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5화 〉다이아 티어가 되다 (175/207)



〈 175화 〉다이아 티어가 되다

내가 빙긋 웃으며 대꾸한 후 검 끝에 도력을 모아 검강을 내쏘자 그의 몸이 한순간 폭발하며 번쩍하고 사라졌다.
상대를 갑자기 잃은 두 와이번이 잠시 어리둥절 하는 사이 나는 재빨리 오러를 4미터로 늘어뜨린 후 채찍과 같이 휘둘러 두 놈의 목을 따버렸다.

 사이에도 와이번들은 점점 줄어들어 나는 움직임을 빨리해야 했다.
다시 제일 가까이에서 싸우고 있는 놈에게 다가가 등을 맞대자 그가 숨을 헐떡이며 감사를 표했다.

“고맙소, 그렇지 않아도 방금 부상을 당한 터라 힘들었는데 정말 감사하오.”

“괜찮소.”

그러고보니 랭커의 왼쪽 어깨가 와이번의 발톱에 할퀴었는지 깊숙이 파여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시간이 약간 걸리기 때문에 무척 힘이  모양이었다.

다시한번 그의 등 뒤에서 검자루를 거꾸로 잡아 옆구리에 찔러 넣자 그도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진 채 똑같은 질문을 했다.

“커흑! 왜?”

“잘 알면서.”

나 또한 똑같은 대답을 해주며 곧바로 검강을 그의 몸속에 날려 보내 소멸시켜 버렸다.

아마 내게 이렇게 죽은 랭커들은 이것을 소중한 경험으로 삼아 다음에는 이런 경우 절대 등을 남에게 맞기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11명의 랭커들을 차례로 죽이는 동안 또 한 차례의 레벨업이 되어 있었고 나머지 랭커들은 와이번에게 모두 죽어 이제 랭커라고는  혼자만 남아있게 됐다.

하지만 와이번들도 무수히 죽어나가 놈들 또한 이제는 20여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저 정도는 사신수만으로도 충분히 처치 할 수 있어 나는 느긋하게 아레스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헌데 바로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괴성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카아아아앙! 커우우우웅

일반 와이번의 소리와는 확연히 다른 우렁차고 괴이한 괴성에 허공을 올려다보니 호수 쪽에서 한 거대한 물체가 날아오는 것을 보고 한순간  눈썹이 꿈틀했다.

‘저놈은 뭐지?’

조금 더 기다리니 놈의 형체가 서서히 눈에 들어와 그 모습을 확인하고 나자 내 입술이 나도 모르게 말려 올라갔다.

‘와이번들의 대장인가보군, 저 놈은 경험치가 다른 놈들보다 높겠지?’

일반 와이번들이 덩치가 20여 미터인 반면 대장의 몸체는 날개를  것이 50여 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물론  정도라 해도 주작에 비하면 사분의 일밖에 안되는 크기였지만 지금까지 만난 생물체중에서는 가장 큰 편이었다.

‘확실히 다이아 맵이라 그런지 생명체가 전에 비해 크긴 크군.’

조금  가까이 다가오자 놈의 머리에 기다란 뿔이 하나 솟아나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발톱은 마치 바위라도 단숨에 꿰뚫어 버릴  무척 단단하고 날카로워 보였다.

대장이 나타나자 백호가 놈에게 점프를 해 공격하려 하자 내가 급히 만류했다.

[넌 동료들과 함께 나머지 놈들이나 맡아.]

크아아앙!

내가 공명으로 말하자 백호가 아쉽다는 듯 크게 괴성을 지르고 곧바로 일반 와이번을 덮쳐나갔다.

나는 와이번의 대장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나타난다 해도 사신수의 덩치를 봐서 자신이 이길  없다는 것을 알텐데 굳이 이렇게 다가와 싸워 죽으려하는 까닭을  수 없었다.

누가 봐도 사신수중 누구 한 녀석이 놈과 맞서면 놈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무리 부하들이 죽는 것이 안타까워도 그렇지, 저런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기는 했지만.

‘혹시 놈들 뇌리 속에 본능적으로 우리 랭커들과 싸워야 한다고 세뇌가 되어 있는 건가..?’

