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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색마-114화 (114/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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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의 패검을 상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강 대 강으로 부딪혀 정면에서 깨뜨리는 방법.

남궁세가의 무공을 상대로 맞서 싸우는 무공은 대표적으로 독고세가의 독고구검이나 하북팽가의 오호단문도가 있다.

현재까지 독고구검은 창궁무애검법을 깨뜨렸고, 오호단문도는 창궁무애검법을 넘어서지 못했다.

또 하나는 유능제강의 묘리를 살려 공격을 막는 것으로 빈틈을 보는 방법.

도가 계열의 무공들이 대부분 비슷한 방법으로 강공을 막아내며,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태극검이다.

무당과 남궁 사이에 딱히 비교우위를 둘만 한 일은 없으나, 사공희와 남궁유린을 비교하면 사공희에게 미안할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방법.

화산파의 매화검수가 대표적인 예로, 검에 허초를 실어 상대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여 패검이 나아갈 방향을 혼란스럽게 만들면 된다.

"이익!!"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환검(幻劍), 한상옥녀검이 대표적인 예시다. 비무장을 가득 채우는 허상의 얼음꽃은 매화꽃보다 시린 한기를 뿌리며 주인의 몸을 숨겼다.

"아아악!"

남궁유린은 악다구니를 쓰며 허상처럼 피어오르는 얼음꽃들을 마구잡이로 깨부쉈다. 남궁유린의 검에는 검기가 신경질적인 전격으로 튀어 오르는 것 같았다.

'벌써 검에 천뢰기(天雷氣)를 담는다고? 쟤도 참 대단하군.'

번개만큼 남궁의 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비유가 없다. 경쾌하고 파괴적인 형식의 검법은 남궁을 따라올 이가 감히 없다.

'검법이 강하다고 무인이 강한 건 아니지.'

하지만 그걸 사용하는 자가 저래서야 영 글러 먹었다.

누군가 옆에서 많은 걸 교정해주면 최소한 초절정 고수는 올라갈 수 있겠지만, 딱히 나는 저런 여자의 옆에서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빙마를 이기면 몰라.'

아무리 빙마가 지금 정체를 숨기고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고 한들, 빙마는 초절정의 고수다.

자신의 무공이 아닌 한상옥녀검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궁유린이 밀리고 있다는 것은, 남궁유린이 아직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다는 말과도 같았다.

"하아암."

빙마는 짧은 하품을 하며 검을 거두었다. 얼음꽃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비무장의 안개를 함께 거두었고, 객석의 모두가 두 여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입을 다물었다.

"하악, 하악, 하악!"

남궁유린은 전신에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눈썹과 머리칼은 날카롭게 얼어붙어 있었고, 입에서는 하얀 김이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포기하는 게 어떠신지."

그에 비해 빙마는 느긋하기 짝이 없었다. 한상옥녀검의 절기, 설화난영을 시작부터 사용한 빙마는 압도적인 환검으로 남궁유린을 압박했다.

'은근슬쩍 빙백신공을 일으켰지만 아무도 모를 거다.'

아미파의 한상옥녀검은 북해의 빙백신검과 결이 비슷한 무공이다. 따라서 빙마는 한상옥녀검을 자유자재로 다뤘고, 비무를 펼치는 당사자인 남궁유린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둘 중 하나는 크게 다칩니다."

비무장에 선 여인은 빙마가 아니었다.

빙마, 유설라는 완벽하게 백도 정파의 여인을 연기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멍하니 정신을 놓고 다녀도 중요할 때는 바짝 정신을 차리는 그녀답게, 유설라는 완벽한 아미파의 무인이었다.

"승패는 갈렸습니다. 검을 내려놓으시죠."

구파일방의 대표로서 자부심과 자존심은 가지고 있으나, 팔대세가의 일원과 생사지결을 내고 싶어 하지는 않다. 객석의 6할가량은 유설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닥...쳐!"

유설라는 자신의 배경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상대의 성정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는, 여기서 질 수 없어!"

