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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27/90)



〈 27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린은 홍희의 유두를 입으로 애무하며, 손으로는 그녀의 음부를 살살 쓰다듬었다.

"하아, 좋아. 린-"


"공주님 저도 해주세요"

"응"


홍희는 축축하게 젖어있는 린의 음부에 손을 비집고 넣어 음핵을 건드렸다.


"하으읏-!"

"린, 익숙치 않은 곳에서 하니, 평소보다 더 흥분한 것 같은데?"

"그런 말씀마세요. 오히려 공주님이 평소보다  적극적이신 것 같은데요?"

"오늘 많이 힘들었나봐-"

"제가 잔뜩 위로해드릴게요"


천마신교 내에 유력가문과 정략결혼이 예정되어 있었던 공주와 공주의 호법인 린은 그렇게 서로의 몸을 탐하며 무림맹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이곳으로 오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태수가 꼬치를 입에 넣으며 물었다.

솔직히, 비류가 이곳에 올 확률은 크게 높지 않다고 보았다.


만약에, 오더라도 상당히 늦게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불과 2~3일 만에 하운 마을로 왔으니  사이에 어떤 심정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비류는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속내를 말하지 않고 참아내는 것이 익숙해졌지만 그것은 곧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분화구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감성적이구먼-"

살수는 살검殺劍을 배우기 전에 무정無情, 감정을 죽이는 것부터 배운다고 한다.

하지만,  앞에 보이는  남자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감정이 없는 인형이 아니었다.


오히려, 감성에 아주 충만한 남자였다.

"뭐, 말해봐-"


"저는 어렸을 적에 이유도 모른 채, 부모님에게 버림받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원망이라는 감정조차 몰라, 그저 부모님이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만 생각했죠"

부모가 비류를 버리고 간 것은 소꿉장난 같은  아니었다.


버려진 비류는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비류는 아득바득 거지소굴 같은 곳에서 살아남는 데 성공했고, 그런 비류를 눈여겨 보았던 한 남자가 '따라와라'라는 말을 했다.


"저는 그 당시에 그 남자의 말에 왜 따라갔는지 지금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았지만, 저는 홀린 듯이 그 남자를 따라갔습니다"


비류가  남자를 따라가고, 첫날 배운 건 다름아닌 사람을 죽이는 법이었다.

"그 남자는 저에게 사람을 죽이는 데 재능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전 사실 기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저는 죽이고 싶은 사람이 정말 너무 많았습니다"

이후로, 비류는 남자에게 살수를 위한 무공을 배워나갔고 어엿한 살수가 되어갔다.


하지만-

어느 날, 비류를 데려왔던 남자는 늘 그렇듯 살수행을 나갔고, 그 이후로 돌아오지 못했다.


살수의 마지막 종착점은 언제나 그렇듯 비참한 죽음이었다.

"저는 부모님이 저를 버렸다는  깨달았을 때보다, 그 남자가 죽은 게  가슴이 아팠습니다"


비류는  이후로 몸을 담았던 살수 단체와 연을 끊고는 방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밥 벌어 먹고 살  있는 방법은 결국 사람을 죽이는 것밖에 없었다.

그는 다시 되돌아왔고, 나름대로 명성을 쌓아 본인만의 살수 단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여기까지가 제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로는 뭐-"

"살수의 이야기인가"


태수는 살수, 비류가 걸어온 길이 시원시원하지 않고, 억울함으로 가득 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이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아 살인殺人에 재능이 있다는 말에 좋아했을 때에도, 결과적으로 비류는 자신이 죽이고 싶은 사람을 죽이지 못했다.

그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살인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의 검은 늘 다른 곳으로 향했다.


"솔직히, 난 살수 같은 거 못해먹을  같군-"


"..?"


"죽이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 좆같은 사람들을 냅두고 연고도 없는 다른 사람을 죽인다고? 말도 안되지-"


"그, 그렇습니까?"

-사람을 죽이는 인륜을 거스르는 일을 왜 해?

비류는 인간의 그런 도덕적인 부분에 대해 태수가 말할 줄 알았으나,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을 짚었다.

"이야기하니까 이제 좀 응어리가 풀렸나?"

"덕분에 좀 풀렸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넌 내 검이 되어라"

"그 말씀은-"

"너 죽이고 싶은 사람들, 마음껏 죽이라고. 내가 뒤는 봐줄테니까-"

태수의 말에 비류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내가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은 본 무대에서만 화려하게 이뤄져야 하거든. 그 대신 넌  어두운 부분이 되어, 죽이고 싶은 새끼들 마음껏 죽이라고-"


"..."

태수는 비류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자 재차 입을 달싹였다.


"너 마음먹고 결정해서 여기 온 거 아니었어? 뭐 이렇게 반응이 느려? 이런 기회 흔치 않은데"


"당신, 아니 주군의 검이 되겠습니다"

비류는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주군의 어두운 부분이 되겠습니다. 주군이 앞에서 활약한다면, 전 뒤에서 주군을 방해하는 적들을 살殺할 것입니다.


