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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팔관수
태극화의 용봉지회 불참 결정!
호북은 뒤집어졌다.
어떻게 무당파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용봉지회에 불참할 수 있을까!
하물며 마교 소공녀와 쌍벽을 이루는 백도제일화가 불참한다?
이는 여러모로 무당파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현타도사가 장문인 대리로 나서기 무섭게 이런 일이 발상하다니."
"본인이 폐관수련을 하겠다고 하는데 어쩌겠어."
"멍청아. 태극화는 지금 용봉지회 출전 직전에 다시 나타나려는 거야. 사람들을 놀래키려고 일부러 폐관에 들어가는 거라고!"
"그럼 번복을 한다는 건가? 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의견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태극화가 백도제일화의 자리를 빼앗길까봐 두렵다는 이유를 들었고.
누군가는 태극화가 어떤 깨달음을 얻어, 용봉지회에 차마 나서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며.
누군가는 태극화에게 신변의 이상이 생겨 1여년은 요양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생긴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그 누구도 태극화 사공희가 폐관수련을 하는 진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것.
"현타는 진실을 밝혀라!!"
결국 사람들은 장문인 대리 역할을 맡고 있는 현타도사 사정후에게로 입을 모았다.
"장문인이 뭘 했기에 태극화가 폐관수련에 들어간 거야? 뭐 상처준 거 아니냐?"
"정말로 태극화가 초절정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오?"
"하긴...초절정이면 용봉지회에 나서서 싸우는게 의미가 없기도 하지."
곳곳에서 의구심이 퍼져나가는 가운데, 현타도사는 공식적으로 태극화의 결장 이유를 밝혔다.
"태극화는 태극혜검에 대한 수련에 들어갔소. 그녀는 현재 그대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경지에 올라있으며, 어쩌면 폐관 이후에는 나 마저도 넘어설 지 모르지."
"앗…!"
현타도사 사정후의 무공 수위는 초절정 끝자락.
화경을 넘보는 당사자가 자신을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더이상 사공희를 태극화라고 부를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화경에 이른 순간부터는 나이 따위는 중요치 않다. 다른 구파일방, 팔대세가의 장문인이나 가주급의 존재로 위상이 올라가기에.
"폐관 뒤에는...무당에 화경의 여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럼 용봉지회 안 나가는게 예의지. 초절정이 용봉지회 나가는 것도 민폐 소리 듣는데!"
"무당파는 정말 복이 많은 곳이로구나…!"
용봉지회가 4년마다 열리고 사람들의 이목이 많이 쏠리는 대회지만, 중요한 건 용봉지회가 '후기지수'들이 무공을 뽐내는 장소라는 점.
"어린 애들 노는 곳에 어른이 끼는 건 아니지."
"암, 그렇고 말고."
"굳이 용봉지회에 나가서 백도제일화라는 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나. 어차피 폐관수련이 끝나면 태극신녀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분'이 육봉에 목숨을 걸 이유는 없지!"
30~40대, 초절정에 이른 각 문파 수장이나 한 세대 위의 선배들 중에는 용봉지회를 '재롱잔치' 따위로 격하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흔히들, 30세가 되기 이전에 절정 고수에만 올라도 엄청난 천재로 칭송한다.
그리고 초절정에 이르면 자신과 동급인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고,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경외와 질시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무당파는 도대체…!"
태극화가 폐관수련을 하고 나오면 과연 어찌 될 것인가.
모두가 궁금해하던 와중에, 현타도사는 안도하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태극화 사공희가 폐관수련을 하는 이유?
"애...가졌다고…!"
현타도사가 언제나 항상 조마조마하며 걱정했던 불안 요소가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 * *
"미안하다!"
나는 산발이 된 현타도사 앞에서 당당히 외쳤다.
"사랑해서 그랬다!"
"......."
나를 노려보는 현타도사의 눈빛은 살기가 깃들어있었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분명 나는 오늘 죽었으리라.
"사랑…. 허, 젠장."
"죄송해요, 사숙."
사공희는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고개를 숙였다. 사정후는 두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한탄하다가 입을 열었다.
"용한 의원에게 확인은 해봤소?"
"내가 용한 의원인데."
"......그래서 임신, 확실하다? 그냥 단순히 일시적으로 그...잠깐 미뤄지거나 하는 건 아니고?"
"아닌데요. 이제 240밤 남았어요."
"......."
현타도사는 다시 머리를 쥐어뜯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이다.
사공희는 아이를 가졌다.
나의 아이를.
"...네놈, 고자 아니었나?"
"고자라니? 그게 무슨 망발이오?"
"견희가 옆에 있어서 말하기는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저는 괜찮아요, 사숙."
"...지금까지 밖에다 싼 적, 거의 없지 않나?"
