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밤꽃무림 세계에 갇히다
사천은 오대세가五大世家, 당문의 주요 세력지였다.
그 외에도 구파일방九派一幇의 청성파, 아미파가 사천 지역에 위치하긴 했어도, 당문의 위세만큼은 아니었다.
"굳이 사천이 적혀있음은, 사천 지역에만 괴물 군단이 침공을 온다는 뜻 아닙니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현재 듣기로는 사천지역의 하늘만 매우 우중충하다고 합니다-"
"당문에서는 정천맹에 지원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남궁세가에 지원요청을 한 것이나 다름없긴 합니다"
하지만, 정천맹의 남궁세가는 그런 당문의 요청에 묵묵부답이었다.
사실, 남궁세가는 정천맹의 수장이라 해도 당문에게 반드시 지원을 보낼 이유는 없었다.
그 둘의 관계는 주군과 신하의 관계가 아니라, 그저 정천맹이라는 한 연맹의 고리에 묶여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청성파는 이 자리를 빌어, 무림맹에 공식적으로 지원을 요청합니다"
청성파 대표, 운임은 그렇게 자리에 일어나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그 자리에 모인 무림맹의 문파 대표들은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그들에게 청성파를 도와줄 의무는 없었다.
오히려, 몬스터 침공에 의해 청성파의 세력이 줄어들면 그것대로 이득이었다.
그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지만, 운임은 알면서도 한 번 '공식'이라는 말을 빌어 요청해본 것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비정悲情했지만.
"무림맹은 일단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겠소. 공주는 천마신교의 대표로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오?"
"저희는 무림맹의 한 의석을 맡고 있는 청성파와 아미파에만 지원을 갈 생각입니다"
"호오-"
예상치 못한 홍희의 말에 운임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같은 연맹원들도 지원하는 걸 몸 사리는 와중에, 타국에서 도와준다고 하니 떨떠름했다.
아미파 대표, 정혜사태는 홍희의 말에도 그닥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우리 청성파도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천마신교에 괴물 군단 침공이 예고되면 지원을 가겠소"
스윽-
운임의 말에 홍희는 가볍게 포권하는 것으로 대답을 갈음했다.
'천마신교, 이제야 확실히 알겠다. 이 혼란한 시국에 무림맹과 정천맹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구나-'
갈라놓으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도출되었다.
정사무림은 별 일이 없으면 체제가 다른 연방제 국가로서 암묵적으로 체제경쟁을 해왔다.
그러던 와중에도, 마교 같은 적국이 침공을 해오면 그때는 힘을 모아 물리쳤기 때문에 다른 근방 국가는 정사무림에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다.
'천마신교는 다시 무림 정복의 야망을 꿈꾸고 있는 건가?'
정천맹과 무림맹의 사이가 회생불가 수준으로 틀어지게 되면, 가장 좋아할 주변 국가는 천마신교일 것이었다.
겉으로는 무림맹과의 교류를 원하는 척하지만, 무림맹에만 사람을 보내 정천맹과 무림맹의 사이를 소원하게 하려는 목적임이 분명했다.
'조만간, 교류를 핑계로 십만대산에 사신을 보내야겠어-'
위지운의 시선이 별 생각없어 보이는 홍희 너머로, 저 멀리서 정사무림에 야망을 드러내고 있을 십만대산에 닿았다.
"정천맹에서는 지원 예정이 없다고 합니다-"
"하하-"
[Level2 Monster Wave Start (사천) - 6:22:00]
2단계 괴물 군단의 침공이 6시간 남짓 남은 시각-
사천당문의 가주인 당우민은 지원이 없을 것이라는 정천맹의 공식 발표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남궁세가 녀석들, 우리가 그렇게 신경이 쓰였더냐?'
이유는 알만했다.
오랜 정사 대전 속에서 정천맹이 결성된 이후, 정천맹의 패권을 잡은 남궁세가는 오래 전부터 사천당문을 견제해왔다.
오대세가五大世家 중 남궁세가를 제외하면 사천당문의 위세가 제일 높았기 때문이었다.
사천당문의 독공과 암기술은 언제나 남궁세가에게 큰 위협이 되어왔었다.
특히, 결정적으로 당문에는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연세가 찬 천하십대고수天下十大高水이자, 현경의 고수인 당천휘가 장로로서 아직 건재했다.
'이 기회에 오히려 위세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겠지-'
역겨운 것은 아마 남궁세가 주요 세력지인 안휘에 괴물 군단 침공이 예고되면, 정천맹의 힘을 이용해서라도 안휘에 강제로 지원을 보낼 것이 분명했다.
당우민은 괴물 군단 침공에 대비해 가문 차원에서 비상령을 내렸고, 당문의 식솔들을 모아 자리를 만들었다.
그 자리에는 가문의 일에 오래 전에 손을 뗀 연배가 지긋지긋한 장로들도 자의로 참석했다.
