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9화 〉정사 (99/207)



〈 99화 〉정사

“놈의 입이 향하는 방향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은 놈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온 몸이 산산 조각났어. 물론 마스터나 다이아급은 간신히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리고 놈의 거대한 발이며 꼬리가 휘둘러 질 때면 한번에 수백 명이 쓸려 죽을 때도 있었지. 그놈의 크기가 아마 지금 출현한 달 크기 정도보다 더 컸을 거야.”

“그럼 그때 무척 많은 플레이어들이 죽었겠네요?”


“물론이지, 그때는 지구가 속한 우리 은하의 모든 행성에서 각 2천명씩 차출돼 플레이어 숫자만 30만 명이 넘었어. 그런데 놈을 처치하고 보니 살아남은 숫자는 17만명 정도에 불과 했지. 그곳에서 13만 명이 죽어나간 거야.”


“정말 대단한 놈이군요.”


“그래, 우리 은하계 안에 속한 모든 행성이 마찬가지겠지만 지구에서도 그때 2천명  골드 티어가 천 칠백명 플레티넘이 이백 그리고 다이아가 구십  마스터가 10명 용병으로 차출됐었어. 그런데...,”

그녀는 또다시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 난  온 몸을 잠깐 동안 부르르 떨었다.


“나중에 인원조사를 해보니 골드는 천여 명이 넘게 죽었고 플레티넘은 팔십 여명 그리고 다이아 마저도 30여명이 놈에 의해 처참하게 죽었어. 그리고 10여명의 마스터 중에서도 1명이 죽었지.”

“말씀을 들을수록 정말 엄청난 놈이네요. 헌데 태양과 같은 크기의 놈이 정말 존재한다면 달보다 조금 크다고 해도 그놈은 보통 다크 사이어돈 밖에 안되는 놈이 아닙니까?”


“맞아, 내가 두 번째 차출돼서 싸운 놈도 첫번째 놈보다 조금 작은 놈이었는데 내가 만난던 두 놈은 모두 중간급 다크 사이어돈이라고 보면 될거야.”


“그 정도만으로 그 많은 플레이어들이 소멸했는데 그 보다 더 크고 강한 놈들이 나타난다면 정말 큰일이겠군요.”


“그렇지, 다른 은하계에서는 그보다  거대한 놈들도 나타났었다는데 그때 그 은하계의 플레이어들은 엄청난 희생을 치뤘다고 했어.”

“우리 은하계에는 그런 놈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거야 당연한거 아닌가, 만약 지금 출현한 놈보다 더 거대한 놈이 나타난다면 아마 지구의 플레이어들 희생은 이만 저만이 아닐 거야. 1차로 차출된 용병들이 물리치지 못하면 놈을 처치할 때까지 계속 차출되니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들이 죽어 나갈지는 아무도 예상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래서 이번에 혹시 네가 차출됐는지 교육장님이나 내가 걱정했던 거야.”

교육장이나 아레스는 정말 진심으로 날 걱정하는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아니라 내 자질을 걱정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내가 피지도 못하고 일찍 소멸 될까봐 걱정인 것은 교육장으로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때 나는 카이스 주를 한잔 들이키고 예전 국장이 했던 말을 상기하며 그 말이 정말인지 확인하듯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헌데 한번 랜덤으로 차출되면 바꿀 수는 없는 겁니까? 예를 들어 빽으로 뺀다든지 다른 플레이어로 몰래 바꾼다던지..?

“당연히 안 되지, 그것은 설사 챌린저님의 친족이라 해도 어쩔 수가 없어. 그리고 그것은 모든 행성의 불문율이라고 해야 할 거야.”

아레스의 말 중에 이상한 말이 있어 나는 곧바로 의문을 표시했다.


“친족이요..? 지금 시대에 아무리 챌린저라지만 친족이 있단 말입니까?”

