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화 〉다이아 티어가 되다
이것은 정말 아무리 전능한 신의 작품이라지만 너무 거대해서 우리 하찮은 생명체들로서는 감히 어떤 짐작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혹시 챌린저 1등을 100년 동안 먹게 되면 이것에 대해 알 수 있으려나? 그리고 신이 왜 생명체에게 무한한 생명력을 주며 이런 게임에 참가하게 하는지도 알게 될까?’
짐작 가는 것이 있다면 혹시 사이어돈의 출몰과 이 게임이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것은 역시 짐작뿐이었다.
혹은 더 큰 무엇인가가 있어 신이 이런 게임을 만든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전 우주를 상대로 이런 게임을 창조한 신에 대해 나도 모르게 절로 경외심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잠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팔을 베고 나를 꼭 끌어안고 있던 아레스가 내 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냥 이런저런 여러 가지 생각 좀 했어.”
“나도 뭐 좀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
“널 만난건 내 일생일대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는 생각.”
“듣기 싫은 말은 아니네.”
“남자로 인해 내가 행복감을 느끼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네가 그걸 알게 해줬어, 그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그건 내가 할 소리야, 이렇게 예쁘고 착한 교관님을 만나게 돼서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잖아.”
내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레스가 내 품을 더욱 파고들어왔다.
아레스를 두 팔로 안아주며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누워 있는 곳을 중심으로 네 군데 언덕 꼭대기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고개를 바짝 쳐든 채 사방을 경계하고 있는 네 마리 사랑스런 구렁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새벽에 자고 있는 랭커들을 사냥할까 했지만 이제 낮에 주작을 날려 사냥해도 충분할 것 같아 너무 무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 이틀 게임을 해야는게 아니라 평생을 해야 할지 모르는데 이제는 조금 여유를 가지기로 한 것이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 어제 먹다 남은 고기로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주작을 날려 보내며 나와 아래스는 백호의 등에 탄 채 느긋하게 주작을 따라가며 신호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얼마 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과연 주작에게서 신호가 왔다.
그렇게 오전에만 세 파티를 만나 6명의 랭커들을 처치하고 마침내 레벨업이 되어 경험치는 2770/4300이 되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안전지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잘 가고 있던 백호가 갑자기 으르렁 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를 않고 있었다.
크르르릉! 크르르르르..!
“왜 그래 백호야?”
혹시나 해서 주작과 공명을 해보았지만 허공 높이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주작에게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공명만 전해져 왔다.
백호가 아무 일도 없이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뒤에 앉아 있던 아레스가 놀란 듯 갑자기 소리쳤다.
“준수야 저기 앞에 있는 언덕이 움직이는 것 같아!”
아레스가 손짓하고 백호가 노려보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앞을 보니 과연 다른 등성이보다는 유난히 높은, 아니 세배 정도는 높아 보이는 등성이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말할 것도 없이 괴수 출현이다.
그 동안 랭커들만 사냥했기에 이제 나타날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을 시간대에 나타난 것이다.
‘다이아 티어에서 나타나는 괴수는 어느 정도 강한지 한번 볼까?’
마스터의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으니 다이아 맵에 나타나는 괴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또한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는 놈이 모습을 드러내고 또 어떤 놈이냐에 따라 작전이 달라진다.
언덕이 꿈틀거리며 잡풀들이 들썩인 채 등성이 하나가 그대로 위로 솟아오르며 인간의 형상처럼 이족 보행으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그 거대함에 아레스는 물론 나까지도 눈이 커져야 했다.
언덕 하나가 마치 사람이 쪼그려 앉아 있다가 일어난 형상이라 그 크기는 무려 100여 미터에 달해 있었다.
잡풀이 온몸에 그대로 달라붙어 있어 놈의 몸체는 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놈이 일어서자 나는 재빨리 우선 주작을 불러내 놈에게 불 공격을 가하게 했다.
슈라라락.. 화라라락
수십 개의 불덩이가 쏘아져나가 놈의 몸에 적중했지만 역시 잡풀만 모두 태웠을 뿐 흙들은 짓뭉개졌다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완벽한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왔다.
이로서 놈은 불로서 처치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렇다고 현무나 구렁이의 독으로도 흙을 검게 물들일 수는 있어도 처치할 수는 없을 터였다.
번개?
청룡의 번개도 흙에는 아무소용 없을 것은 당연했다.
우선은 힘으로 놈을 제압해보고자 나는 아레스와 함께 백호의 등에서 내려온 후 백호를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게 했다.
크아아앙! 크르르르렁..!
백호가 괴성을 지르며 몸체가 흰빛에 감싸이자 백호의 몸체 또한 길이가 100여 미터 크기로 순식간에 자라나 있었다.
두 괴수의 크기는 마치 작은 동산 하나가 움직이고 있는 듯 내 입장에서는 한없이 거대해 보였다.
물론 다크 사이어돈에 비하면 세발에 피도 안될 정도이기는 했지만 그곳은 드넓은 우주 공간이었고 이곳은 한정된 공간이었기에 이곳에서만큼은 두 존재가 거대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주저 없이 백호가 놈에게 달려들자 놈이 시커멓게 타버린 잡풀을 그대로 지닌 채 팔 하나를 휘둘러왔다.
슈아아앙!
파파팟..!
순간 백호의 길쭉한 발톱이 솟아있는 오른발이 마치 고양이가 먹이를 낚아채듯 후려쳐오는 놈의 팔을 내리치자, 강철보다 단단한 손톱의 날카로움과 거대한 바위 하나는 그대로 짓이길 수 있는 엄청난 파워가 실린 앞발의 힘에 의해 놈의 팔 한쪽이 그대로 잘려나갔다.