현재 시국이 그 정도로 좋지 않다고 그들 나름대로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사천에 2단계 괴물 군단 침공이 시작될 겁니다. 물론, 무림 전체에 침공 온 1단계 괴물 군단은 의외로 쉽게 막아냈지만, 2단계는 과연 어느 정도일지 감히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당우민은 가문의 어른들이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뒷자리에 앉은 터라, 그들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가문의 어른분들도 불편하신 걸음으로 의도치 않게 이 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가주로서 송구하기만 합니다"
"됐고, 아들 녀석아. 그런 쓸데없는 체면치레는 내 앞에서 할 필요없다-"
당문에서 가장 강했고, 연배도 제일 높은 당천휘가 앞자리에 앉은 채, 그렇게 나오자 당우민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당문에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정형화된 지침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지침은 언제까지나 대인전을 위한 지침입니다. 이제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했던 괴물 군단의 침공만을 위한 새로운 지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가주께서는 이에 대해 의견이라도 있소?"
"저 역시 나름대로 의견이 있긴 하지만, 먼저 여러분들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당천휘가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천휘가 당문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었기에, 뭔가 말할려던 사람들은 입을 꾹 닫았다.
"지금껏, 2인 1조로 구성된 사수-부사수로 대인전 전투를 해왔지 않느냐? 그런데 내가 볼 때는, 이 괴물 녀석들은 4인 1조가 적당한 것 같다. 그래야 대응하기도 쉽고-"
"4인 1조 말씀이십니까?"
"살을 보태면 조장은 반드시 초절정 급은 되어야 한다. 나머지는 뭐 순차적으로 절정, 일류 이렇게 해도 되고. 단- 이류 밑으로는 안돼"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됩니까?"
"괴물 상대로 이류 밑으로는 의미가 없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괴물 녀석들은 기氣에 상당히 약했다. 하지만, 기氣를 다루지 못하는 이류 밑 녀석들이 무얼 할 수 있겠느냐-"
"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저희는 그저 따라야하겠지요. 혹시 이 의견말고 다른 의견 말씀하실 분 계십니까?"
순간, 당천휘의 눈이 찌릿- 했고 감히 그 의견에 대해 반박하고 나설 사람은 없었다.
"흠흠- 그러면 괴물 군단에 대비해 4인 1조로 전투조를 다시 새롭게 만들 것이고, 아버지의 의견을 고려해 이류 밑으로는 전투조에 넣지 않겠습니다. 그 외에 추가 의견 있으십니까?"
이후로는 괴물 군단을 상대로 어떤 암기와 독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은 어떤 암기든 스치면 치명상을 입었지만, 괴물은 워낙 생명력이 질긴 탓에 천뢰天儡 같은 폭전爆箭이 효율적이었고 그 의견은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독에 관해서도 몸집이 큰 상대에게 더욱 심각한 독성피해를 입히는 전독傳毒류의 독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역시 반영되었다.
그 외에도 당천휘는 개인적인 의견으로 4인 1조와 별개로 2인 1조로 자신의 손녀와 같은 조로 넣어달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자신이 정한 전투지침을 스스로 어기는 황당무계한 일임에도, 그 의견 역시 그대로 반영되었고 당천휘는 자신이 평소 손녀로서 예쁘게 여기는 당가려와 같은 조가 되었다.
그렇게 당문은 괴물 군단 침공에 대비해 나름대로 착실히 준비해나갔다.
"후우-"
자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태수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다섯 식구는 달자가 해준 아침밥을 먹었고, 나름대로 자신의 일과에 들어갔다.
태수에게 무공을 가르쳐주겠다고 이 집에 온 선하는 되려 태수에게 무공을 배우는 입장이 되었다.
"하악하악-"
"뭐, 나도 사실 무공 배우는 눈이 그렇게 좋지는 않는데,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은데?"
"정, 정말 말도 안돼요-"
선하는 태수를 상대로 옷 한 올 자체도 건드리지 못했다.
태수는 어제와는 현격히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선하는 태수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선하는 지칠대로 지쳐 마룻바닥에 대자로 누웠고, 태수는 그런 선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어머멋-"
태수가 근처에 없는 줄 알고, 의도치 않게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선하는 급히 정자세로 앉았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갑, 갑자기 가까이 오니까 그렇죠"
"됐고, 월녀심법을 운용해봐-"
"뭘, 뭘 하실려고요?"
믿을 만한 타인이 아닌 이상, 근처에서 심법을 운용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건드리기만 해도 내공이 역행해, 내상을 입거나 주화입마에 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 못 믿어?"
"믿, 믿죠-"
"그럼 해봐"
선하는 월녀심법을 운용해나갔고, 절정고수답게 소주천을 이루어내고 2주천, 3주천.. 6주천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내공의 추진력이 부족해 흐름이 끊겨버렸다.
"이 부분이었구나"
"네? 하으읏-!"
