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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삼젖
아침이 되었다.
나는 생애 처음으로 어색한 아침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건 내 옆에 누워있는 두 여인 또한 마찬가지일 터.
"......."
"......."
우리는 한참동안 침묵했다. 고개를 양옆으로 돌릴 때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사공희와 팽유월의 두 눈을 볼 때마다, 나는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다.
왜지.
분명 내가 침대의 주인인데, 왜 내가 둘의 눈치를 봐야하는 걸까?
하지만.
내 죄책감과 달리, 내 몸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여인의 감각은 아기색마를 아침부터 불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서셨네요."
"그러게요."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다. 아기색마가 아침마다 우뚝 고개를 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건만, 이렇게 둘의 앞에서 세우고 있으니 미칠 것 같았다.
간밤에 혈마로서 그렇게 지리고 흘려, 방 안이 밤꽃냄새로 진동을 하고 있건만 아기색마는 아침부터 서버리고 말았다.
- 아,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잖아!
라고,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상공."
먼저 입을 연 쪽은 팽유월이었다.
"중최미봉, 금소예가 팽가를 방문했어요. 그녀는...팽가에 첩자를 심어두는 대신, 상공의 아내인 저를 보호해 줄 호위무사를 남겨두었죠."
굳이 아내라고 부르는 말에 옆의 가슴에 무게가 실렸다.
"협박이기는 하지만...죄송해요. 상공을 범하듯 살을 섞은 거."
"아니다. 나름...꽤 기분 좋았다."
기분이 좋았다는 건 거짓이 아니다. 비록 초반의 굴욕감이 나를 엄습하기는 했지만, 이후에 반격의 실마리를 잡고 난 뒤로는 내가 주도권을 가지지 않았던가.
"다음에도 하게 된다면, 그 때도 잘 부탁한다."
"네...."
팽유월은 묵묵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나는 팔을 살짝 들어, 사공희의 고개를 들어올리게 만들었다.
"이쪽은 사공희. 너와 헤어지고 난 다음, 내가 처음으로 들인 여제자다."
"만나서...반가워요."
"그러게요. 이렇게 다시 만날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둘은 내 가슴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둘 사이에서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
"......."
둘은 그저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뭔가 말할 수도 없이, 몸을 움직일 수도 없이, 그저 둘이 뭔가 말을 해주기만을 기다렸다.
"...풋."
"...하아."
사공희는 헛웃음을 짓고, 팽유월은 한탄의 한숨을 내뱉었다.
"원래라면 서로 반목하고 투기를 부려야겠지만...."
"적발마녀의 존재를 알게 된 이상...함께 해야겠네요."
뭉클.
사공희와 팽유월은 손을 맞잡았다. 아니, 내 좆을 맞잡았다.
"만나서 반가워요, 유월."
"저도...희라고 불러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견희도 좋아요."
"...후후, 고마워요."
찌걱. 찌걱. 두 여인은 정액이 말라 비틀어진 내 양물을 함께 어루만지며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아래로 툭 떨어진 네 개의 가슴이 다시 내 몸 위에 밀착하며, 두 여인은 나를 향해 고개를 내렸다.
쪽.
사공희와 팽유월은 동시에 내 양쪽 볼에 입술을 맞췄다. 둘 다 아주 가벼운 입맞춤이었고, 둘은 나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적발마녀에게 고마워하세요, 상공."
"알몸으로 이미 셋이서...아니 넷이서 뒹굴었는데, 서로 어색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크윽...!"
나는 괜히 울컥했다. 결코 아침부터 둘의 수음 때문에 싸버릴 것 같아서 그런 건 아니다.
"고맙다."
말을 하기 정말로 어려웠지만, 나는 두 여인의 허리를 다시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정말 고맙다."
"후후, 고마워 할 사람이 이제 한 둘이 아니게 될텐데...."
"...뭐, 한 번이 어렵지 두 번부터는 크게 어렵지 않겠죠."
두 여인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이 위치를 잡기 시작했다.
"상공, 한 발 더 빼드릴게요."
"뭐?"
"간밤에 씻지는 못했으니까 깔고 앉는 건 어려울테고...손 좀 빌려주시겠어요?"
팽유월이 자연스럽게 내 아래로 내려가고, 사공희는 팽유월을 마주 끌어안으며 내게 뒤를 보였다.
스르르.
팽유월이 뒤로 떨어졌고, 나는 사공희의 손에 손목이 잡혀 상체가 일으켜세워졌다. 두 여인은 가슴을 딱 붙인 채, 고개를 뒤로 돌리며 나를 향해 씩 웃었다.
"어제는 몸이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상공 원하시는대로 해주세요."
"적발마녀에게 넘어간 죄.... 보지로 달게 받겠어요."
불끈.
"......후."
아침부터 두 명의 여인을 하나로 포개어 취한다. 아기색마가 서지 않기라도 한다면 모를까, 이미 세운 이상 하지 않는게 무례한 짓이다.