파지지직!!

남궁유린의 검에 본격적으로 푸른 전기가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피부를 저릿하게 만드는 짜릿한 검기에 모두가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

'남궁유린은 쉽게 패배를 인정하는 여인이 아니야.'

선루필승도에 들어가 선루필승도를 자신의 사조직으로 만들어 운용하며, 추후 혈교와의 싸움에서 맹에 큰 피해를 줬지만 그녀는 뻔뻔하게 제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존심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지만, 이래서야 독이 될 뿐이군.'

남궁유린의 자존심을 꺾으려면 두 가지 방법뿐이다. 아예 콧대를 세우지 못하게 코뼈를 잘근잘근 박살 내버리거나, 생각 없는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놓거나.

"흥.... 후회하지 마세요."

유설라는 다시 내공을 일으키며 얼음꽃을 피웠다. 정보를 알아야 할 시간에 남근을 알아버렸으니 내 탓이기는 했지만, 유설라는 남궁유린에 대해 자세히 몰랐다.

"그렇게 까불다가 크게 혼쭐이 날 거라는 걸."

"이...!!"

이미 한 번 까불거리다가 도마-로 속인 나-에 의해 크게 까무러쳤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분노에 이성이 날아간다는 것을.

"야아아----!!"

남궁유린의 몸에서 강렬한 패기가 솟구쳤다. 심판이 화들짝 놀라 비무장을 향해 달려갔지만, 남궁유린의 검이 그보다 훨씬 더 빨랐다.

"뇌절일섬(雷切一閃)!!"

남궁유린은 빛이 되어 앞으로 달렸다.

갈지자(之)로 달리는 속도는 눈 깜짝할 새 심판을 제쳐 유설라에게 닿을 정도였다. 얼음꽃으로 뒤덮인 허초를 돌파해 유설라에게 닿은 남궁유린은 씩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내가 이겼어!"

"!!"

심장을 노리는 명백한 살초. 누군가의 개입이 없다면 유설라가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공격이었다.

"설화난영-"

유설라는 살초를 흘려내려다 이를 악물었다. 한상옥녀검에는 뇌전일섬을 막을만한 초식이 없었다.

"윽...!"

하지만 유설라에게는 강대한 내공과 수많은 전투 경험이 존재한다. 심장을 노리는 검법에 몸을 비틀고 뒤로 살짝 뛰어 공격을 흘려내고자 노력했다.

푸슈우웃.

번개가 유설라의 옆구리를 스쳤다. 한기를 머금은 검끝이 남궁유린의 목젖 앞에 놓였다.

"아."

"윽...!"

남궁유린은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유설라의 밑가슴 아래, 검이 스친 옆구리에 짙게 물들어가는 붉은 핏방울에 남궁유린은 검을 순간 놓칠 뻔했다.

"그만----!!"

심판이 급히 비무장 가운데로 날아들었다. 나 또한 앞으로 뛰쳐나갔고, 그에 맞춰 또 한 명의 존재가 비무장으로 뛰었다.

"괜찮느냐?!"

멸색사태는 유설라의 상처 근처에 여전히 남아있는 짜릿한 전격의 기운을 내공으로 억눌렀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며 눈으로 묻는 듯했다.

- 이런 일이 생기리라 예상하셨소?

도리도리.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유설라의 상처를 눈으로 확인했다. 뼈는 다치지 않았을 테지만, 자상이 무려 1치 깊이는 훌쩍 넘을 정도였다.

"유 소저, 지금 당장 병동으로 가야 하오. 멸색사태 님, 도와주시겠습니까?"

"알겠네, 무붕 의원. 심판, 결착은 난 듯한데."

멸색사태는 눈을 가늘게 뜨며 심판과 남궁유린을 압박했다. 색마에게 범해지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멸색사태는 이런 방면으로는 상당히 정상적인 장문인이었다.

"당장 데려가서 치료를 해야 하네. 유 소저, 검을 내려놓으시게."

