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5화 〉드디어 골드 맵이다. (105/207)



〈 105화 〉드디어 골드 맵이다.

곧바로 동굴 밖으로 나와 캄캄한 밤하늘로 주작을 날려 보내고 나는 백호의 등에 올라탔다.
이제 백호를 타고 가니 주작을 쫒아가기는 한결 수월했다.

내가 초저녁에 잠을 잤으니 다른 플레이어들은  사이 안전지대로 더 가까이 다가갔을 터였다.
주작을 안전지대 방향으로 향하게 하며 플레이어들이 도착해 있을 거리까지 날아가게 한  안전지대와는 평행 방향으로 주작을 날게 해 불빛을 찾아보게 했다.

아무리 깊은 동굴 안에 있다고 해도 하늘에서는 아주 미세한 불빛까지도 발견할  있을 터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지 않아 주작의 눈을 통해  멀리 희미한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하드맵이 아니기 때문에 불빛이 보인다면 그곳에는 플레이어가 있다는 뜻이다.

곧바로 불빛이 발견된 곳을 향해 백호를 몰아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하늘에 떠다니는 거대 섬이었지만 이곳에도 달빛은 밝아 나무들이 양옆으로 휙휙 스쳐지나가는 것이 또렷이 보였다.


거대 몸집과 어울리지 않게 백호의 달리는 속도는 엄청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 주작이 떠서 빙빙 돌며 한곳을 주시하고 있는 곳을 보니 과연 기슭의 한 동굴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지금 시간을 지구의 시간으로 따진다면 아마 새벽 12시는 족히 넘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시간이면 낮 동안 숲을 가로지르느라 피곤했던 몸이 한창 꿀잠에 취해 있을 시간이었다.

혹시나 나보다 상위 플레이어라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플레이어들이 많이 죽지 않아 하위자가 걸릴 확률도 높다는 점이었다.
하긴 꿀잠을 자고 있다면 아무리 상위자라 해도 내 기를 느끼고 바로 일어나기도 쉬운 일은 아니라 생각했다.


나 같아도 한참 자고 있는데 아무리 하위 플레이어가 은밀히 들어온다고 단번에 알아 챌 수는 없을 것이었다.


오러검을 생성시키고 왼손에는 부적 한 장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곧바로 동굴 입구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숨을 한번 들이 마시고 숨소리마저 참으며 입구에서 고개를 내밀어 안의 살펴보았다.

드르렁.. 쿨쿨.. 드르르렁..!


도마뱀같이 생긴 외계 플레이어 한 놈이 코까지 골며 모닥불 옆에 누워서 잘도 처자고 있었다.
자는 중에도 기가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나보다 하위 플레이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박.. 사박..

조용히 동굴 안으로 들어갔는데도 놈은 피곤했는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두고 볼 것도 없이 오러 검을 치켜들어 단숨에 놈의 모가지를 내리쳤다.


쉬잇.


툭.. 데구르르르..

“컥! 누, 누구..?”

목이 잘려나가고 머리통이 바닥에 몇 바퀴 구른 후에야 놈이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에 인상을 쓴  눈알만 굴려 나를 보며 놀라 소리쳤다.

브론즈나 실버 맵에서는 목이 잘리면 말하는 것은 고사하고 몸이 한동안 움직이다가 바닥으로 고꾸라지는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골드 맵에서는 몸이 한동안 움직이며 떨어져 나간 머리통이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골드 티어의 기력 정도면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머리통이 놀라 소리치자 몸이 비칠대면서도 머리통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오러검으로 머리를 내리찍자 몸통이 충격을 먹었는지 제자리에  하고 나동그라졌다.


오러검에 찍혀 마치 꼬치구이처럼 꿰뚫린 머리통이 잠시 후 체력이 다했는지 마침내 몸통과 함께 반짝하며 사라졌다.

내 체력은 1도 소모하지 않고 아주 쉽게 한 놈을 처치하자 역시 작전을 잘 세웠다고 나 자신을 칭찬했다.