"말 이해못했네. 너 죽이고 싶은 새끼들 죽이라니깐-"

"주군이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제가 죽여야 할 사람이 되지 않겠습니까?"


"말 잘하네?"

태수는 피식- 웃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근데, 너 지금 엄청 약해. 알아?"


"주, 주군이 비상식적으로 강하신 겁니다"


비류는 살면서 약하다는 소리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무인으로서 초절정고수에 오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재능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모시게 된 주군은 그것조차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최소, 실전에 나설려면 화경은 되어야 하지 않겠어?"

"화, 화경-"

무림에 대략 오백인五百人 정도만 화경 고수일 정도로, 화경은 드물었다.


기초무공도 아닌, 배우기도 까다롭고 익히기도 힘든 상승무공을 대성의 성취를 이루어야만 화경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말이 쉽나?


재능있는 대부분의 무인들은 익히고 있는 상승무공의 성취 10~11성 언저리에 막혀, 대주천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화경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비류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건 오래 전 일.


그 이후가 문제였다.


"뭐,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은 확실히 해줄테니까. 비무라던지-"

"감, 감사합니다-"

무인에게 있어 고수의 가르침이란 늘 은혜로운 것이었다.


비류는 감격했다.


부하의 무공 공부를 신경써주는 주군은 흔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태수는 신입으로 들어온 비류의 몸이 굳어있는  보고 그의 몸을 두드려주며 자리를 떴다.

마을축제 덕분에 고기도 배부르게 먹고, 술도 실컷 마신 마을사람들은 흥에 겨워 춤을 추다 이내 지치고 졸리는지 슬슬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술에 취해 정리도 제대로 안하고 갈  같은 마을사람들은 그 와중에 자리를 깨끗이 청소하고 갔다.


"주인님, 정말 멋진  같아요-"


"왜?"


"멋지잖아요. 그 노인네랑 비교하면 너무 멋져요"

혜수가 태수에게 살포시 안겨왔다.

태수는 혜수의 굴곡진 몸매를 느끼며, 그녀의 음부를 비집고 음핵을 건드렸다.

"하으읏-!"


혜수가 몸을 떨며, 교태로운 소리를 냈다.

"가가, 이제 자야 할 시간이에요"

둘의 애정행각을 보고 있던 소혜가 혜수 반대편으로 와서 태수에게 안겨왔다.

"그렇지, 자야  시간이지"


"아아앙-!"

태수는 나머지 한 손으로는 소혜의 풍만한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쥐었다.


'나, 나도 저기에 끼고 싶어-'


선하는 자신을 만져주지 않는 태수에게 속으로 야속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 나에게는 왜 적극적으로 안 다가오는 거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여자가 적극적으로 태수에게 들이댄 것인지-

아니면, 태수가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댄 것인지-

'내일 소혜에게 물어봐야겠어'


혹시나 자신에게 매력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그런 거라면 여자로서 너무나 우울해질 것만 같았다.

"흐음-"

태수는 어떻게 잠을 자야할  난감했다.

오른쪽으로는 달자와 소혜가, 왼쪽으로는 혜수와 선하가 범람하듯 자신의 몸 위에 팔다리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집 지붕 위에는 주군을 지켜주겠답시고 비류가 잠도 안자고 경계하고 있었다.


거미의 초감각이 있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음에도, 비류는 부하된 자로서 그럴 수 없다며 꿋꿋이 경계를 유지했다.

은근히 느껴지는 여자 네 명의 태수의  경쟁에, 태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일단, 시간이 나면 집부터 지어야겠어-'





홍희와 린이 뜨거운 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무림맹에서는 천마신교 사신 일행을 맞이하는 연회가 열렸다.


연회의 관심사는 단연코 천마신교의 공주, 주홍희였다.


그녀의 독보적인 외모는 남성들의 시선을 끌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녀의 외모는 차갑고 도도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졌다.

천마신교의 옷은 그런 그녀의 매력을 더해주는 날개였다.


그녀는 흑염룡을 상징하는 천마신교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검은 단복을 입고 있었다.


몸을 탄탄하게 조여주는 단복을 입었음에도, 감춰지지 않는 굴곡진 몸매의 선에 남자들은 힐끗힐끗 그녀를 계속 쳐다보았다.

'버러지 같은 남자들-'


어젯밤- 린에게 따뜻하게 대했던 홍희의 모습 대신, 지독하게 차갑게 느껴지는 홍희가 이 연희에 참석하고 있었다.


린은 홍희 뒤에 서서 주변을 경계했다.


린의 외모도 홍희 못지 않게 아름다워, 역시 남성들의 시선을 자주 받곤 했다.

"무림맹에   환영하네. 준비해온  크게 많지 않지만, 재밌게 즐겼으면 좋겠네"


"저희를 이렇게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형식적으로 인사를 하고 난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오고 갔다.