나는 사공희와 시선을 마주했다. 우리는 기억을 더듬었고, 질외에 사정했던 일이 언제 있었나 생각했다.
"...2년 전인가?"
"아마도요. 그 외, 여인의 몸에 이렇게 뿌리는 방식도 있다고 가르쳐주실 때."
"아, 그랬지. 생각해보니 여러 번 있군. 얼굴이랑 입이랑, 가슴에도-"
"갈!!"
현타도사는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것까지는 알고 싶지 않고! 어쨌든 나는 그대가 피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음에도 지금까지 임신하지 않아, 고자인 줄 알았단 말이다!"
"선택적 고자지. 내가 강해진 비결이기도 하고. 동자공의 응용인데, 어떤 세력의 비전 술법이기도 하지."
나는 인체의 신비와 남성기의 구조, 그리고 소예신공의 원리와 효과에 대해 설파했다.
"이 방법의 이름은 '태극혈영정조공(太極血影精操功)'이라고 한다. 정식 명칭은 그렇고, 창안자의 이름을 따서 우성신공(雨星身功)이라고도 하지."
우성신공.
현대의 혈교주가 익히고 있는 남성을 위한 술법이다.
이게 여인에게, 그리고 태극혈영신공 자체와 연결되어 부작용을 완전히 제거하고 극성의 효과를 일으키는 방법이 바로 소예신공이다.
우성신공은 모두에게 통용되는 술법이고, 소예신공은 단 한 명에게만 적용되는 아주 특수한 수법.
그리고 나는 이걸 새롭게 개량할 것이다.
결론.
"...부작용이 없는 동자공이라고?"
"부작용이 없다니? 일정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평생 고자가 될 수도 있는 내공심법이오. 하단전 아래에 쌍단전을 별개로 여는 셈이니, 최소한 남자는 초절정 이상이 되어야 아이를 낳게 할 수 있는 무공이지."
"그래서 초절정 이상이 되면 정자라는 남자의 씨를 넣고 안넣고 취사선택을 할 수 있다? 허어, 이 미친…."
현타도사는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미친 발상이지만 정말 효과적이군. 정말 누가 만들었는지 직접 보고싶어. 그런데…."
현타도사는 인상을 와락 찡그렸다.
"그렇게 잘 참고 정자 뿌리는 걸 참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하북에 여행을 데려가자마자 견희를 임신시킨 거요?"
"불가항력이 있었지."
흔한 이야기다.
"강적을 만나 동정공을 해제해야하는 때가 왔고, 맹렬히 날뛰는 혈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견희와 살을 섞었지."
"마침 어떻게 때가 잘 맞아서…. 후후후."
"......후우. 알았소. 견희는 그러면 태극혜검을 처음 익혔던 비고에서 폐관수련을 하는 거로 하겠소. 그러니, 결코 천가에서 나와서는 아니 될 것이오."
결국 현타도사는 두 손을 들며 항복했다.
"다만, '그 존재'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언질을 해주시오. 그래야 무당파가 무당파로서 확실히 선을 그을 수 있을 터이니."
"적발마녀?"
혈소예.
"그렇소. 그대 조차도 순간적으로 이기는 여인이...만약 질투심에 사공희를 습격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정녕 확신할 수 있소?"
"......."
확신까지는 할 수 없다. 확약을 받거나 금제를 받은 것도 아닐 뿐더러, 본인이 원치 않아도 아랫것들이 폭주할 가능성도 있다.
"적발마녀는...최소한 사공희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왜?"
"그녀는 조금 삐뚤어진 애정을 가지고 있거든."
"...뭐?"
나는 혈소예가 가진 나에 대한 뒤틀린 애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적발마녀는 그대가 다른 여인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서 쾌감과 애정을 느끼는 여인이다?"
"자기파멸적인 동시에, 내게 역경을 주고 키워서 잡아먹을 생각이지. 그러니까 내가 따먹히는 일이 있어도, 내 여인들이나 아이들이 위험하지는 않다 이 말이다."
"기껏해야...저희들이 인질로 붙잡힌 상황에서 함께 상공을 강간하거나 그런 정도…?"
"하. 쓰, 십…."
현타도사는 이제 언어조차 잃어버린 듯 했다.
"전생에 나라라도 구하셨나? 미치겠군."
"......."
나라를 구하기는 커녕 나라를 멸망에 빠뜨리게 만들었지만, 적어도 하늘은 나의 행동을 딱히 제지하지는 않고 있었다.
"알겠소이다…. 하아, 정말 머리가 아파지게 하는 구려. 나중에 무림맹에서 취조를 들어오면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적발마녀에 관한 건 오히려 대처하기 쉬울 걸? 그들의 정체에 대해 한 마디면 무림맹도 바로 납득하게 될테니."
"적발마녀...그들? 적발마녀가 단순히 개인이 아니다? 그러면?"
"혈교(血敎)."