상태창을 확인하니 놈은 골드 티어 중에서는 하위인 22 레벨이었다.
놈이 죽자 보물 상자가 나타나 열어보니 그곳에도 역시 캔이 달랑 2개 들어 있을 뿐이었다.

이제 경험치는 1060/2400이 되었다.
지금까지 레벨을 너무 쉽게 획득해서인지 한계치인 2400점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 한점 한점 차근히 쌓아가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한번 이런 사냥에 성공하자 자신감이 더욱 생겨 쉬는 시간도 아까워 다시 주작을 날려 보내고 나는 백호의 등에 올라탔다.

얼마 후 그렇게 다시한번 23레벨을  놈 더 사냥하고 보물 상자에서 캔 3개와 이번에는 30% 체력회복 포션까지 획득했다.
경험치가 또다시 올라 1290/2400점이 되어 한 시간 가량이  흘러 새벽녘에 다시 동굴 하나를 더 발견하고, 전처럼 입구에서 안을 조심스레 살펴본 후 한 놈이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안으로 살며시 걸음을 옮기려던 바로 그 순간.

크아아앙! 꾸워워억!

파아아앗!


갑자기 허공에 떠있던 주작이 괴성을 내지르며 내가 있는 쪽으로 날아내려 오고 있었고, 지상에서는 동굴과 조금 떨어져 있던 백호마저 크게 괴성을 지른 채 역시 내 쪽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헌데  순간 허공에서 파공음이 들려와 급히 고개를 들어본 나는 한순간 일어난 일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허공에 달빛이 휘영청 비치는 가운데 거대한 주먹이 무서운 속도로 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헌데 그 주먹 크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어림잡아 자동차 두 배정도 되는 크기였다.
그러니 몸집은 달리 말할 필요가 없을 터다.
얼핏 달빛에 비친 놈의 키는 최소 20여 미터는  듯싶었다.


헌데 놈의 모습이 온통 돌덩이인 것을 보고 놈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짐작 할 수 있었다.


동굴에 다가갔을 때 동굴 옆에는 엄청난 크기의 바위가 하나가 덩그라니 놓여 있었고 그 옆에도 크고 작은 바위들이 주위에 7-8개 흩어져 있었었다.

작은 바위들은 몰라도 지금 그 큰 바위가 있던 자리에 바위는 사라지고 놈이 서 있는 것을 보니 놈이 바위로 위장해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생각은 길었지만  몸은 벌써 내리쳐오는 주먹을 피해 동굴과 떨어져 저만치 날아가고 있었다.

쿠아앙!

주먹에 맞은 땅바닥이 덩치에 맞는 그 강력한 힘에 의해 커다란 웅덩이가 웅큼 패여 졌다.

땅이 갈라지는 진동음이 들리고 잠시 후 예상했던 대로 동굴 속에서 자고 있던 지구인인지 외계인지 모를 금발 머리의 인간이 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


‘잘 때 나만 보초를 세워둔 것이 아니었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놈이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며 웃자 주위에 있던 크고 작은 바위들마저 웅크리고 있었던 듯 몸을 일제히 일으키는 것을 보고 속으로는 나도 모르게 아뿔싸를 외치고 있었다.
한순간 놈들에게 포위를 당한 것이다.


내가 몸을 피하자 주작은 내 머리 위에서 강렬한 불꽃을 발산하며 빙빙 돌고 있었고 백호 역시도 어느새 달려가던 것을 멈추고  옆에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연신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감히 암습을 하려 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로구나.”

간이  밖으로 나왔다는 말은 하도 들어서 이제는 정말 간이 배 밖에 붙어있나 확인해봐야 할 지경이다.

처음 25레벨자를 상대하고 나머지는 나보다 하위 플레이어들이었는데 지금 이놈은 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것을 보니 최소 나보다는 상위 플레이어였다.