"무림맹과 저희 천마신교가 이 기회에 더 자주 교류했으면 하는 마음에 저희가 이렇게 왔습니다"

"교류라면-"


"괴물 군단이 곧 언제 다시 침공올지 모릅니다. 서로가 힘들  도움을  수 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그렇지만, 굳이 도울 필요가 있겠는가? 이번에 무림맹은 괴물 군단을 쉽게 막았네"

"그건 저희 천마신교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연회의 분위기는 초장부터 차갑게 식어갔다.


'숨기고 있는 목적이 무엇인지 말해라-'

위지운은 저 공주의 머릿속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직접 듣지는 못해도, 겉으로 보이는 행동거지나 우연히 나오는 말투에서 유추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천마신교는 단순히 무림맹과  교류하며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으로 여기에 온 것이니까요"

"하하- 무림맹이 그 뜻을 모를리가 있나?"

그렇게 분위기가 풀리는 것 같았으나, 그 이후로 이어지는 대화는 큰 소득없이 의미없는 형식적인 대화만 오고갔다.


"며칠 더 지내고 가겠나? 이렇게 양 국이 수십년 만에 교류를 하게 되었는데, 그 의미에서 말이지"


위지운은 떠보는 마음으로 천마신교의 공주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맹주님께서 권유하시는데, 제가 감히 거절할 수는 없겠지요"


공주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듯, 그 제안을 쉽게 받아들였다.

덕분에, 위지운은 천마신교가 무슨 생각을 갖고, 이렇게 무림맹에만 사신 일행을 파견한 건지 그 이유에 대해 조금이나마 확신하게 되었다.


'어젯밤, 내가 생각한 게 맞았나-'

위지운은 확대 해석한 것일지도 몰랐던 그 생각이 지금 이렇게 맞아떨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연회가 끝나고 무림맹의 사람들은 공주와 친분을 갖기 위해, 접근했으나 홍희는 연회 때와는 달리 시종일관 차가운 눈빛으로 남자들의 접근을 불허했다.

"공주라 그런지 엄청 비싼 척하네-"

"뭐, 비싼 척이 아니라 실제로도 비싸긴 하겠지만-"

"저런 년도 침대에서는 자지 박아주면, 앙앙- 거리는 건 마찬가지야"


"혹시, 그거 아나? 천마신교의 공주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있-"

스윽-

음담패설을 하던 남자들은  말을 계속 잇지 못했다.

그 음담패설의 주인공이 남자들 앞에 벌레 바라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하하- 이거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그려-"

"그럼, 우린 이만-"


무림맹 중견의 위치에 속한 이들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홍희의 발에 막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벌레 같은 새끼들- 이미  밖에 나온 말을 주워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 아니 사과하지 않았소? 이거 왜 이러시오?"


홍희가 봐주지 않겠다는 듯, 창을 쥐자 남자들은 일순 긴장했다.


천마신교의 교주는 천하십대고수天下十大高手 중 한 명이었다.

즉, 현경의 고수였다.

그렇다면 그의 딸은 도대체 얼마나 강하겠는가?

'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신으로 온 주제에 남의 집 마당에서 피를 직접 볼 리가-'


그런 남자들의 예상을 깨트리고, 홍희는 창을 휘둘렀다.

엉겁결에 남자들은 홍희의 창을 받아칠려고 했지만, 창은 기묘한 각도로 굴절되어 그대로 남자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끄아아아악-!"


"더러운 피-"

홍희는 창에 묻은 남자의 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크게 휘둘러 피를 공기 중에 날려보냈다.


 피는 남자의 중요 부위가 잘려서 묻은 피로, 남자들은 순식간에 잘린 자신의 고추에 극한의 고통을 느끼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미, 미친 년. 여기가 어디라고 피바람을 일으켜!"

"너희 같은 쓰레기들은 평생 그렇게 고추가 잘린  사는 게 맞아"


홍희는 남의  안에서 칼부림을 했음에도, 개의치 않다는 듯 제  길을 걸었다.


곧,  일은 무림맹 수뇌부에도 들어갔고 사건의 전말이 전해지자 위지운은 골머리를 썩혔다.

'내가 생각한 게 맞다면, 이건 뭐지? 그저 공주의 날선 성격 때문에 벌어진 일인가-'


사람들은 남의  마당에서 피바람을 일으킨 천마신교의 공주를 당장 포박하고 그 죗값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무림맹에서는 이 일에 대해 처리하는 건 일단 무한히 보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일 덕분에 무림맹의 남자들은 감히 홍희에 대해 언급조차 하는 걸 꺼려하게 되었다.

뒤로는 홍희에게 광녀狂女 혹은 악녀惡女라는 별명을 붙여, 그녀 모르게 욕하곤 했다.

그렇게 고추절切 사건이 일단락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홍희를 비롯해 무림맹의 수뇌부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Level2 Monster Wave Start (사천) - 12:00:00]

다시 하늘 위에 괴물 군단의 침공을 예고하는 글자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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