헌데 주작의 불 공격에 짓이겨졌던 흙들이 원래의 형태를 되찾아간 것처럼 잘려져 바닥에 떨어진 흙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듯 놈의 발밑으로 스스로 흘러가며 다시 팔이 원상태로 되돌아갔다.
이에 화가 낫는지 백호가 놈에게 번개같이 달려들어 머리를 다시 발로 후려치자 놈의 머리가 그 자리에서 박살나며 흙으로 이루어진 머리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떨어져 내린 흙들이 발밑으로 흘러 들어가 다시 머리마저도 원래의 형상으로 돌아왔다.
놈이 비록 흙으로 이루어져 있어 파워만큼은 백호에 미치지 못했지만 백호 또한 놈을 어쩌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도 백호에 의해 놈의 가슴이며 다리가 부서져 나갔지만 그때마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백호가 아직까지는 놈을 잘 상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백호의 힘은 모두 빠져 결국에는 소멸돼 내 도력이 소모될 판이었다.
한동안 놈의 약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약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헌데 그때 옆에 서 있던 아레스가 의견을 제시했다.
“물은 어떨까? 너는 도사의 능력을 지녔으니 물을 사용할 수 있을거 아냐. 물로 놈의 몸을 진흙으로 만든 후 얼려 버리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물이라..? 좋아 한번 해보자.”
아레스의 생각이 지금 상황에서 제일 타당했고 그게 아니라도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라 무엇이라도 해봐야했다.
곧바로 백호를 물러나게 한 후 품속에서 부적을 하나 꺼내 놈에게 날리며 주문을 외웠다.
‘수결파!’
순간 부적이 불타오르며 아지랑이가 모여들 듯 공기 중의 수중기가 불타오른 부적이 있는 지점으로 순식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행이 이곳은 사방이 바닷가인 섬이었고 저 멀리 거대한 호수 또한 자리해 있어 수증기는 끊임없이 모여들고 있었다.
한순간에 수십 톤의 물이 허공에 모이고 내가 손가락에 도력을 모아 앞으로 밀어내자, 허공중에 모였던 엄청난 양의 물이 마치 소화전에서 쏘아져 나가듯 놈에게로 힘차게 뻗어나갔다.
쏴아아악! 쏴아아아아..!
나는 치켜든 엄지와 중지에 모인 도력의 강약을 조절해 놈의 머리부터 겨냥했다.
지금도 공기중의 수증기에서 한순간에 물로 화하는 양은 엄청나 물이 모자라지는 않을 것 같았다.
머리부터 다리까지 번갈아가며 쏘아대자 놈이 피하려고 발버둥 쳤지만 그 거대한 덩치로 피할 장소는 어디에도 없었다.
쏘아져가는 물의 압력에 의해 몸체인 흙들이 날리며 놈의 발밑에도 어느새 물들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이지역이 울퉁불퉁한 등성이가 끊임없이 이어진 곳이라 놈의 발밑은 작은 호수와 같이 물이 고여 들어 발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계속해서 쏘아져가는 물줄기에 어느새 놈의 몸이 흠뻑 젖고 몸속까지 모두 스며든 것 같자 나는 다시 부적 한 장을 더 꺼내 놈을 향해 날려 보냈다.
‘결파냉단!’
순간 날아가던 부적이 타오르며 그곳에서부터 냉기의 파동이 놈을 향해 마치 물결처럼, 하지만 무척 빠른 속도로 파도치듯 넘실대며 뻗어나갔다.
츠츠츠츠.. 쩌쩌쩌적..!
공기중에 퍼져나가는 저온의 냉기는 너무도 강렬해 공기중의 수중기까지 얼어버리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 사이 놈의 몸체는 물기에 의해 머리부터 녹아내리며 온몸이 진흙이 되어 바닥으로 끊임없이 흐물흐물 흘러내려 발밑에 모인 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의 거대한 몸채가 반 정도 흘러내렸을 즈음 백호에게 시켜 놈의 몸체를 후려갈기게 하자, 놈의 반쯤 남은 몸체는 백호의 발에 의해 완전히 부셔져 발밑의 물속에 모두 잠기게 됐다.
순간 결파냉단의 술법이 고인 물에 닿자 작은 호수를 이룬 물이 순식간에 겉은 물론 속까지 모두 꽁꽁 얼어버렸다.
일반적인 호수는 위쪽만 얼고 물속은 얼지 않지만 결파냉단의 강력한 술법이 작은 호수와 같이 모여 있는 물을 겉은 물론 속까지 완전히 얼려버린 것이었다.
놈이 아직 살아있는지 소멸됐는지는 상태창을 확인해보면 알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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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
이름 : 최준수
종족 : 인간
직업 : 도사
티어 : 다이아
레벨 : 43
경험 : 4270/4300
능력 (도력) : Lv 53
특수능력(도술) : Lv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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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치가 1500점 상승해 있는 걸로 보아 놈은 소멸된게 확실했다.
그때 아레스가 얼굴이 환해지며 갑자기 내 볼에 뽀뽀를 하는 것이었다.
“나 이제 35레벨이 됐어, 어쩜 좋아, 준수야 이게 꿈은 아니겠지?”
그녀의 말에 내가 빙긋 웃으며 엄지와 검지로 그녀의 볼을 조금 세게 꼬집었다.
“아얏!”
“꿈은 아니지? 조금만 더 기다려 봐, 그럼 더 꿈과 같은 일이 일어 날수도 있으니까.”
지금껏 하드 게임에 떨어졌을 때는 어김없이 떼거지 생명체들이 나타나곤 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멸될 랭커들은 소멸되고 살아남은 랭커들은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