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변화(1)
- 도시로 돌아가는 길 -
도시가 보이기 시작한다. 진짜 거의 다 왔나보다. 우리는 그동안 대화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난 엄마로 망상하며 딸쳤는데 어떻게 태평하게 말을 걸겠냐고...
"아들, 슬슬 도시에 다 와 가는구나."
다행히 엄마가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이대로 말을 안했다면 우리는 끝끝내 서로 한마디 말도 안하다가 더욱 멀어졌겠지?
"아 네!"
"......" "......"
젠장! 대화가 끊겼어! 잘못 반응한건가? 이러면 안된다고! 무....무슨 주제로 대화를 해야하지? 아 그 숲으로 향하던 길에 만났던 고블린들!
"엄마, 우리 푸쉬 숲으로 갈때 만났던 고블린 무리들 기억해요?"
"물론이지, 그때 일은 왜 얘기하는 거니?"
"그때 저희가 고블린들이 도망쳐 오는 것 같다고 했잖아요. 무엇으로 도망쳐 오던 것이었을까요? 원래라면 숲을 탐방했었어야 하는데 어쩌다보니 그냥 귀환하고 있네요."
정말 왜 도망쳐 오던걸까? 드래곤이라도 있던걸까? 정말 드래곤이었다면 한번쯤 봐보고싶다. 판타지 세계에서 남자의 로망이잖아 드래곤!
"글쎄...... 길드에 도착하면 접수처에 알려주도록 할까? 지금 다시 숲으로 가는 것도 애매해졌고."
"그게 좋겠네요."
또 대화가 끊겼다. 같이 길을 걸을때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져야만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대화라도 안하면 이 어색한 공기를 견딜 자신이 없다. 무슨 대화로 계속 말해야 하지? 이전에 우리는 어떤 주제로 대화를 했었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환장하겠다.
결국 우리가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 대화를 나누는 일은 없었다.
"바로 길드로 가실건가요? 아니면 호텔에 들렀다가 가실건가요?"
"길드로 가자. 거기서 지부장한테 해야 할 말도 있고."
할 말? 무슨? 고블린 사태 말인가?
"알았어요."
길드 건물로 들어온 우리는 시리 눈나에게 가고자 했다. 그러나 시리 눈나의 앞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역시 미인이라 그런가 인기폭발이네. 대기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시리 눈나의 얼굴을 보고 헤벌쭉한 상태다. 나도 접수나 의뢰 완료 보고는 시리눈나한테 하고 싶은데
"미노, 의뢰 완료 보고는 다른 접수원 분을 통해 하죠."
엄마는 망설이는 나를 보고 말씀하셨다. 어쩔 수 없지. 저 인원을 다 기다리기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다고 순서를 개무시하고 바로 눈나한테 보고하기에는 내 등급이 그렇게 좋지 않고.
"엄마는 잠시 지부장님 좀 만나고 올게요. 보고하고 있어요."
결국 난 다른 접수원에게 의뢰 완료 보고를 했다. 이 접수원 분은 남자였다. 어쩐지 혼자 대기열이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이더라...실적제인 접수원에게는 슬픈 일이겠군. 이 접수원 이름은 뭐냐고? 남자의 이름을 기억하겠냐고! 예쁜 여자들 이름 기억하기도 바쁜데 남자 이름 외워서 뭣할래!
"미노 님 비아그라 50송이 수집 의뢰 완료되었습니다. 보상금 50만원 즉시 수령하시겠습니까? 즉시 수령할 경우 5퍼센트 수수료를 별도로 깎습니다."
아니 길드는 의뢰 접수할때 의뢰 대금 미리 받고 난 후 의뢰를 게시판에 게시하는 거 아니었어? 근데 왜 즉시 수령하면 수수료를 또깎냐? 뭐 길드 이놈들 선불로 받은 의뢰 대금으로 돈놀이하냐?
