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화 〉드디어 골드 맵이다.
놈의 능력이 바위를 괴물로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바위 괴물을 소환해 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애매모호한 대답에도 놈의 표정은 곧바로 다시 자신만만해졌다.
그만큼 놈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잘라 말하며 더 이상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할 분위를 형성하자 놈과 나의 신경전과 같은 전초전이 끝나고 곧바로 서로가 싸울 태세를 취했다.
놈 또한 바위 괴수들과 정신 공명을 하는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20여 미터의 거대 바위가 스스로 움직이며 피한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쿵쿵쿵!
크아아앙.. 꾸워워워웍!
백호와 주작이 지상과 허공에서 크게 울부짖으며 내 명령이 떨어지면 곧바로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나는 우선 돌덩어리로 이루어진 놈의 몸체가 얼마나 강력한지부터 시험해 보기로 했다.
‘설마 오러에도 몸이 버티지는 못하겠지.
푸른빛이 짙게 일렁이는 오러는 지금 바위 정도는 어렵지 않게 뚫고 갈라놓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이제 검기가 검신 끝 30여 센티 정도 넘어선 소드 마스터다.
아직은 완전 초보 마스터이긴 했지만.
놈이 다가오자 두 신수는 그대로 있게 하고 놈의 20여 미터나 되는 몸체를 향해 힘찬 발돋움과 함께 날아올랐다.
슈아아앙!
쐐에에엑!
그와 동시에 곧바로 놈의 거대한 주먹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이미 그 정도는 짐짐하고 있던 터라 놈의 주먹이 뻗어오자 나는 날아가던 기세 그대로 허공에서 두 바퀴 재주를 부려 위치를 바꿔 피한 후, 놈이 뻗어낸 팔뚝을 발판삼아 다시 발돋움을 하고 놈의 가슴을 향해 힘차게 검강을 내쏘았다.
쐐에엑!
쿠쿵!
순간 놈의 가슴에서 돌가루가 휘날리며 가슴부분이 한웅큼 파여 들어갔다.
이때 나는 그 기세를 더해 날아가던 몸을 놈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오러검으로 놈을 가슴을 향해 일도양단하 듯 힘차게 내리 그었다.
쩌정!
놈의 가슴이 내 검기에 의해 한순간 쩍 갈라지며 휘청거렸다.
‘별거 아니었잖아..? 말만 요란한 놈이었군.’
금발 사내의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장담에 사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무척 힘든 전투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바위 괴수는 덩치와 무게 때문인지 내 움직임에 비해 그렇게 빠르지 않아 정신만 집중한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을 빠르기였다.
하지만 자칫 방심해서 한방이라도 거대 주먹에 맞는다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검강에 가슴이 파이고 검기에 다른 쪽 가슴이 갈라지며 놈이 잠깐 휘청거리자 나는 백호와 주작에게 명령해 놈을 공격하도록 했다.
그리고 지상으로 착지한 나도 다시 날아오르며 부적을 꺼내 놈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불꽃을 응축한 머리통만한 시뻘건 불덩어리를 10여발 연속해서 날려 보냈다.
크아아앙.
백호가 곧바로 놈에게 달려 나가다가 힘차게 날아오르며 순식간에 접근해 놈의 어깨를 아작 물어 뜯어내 어깨에 붙어 있던 돌덩어리를 한 움큼 박살냈다.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오러검에도 잘리지 않을 강력한 두 발톱으로, 물어뜯어 덜렁거리고 있는 어깨를 파내듯 휘저어 기어이 한쪽 팔을 어깨부터 때어내 바닥에 떨어뜨렸다.
캬우우웅!
팔이 떨어지자 바위괴수가 크게 괴성을 질러댔다.
하지만 이때 허공에서 주작이 이미 불새가 되어 날개를 연신 퍼득이며, 이제는 날개를 제외한 몸체가 이미 황소보다 더 커진 몸에서 연신 불덩이를 날려 보내 놈의 온몸에 적중시켰다.
