이아 티어에요. 물론 다음 게임에 참가한다면 마스터 티어가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놈이 아무리 준수씨의 약점을 찾아낼 수 없다고 해도 만약 챌린저 급의 파워를 지닌 기계를 내보내 준수씨를 상대하게 하면 그때는 약점이고 뭐고 무슨 소용이겠어요, 기본적인 파워부터 차이가 나는데.”
“그래서 나도 그게 안타깝다는 것이다. 준수가 빨리 더 강해진다면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겠는데 지금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어서 말이다.”
“그건 그렇고 이번 대회의에서 준수씨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우리 지구의 챌린저들과 오메리안 행성의 달비온 챌린저 그리고 두 번의 다크 사이어돈을 처치했을 때 준수가 놈을 해치운 장면을 목격한 마스터들이 자신들의 행성 챌린저들에게 무척 좋게 보고를 해 많은 챌린저들이 내 의견에 손을 들어 주어 결국에는 준수를 인정해 주기로 했단다.
“인정해 주었다는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이죠?”
“너도 알다시피 준수가 암흑 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혹시 준수가 사이어돈 완전체가 아닐까 하고 우리도 처음에는 의심 했었잖니. 그런데 그 부분은 달비온과 준수가 사리어돈을 해치울 때 목격한 마스터들이 보고한 수많은 행성의 챌린저들이 내 설명을 듣고 준수가 완전체가 아니라는 것에 동감을 표했단다.”
“그건 아주 잘됐네요.”
“그렇지, 무척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지. 그리고 이 두 가지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준수가 사이어돈의 암흑 물질을 더 많이 흡수해 강해지게 한 후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완전체에 대비하고 또 당장은 카이론을 상대하게 하자는 데에 의견을 모았단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준수가 아직 능력이 많이 모자라다는게 가장 큰 걱정이란다. 능력만 된다면 당장 남쪽 은하계로 날아가 카이론을 막게 하고 싶지만 만약 지금 간다면 준수는....,”
뒷말은 하나마나였고 또 들으나 마나였다.
문제는 역시 내가 빨리 강해져야 한다는데 있었다.
지아의 말대로 카이론이 아무리 나에 대해서 분석해 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힘에 있어서 밀린다면 약점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때 지아가 나를 힐끔 한번 쳐다보더니 다시 챌린저에게 확답을 받듯 다시 물었다.
“그럼 이제부터 다크 사이어돈이 나타나는 곳에는 그곳이 어디든 준수씨가 갈수 있다는 말씀이네요?”
“그래, 그 부분은 모든 챌린저들이 동의한 부분이지.”
“그리고 준수씨가 그곳에 가면 모든 용병들이 준수씨를 지원해 주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봐야겠네요?
“그것도 그렇게 하기로 했단다. 이번에 오메리안 행성의 달비온 챌린저님과 그리고 그분이 자신 행성의 챌린저님들까지 회유를 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지. 그뿐 아니라 준수가 두 번 사이어돈을 처치할 때 목격했던 수많은 마스터들이 돌아가서 자신 행성의 챌린저들에게 준수에 대해 아주 좋게 보고를 해서 그 문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통과되었단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네요. 만약 사이어돈을 처치하러 갔는데 매번 일일이 그곳 사령관에게 설명을 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아마 무척 힘들었을 거예요.”
“이제 그것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래도 이번 회의에서 준수씨에게 많은 도움이 되게 해 주어서 고마워요. 아빠가 정말 애쓰셨다는거 저는 알고 있어요.”
지아의 말에 챌린저가 그녀를 장난스레 노려보듯 쳐다보았다.
“헌데 준수가 해야 할 말을 네가 모두 하는 것 같다. 준수는 가만히 있는데 말야.”
“준수씨와 저는 이제 한 파티잖아요. 그러니 누가 물어보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렇죠 준수씨?”
지아가 아빠에게 혀를 살짝 내밀고 나를 쳐다보며 내 동의를 구하려 했다.
지아의 말대로 사실상 그녀와 나는 이제 한 파티였기 때문에 나도 그녀의 장단을 맞춰주었다.
“맞습니다, 어차피 이제 지아씨와 같이 움직여야 하니 우린 한 파티이나 마찬가지여서 누가 물어보든 상관없다고 봅니다.”
“허헛, 그래 한 파티 맞지, 아.. 그리고 한 가지 좋은 일이 있단다. 우리 은하계에서 과학력이 가장 발전한 동쪽 은하계의 메타루스 행성에서 너희들이 타고다닐 우주선을 선물로 받아 왔단다. 아마 지금 너희들이 타고 다니는 우주선 보다 훨씬 빠르고 안정성이 있을게야.”
“그래요? 한번 구경해 보고 싶어요.”
“그래, 그럼 가서 보려무나, 그리고 조종은 뇌파를 이용한 조종법과 거의가 자동 항법으로 움직이니 무척 편리할 것이야. 내가 국장에게 모두 말해 두었으니 국장과 함께 가보록록 하거라.”
“알았어요, 그리고 저희는 우주선을 보고 바로 갈 거예요.”
“어딜?”
“어디긴요, 술 마시러 가죠.”
“술이라.. 좋지.”
지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국장과 나도 일어나 나는 여기서 작별 인사를 했다.
잠시 후 기관 옥상에 있는 선착장으로 가자 정말 비까번쩍하고 그 어떤 우주선보다 날렵한 세련된 디자인의 둥근 우주선 한척이 눈에 보였다.
“이야, 정말 멋있다. 정말 맘에 들어. 준수씨도 맘에 들죠?”
“네, 정말 괜찮은 우주선이네요. 헌데 입구는 어디죠?”
내가 묻자 국장이 빙그레 웃었다. 헌데 그 순간 우리 셋의 몸이 한순간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몸체가 어느새 우주선 안으로 이미 들어와 있었다.
나와 지아가 어리둥절해 있자 국장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 우주선은 전체가 입구라고 할 수 있지. 우주선과 내 뇌파가 연결되어 내가 같이 들어가고자 하는 생명체는 우주선이 공간이동과 같은 장치로 빨아들인다고 보면 되네. 그 길이가 1키로에 달하니 만약 이 우주선에 뇌파를 입력한 생명체가 1키로 안에 있어 언제나 이곳으로 들어오고자 한다면 우주선이 알아서 이 안으로 이동시켜 준다네. 이제 자네와 지아님이 뇌파를 저장해 놓으면 되네. 그리고 조종은 지아님이 맡을 테니 지아님은 조종사로서 저장해 놓으시면 됩니다. 자 두 분 모두 이쪽으로 오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