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비천색마-113화 (113/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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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의원님."

아미파 장문인, 멸색사태 류서시는 정조사태와 정자사태를 옆에 두고 나를 맞이했다.

한 명은 나와 직접, 다른 한 명은 검제로서 나와 통정한 여자들이다. 스승과 제자 둘을, 그것도 하나같이 아름다운 여인들을 내가 취했다는 것에 나는 하초가 뻐근해졌다.

"맹주님께서 말씀하셨죠. 두 제자가 원없이 전력을 활용할 수 있게끔 하겠다. 무붕 의원이 도울 것이다. 어떻게 하실 거죠?"

"이겁니다."

나는 직접 만들어온 천수관음봉 세 개를 내밀었다. 우람한 형태에 세 여인은 얼굴을 붉혔다.

"만년빙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영험한 영약입니다. 공력을 최소 3년치는 채워줄 겁니다. 입에 물고 천천히 녹여 먹으시면 됩니다."

""3년…!""

아미파의 두 사제는 천수관음봉의 위력에 놀랐다. 멸색사태는 천수관음봉의 형태에 요염히 웃었다.

"알겠습니다. 제자들아, 너희는 이걸 가지고 가서 약을 복용한 뒤, 운기조식을 하거라. 앞으로 있을 대전에서 후회없이 대결할 수 있도록."

""네!""

두 제자는 천수관음봉을 각각 하나씩 들고 사라졌다.

건전한 생각을 가진 여자라면 남근형태라도 가만히 둔 채 운기조식을 할 것이고, 음탕한 여자라면 분명 그 방법으로 운기조식을 할 것이다.

그리고 색녀라면….

"의원님, 아니죠. 색붕, 미안하지만 직접 입으로 먹여주시게. 요즘 또 기가 허해서 말이야."

"얼마든지. 아 참, 그런데 말이야."

나는 나를 천천히 잡아당기는 서시를 밀쳐 위를 덮쳤다.

"아미파의 제자들 중에 다치는 자들이 있다면 말이야, 혹시 내가 돌봐도 되겠소?"

"정조와 정자야 그대 뜻대로 해도 되지만, 유설라라는 그 아이는...흐읏?!"

푸욱. 나는 예고도 없이 천수관음봉을 서시의 안에 밀어넣었다. 서시의 몸안에 들어간 관음봉은 안에서 끈적하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거, 거긴...!"

"여기도 입이 아닌가? 아랫입."

"...흐흣, 그렇군. 그런데 유설라 그 아이를 말하는 거라면, 아직 정식으로 아미파가 아니라서 내가 뭐라 할 수는 없소."

맞는 말이다. 대공자가 유설라에게 만들어 놓은 설정은 '오랜 은거를 깨고 죽은 사부의 명예를 위해 등판한 신인 고수'니까.

그러므로 나는 대공자가 의심하지 못하도록, 계획을 뒤에서 밀어주기로 했다.

"만약 본인이 아미파로 들어가기를 바란다면, 장문인인 그대가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나?"

"그야 당연하지. 그렇게만 된다면 아미파의 흥보오호옥?!"

찌걱찌걱.

원하는 답은 전부 들었다. 나는 천수관음봉의 구멍에 작은 나무꼬치를 끼워 앞뒤로 마구 쑤셨다.

"만약 그녀가 상처를 입는다면 그대가 나서서 챙겨주시오. 그리고 내게 보내시오. 그러면 내 그녀가 아미파에 들어가도록 잘 설득하리다."

"아하앗.... 이것이 친구 좋다는 건가...!"

누이좋고 매부좋고. 나는 유설라의 신분 세탁을 위해 기꺼이 옷을 벗었다.

"서시, 당신은 참 먹을 때마다 질리지 않는단 말이야. 크으, 내가 10년만 더 빨리 태어났으면."

"자, 자꾸 그런 말 하지말게...! 자꾸 그러면...."

서시는 뜨거워진 몸으로 천수관음봉을 모두 먹어치웠다. 어찌나 먹성이 좋은지, 잘못하면 안에 들어있는 꿀이 동굴 속을 질척거리게 만들 뻔 했다.

- 아랫입도 입인데 좋은 거 먹여드려야하지 않겠어?

옳으신 말씀. 나는 천수관음봉(眞)을 서시의 앞에 꺼내들었다.