내 공격과 주작의 불공격이 한동안 놈의 몸체 곳곳에 작렬하며 돌덩어리들이 폭발음과 함께 산산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별 볼일 없는 괴수 놈이군.’
정말 너무도 쉽게 그 거대한 괴수를 해치웠다.
나는 내 공격력이 그만큼 강해졌나 하고 생각하며 부서져 내리는 괴수를 쳐다본 후 금발 사내를 돌아보았다.
헌데 이상했다.
놈은 한순간에 괴수가 산산이 부서져 내리고 있는데도 이제는 팔짱까지 끼며 마치 10여 놈의 작은 돌덩이 괴수들의 호위를 받듯 그들의 정 중앙에서 비릿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희한한 놈이군, 곧 죽어도 폼생폼사라 이건가.’
놈의 행동은 물론 표정에서도 어떠한 초조감이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뭔가 있는 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바로 그때 갑자기 백호와 주작이 다시한번 괴성을 질러 급히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나는 저절로 인상이 일그러졌다.
쿠르르르.. 쿠르르릉..!
부서져 내리던 돌덩이들이 다시 위로 솟구쳐 오르며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부서져 내린 자그마한 돌덩어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순간에 바위괴수의 몸체가 원래대로 돌아오자 나는 그제서야 금발 사내가 왜 그렇게 태평했는지 알고 역시 처음 생각했던 대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 뭔가 있긴 있었군. 하긴 이 정도로 쉬웠다면 놈이 저렇게 자신감을 가질리도 없었을 테고 골드 티어까지 오지도 못했겠지.’
놈이 원래대로 회복되자 어쩐 일인지 놈의 움직임이 부서지기 전보다 더 빨라진 것 같았다.
그것은 처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내가 놈을 향해 다가가자 휘둘러오는 주먹의 속도를 보고 알게 됐다.
하지만 놈이 조금 더 빨라졌다고 지금 당장 나를 위협할 정도는 되지 못했다.
끄워우어워.. 크아아앙!
백호와 주작이 다시 놈을 공격하고 나또한 오러검과 부적 공격을 거세게 전개하자 얼마 후 다시한번 놈의 상체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남아 있는 다리까지 완전히 박살을 내버려 어느덧 바위괴수의 온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바닥에는 그저 평범한 돌덩어리들만 수북이 쌓여있었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이제 놈을 한치의 빈틈도 없이 호위하고 있는 3-5 미터의 크고 작은 소형 바위괴수를 처치하려고 다가가려는 그 순간.
쿠르르르.. 콰콰콰..
바위 부딪치는 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린 나는 이내 굳은 표정이 되어 얼굴에 약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대로라면 바위 괴수를 처치하는 것은 요원했다.
부숴도 끊임없이 재생되는 놈이라면 어떻게 해치워야 할까?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재생 할수록 움직임까지 더 빨라진다면.
놈의 움직임이 빨라졌다는 것은 바로 다음 순간 알 수 있었다.
괴수의 휘둘러오는 팔의 움직임은 어느덧 처음 속도의 두 배는 되어 있었다.
휘이익.. 쏴아아앗..!
이제는 공기를 헤치는 파공성까지 들려올 정도로 빨라져 있었다.
그뿐 아니라 달려오는 다리의 속도도 그만큼 빨라졌다.
하지만 다시한번 괴수를 부숴놓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고 난 다음 설상가상으로 놈에게는 다른 공격력이 생겨났다.
슈아아앗.. 슈슈슉..!
내뻗은 주먹에서 사람 몸통만한 바위가 떨어져 나오며 나를 비롯해 두 신수에게 연신 날아들고 있었다.
헌데 그것들을 피하자 날아왔던 바위들은 마치 자석에 끌려가듯 다시 주먹으로 되돌아가 철꺽 달라붙는 것이었다.
이제는 솔직히 겁이나 더 이상 괴수를 부수지도 못할 지경이다.
회복될수록 움직임은 물론 공격력까지 강화된다면 이건 말다한 것이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청룡의 번개를 맞고 현무의 독에 물려도 소용없을 것 같아 아예 나머지 두 신수는 소환하지도 않았다.