“물론 태어나자마자 모든 정보는 삭제되고 모든 인간은 교육원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누가 나중에 챌린저가 될지 알 수 없어 설사 지금의 챌린저님이라 해도 당연히 부모님은  수 없겠지. 하지만 만약 챌린저가  후 자식이 태어난다면 태어난 자식을 교육원에는 보내겠지만 챌린저의 권한으로 그 자식이 누군지는   있지 않겠어? 그리고 교육원을 졸업해 챌린저님이 직접 수련을 시켜준다면 그 자식은 순식간에 엄청난 강자가  수도 있겠지.”


“그런 경우도 있겠군요.”


“솔직히 지구에서 몇몇 챌린저님들이 그런 편법을 쓴다는 것은 어느 정도 정보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


“하긴 한 대륙의 챌린저씩이나 됐는데 그 정도도 못한다면 말이 안되겠죠. 그럼 지금 저희가 살고 있는 이 아시아 대륙을 지배하는 챌린저님께서도 그러시겠군요.”

“그거야 모르지. 공공연히 그렇다는 것만 알고 있지 지금 챌린저님께서 자식을 낳았는지 아닌지 누가 알겠어.”

“하긴 그런 편법을 챌린저인 자신이 저질렀다고 대 놓고 까발릴 수는 없겠죠.”


“당연하지, 하지만 챌린저의 최측근은 알 수도 있겠지. 아무튼 그건 그거고 앞으로 네가 차출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정말 걱정이다.”

“설마 그 많은 골드 플레이어중에 제가 걸리겠습니까? 지구에 골드 플레이어만 수억은 될 텐데 그중 1-2천명 랜덤으로 차출되는 것에 뽑힐 가능성은 거의 없잖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두 번씩이나 차출됐잖니. 그리고 다크 사이어돈이 요즘 들어  우주에 자주 출몰한다고 하니 그래서 더욱 걱정인거지.”

“걱정 마세요 교관님, 전 언제나 운이 좋았으니 그 랜덤에서도 아마 운이 따를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디까지 승급될지 모르는 자질을 지녔는데 만약 차출돼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우리 교육원은 차치하더라도 아시아 지역에도 상당한 마이너스가 될 거야. 너 같은 인재 한명 나타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마  모를 거야.”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어깨가 조금 으쓱해지는데요?”

“그래, 너 정도면 그럴 만도 하지.”

오래전 지구의 지질이 한번 뒤엎어지는 바람에 인류는 멸망에까지 도래했었다.
하지만 역시 인류의 생명력은 끈질겨 지금에 와서는 지구 인구수가 어느덧 예전의 절반은 회복된 상태였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골드 티어만도 지금 수억이 아니라 수십억은 됐을 터였다.

한편으로는 다크 사이어돈에 대해 알수록 더욱 무시무시하다고 생각하며 혹시라도 그럴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암흑 물질에서 거대한 놈이 탄생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다시 응축돼 끝내 인간 크기로 작아진다면 그 힘이 어느 정도일까를 문득 생각해 보았다.


‘후우.. 감히 짐작조차 못하겠군.’


하지만 역시 그 능력은 내가 생각 할  있는 상상 밖이었다.


생각해보라.
달 정도 크기의 다크 사이어돈이 플레이어 13만여 명을 소멸시킬  있는 능력이 있다.
헌데 달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태양과 같은 거대한 크기의 놈이라면 이미 말을 다한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또다시  모든 기를 응축해 인간과 같은 작은 생명체로 작아진다면 그 능력은 말 그대로 감히 상상조차   없을 정도였다.


‘설마 그런 놈이 나타나려고..?’

그런 놈이 나타날 확률은 거의 0이라고 단정 지으며 술을 들이켜고 있는 아레스를 보다가 문득 내 눈이 한군데로 쏠리게 됐다.

아레스는  무릎을 꿇고 술을 먹고 있었는데 서 있을 때 무릎 위로 약간 올라오는 치마가  무릎으로 포개져 있으니 치마가 허벅지 중간부분까지 올라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지금껏 모르다가 이야기가 마무리 되자 이제서야 눈에 띠인 것이다.
 종아리와 무릎위의 허복지를 보자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눈길이 향한 것 또한 당연했다.
나도 피 끓는 청춘이고 비록 아레스가 교관이었지만 그녀의 나이는 나와 같은 25살의 싱싱한 육체인 것만은 틀림없었으니까.