"...승패가 정해지기 전까진."

유설라는 핏발 선 눈으로 남궁유린을 노려봤다. 살기마저 어린 눈빛에 남궁유린은 꼴사납게 검을 쥔 손을 떨며 뒤로 물러나야 했다.

"......8강 1경기! 남궁유린이 살초를 사용하였으므로, 남궁유린의 반칙패!!

객석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얼음꽃 속을 헤매고 있을 때 이미 승패는 기울었다고 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결말이 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아...유린아...!"

심지어 폭룡 남궁패조차도 남궁유린의 행동을 옹호하지 못했다. 비무 도중에 살초를 날리는 건 정파 무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기본 중의 기본이었고, 용봉지회뿐만 아니라 이봉결정전의 중요한 규칙이었다.

"아...."

남궁유린은 유설라의 심장을 찌를 뻔했다. 유설라가 조금만 더 무공의 수위가 낮았다면, 분명 검에 찔려 살해당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남궁유린의 패배가 납득할 수 없는 패배인가?

아니다.

유설라는 압도적으로 남궁유린은 이기고 있었다. 단지 마지막에 정파끼리의 비무에서 있어서는 안 될, 기습적인 살초에 당황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유설라는 검을 남궁유린의 목젖 앞에 놓았다. 검에 살갗이 베였으나, 자신의 검은 남궁유린의 목을 벨 수 있었음을 과감히 증명했다.

남궁유린보다 한층 위의 실력.

승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

그리고 승리가 확정될 때까지, 검을 붙잡은 손을 놓지 않는 무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세.

쨍그랑.

남궁유린은 검을 떨어뜨렸다.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에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제야 자각한 것이다.

"내, 내가 무슨 짓을...?"

"승자, 유설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승리 선언과 함께, 유설라는 내 쪽으로 쓰러졌다.

* * *

1경기가 끝난 뒤.

멸색사태는 의원인 내게 유설라를 맡겼고, 나는 무림맹주에게 간청했다.

- 유설라 소저의 상처가 남지 않게 하려면 옆에서 하루는 치료해야합니다. 그런데 제가 의원 밖으로 나온다면....

- 괜찮네! 우리 집에 방 많아!

독고 세가에는 손님용 방이 정말 차고 넘쳤다. 나는 독고자영의 배려 덕분에 유설라를 독고 세가로 들이는 데 성공했다.

"잘했다, 빙마."

"윽, 흐윽, 흐으윽...."

빙마는 침대에 누운 채 서럽게 울었다. 밑가슴 아래에 난 상처는 말끔히 치료했지만, 서러운 건 나도 어떻게 달래줄 수 없었다.

"나보다 훨씬 못난 년한테 칼침 맞았어...흐끅."

옆에서 간호하던 사공희와 이시아는 빙마의 흐느낌에 탄식했다. 원래라면 남궁유린은 빙마의 머리털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자기보다 약한 녀석한테 한 방 맞으면 화날 만 하지.'

남궁유린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어찌 초절정의 고수를 상대로 흠집을 내겠는가? 절대방어를 자랑하는 빙백신장의 고수가 왜 심장 근처에 칼침을 맞았는가?

"빙마, 마지막에 왜 안 피했지?"

"흐끅, 그, 색마께서 전음으로 일부러 칼을 맞으라고 하셨잖아요...."

"잘했다."

나는 빙마가 내 지시를 정확히 따른 것을 크게 칭찬했다. 이미 그녀의 상처는 말끔히 치료되어있었고, 그럴듯하게 약초를 다져 환부 위에 올려뒀다.

"이걸로 빙마가 결승전 올라갈 때까지 채음보양 할 수 있게 되었군. 흐흐."

"......."

빙마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돌렸다. 사공희와 이시아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지만, 빙마의 내공을 바탕으로 강해지는 당사자들로서 뭐라 말은 하지 못했다.