둘이 함께 하기로 한 이상, 나도 그에 맞는 대답을 해야만 했다.
"...순서는 유월이가 우선이다."
"앗...!"
"...풋."
좆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 비록 지금은 팽유월이 아래에 깔려있지만, 나와 먼저 만난 건 팽유월이니 첫 발은 팽유월에게 있다.
"대신 네게는 손을 주마."
나는 손을 고리처럼 휘게 만들어, 사공희의 안으로 밀어넣었다. 주변에는 하얀 백색의 가루가 말라있었고, 나는 밖에 걸린 손가락으로 털어내며 안을 휘저었다.
"아아, 상공...!"
"후우, 후.... 아침부터 아내들을 범하니까...좋으신가요?"
"최고다."
최소한, 이것만큼은 혈소예에게 감사할 수 있다.
백도 내에서는 구파일방과 팔대세가.
무림 내에서는 무림맹과 천마신교.
"그녀에게...결코 지지 않을 거예요."
"언젠가, 저희도 강해져서 상공을 범하는 날이 올 때까지...!"
적발마녀는 스스로 '대적자'가 됨으로써, 나의 아내들이 다툼없이 서로 힘을 합하게 만든 것만큼은 진심으로 고마웠다.
- 서로 다툼이 심한 자들이 힘을 합하게 만드는 방법이 뭘까?
혈교주는 말했다.
- 정답은 그들이 힘을 합하지 않으면 안 될 강력한 적을 만드는 거야. 원수라도 손을 잡지 않으면 안되게끔.
'혈교주, 역시 당신이 옳소.'
나는 가볍게, 두 여인의 안에 한 번 더 정기를 불어넣었다.
* * *
"월아야, 견희 엄마라고 불러볼래?"
"엄마, 엄마야?"
"작은 어머니셔."
"안 작은데?"
"......."
아침을 맞이한 뒤. 나는 옆방에서 곤히 자고 있다가 깨어난 월아를 맞이했다. 다행히 혈교는 월아에게 그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팽유월을 건드린 것도 선을 넘었는데, 월아를 건드린다?
'그건 선이 없는 거지.'
만약 조금이라도 위해를 가하려고 했다면 혈소예를 죽였을 것이다.
"다행인 건가."
"다행이죠. 적발마녀가 그런 취향인게."
혈소예의 은밀한 성적 취향은 우리에게 전부 들키고 말았다. 나로서는 몹시 감사하지만, 이렇게 나의 심장을 쪼들리게 만드는 건 몹시 사양이다.
"내가 너 어떻게 될까봐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아느냐?"
"피. 저는요? 제가 상공께 위해가 될까봐...얼마나 두려웠는지 아세요?"
"피차일반이로구나."
"네, 그런 셈이죠."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던가. 나는 팽유월과 같은 마음이 통했다는 것이 순수하게 기뻤다.
"아빠, 아빠!"
"왜 그러니, 월아야."
"아빠는 왜 엄마가 둘이야?"
"......."
유구무언. 나는 차마 할 말이 없었다. 순수하게 나를 올려다보는 월아에게 어찌 대답을 해야할까?
"그건 말이야, 아빠가 엄청 위대한 분이라서 그런 거야."
팽유월은 월아를 안아들고 등을 토닥였다. 이제는 충분히 걸어다닐만큼 성장했지만, 월아는 여전히 안기는 걸 좋아했다. 팽유월의 가슴이 푹신하고 안정적이어서 그런 걸까?
"영웅은 삼처사첩이란다. ...물론 아빠는 보통 영웅이 아니어서, 삼처가 아닐 지도 몰라."
"우웅.... 삼? 사?"
월아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고, 팽유월은 아주 작게 입모양으로 속삭였다.
요즘 숫자 배우거든요.
"그럼 열 명이네?"
"역시 월아는 천재구나."
"상공."
사공희가 옆에서 내 옆구리를 콕콕 가슴으로 눌렀지만, 나는 월아의 똑똑함에 더욱더 뿌듯해졌다.
"월아가 벌써 열을 셀 줄 알다니. 역시 천재야."
"우웅...아니야!"
월아는 발까지 꼼지락거렸다.
"발까지 열 하고 열 더!"
"천하제일의 천재가 여기에 있구나!"
나는 월아를 번쩍 안아들고 한 바퀴 돌았다.
"그래! 손가락도 10개, 발가락도 10개지!"
"상공...."
"와...진짜."
둘은 기가 막힌 얼굴로 혀를 찼으나, 나는 천군만마를 얻은 심정이었다.
"월아야, 엄마가 여럿이면 좋으냐?"
"엄마가 여럿?"
"월아를 아껴주는 모든 여인들이 월아의 엄마가 될 것이다. 동생들도 많이 생기겠지."
"동생?!"
월아는 눈을 반짝이며 내 어깨에 손을 투닥거렸다.