길드의 의뢰비 기본 수수료는 5퍼센트인데 즉시 수령할 경우 5퍼센트 추가 수수료가 붙어 10퍼센트가 까인댄다. 양아치 길드네 아주. 그렇지만 수수료 5퍼센트 아끼자고 이틀 뒤에 수령하는건 너무 귀찮다. 첫 의뢰 성공 대금인데 바로 가져가고 싶다고!
"즉시 수령하겠습니다."
"네. 50만원에 수수료 10퍼센트 차감하여 45만원 보상 지급되었습니다. 패를 주시겠습니까?"
오......신분패에 지갑 기능도 있었구나... 은근히 다용도 패네? 이거 개발한 기술자랑 마법사들은 진짜 존경합니다.
난 할 일 끝났는데 엄마는 아직인것 같다. 잠시 기다리고 있자.
가만히 앉아 있으니 여러 생각이 난다. 전생의 나랑 같이 밥먹고 있던 걔는 어떻게 됐을까...좋은 곳에 전생했을까? 그래도 날 제일 잘 챙겨주던 녀석인데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 엄마 온다.
"엄마, 얘기는 다 하셨어요?"
"그래. 나머지는 가면서 이야기하자."
"그러죠 뭐."
우리는 호텔을 향해 걸어갔다. 또다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대화가 없으니까 가만히 길을 걸을 뿐인 행동도 힘들어! 이 어색한 정적을 깬 건 엄마였다.
"미노."
엄마는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네 엄마."
"엄마는 이제 에트란 시로 갈 거에요. 하이비스 아카데미의 검술 교관으로 갈 예정이에요."
"......네?"
"루다 지부장과 이야기한 항목이에요. 제 경력을 낭비하기 아까워서 제가 제안했어요. 내일이면 실비아 양에게 연락할 거에요."
"......어째서 갑자기 그런 결정을 하는 거죠?"
"미노도 이제 성인이니까. 독립해야 해요."
거짓말이다. 사람은 거짓말을 할때 몇가지 특정한 행동을 한다. 엄마는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최대한 숨기려 한 모양이지만 내 예리한 감각에는 통하지 않는다.
대체 왜 거짓말을 하는거지? 나와 헤어지고 싶어서? 왜?
내가 잘못을 저지른건가? 딸친거 걸렸나?
"............싫어요."
"뭐라고요?"
"싫다고 했어요. 싫어요. 싫다고요. 엄마가 내 눈앞에서 떠나는게 싫어요."
그래 싫다. 엄마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 절대 놓을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대로 놓치면 영영 놓쳐버릴 것만 같다. 다시는 잡을 수 없게 떠나버릴 것 같다.
사람의 가치관은 어릴 때 정해진다고 한다. 어린 내 세상의 전부는 엄마와 아빠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엄마는 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여신님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내 1순위는 언제나 엄마였다.
엄마를 이대로 놓칠 바에는, 가질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미노!"
"엄마, 아니 미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들로서도 그리고 남성으로서도. 그러니, 절대 놓아줄 수 없습니다. 당신을 강제로 취하는 한이 있더라도 내 곁에서 떠나보낼 수 없어요."
"미노......먼저 들어가서 자요. 이따 들어갈게요. 고백에 대한 답은......지금은 말해줄 수 없습니다."
까였구나.....씨발 어떡하지? 어떡해야 좋지? 강간이라도 해? 하지만 엄마가 슬퍼하는 건 보고싶지 않은데 어떡해야 좋지? 하아 모르겠다 일단 한숨 자고 생각하자.
이대로 나는 호텔에 들어갔고 방에 들어간 후 씻고 눕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미아's side-
귀환하는 동안 차마 아들의 얼굴을 보질 못하겠다. 아들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그때 가슴을 들이밀지 말 걸 그랬나? 충동적으로 한 행동에 후회가 밀려온다.
이대로 있는게 어색해서 도시에 다 와 간다는 당연한 소리도 해봤지만 대화가 이어지질 않는다. 이전에는 어떻게 대화했더라? 기억이 안난다.