그것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놈들의 머리 속에는 어떠한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지금만 봐도 와이번들은 거의 전멸인데 남아 있는 놈들은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고 죽음을 불사한 듯, 마치 나방이 불에 뛰어들  죽을 줄 알면서도 사신수들에게 계속해서 무지막지하게 달려들고 있었다.

 이유야 내가 알바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놈을 직접 처리하기 위해 품속에서 부적 하나를 꺼내 들었다.

내가 굳이 직접 놈을 처치하려는 이유는 레벨업이 될수록 새로운 술법이 계속 떠올라 그것을 가끔은 한번씩 펼쳐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헌데 부적을 꺼내 날리려 하는데 놈이 어느새 다가와 내가 마치 자신을 공격할 줄 알았다는  나를 향해 큼지막한 입을 벌리더니, 목구멍 안이 한순간 새빨개지며 정말 엄청나게 거대한 불기둥을 쏘아내는 것이었다.

화라라라락.. 화르르르릇..!

허공에서 쏘아져 내리는 불기둥에 나는 재빨리 다리에 도력을 모아 허공으로 높이 점프를 해 튀어 올라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놈을 향해 부적을 날리며 주문을 외웠다.

‘광멸창파!’

순간 팔뚝만한 굵기의 수백개나 되는 빛의 창이 불타오른 부적을 중심으로 반짝하고 나타나 놈을 향해 빛살같이 쏘아져 나갔다.

수백개의 빛의 창이 날아가는 장면은 언뜻 보기에는 공격이 아니라 마치 하늘에 수놓은 불꽃처럼 장관을 이루며 아름답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에 적중당한 놈은 아름다운 얼굴이 아닌 한눈에 보기에도 무척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아아아아앙! 쿠어어어어엉..!

하지만 놈의 가죽이 얼마나 두꺼웠는지 빛의 창이 몸체를 뚫고 지나가지 못하고 어느 정도 뚫고 박히다가 이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생각보다 강한 놈이군.’

놈이 내 공격에 살아남아 괴성을 크게 한번 지른  허공에 떠있는 나를 향해 다시한번 새빨간 불길을 토해냈다.

화라라라라락!

순간 나는 재빨리 부적 두 장을 더 꺼내들어 하나는  앞에 던지고 하나는 까마득한 허공으로 날려보내며 두 마디 주문을 외쳤다.

‘광풍화벽멸!’

‘낙하멸풍참!’

앞쪽으로 날아간 부적이 불타오르며 한순간 거대한 회오리가 생성되어 놈이 쏘아낸 불길을 맞아갔다.

휘류류륭.. 슈라라라라락

잠시 후 거대한 불길과 회오리가 맞닥뜨리자 회오리의 힘에 의해 불길이 허공 사방으로 흩날리며 이 또한 장관을 이루었다.
이때 허공으로 쏘아올린  다른 부적은 놈의 머리 위 까마득한 높이까지 날아올라가더니 한순간 불타올라 번쩍하고 빛나며 반경 100여 미터는 넘을  같은 거대한 바위가 허공중에 나타났다.

쩌쩌쩌쩍.. 쩌쩌쩡..!

헌데 바위는 나타나자마자 곧바로 전체에 균열이 가며 산산이 부서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수백조각으로 부서져나가는 바위의 형태는 둥근게 아니고 마치 석공이 조각이라도 해 놓은 듯, 하나하나가 모두 별사탕 모양으로 사방이 뾰족한 형태로 부셔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수백조각으로 부서져나간 바위들은 마치 누가 조정이라도 하듯 중력의 영향을 받아 낙하하면서도, 까마득한 허공에서 놈이 위치한 방향을 향해 정확하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슈아아아아악!

한순간 무더기로 떨어져 내리는 수백조각의 뾰족한 바위들은 내려올수록 그 속도가 더해져 놈의 50여 미터 거리까지 떨어져 내렸을 때는 그 속도를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바람의 파공성을 들었는지 놈이 내쏘던 불길을 멈추고 머리를 들어 위쪽을 쳐다보았을 때는 이미 바위 조각들은 놈을 덮치고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비록 수백조각으로 부셔져 나갔다고는 하나 그 크기 하나하나는 작은 것은 자동차만 했고 큰 것은 집채만한 것도 있었다.

