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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9화 〉178화 - 이길 수 없는 싸움 (179/190)



〈 179화 〉178화 - 이길 수 없는 싸움

주위 야만인들은 나의 제안을 듣고 모두 얼굴을 흉악하게 일그러트린채 나를 노려봤다.


솜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은 살기, 하지만 무엇보다 몸을 떨리게 만들었던 건 카이산의 공기를 울리는 듯한 웃음소리였다.

호쾌하기 그지없는 웃음소리 안에는 명백하게 적의와 살기가 가득 들어가 있었다.

광폭한 미소를 지은 카이산이 고개를 내려 나를 찢어 죽일 것처럼 바라본다.


"자존심 상하는군... 네놈따위가 날 이길 수 있을거라생각하는거냐? 그리고... 우리들을 돌려보내겠다고? 감히 우리들의 행진을 막아서겠다는 거냐?"


".... 영원히 나오지 말라는건 아니에요. 5년 고향으로 돌아가고 5년만 참아주셔도 괜찮아요."


"큭큭큭큭 당돌한 녀석... 이제보니 남자였군... 흥 좋다 네놈이 이기면 물러나마 그레이스... 저 여자도 포기하고 5년 동안 고향에서 지내도록 하지."

"... 그럼"


"단!!!"

순간 크게 소리친 카이산이 두눈을 부릅뜬 나를 노려봤다.

"조건을 하나 더 붙여라."


".... 뭐죠?"


"너... 만약 나에게 진다면... 나의 애완동물이 되야할거다."


"......"

"흐흐흐 내 옆에서 쓰레기를 주워먹으며 너의 아내들이 내 아래 깔려 신음소리를 흘리는 모습을 영원히 보겠다약속하면 받아들이지."

카이산이 받아들일 것 처럼 말하자  야만인이 얼굴을 잔뜩 구긴채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대족장! 그게 무슨..!!!"


퍼어억!!


잘 익은 토마토가 터지 듯 앞으로 나선 야만인의 머리가 순식간에 터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사방이 차가운 적막에 휩싸이고 카이산은 얼굴에 표정을 담지 않은 채 말했다.


"이야기 중이다."


... 안보였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야만인의 머리가 터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한건 카이산의 오른손등에는 피가 묻어있었고 그는 내 동체시력으로 따라가지 못할만한 빠른 속도로  야만인의 머리통을 으깨버렸다.

그와 동시에 그가 아까전 나를 봐주고 있었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오싹함에 꿀꺽 침을 삼키는 순간 카이산이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봤다.

"받아들일건가?"


".... 예"

"좋아 시원하군."

고개를 끄덕인 카이산은 한 야만인에게 소리쳤다.


"너, 무기를 가져와라. 아  어떤 무기를 쓰지?"


".... 방패와 장검입니다."


"좋아 가져와라."


그리고 카이산은 어깨를 이리저리 풀며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죽이지는 않으마. 대신... 앞으로 제대로 걸을 생각은 절대 못하도록 만들어주지."

그와 동시에 나에게 쏟아지는 포식자와 같은 눈빛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난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 흔들리는 의지를 단단히 굳히며 난 똑바로 그를 바라봤다.

그 순간 나와 카이산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레이스가 앞으로 나서면 말했다.

"잠깐."


"뭐지?"

"지금 이대로 싸우겠다는 건가요?"

"....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냐"

"당신도 제가 물어보고 싶은건 알고 있지 않나요?"

"후우... 골치아픈 여자로군... 좋다 나도 이대로 싸우는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그레이스를 향한 얼굴을 꺽어 나를 바라보며 카이산이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첫번째 난 아까전과 같이 왼손만을 그리고 힘도 제한해서싸워주마. 그리고 두번째 만약 네놈이 한번이라도 나에게 공격을 먹인다면... 즉  몸에서 피를 보이게 만들면 너의 승리로 쳐주마. 자  정도면 만족하나?"


아내는 아무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카이산을 바라보며 난 이 절호의 찬스를 차버릴 생각따위 추호도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한줌 희망도 없는줄 알았지만 그의 높은 자존심과 아내의 핀잔에 실날과도 같은 희망이 내 손에 쥐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괴물  괴물, 나와 같은 힘으로 상대한다 하더라도 그에게 과연 상처하나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겨야 한다.


나를 믿어주는 아내와 사람들 그리고 저들의 발걸음 아래 죽어나갈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

그래 솔직히 말하자.