태수는 선하의 몸 속에서 내공의 추진력을 방해하는 절맥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곳을 어루만져주자 선하의 입에서 달뜬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간, 간지러워요-"
"간지럽겠지. 그 부분은 내공의 흐름도 자연스럽지 않아, 많이 거슬렸던 부분이었을 거야"
"그,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느껴지던데?"
거미의 초감각으로 호흡의 길 자체가 보이는 걸, 자세히 설명할 방도가 없었다.
"지금부터 내 내공을 네 몸 속에 넣을거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해-"
"내, 내공을요?"
태수의 내공은 선하의 정수리, 백회혈百會穴을 통해 그녀의 몸 속으로 주입되기 시작했다.
'내공이 엄청 청량해-'
선하는 몸 속에 이물질이 들어왔다기보다는, 살랑거리는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아-"
태수의 내공은 그녀의 혈도를 돌아다니며, 주위에 내공 운행에 방해되는 노폐물들을 치워나가기 시작했다.
매우 시원한 감각에, 선하의 입에서 기분좋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월녀심법 구결에 사용되는 혈도를 전체적으로 닦아주자, 그녀의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어때?"
"몸, 몸이 왜 이렇게 가볍죠?"
"지금껏, 너를 힘들게 했던 것들이 깨달음도 없이 한순간에 사라졌으니까 그렇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노폐물이 혈도에 다시 쌓일 거야. 그러니까, 그 전에 지금 이 몸 상태로 깨달음을 얻는 게 중요해"
선하는 태수에게 아주 큰 빚을 졌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격체전공의 수법은 정말 아무나에게 해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고마워요"
"말로만?"
"네, 네?"
태수가 능글맞게 웃자, 선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수그렸다.
"놀, 놀리지 말라니까요오-"
"흐음- 뭐, 그럼 잘해봐"
'절맥이라-'
선하에게 등 돌린 태수의 표정은 그닥 좋지 못했다.
절맥은 단명短命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절맥이 많을수록 인체구조 상, 병에 더 많이 걸리고 이른 나이에 죽을 수밖에 없었다.
선천적으로 걸리는 그 유명한 구음절맥은 20세의 전후로 죽는다고 알려져있지 않던가.
'절맥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물어봐야겠어-'
태수는 선하의 절맥이 갑자기 이유없이 죽은 그녀의 사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집 마당의 분위기는 화끈화끈했다.
소혜와 혜수, 심지어 달자마저도 무공 훈련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주, 주인님"
"가가"
"사, 사위"
그녀들은 울상을 지으며, 태수의 무공 훈련을 몸에 받아들이고 있었다.
특히, 현재 단계는 단순히 신체를 단련하는 훈련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힘든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태수는 힘들어하는 그녀들의 음부를 차례로 쓰다듬어주었다.
"체력을 길러야지, 안그래?"
"하으읏-!"
몸이 지친 와중에도, 확실히 조교된 나머지 태수의 손길에 그녀들은 교태로운 소리를 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태수의 지시대로 그녀들은 무릎을 굽히고, 허리는 피는 기마 자세를 취했다.
스쿼트와 유사한 이 무공의 기본 자세는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 성장에 매우 도움이 되었다.
"호오, 역시 소혜가 잘하네?"
이제 18살이 된 가장 어린 소혜는 나름대로 태수의 지시에 따라 흔들림없이 잘해주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기특한 태수는 상으로 예고없이 그 자세 그대로 보지 깊숙히 자지를 박아넣었다.
"아아아앙-!"
"어허, 자세 풀지 말고"
태수는 자지를 박은 채, 기마자세가 풀릴려는 소혜의 몸을 고정시켜주었다.
태수는 다시 허리를 강하게 튕겼고, 결국 두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앙앙- 거리며 자세가 흐트러져버렸다.
"이, 이렇게 하니까 자극이 더 강하게 느껴져서-"
"흠, 훈련이 부족해-"
"노, 노력할게요"
자세를 다시 잡은 소혜는 기마자세를 취했다.
그녀의 음부는 애액으로 젖은 채,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태수는 그 야한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올바른 광경이었다.
[Level2 Monster Wave Start (사천) - 12:00:00]
'이제 2단계인가'
태수는 어느덧 하늘 위에 떠오른 글자를 보았다.
클로즈베타 커뮤니티에서는 2단계부터 무작위적으로 이계 침공 지역이 선정되고, 몬스터 개체수도 밀집되어 체감상 네다섯 배는 늘어난다고 했다.
해당 지역 사람들은 많이 힘들 수밖에 없었다.
밀집되어 몬스터가 침공하는 만큼,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주인님 어디가세요?"
"레벨업하러 가야지. 노다지가 있는데, 안 캐러 갈 수는 없잖아?"
물론, 태수에게 있어서 그런 이해관계 같은 건 애초에 상관없었다.
아직 2단계밖에 되지 않은 몬스터들을 마구마구 사냥해 경험치와 CP를 얻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