"그래. 자꾸 그러면?"

"...후후, 반로환동 해버리는 수가 있다네?"

"......."

소름.

나는 눈을 반짝이며 웃는 서시를 향해 진실을 던졌다.

"응, 그대랑 나랑 최소 2배 차이."

내공이다.

"버, 벗이여! 그걸 말하는 건 너무한, 어허어엉!!"

나는 대공자의 계획을 망가뜨리기 위해, 유설라를 아미파에 완벽히 잠입시킬 것이다.

"내, 내가 아흑, 젊었을 때는 지금 육봉들보다 더 예쁜, 아아아앙! 더, 더 세게 박아주시게! 색마가 장문인을 상대로 강제로 범하는 것처럼!"

...내 몸을 팔아서.

그리고.

드디어, 팔강전의 날이 밝았다.

* * *

수많은 관중들이 모인 비무장. 최고급 객석에 앉은 신창은 육포를 질겅거리며 신난 감찰관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선배, 선배는 누가 이길 것 같아요? 남궁? 아니면 아미?"

신창은 호들갑을 떠는 감찰관의 질문에 쉽게 답을 말하지 못했다.

"그게 왜 궁금하지?"

"저야 사건의 인과관계를 보는 눈은 가지고 있어도, 무공의 수위를 보는 눈은 없기 때문입니다! 선배, 선배가 저보다 그런 쪽으로는 훨씬 더 뛰어나시잖아요? 누가 이길지 선배는 알 것 같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당당한 말에 신창은 오히려 수긍해버렸다. 두 여인이 얼마나 대단한 지 모른다면 설명을 해주는 수밖에.

"남궁세가의 남궁유린. 그녀의 실력은 가히 폭룡 남궁패에 3할 정도의 승률을 보일 정도로 강하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그래서 남궁유린이 이긴다?"

"...좀 기다려봐라. 이야기엔 흐름이라는 게 있으니. 28세 이하 후기지수 중에서는 최소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지."

"아하. 육봉에 들 수도 있고 걸칠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다? 일단 실력상으로는 육봉에 걸쳤으니까?"

신창의 말에 감찰관은 혼자 자문자답하며 결론을 내렸다. 한창 이야기를 풀어나가려던 신창은 입을 오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과정을 자르고 결론부터 내는 건 감찰관의 주특기였다.

"그렇다면 지난 번 용봉지회에서 흑백이화만 안 만났으면 3등은 확정이었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남궁유린의 검은 강하다. 팔대세가 중 최강이지. 다만 소공녀랑 만나서 떨어졌을 뿐."

이미 육봉에 오른 모용란과 제갈선의 당시 무위와 비교해봐도 남궁유린이 훨씬 강했다. 다만 남궁유린이 육봉에 오르지 못한 것은 그녀의 대결 상대가 마교 소공녀였기 때문이다.

"지난 번 대진운은 그녀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지. 과연 이번에는 어떨까?"

"선배. 제 질문에 답을 안 해주셨는데요. 그래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남궁유린이랑 유설라라고 하는 여인이랑 싸우면 누가 이기냐고요. 8강 1경기."

"...너는 비무대회의 정답을 알고 보면 재미가 있냐?"

"오, 그거 선배는 정답을 알고 있다는 말씀 아닙니까? 누가 이기는 지 확신하고 있다는 거 아녜요?"

까득. 감찰관의 지적에 신창은 이를 갈았다. 똑똑한 건 좋았지만 이렇게 일부러 숨기려는 걸 파헤치려는 성향은 조금 많이 부담스러웠다.

"안다. 알지만 말 못해."

"왜요? 혹시 확신하지 못하는 겁니까?"

"확신은 하는데, 이 자리에서는 입밖으로 내밀지 못한다는 말이다."

"남궁!! 유린!! 남궁!! 유린!!"

신창은 근처에서 한창 시끄럽게 응원전을 펼치고 있는 폭룡 남궁패를 가리켰다.

여동생을 위해, 남궁세가를 위해, 팔대세가의 후기지수를 대표하는 남자로서 그는 적극적으로 남궁유린의 응원을 독려하고 있었다.

"아하."

감찰관은 씩 웃으며 작게 빈정거렸다. 감찰관은 신창의 미묘한 눈빛에서 신창이 찾은 정답을 도출해냈다.

"팔대세가의 콧대가 꺾이겠네요."