내가 주는 쾌락의 쾌감도 크기는 하지만, 무인으로서 내공이 늘어나는 성취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성욕이 원초적인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쾌감이라면, 무공의 경지가 상승하는 건 높은 산의 정상에 올라 자연 경치를 바라볼 때의 쾌감과 비슷한 경향이 있었다.

여인으로서의 쾌감과 무인으로서의 쾌감을 동시에 얻는 게 가장 좋겠지만, 우리는 그래도 손님의 집에 온 이상 나름 조절하면서 성욕을 적당히 해소하고 있었다. 언제 집주인이 집으로 들이닥칠 지 모르니까.

"실례합니다."

문이 열리며 집주인, 독고자영이 아닌 그의 딸 독고연이 들어왔다. 제비꽃과도 같은 무복을 입은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빙마, 유설라를 훑었다.

"아미파와 남궁세가 간의 일은 총관 아저씨가 멸색사태께 정식으로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어요."

"문파 문도가 살해당할 뻔했는데 당연한 겁니다."

아미파 장문인은 아직 정식으로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은 미묘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유설라의 상처에 몸이 튀어나왔다.

이미 밖에서는 유설라가 아미파의 일원이나 마찬가지라고 널리 알려졌고, 현재 허창에 있는 남궁가의 사람 중 남궁세가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무림맹의 총관이 멸색사태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남궁 소저는 왜 그러셨던 걸까요...."

독고연조차도 남궁유린의 행동을 보듬어주지 못할 정도였다. 그녀는 삼류 무사들이나 하는 위험한 실수를 저질렀고, 사실상 그녀의 용봉지회-아니 무림 인생은 끝나버렸다.

"열등감."

"네?"

"자신보다 약한 존재들이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있으니, 당연히 마음속에 마귀가 깃드는 거요."

주화입마. 남궁유린은 열등감이라는 마귀에 사로잡혀, 승리에 대한 집착으로 판단을 그르쳐버렸다.

"유설라 선배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 네."

유설라는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마치 '진짜로 하라고요?'라고 묻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나는 이시아와 함께 유설라에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 연 소저. 저 지금부터 치료해야 하는데...."

"치, 치료요?!"

독고연은 귀를 쫑긋 세우며 놀랐다. 그러면서 무슨 망상을 하는지 나와 유설라를 하염없이 번갈아 보며 붉어지기 시작했다.

"치료가 덜 끝난 건가요? 혹시...."

"내기를 치료하는 일이 남아있소."

사락. 나는 바지를 냅다 훌러덩 벗었다. 독고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손가락 사이의 미약한 틈으로 보이는 연보라색 눈동자가 내 양물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유 소저, 주사를 놓겠소."

"네, 네...! 흐끅."

유설라는 몸을 빙글 돌려, 개처럼 네발로 엎드렸다. 나는 환자복 대용으로 입혀놓은 소복 바지를 아래로 살짝 내렸다. 속옷은 당연히 입고 있지 않았다.

"불주사를 놓을 테니 내기를 잘 다스리시오."

찰싹. 나는 하얀 엉덩이에 빙백신장을 날렸다. 독고연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약한 내공이었고, 나는 하얀 엉덩이를 손으로 문지르며 불주사를 겨눴다.

"아우, 우으으...."

유설라는 배게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미 사공희와 이시아에게는 혀를 내밀고 숨넘어가는 모습까지 보여줬지만, 또다시 새로운 여인에게 은밀한 곳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에 상당히 부끄러워했다.

[그거 해야지? 빙마야?]

[하, 하지만! 남들 모두 있는데 그런 말을 해요!]

[백습광아 한 100년 뒤에 죽이러 가면 되냐?]

"으윽...!"

나는 색마로서 유설라를 압박했다. 유설라는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의, 의원님의 뜨거운 장침으로 설라를 치료해주셔요...흐끅...!"

수치사.

나는 부끄러움에 고통스러워하는 유설라를 치료하고자, 그녀의 아래에 불주사를 놓았다.

[작품후기]

불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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