"...그 무슨 마교와도 같은 이름이오? 사이비인가?"
"잘 아네. 현타 도사는 그 시절 사람이니까, 들어는 봤을텐데?"
"...교? 잠깐만, 영(影)? 아니, 진짜로?"
현타 도사는 깨우쳤다.
"혹시 월영신교(月影神敎)?!"
"그렇소. 십상련이지."
사공희가 임신했다거나 내가 적발마녀에게 강간당했다거나 하는 것보다, 현타 도사는 더 표정이 굳고 심각해졌다.
"그 잔악한 무리가 살아있었다고…?"
"그래. 혈교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탈바꿈했지. 그리고 지금의 혈교주가...십상련의 마지막 생존자. 강호에는 미치광이라고 알려진 존재."
혈교주, 금우성.
"적발마녀는 월영신교의 후예, 혈교 교주의 딸이오."
주르륵.
현타 도사는 차를 자신의 손 위에 부어버렸다.
* * *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들었겠지?"
"네. 충분히."
사공희는 나와 손을 잡고 숲길을 걸었다.
"이제 꼼짝없이 밖에 못나가게 되었구나. 미안하다."
"괜찮아요. 익숙한 걸요."
"그래도."
"평생동안 갇혀 사는 것도 아니고, 뱃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사공희는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옅게 웃었다. 아직 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의 몸에는 생명의 신비가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단적으로 말해, 현재 생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류 고수들은 생리가 짧다.
내공의 상승과 무공 수련에 생리는 상당히 불리한 작용이라고 몸이 빠르게 판단하기 때문에, 딱히 임신할 것 같지 않으면 하루 안에도 생리 과정이 끝나기도 했다.
그러나 사공희는 생리하지 않았다.
몸이 더이상 하혈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로 쏟아내는 것도 아껴서 뱃속에서 자라고 있을 새로운 생명을 위해 힘을 쓴다고 봐도 무방했다.
"조심하거라. 몸 너무 많이 쓰려고 하지 말고."
"과보호세요. 후후, 그래도 좋네요. 상공께 이렇게 극진히 보호를 받고."
"당연한 것을."
그 당연한 것을 하지 못해서 팽유월에게 매번 마음이 신경쓰였다.
"혹시나 무공을 사용할 일이 있더라도 결코 직접 검을 움켜쥐지 말거라. 네가 익힌 태극혜검의 어검술로 대처하는 것이다. 알겠느냐?"
"이러려고 어검술을 가르치신 건가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일단 배운 건 써먹어야 하지 않겠니?"
"후후. 알겠어요. 당분간은 조심할게요."
사공희는 이제 무공 수련의 시간이 반 이하로 줄게 될 것이다. 나중에는 오직 태교에만 전념해야 할 터.
"왠지 미안하구나. 네 무인의 길을 잠시 멈춰세운 것 같아서. 내가 혈기를 조금만 억누를 수 있었다면."
"괜찮아요. 저는 태극화보다, 색마부인...상공의 아내이기를 더 원하니까요."
무인보다 여인.
이게 내가 사공희를 가장 먼저 팽가에 데려간 이유였다.
주변의 상황과 조건 때문에 무조건 화경에 이르러야 하는 다른 둘과는 달리, 화경에 대한 욕심을 충분히 억누르고 아이 어머니를 선택할 수 있는 강인함.
"어머, 저기 벌써 마중나와있네요."
그리고 나를 뒤에서 받쳐주는 믿음.
"가요, 상공."
"...후우, 그래."
나는 사공희가 뒤에서 등을 토닥여주는 응원을 바탕으로, 당당히 내 집의 정문에 섰다.
"왔어?"
"오셨어요?"
이시아. 그리고 독고연.
두 명은 내가 오자마자 내 팔을 양쪽에서 잡으며 천가장의 안으로 잡아끌었다.
"연. 적발마녀를 상대하려면 우리가 빨리 화경이 되어야겠지?"
"그러니까요. 초절정인 거로 되겠어요? 화경, 아니 현경까지 빨리 닿아야죠."
"얘들아, 나 방금 다녀와서 아직 씻지도 못했다."
"그게 더 좋은 건데?"
"견희 언니. 저희 바로 침대 가도 되죠?"
"......이번에는 성공하기를."
사공희는 두 여인을 향해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두 명, 반드시 상공에게서 혈마를 끌어내는 거예요...!"
"흐흐, 오늘도 죽었어."
"정자주세요."
"......."
그렇다.
나는 천가에 돌아와 사공희의 임신 이야기를 알리고 난뒤, 혈마에 대해서도 모두에게 실토해야만 했다.
그 뒤로.
나는 가는 곳마다, 나의 혈마를 이끌어내기 위한 여인들의 육탄 공격에 매일매일 쥐어짜이는 날을 보내고 있었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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