잠시 그곳을 쳐다보고 있는데 아레스가 술을 마시다가 내 눈길을 느끼고 나와 자신의 허벅지를 번갈아보며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그런 나를 보며 장난스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우리 준수가 날  사랑했다더니 졸업하고 나서 조금 응큼해 졌는걸.”

그녀의 말에 나는 아차 싶어 실수한 걸 깨닫고 급히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죄송할 것까지는 없지, 사실 나도 육체 나이는 너와 같으니 사실상 동갑이나 마찬가지고 너도 젊은 나이인데 당연히 여자 몸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겠지, 준수가 그래도 교관인 내가 여자로 보이기는 하나보네.”

평소 아레스의 성격으로 봤을 때 꾸짖을  알았는데 그러질 않고 이해해주는 듯싶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겉모습은 비록 나보다 어려 보이지만 그래도 교관은 교관이었다.

아레스가 젊은 나이라고 하며 어른스럽게 말하자 지금 캐주얼하게 입어서 그런지 더욱 어려 보이는 그녀를 보며 문득 나이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교관님 나이를 물어봐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실례가 되는 건가요?”

“25살에 생체 나이가 멈춰지니 너도 알다시피 나이가 필요 없잖니, 그리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없고. 그러고 보니 내 나이가 몇이더라..? 25살에 처음 게임에 참가해서 2년이 조금 넘어 실버 티어로 승급했고 그리고 지금 3년 정도 흘렀으니까 대충 30살쯤 되지 않았나 싶은데.”

“그럼 교관님도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빠르게 승급하신거 아닌가요?”

“처음에는 조금 그런 편이었지, 하지만 골드 티어가 되고나서 10위권에 들지 못해 경험치가 삭감되는 바람에 계속 이 자리에만 맴돌고 있어. 아마 내 능력이 여기까지 인가봐.”


“그럴리가요, 아마 잠깐 슬럼프라서 그럴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다.”

이미 오래전부터, 아니 우주의 모든 생명체가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플레이어가 된 이후부터 나이는 무의미해지고 오로지 티어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 있었다.


만 살, 십만 살이 되어도 육체나이는 지구인들 경우 25살에 멈춰져 있으니 실살 나이를 따진다는 것은 무의미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레스보다 티어가 높아졌을 때 다크 사이어돈이나 아니면 다른 행성과 혹시 전쟁이라도 치루게 되어 전투에 참가하게 된다면, 그때는 내가 상급자가 되어 그녀는 내 명령에 따라야 했다.
물론 평상시에는 내가 아무리 높아졌다고 해도 한번 교관이었으니 그대로 예우를 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물론 나도 이제 정말 많이 취해 있었다.
가끔 나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새하얀 허벅지로 눈길이 갔지만 그녀는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주는 것인지  다음부터는 그것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혀가 꼬부라져 있었고 나 또한 술이 너무 취해 화장실을 가는데 비틀거리다가 내 발에 내가 걸려 바닥에 자빠지기까지 했다.

내가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한잔 마시자 그녀가 혀 꼬부라진 소리로 대수롭지 않게 한마디 했다.

“준수 너 집에까지 가기는 틀린  같으니까 저쪽 방에서 자고 가.”


“괜찮습니다, 교관님. 충분히 집에 갈  있습니다.”


“잔말 말고 자고가라면 가, 그러다가 길거리에서 잠들지 말고.”

“정말 괜찮다이까요.”


“말이 많다, 이제 졸업했다고 내 말 안 듣겠다는 거야?”

“아닙니다. 그럼 교관님이 자고가라고 하니까 자고 가겠습니다.”

“그래, 그래야 나도 맘이 편하지. 자.. 그런 의미에서 건배!”

“좋습니다, 건배!”


“다음에 내가 술 한잔 마시고 싶을 때는 이제 준수 너와 마셔야겠다.”

“좋습니다, 기꺼이 환영입니다.”

이제 나와 그녀는 어떻게 술자리가 파하는지도 모를 지경이 되도록 술이 완전히 떡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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