클로디아를 위해 스이를 위해 세실을 위해 그리고... 그레이스를 위해 난 추하게라도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다시금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려 결의를 다진 나는 야만인이 건내주는 검과 방패를 들어올리며 바라봤다.


라운드 쉴드였다. 중앙에는 손을 보호할  있는 철제 돌기물이 돋아나 있었으며 나무로 만들어진 방패 겉면에는 가죽이 덮어씌워져 있었다.

검 또한 그닥 특별할 것 없는 일반적인 장검이었다.


누군가에게 약탈한 걸까? 검에는 약간이지만 이가 나가있었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살갗을 베기에는 충분했기에 가죽끈으로 돌돌 말려진 그랩을 꽉 쥐었다.


그리고 자세를 갖추고 그를 바라봤다.

여유로운 눈빛으로 장비를 확인하고 준비를 마친 나를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카이산은 곧바로 어슬렁 어슬렁 마치 마실을 나가는 사자인 것 마냥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압박감은 확실히 엄청났다.


그래도 한번 그에게 죽을뻔 한게 도움이 된걸까? 방금전과 같이 몸이 안 움직일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야는 맑고 더할나위 없이 집중이 되기 시작됐다.


무엇보다 몸에 피로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이상함을 느꼈지만 재빠르게 그 의문을 머리 한 구석에 처박아 넣은 나는 눈매를 날카롭게 세운 뒤 그를 바라보는 순간.


탁!


흙이 흩날리는 소리와 함께 카이산이 돌진해왔다.


아까전과 같이 단단하게 지면에 발을 붙이고 주먹을 내지르는 카이산, 난 침착하게 방패를 들이밀었다.


팍!!

재빠른 나의 행동에 그의 주먹은 뻗어져 나가기 이전에 나의 방패에 가로막혔고 난 그대로 복부를 향해 힘차게 칼을 찔러넣었다.


카이산은 자신에게 뻗어지는 검을 한발자국 내가 방패를 쥐고 있는 쪽을 향해 움직여 피했다.

큰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부드럽고 재빠른 움직임 나는 그대로 방패 손잡이를 꽉 움켜쥔 상태에서 힘차게 그를 밀쳤다.

물론 나의 방패 밀치기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 방패 밀치기를 그대로 맞으며 손을 들어올려 방패를  쥐었다.


  호흡만에 벌어진 일, 나는 가쁜 숨을 내뱉은 후 곧바로 짧게 숨을 들이마쉬는 순간 그가 주먹을 들어올렸다.

난 그의 주먹을 보고 방패를 들어올리려 했지만 그의 단단한 손에 붙잡힌 방패는 무겁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건 아니었다. 분명 무겁기는 해도 움직이기는 했으니깐.

그리고 그의 주먹에 정신이 팔려 방패를 붙잡은 주먹을 신경쓰지 못한 나의 행동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왔다.

퍽!!!

"크흡!!"


난 그의 주먹이 정확하게 턱에 닿는 것을 느끼며  세상이 핑핑 도는 것을 느꼈다.

분명 아까  한대라도 맞았다가는 머리가 곤죽이 될 것만 같은 위력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내 힘보다 조금 덜했다.

하지만 3미터에 달하는 키 차이는 그런  차이 따위는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다.

난 핑핑 돌기 시작하는 세상을 느끼며 이를 악 물었다.

그리고 최대한 시선을 그에게 고정한 채 황급하게 방패를 놓고 뒤로 물러났다.

어지럽다.

숨도 쉬지 않고 바쁘게 공격을 주고받은 탓에 공기를 받아들이지 못한 머리가 더욱 어지러워졌다.

난 호흡을 가다듬으며장검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그래도... 그래도 정신을 잃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카이산을 바라보니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내가 정신을 차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벌써 끝인가?"


"퉷...!"

태연하게 말하는 그에게 시선을 고정한 나는 입가에 맴도는 핏물을 바닥에 뱉으며 말했다.


"후우.. 아직... 괜찮습니다... 후우..."

"그래 그래 주먹 한방에 나가 떨어지면 안되지 큭큭큭 자 그럼 바로 간다."


"후우... 네..."

방패를 내던진 그는 거대한 덩치로 가볍기 그지없게 그는 돌진했다.


순식간에 거대해지는 형체, 고개를 들어올린 나는 마치 거인을 상대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투지는 꺽이지 않았다.