놈의 비웃음 섞인 조롱에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자 놈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껏 이런 식으로 경험치를 쌓았나본데 그것도 여기서 끝이라는 것은 알고 있겠군.”

놈의 말에 나는 굳이 부정하지 않고 대꾸했다.


“암습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긴 했지. 하지만 여기서 끝인지 더 나아갈지는 알 수 없는 없는 일이지.”

나는 지금껏 나보다 상위 플레이어들과 싸워 이겨본 경험이 많았기에 놈이 나보다 레벨이 높았지만 그렇게 겁나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상대가 항상 말했듯 정말 내 간이 배 밖으로 나온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소드 마스터와의 싸움에서 패해 능력치와 능수 능력을 한 레벨 더 업 시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기도 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능력치와 특수 능력인 도력과 도술이 한레벨 더 업 되었다면 승률은 한층  올라가 나보다 상위 플레이어를 만나자 계속  싸움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그것은 아예 게임이 안된 싸움이었다면 그나마  끝이 없었겠지만, 내가 볼 때는 사신수와 협공한 싸움은 정말 순간적인 차이로 패배한 것이라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빨리 떨쳐버리고 이제 다시 상위 플레이어와의 싸움을 준비해야 했다.
놈의 레벨이 아예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나보다 최소 2레벨 위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소드 마스터와는 5레벨 차이였었다. 그런데 그런 놈과도 거의 비등하게 싸웠지. 그렇다면 사신수와 내 분신 그리고 내가 모두 죽을 각오로 싸운다면 5레벨도 극복할 수 있다는 건가..?’


내 자신에게 반문해 보았지만 그건 역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다음번에도 5레벨 차이가 나는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 싸워본다면  해답은 어느 정도 나올 것이라 여겨졌다.

만약 다음에도 5레벨 위의 상위 플레이어와  모든 능력을 걸고 어느 정도 대등하게 싸울  있다면 내 능력은 지금 5레벨 상위까지, 아니 4레벨 상위까지는 그럭저럭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는 셈이다.

하지만 내가 무참하게 깨진다면 그건 소드마스터의 직업이 나보다 훨씬 못하다는 뜻이었다.

내가 잠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놈이  대꾸가 어림없다는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확실하게 장담하는데 네 놈의 암습은 여기까지다. 네놈의 기를 느껴보니 23-4레벨 정도 같은데 그렇다면 난 두  레벨은 너보다 상위거든.”

두세 레벨 상위라면 25-6 레벨이라는 뜻이었다.
놈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나는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 많은 차이가 나지 않은 플레이어를 만나는 것을 보면 현재까지 난 운이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놈을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한다면 이지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 여겼다.
왜냐하면  한번 일등을 먹어 능력치와 특수 능력이 한 레벨 더  됐기 때문이었다.


“너 같이 말하는 놈들을 전에도 몇 명 보았었지. 하지만 그렇게 말한 자들  내게 패한 자들이 몇 명 있었어. 그러니 너도 그렇게 장담하지 않는게 좋을 거야.”

“혹시 네놈.. 브론즈나 실버로 승급되며 1등을 먹은 적이 있었나?”


“내가 그걸 너에게 말해줄 필요가 있을까?”


아리송한 내 대답에 놈의 인상이 조금 일그러졌다.
그만큼 능력치 스킬이 전체 레벨보다 한 레벨이라도  상승되어 있다면 싸움에 지대한 영향이 미친다는 것을 놈 또한 알고 있는 듯했다.


한편으로는 놈의 표정을 보니 놈은 여기까지 승급되며 1등을 먹은 적이 한번도 없었던게 확실해 보였다.
만약 1등을 먹은 적이 있었다면 처음 만난 원펀치 술사처럼 제일 먼저  자랑을 했을 테니까.

그만큼 1등을 먹기도 힘들었고 또 만약 1등을 먹는다면 어느 정도는 레벨의 월반이 가능한 것이 능력치 스킬의 레벨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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