그나마 미노가 대화 주제를 꺼내서 다행이다. 잠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나마도 곧 끊겼지만
이대로 미노를 보고있자니 또 발정이 나버릴 것 같다. 미노랑 좀 멀어져 지낼 필요가 있겠어.
길드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미노에게 의뢰 대금 수령을 맡긴 채로 루다 지부장을 찾아갔다.
형식상 등급은 B등급이지만 전직 S급의 명성이 있어서 나는 지부장을 바로 만날 수 있었다.
"미아 님? 어쩐 일이세요?"
"푸쉬 숲을 향해 가던 중 고블린 무리와 조우했습니다. 퇴치하긴 했습니다만 그들은 무언가로부터 겁을 먹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푸쉬 숲을 한번 탐색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미아 님이 하시는 말씀이라면 쓸데없는 기우는 아닐 가능성이 높겠군요. S급의 직감이란 때때로 어지간한 정찰보다 더 정확한 법이니까요."
"그리고......"
"무언가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십니까?"
"저를 하이비스 아카데미의 검술 교관으로 추천해 주실수 있겠습니까?"
"갑작스러운 사항이라 당황스럽군요. 아카데미 측에서 모험가들을 교사로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받기는 했습니다만...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저번에 미노와 지부장실에 왔을 때 앞에 있던 서류에 눈이 가서 읽었습니다."
"저야 물론 미아 님이라면 만사 오케이지만....미아 님은 지금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가시는 것 같습니다."
"......!"
"저는 타인의 감정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미아 님은 도피처를 찾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 도피처로 하이비스 아카데미의 검술 교관을 고른 것 같고요."
"딱히 그런건 아닙니......"
"미노 군 때문입니까?"
"!!!!"
"맞는 것 같군요. 저는 일단 당신의 요청을 받지는 않겠습니다. 하루의 기간을 드릴테니 미노 군과 잘 이야기해보세요. 다음날에도 의견이 변하지 않는다면 당신을 아카데미 교관으로 추천하겠습니다. 아, 미노 군과 잘 풀리면 제가 이런 제안 했다고 미노 군한테 말해주면 더 좋고요."
기분 나쁠 정도로 예리한 지부장이었다. 미노와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건가....
나는 미노에게 아카데미 교관으로 간다고 말했다.
미노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솔직히 기뻤다. 우리 미노가 이렇게 나를 믿고 의지한다니
나는 거짓말을 했다. 진실은 아들에게 욕정하고 남성으로 의식한 것이 부끄러워 도망치는 것이니까. 독립이 이유라는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미노는 내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걸 싫어했다.
이렇게까지 화를 내며 싫어하는 미노는 처음 본다. 지금까지의 미노는 내 말이라면 뭐든 수용했다. 그랬던 미노가...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거부했다.
이어지는 미노의 말에 나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엄마, 아니 미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들로서도 그리고 남성으로서도. 그러니, 절대 놓아줄 수 없습니다. 당신을 강제로 취하는 한이 있더라도 내 곁에서 떠나보낼 수 없어요."
아들이 나에게 프로포즈를 한 것이다. 표정 관리가 되질 않는다. 자꾸 입꼬리가 올라가려 한다. 아들의 프로포즈를 들은 순간 나의 보지에서는 애액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미노도 나에게 마음이 있었어!'
나는 그자리에서 미노를 덮치고 싶었다. 그자리에서 미노에게 범해지고 싶었다. 미노의 자지에 보지를 박히고 미노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미노에게 사랑한다는 소리를 듣고 미노의 정액으로 자궁을 마킹당해 미노 전용 보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된다. 아직은 안된다. 우리의 첫날밤은 깔끔한 호텔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미노를 일단 호텔 안으로 보냈다.
조금만 기다려줘 미노......오늘 밤......오늘 밤에 우리는 하나가 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