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다이아 티어가 되다
물론 그곳에서 살아남는 랭커들은 거의가 상위 랭커들이었기 때문에 하위 랭커들에게는 죽음의 관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다른 랭커들이 끼어들지 않았으면 했다.
아니, 이제 다른 랭커들이 끼어들면 모두 죽여 버리면 되니 상관은 없었다.
그것은 그만큼 떼거리 생명체들이 나타나도 혼자 모두 처치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괴수를 처치하고 생존자 수를 확인하니 이제 64명만이 남아 있었고 안전지대까지의 거리는 105키로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내일 저녁때쯤에는 안전지대로 들어설 수 있을 터다.
안전지대까지의 거리가 백키로가 넘고 이동 수단이 없다고 해도 랭커들의 기력이 상당해 무척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터다.
나야 물론 백호를 타고 그 속도에 맞추어 가면 될 것이고.
하지만 지금의 나는 백호가 아니더라도 이제 변신술도 가능해 치타나 다른 빠른 동물로 변신해 가도 문제는 없었다.
변신술은 상당한 술법과 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얼마 전 능력치 스텟이 53레벨로 승급돈 후 새로 터득한 능력이었다.
물론 덩치가 너무 큰 동물로는 변신 할 수 없고 나와 엇비슷한 크기의 동물로만 변신 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가니 이 커다란 섬의 3분의 1이나 차지할 것 같은 거대한 호수가 눈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처음 맵에 도착해 높은 등성이에서도 얼핏 보일 정도라 얼마나 넓은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근처에 다가와 보니 그 넓이가 너무 넓어 마치 바다를 보는 느낌이었다.
바다와 다른 점이라면 호수 저 멀리 어렴풋이 땅덩어리가 보인다는 점이었다.
호수를 건널 배도 없어 가로 질러갈 수도 없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호수를 끼고 돌아가야 했다.
아니, 현무가 있어 등위에 올라타고 호수를 건너도 되었지만 혼자 앞서 안전지대로 들어간 후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금 목적이 랭커들을 한 놈이라도 더 죽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과 보조를 맞추는 것은 당연했다.
거리상으로 보아 호수 끝부터 안전지대가 확실했다.
비록 그 끝이 100여키에 달했지만 앞을 가로막는 산이나 건물 등 아무런 장애물이 없어 두 눈에 도력을 집중하면 어렴풋이 흰색의 반사되는 막이 거대한 바가지를 엎어 놓은 듯 어렴풋이 보이는 듯 했다.
이제 날도 어두워져 오늘은 이 근방에서 하룻밤 묵어야 할 것 같았다.
이틀 동안 날짐승을 잡아 식사를 했더니 물고기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현무를 축소시켜 호수로 집어넣으니, 녀석이 팔뚝만한 물고기만을 골라잡아 구렁이에게 계속 올려 보냈다
살이 바짝 오른 물고기를 구워서 먹으니 신선한 맛에 아레스와 나는 그 큰 물고기를 두 마리씩이나 맛있게 먹어 치웠다.
호수 근처에 자리를 잡고 역시 구렁이를 사면에 배치해 경계를 서게 한 후 아레스를 품에 안고 있으니 낙원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거쳐 온 맵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경관만큼은 전부 끝내주는 곳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신선한 물고기로 아침을 먹은 후 백호 등에 올라타고 호수를 끼고 돌아가며 역시 주작을 날려 보내 정찰을 하게 했다.
헌데 약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주작에게서 공명이 전해져와 급히 눈을 통해 바라보니 아주 희한한 장면이 목격됐다.
수많은 랭커들이 떼거리 생명체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장면이었는데 그 생명체들은 일반적인 놈들이 아니었다.
놈들은 교육원에서 언젠가 본 듯한 괴조? 아니 확실히 기억하는 와이번이라는 몬스터들이었다.
헌데 놈들에게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주작의 눈을 통해 본 놈들은 입에서 시뻘건 불꽃이 나 시커먼 독을 뿜어내고 있는 무시무시한 와이번 중에서도 특히 더 강력한 종들이었다.
더구나 그 덩치가 평균 20여 미터에 달해 적어도 100여 마리가 넘는 놈들에게 습격당하고 있는 랭커들은 모두 곤욕을 치루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역시 다이아 티어들이라서 그런지 독이나 불길에 몇 번 맞았다고 해도 쉽게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모두 내 밥이다!’
이 순간을 기다려왔던 나다.
와이번들과 랭커들이 이렇게 모여 있을 때 최대한 싹쓸이를 해 경험치를 올리고 안전지대로 가서 살아남은 랭커들을 사냥한 후 1등을 먹으면 다음 게임에서는 무조건 마스터로 승급할 수 있을 터다.
급히 백호를 재촉해 사투가 벌어진 장소로 가보니 싸움터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랭커의 수는 20명이 조금 넘어 있어 생존자 수의 삼분의 일이 이 곳에 있는 셈이었다.
‘그래도 우선은 와이번들부터 죽이고 나중에 랭커들을 처치해야겠지?’
나는 아래스와 백호의 등에서 내린 후 재빨리 부적을 여러장 꺼내 사신수중 나머지 청룡과 현무를 소환하고 내 분신도 두 명 더 만들어 냈다.
“교관님은 여기서 내 분신들과 같이 있어. 분신들이 교관님을 지켜줄 거야.”
내가 두 분신에게 공명으로 아레스를 호위해주라 하고 싸움터로 가려고하자 아레스가 급히 입을 열었다.
“나도 싸울래, 와이번 몇 놈 죽이는 거는 나도 할 수 있어.”
“지금 그깟 와이번 놈들 몇 놈 죽이는게 문제가 아냐. 싸우다가 괜히 다른 다이아 티어 놈이 교관에게 해코지를 하려고 하면 교관님은 한주먹거리도 안된다고. 그러니 그냥 여기 가만히 있어.”