"나 동생! 나도 동생!"
"하아...월아야. 동생은...."
"10개월만 기다리거라."
내 말에, 두 여인은 표정이 굳었다. 어차피 나중에는 알게 될 거, 오늘 당장 알려줘도 문제는 없을 터.
"월아에게만 알려주는 거다. 알았지?"
"응!"
나는 검지를 입술에 붙였고, 월아는 나를 따라하듯 검지를 입에 붙이며 씩 웃었다.
"엄마가 여럿이면, 동생도 여럿이야?"
"물론. 10개월 뒤에.... 월아 동생 두 명이 생길 거야."
"10개월!"
월아는 뛸 듯이 기뻐했다.
"10개월이 뭐야?"
"...10개월이면 몇 밤을 자야하지?"
"10개월보다는 적죠. 어제 했으니까, 보통 270밤 자면 되요."
사공희는 칼같이 숫자를 잘랐다.
"270밤이요. 270밤."
"......월아 때랑 비교하면 얼추 맞는 것 같기도...?"
어째, 월아보다 270밤을 더 기다리는 여인이 둘이나 있다는 것이 나는 더 무서웠다.
* * *
"그냥 자네 집으로 데려가는 건 어떤가?"
전모를 듣고난 뒤. 팽도황은 노골적으로 신경질을 내며 팽유월과 월아를 데려가라고 시비를 걸었다.
"아니,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장인어른, 결과적으로 제가 장인어른의 목숨을 살려드렸는데."
"애 걸어다니고 말 붙일 때까지 봐줬으면 구명지은은 다 갚은 거다. 열흘에 한 번 와서 얼굴만 보고 가니 아이 기르는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지?"
팽도황은 실실 거리며 연초를 태웠다.
"너, 이제 좆됐다."
"좆된건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안다. 나도 언질을 전해들었으니, 너희의 복잡한 사정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다. 그를 만났거든."
"그요?"
"미치...아니, 적발마녀의 부친. 혈교주."
"!!"
갑자기 그가 왜 나오는 것인가. 팽도황은 나를 보며 쓰게 웃더니, 품에서 편지 한 장을 건넸다.
"나는 읽지 못하겠지만, 너라면 이걸 읽을 줄 안다고 하더군."
"이건...."
그곳에는 한자가 아닌 또다른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읽을 수 있었다. 다름아닌 혈교주...혈소예에게 직접 옆에서 배웠으니까.
- 소예가 너를 찾았다.
"...이걸 언제 주고 갔습니까?"
"좀 됐지?"
시간을 따져본 결과, 내가 혈소예에게 습격을 당하던 전후 즈음이었다.
- 소예는 팽가를 노릴 확률이 높다. 네 핏줄의 흔적이 어디에 닿았는지 분명 알고 있을 터. 조심하라.
'차라리 직접 건네주지 그러셨소.'
억울하다. 내가 팽가에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호북에서 혈소예에게 범해지자마자 바로 팽가로 달려왔다면 대비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 이미 늦었을 지도 모르지만.
'많이 늦었소.'
- 혹시나 소예에게 범해졌다면, 나는 네가 소예를 겁탈하든 데리고 살든 뭐라하지 않겠다. 다만, 한 가지 약속해다오.
"네가 나를 이길 때까지...임신 시킬 생각은 마라?"
"너, 어쩔래?"
"......어차피 적발마녀를 꺾으면 혈교주 또한 이길 수 있소."
중원 최강은 혈소예니까.
"...왜 나는 가는 곳마다 장인어른들이 나를 달달 볶지 못해서 안달이지?"
"무림맹주의 딸에 천마의 딸, 거기에 혈교주의 딸만 골라서 품으려고 하는 색마니까. 너도 이제 딸 하나 가진...아니다, 셋인가? 크하핳하하하!!"
"......월아 동생도 잘 부탁하오."
"......그냥 데려가라니까! 이왕이면 신혜까지 같이!!"
"싫소. 유월이가 팽가에서 키우기를 바라오. 꼬우면 가주 자리에서 물러나든지. 솔직히 할아버지 소리 들으면 좋잖소?"
"그건 네가 애를 키워보지 않았으니까 하는 소리지. ...에휴, 됐다."
팽도황은 인상을 마구 찌푸리며 손사레를 쳤다.
"한 가지 명심해라. 언제까지 팽가가 은닉처가 될 수는 없어. 혈교만 어디 이곳을 탐하겠느냐? 용봉지회가 하북에서 열리면, 이곳은 전장이 될 것이다."
"걱정마시오. 이번 용봉지회가 끝나면...반드시 유월이를 호북으로 데려가리다."
"그래. 암. 아이 근처에는 아버지가 있어야지."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끝나면 데려간다고 했지, 끝나고 바로 데려간다고 하지는 않았다.
* * *
약 한 달 뒤.
태극화의 용봉지회 결장이 공식적으로 공표되었다.
[작품후기]
색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