이제 우리 쪽의 공격은 멈춰지고 괴수의 공격만이 계속될 뿐이었다.
나는 두 신수가 지금은 필요 없어 부상을 당하거나 소멸될까봐 급히 사라지게 한 후 놈의 공격을 이지저리 피하며 고심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 어쩐다. 놈을 아무리 부숴도 원래대로 돌아오고 더욱 강해진다면 내 패배는 기정사실이다. 헌데 지금껏 상대했던 플레이어들을 보면 어딘가 한군데 약점은 있었다. 놈에게서 그걸 찾아내야 한다.’
그랬다.
직업의 특성한 어떤 플레이어가 아무리 강해도 그 능력에 대한 상극은 있게 마련이었고 만약 그게 없다면 어딘가 약점은 존재했었다.
나는 놈처럼 완벽하다시피한 능력도 무엇인가 반드시 약점은 있을 것이라 거듭 생각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놈은 벌써 골드를 지나 플레티넘이나 다이아까지도 승급했어야 했다.
슈우우웃!
쿠쿵1
그때 놈의 주먹에서 날아온 드럼통만한 바위 하나가 날아와 쏜살같이 피하고 나니 땅바닥에 마치 작은 운석 하나가 떨어진 듯 방원 10여 미터에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놈의 공력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휘둘러오는 주먹과 바위 덩어리를 피하던 어느 순간 놈이 갑자기 한꺼번에 두 주먹을 내뻗어와 이번에는 커가란 바위 두 대가 한꺼번에 날아오는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파파파팟.. 파파파파파팍..!
내뻗은 두 주먹에서는 두 개의 큰 바위가 아니라 수백 개의 머리통만한 돌덩이들이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한주먹에서 수백개씩 넓게 퍼져 쏘아져오니 내가 한순간에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순간 나는 품속에서 부적 두 개를 꺼내 하나는 허공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땅에 재빨리 집어 던졌다.
‘빙벽파! 지벽파!
곧바로 허공에 약 1미터 두께의 얼음 빙벽이 생겨나 날아오는 돌덩이들을 방어했다.
퍼퍼펑.. 쿠쿠쿠쿵..!
머리통만한 돌덩이들이 빙벽과 부딪치며 그대로 지상으로 낙하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 강력한 얼음 결정체로 이루어진 방어벽도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쩍쩍 갈라지며 허공중에 사라져 버렸다.
시간차를 두고 양손에서 쏘아져오는 돌덩이를 막기에는 역시 빙벽만으로는 무리였다.
하지만 빙벽파가 무너지자 이번에는 바닥의 흙들이 들고 일어나 한데 뭉친 지벽파가 돌들을 방어했다.
슈슈슈슉.. 파파파파팟..!
돌들이 이번에는 조금 부드러운 흙들에 막히자 마치 스펀지에 부딪친 듯 지벽파가 연신 출렁거리며 한동안 나를 방어를 해주었다.
넓게 퍼져 날아오는 돌덩어리들 때문에 나는 지벽파 뒤에서 꼼짝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되어 돌덩이 공격이 멈추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생각으로 지벽파 역시 얼마 버티지 못하고 계속해서 날아드는 돌더미에 한순간 허물어져 내렸다.
입술을 꽉 깨문 나는 들고 있던 오러검을 앞세운 채 지벽파가 허물어져 내리자 죽기 살기로 쏜살같이 놈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사사사삭.. 쏴아앗.. 파파파팟..!
놈에게 달려 나간 채 날아오는 머리통만한 무수한 돌멩이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미처 피하지 못한 돌멩이는 오러 검을 휘둘러 반으로 쪼개내었다.
한동안 그렇게 전진하다가 한순간 돌멩이 하나가 어깨에 부딪쳐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며 내 몸이 휘청거렸다.
[체력이 122%로 떨어졌습니다.]
내 레벨이 높아졌고 적의 공격은 단순한 돌덩이다보니 체력 소모는 다른 공격력에 비해 미비했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얼마 전 30% 체력 회복 포션을 먹었고 왼쪽 어깨라 아직 검을 사용하는데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