나는 다시한번 두 분신에게 아레스를 철저히 보호하게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검을 생성한 채 사신수들과 함께 싸움터로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아레스가 한숨을 깊이 내쉬며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두 분신은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준수가 내린 명령만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아레스를 보며 그녀가 싸움터에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한편 눈에 불을 켜고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지금 준수의 능력치가 53레벨이니 두 분신의 능력치 또한 비록 사신수들에게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각각이 최소 47-8레벨은 된다.
그 정도면 다이아 티어 중에서도 상위 랭커에 속해 두 분신이 있는 한 아레스를 어찌할 수 있는 존재들은 이 맵 안에서는 많지 않았다.
와이번들의 덩치가 20여 미터에 달한다고 하지만 사신수들의 100여 미터에 비한다면 어린아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크기였고, 능력이나 파워 면에서도 결코 상대가 될 수 없을 터다.
더군다나 이미 전투가 벌어진 장소에 도착해 있는 주작은 날개까지 펴면 200여 미터에 달한 어마어마한 크기라, 주작이 허공 높이 떠올라 발사하는 푸른 불덩이에 한방 맞은 와이번들은 순식간에 온 몸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나는 곧바로 사신수 모두를 최대한 크게 해서 각자 알아서 와이번들을 처치하게 했다.
와이번들이 비록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지만 100여 미터 크기의 백호는 바람의 속성을 지닌 신수답게, 덩치와는 달리 바람을 타듯 한번 점프를 하면 수백 미터 높이까지 튀어 올라갈 수 있으니 날아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백호가 한번 점프를 할 때마다 어김없이 한두 놈이 강력한 발톱에 온몸이 찢겨 단숨에 목숨을 잃는 것은 당연했다.
더군다나 자기장이 허공 높이 있어 와이번들도 자기장에 닿으면 힘이 소멸되기 때문에 마냥 하늘 끝까지 날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또한 100미터의 덩치를 자랑하는 현무는 등에 붙은 구렁이 10마리가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20여 미터 길이의 몸체로 놈들의 목이나 날개를 감아 떨어뜨린 후 목을 물어 강력한 독기로 놈들을 죽여 나가고 있었다.
청룡의 몸길이 또한 주작이 날개를 편 길이인 200여 미터보다 긴데도 하늘을 마꾸라지 같이 요리조리 날아다니며 근처에 있는 놈들은 강력한 비늘에 감싸인 꼬리로 후려쳐 지상으로 떨어 뜨렸다.
더군다나 계속해서 쏘아대는 푸른 번개에 한번 적중되면 와이번들은 정신을 잃고 허공에서 땅바닥으로 쳐박히기 일쑤였다.
땅에 떨어져 아직 죽기 않은 와이번은 대기하고 있던 현무가 거대한 앞발로 짓밟거나, 강력한 독액이 분비되는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버리면 온몸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해 죽어버렸다.
사신수의 활약만으로도 와이번들은 천적을 만난 듯 계속해서 죽어나갔지만 놈들은 이상하게도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는지 끊임없이 사신수와 랭커들을 기어이 소멸시키겠다는 듯 끊임없이 공격해 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하드 맵에서 만난 생명체들을 생각해보면 놈들은 자신들의 목숨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마지막 한 놈이 남아 있더라도 도망치는 경우가 없었다.
딱 한번, 내가 브론즈인가 실버였을때 흰개미들의 대장 한 놈만이 도망쳐 쫒아가서 죽였을 뿐이었다.
헌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몸에 도력이 전보다 넘쳐나는 것을 느끼고 다시 레벨이 승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츠츠츠츠츠
파파팡!
카오오옷!
검강을 사방으로 연신 날리며 나또한 와이번들을 처치하고 있는 중이라 상태창을 확인 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건 지금 난 44레벨이 됐고 능력치는 54레벨이 됐다는 것이다.
헌데 싸우고 있는 랭커들이 와이번들을 죽일 때마다 난 가슴이 찢어지듯 아파왔다.
‘내 경험치가 날아가는구나.’
어느덧 와이번들도 60여 마리가 남아 더 이상 이대로 있다가는 안될 것 같아 생각다 못해 나는 중대한 결심을 내리게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와이번은 모두 죽고 그 경험치는 남아 있는 랭커들과 나눠가져야 할 판이다.
비록 내가 사신수들과 같이 처치하고 있었지만 지금 살아남은 랭커들 또한 다이아중에서도 상위 랭커들이라 만만치 않게 와이번들을 처치하고 있었다.
허공으로 쏘아대던 검강을 멈추고 나는 슬며시 한 랭커 근처로 다가갔다.
랭커는 한창 자신을 덮쳐오는 와이번 두 놈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화라라락!
취아아앗!
두 와이번이 불과 독가스를 내뿜으며 공격했기 때문에 싸우던 랭커도 부상을 당한 듯 얼굴이 이미 싯노래져 있었다.
내가 랭커의 뒤로 다가가자 그는 자신을 도와주려는 것인 줄 알았는지 나를 힐끔 보면서도 경계를 하지 않고 두 와이번과 그대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보통 이런 경우 랭커들끼리는 모종의 약속으로 동업을 하는게 일반적이었다.
나는 랭커에게 다가가 후방은 내가 맞겠다는 듯 등을 맞댄 후 오러검을 짧게 만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랭커들은 수많은 와이번들에게 둘러싸여 전투를 하느라고 다른 곳에는 신경쓸 여유가 없어 보였다.
주저 없이 재빨리 검 끝을 반대로 돌려 랭커의 옆구리에 깊숙이 찔러 넣자 그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헉! 왜..?”
놀라 부릅떠진 그의 두 눈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잘 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