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뻗어지는 그의 주먹을 바라보며 낮게 몸을 숙인 채 앞으로 달려갔다.

이번건 피한다.


파앙!!


머리 위에서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를 들으며  그대로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갔다.

단 한번만 상처를 입히면 된다.

그 생각 하나만을 머리속에 때려박은 채 난 양손으로 붙잡은 장검을 그대로 그에게 찔러넣었다.


그리고 카이산은 갑자기 사라졌다.


순식간에 몸을 틀어 장검을 피한 카이산은 그대로 틀던 힘을 역이용해 발차기를 날렸다.


퍽!!

"커억!!"


숨이 확 빠져나가는 것만 같은 통증과 함께 나는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쿨럭! 커헉! 쿠훕..! 쿨럭..! 후우욱...! 후욱!!"


땅바닥에 엎어진 채 난 옆구리를 붙잡은 채 쿨럭거리던 나는 조금의 시간도 주지않고 나에게 다가오는 거대한 망치와도 같은 발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 발을 향해 난 장검을 휘둘렀다.

 장검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며 닿으려는 순간 그의 발이 순간 위로 올라갔다고 순식간에 내려왔다.


칼날 중앙에 내려찍힌 발에 당황하자 그는 다리에 힘을 주더니 그대로 들어올렸다.

퍽!!


발등에 턱을 얻어맞은 내가 찍소리도 못하고 나자빠졌지만 그는 아까 전과 같이 멈추지 않았다.


그의 발바닥은 그대로 체중을 실어 아직 검을 잡고 있는 나의 팔에 내려찍혀왔다.


으직...!


"큭...!"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만 같은 통증과 함께 한쪽 팔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낀 나는 이를 악문채 곧바로 남은 한손으로 검을 잡고 그의 단단한 다리에 휘둘렀다.


물론 그는 제대로 자세도 잡지 않고 휘두르는 나의 칼날을 아주 손쉽게 피했고 난 잠깐의 시간이라도 번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후우...! 후우....!"

턱이 아리다.

팔은... 뼈가 부서졌다.

손목 위가 약간 부풀어오른 모습을 보니 인정사정 없이 부서진듯 하다.


아프다.

그래도... 참아야했다.


아릿한 턱에 있는 힘껏 힘을 주며 난 남은 왼손으로 검을 들어올렸다.

카이산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내가 자세를 잡는 것을 기다렸다.

"후욱..! 후욱...! 후욱...!"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을 간신히 참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던 카이산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다시 간다."

순식간에 좁혀져 오는 거리, 난 두 눈을 부릅 뜨고 그의 움직임을 쫒았다.


좌측에서 다시 주먹.


난 다시 그의 안에 파고들며 피했다.

그리고 그는 자연스럽게 몸을 비틀며 나에게 발차기를 날렸고 이미 발차기가 날라올 것을 알고 있었던 나는 곧바로 그의 커다란 덩치를 역이용해 바짝 땅바닥에 달라붙었다.


그 상태에서 왼손에 쥔 검을 땅에 붙어 있는 다리를 향해 고통을 참으며 사력을 다해 휘둘렀고 난 곧 이어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이를 갈며 땅바닥을 구를  밖에 없었다.

왜 피하냐고? 왜냐하면... 그는 발차기를 날리는 와중에 높게 점프를 해 나의 검을 피한 후 곧바로 땅바닥에 착지한 상태에서 그 거대한 주먹을 나에게 뻗었기 때문이었다.


쿵!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처박힌 그의 주먹을 흘깃 바라본 나는 튀어오르듯이 일어선 후 다시 그에게 검을 휘둘렀지만 이번에는 그가 나에게 바짝 다가오더니 부드럽게 나의 팔꿈치를 붙잡더니 뒤로 돌아 나를 그대로 내다 꽂아버렸다.


 시야가 높아지고 정신을 차린 순간 나는 땅에 꽂혀있었다.

"쿨럭...!"

어간에 파문을 그리며 온몸에 퍼져나가는 통증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에도 나는 가슴속에서 샘솟는 투쟁심을 바탕으로 아직도 내 팔을 잡고 있는 그의 단단한 손에 그대로 이빨을 들이댔다.

자그마한 상처라도 나는 것을 경계했던 그는 곧바로 나의 팔을 놓고 물러났으며  어질어질한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일어섰다.

"후욱.. 후욱... 후욱..."

어지럽고 온몸이 아팠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기에 난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굳센 눈빛으로 아직도 여유로운 카이산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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