카오오오옷! 쿠어어엉..!

한순간 머리 위에 덮쳐든 바위 조각들에 의해 대장의 몸체가 압사되어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대장은 떨어져 내리면서도 날개를 퍼득이며 피하려고 해보았지만 이미 가속을 받아 떨어져 내린 뾰족한 바위에 날개가 찢기고 갈라져 있었고, 수십만톤의 무더기로 눌러 내리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위 무더기와 함께 끝내는 그대로 지상에 짓이겨졌다.

쿠쿠쿠쿠쿵.. 쿠아아앙!

엄청난 우레 소리와 함께 지상에 한순간 거대한 돌산이 형성됐다.
물론 그 밑에는 와이번의 대장이 깔려 압사당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대장이 죽자 몇 놈의 살아남은 와이번들이 괴성을 질러대며 마치 자살이라도 하듯 사신수들에게 더욱 거칠게 공격하듯 날아들었다.

하지만 사신수들은  하나 꿈쩍하지 않고 날아드는 와이번들을 갈가리 찢어발겨 모두 죽여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와이번들이 모두 죽자 사신수들이 몸을 작게 축소해서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이때  광경을 모두 지켜보았던 아레스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분신과 함께 다가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건 말도 안돼.. 혼자서  많은 몬스터를.. 그리고 랭커들까지.. 이건 정말 말도 안돼..”

너무나 황당했는지 말도 안돈다는 말만을 연발하며 하는 말까지 더듬거리는 아레스였다.
곧바로 두 분신과 현무 그리고 청룡을 소멸시키고 주작은 다시 정찰을 보내고 나와 아레스는 백호의 등에 올라탔다.

“난 네가 이렇게까지 강해진 줄은 몰랐어, 난 네게 민폐를 끼칠까봐 걱정했는데 이제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어제 말한대로 널 만난건 내 인생에서 정말 최고의 행운인 것 같아.”

얼마 후 정신을 차린 아레스가 전보다 많이 편해진 얼굴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나도 빙긋 웃으며 조금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 답해주었다.

“나도 바보가 아닌데 무턱대고 교관님을 데리고 왔겠어? 사실 교관님도 교관님이지만 나도 듀오게임에 참가하는게 훨씬 이득이거든.”

“그건 그렇겠다, 랭커들도 솔로게임의 두 배가 되고 또 이렇게 하드 맵에 떨어지면 엄청난 경험치도 획득하니 말야. 하지만 그것도 마음이 통하는 비슷한 레벨끼리 참가해야 하는데 나는 그게 안돼서 미안하기는 해, 나도 도와주면 더 좋았을 텐데.”

“지금도 나를 도와주는 거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마.”

“내가  도운게 있다고?”

“이렇게 나 심심하지 않게 말벗해 주고 있잖아. 예전에는 맵에 떨어지면 싸우는데에만 정신이 없었는데 솔직히 이제 능력치가 남들보다 많이 높아지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솔로맵에 가면 조금 심심하고 지루한 면이 있거든.”

“하긴 그렇겠다. 남들보다  티어가 상급이니 그런 부분도 있을거 같긴 하겠어. 그리고 듀오게임에 참가하면 통계적으로 봤을 때 하드 게임에 떨어질 확률이 더 높다는 부분도 있고. 하지만 하드 게임도 너같이 상위 랭커나 바라지 얼마 전의 나 은 경우였다면 난 얼마 버티지 못해 소멸해서 노멀 게임이 나았을 거야.”

아레스의 말대로 어떤 티어든지 하위 랭커들은 듀오게임보다는 솔로게임을 그리고 하드게임보다는 노멀게임을 선호했다.

“나 이제 38레벨이 됐어, 정말 꿈이 아닌지 착각할 정도야.”

34레벨에 이번 게임에 참가해서 단숨에 4레벨이 승급된 그녀다. 그러고 보니 아레스는 이번에 1등을 먹으면 다이아까지도 승급이 가능하다. 생각해 보니  또한 상태창을 열어 레벨과 경험치를 확인해봐야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