"당장은 그렇지."

신창은 대진표를 펼쳤다. 남궁유린의 대진표 위치상, 그녀는 아미의 검을 두 자루나 상대해야했다.

"이거 보고 혹시 어떤 생각이 드느냐?"

"글쎄요. 구파일방이랑 팔대세가끼리 벌이는 자존심 싸움?"

"정답이다."

신창은 천천히 무림맹 내부의 관계를 읊기 시작했다. 한참을 듣던 감찰관은 마음속에 신창의 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림맹에서 함께 손을 맞잡고 있지만, 세가와 문파 사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이 존재하기 마련.

그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터져나왔을 뿐이다.

남궁유린은 아미파를 상대하고, 독고연은 화산파나 종남파를 상대하게 된 셈이었다. 일 각 가까이 길게 이어진 설명을 간략하게 요약한 감찰관은 영혼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이런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이다."

신창은 특별관객석에 앉아 신선처럼 허허 웃는 무림맹주를 슬쩍 쳐다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맹주는 남궁을 싫어하는 모양이군."

"에이. 그래도 총관이 남궁가의 사람인데 그러겠어요?"

"대진표가 이 모양인데?"

"대진표, 이번에 순수하게 제비뽑기로 정했다고 하던데요? 선배가 걱정하시는 맹주의 개입 같은 건 없었어요."

신창은 표정이 굳었다. 그리고 허탈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럼 하늘이 남궁을 싫어하는 모양이로군."

펄럭, 펄럭.

맑은 하늘에는 눈이 붉은 매 한 마리가 날개를 펼치며 훨훨 날고 있었다.

* * *

와아아아아아아------!!

함성이 울려퍼진다.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남궁유린은 들뜨기 시작하는 내기를 가다듬으며 상대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태극화, 소공녀, 연희봉, 와백봉. 거기서 나를 내려다봐?'

태극화, 소공녀. 둘은 언젠가 자신이 이길 상대니까 지금은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연희봉과 와백봉이 자신들은 육봉이라는 양 거만을 떨고 있는 건 용서할 수 없다. 자신보다 약한 자들이 대진운 좀 좋다고 거만 떠는 걸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도마에게 범해지고 나락으로 처박힌 내 기분을 너희들이 알아?!'

모두를 검으로 꺾고 저들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리라. 특별객석의 한 켠, 육봉과 이화가 자리잡은 곳을 향해 남궁유린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검을 겨눴다.

'나는 절대 죽지 않아.'

와아아아아-----!!

검짓 한 번 만으로 사람들은 열광했다. 육봉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남궁유린에게 죽음과도 같았고, 그녀의 강한 의지가 점차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여인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사내다운 패기를 보이는 남궁유린에게서 남궁의 기상에 사람들은 하나 둘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 때는 내가 상태가 너무 별로였어.'

소공녀라는 재앙을 만나, 도마에게 범해지며 정조를 잃었다. 심지어 소공녀에게 피떡이 되어 꼴사납게 패배하고 쓰러졌다.

하지만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인 무붕 의원을 만나 그녀는 더욱 아름다운 몸으로 탈바꿈했고, 무공의 수위는 나날이 발전하여 일류를 훌쩍 뛰어넘었다.

남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지만, 남궁유린의 무위는 어느덧 일류를 뛰어넘어 절정-

'의원님!'

순간, 남궁유린은 비무장의 한쪽에 마련된 흰 천막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하얀 도복에 면장갑을 낀 그는 피곤한 얼굴로 무림맹에서 지원을 나온 여무사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팔에는 의(醫) 문자가 박힌 주홍색 완장이 채워져있었다.

'내 생명의 은인!'

여인으로서의 삶을 다시 태어나게 해준 장본인에게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얼굴도 잘생기고 목소리도 좋다. 남궁유린은 꿈을 통해 몇 번이고 의원을 만났다.

환자로서 침상에 고이 누워있는 자신을 보며 성욕을 참지 못하고 강제로 범하며 애타게 허리를 흔드는 무붕 의원을 상상하며, 남궁유린은 다시 만나기만을 학수고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자로 만나지 않겠어요.'

환자로 만나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므로 환자가 아닌 육봉 중 한 명-천뢰봉(天雷鳳)으로서 무붕과 마주할 것이다.

그리고 당당히 자신의 남편 중 하나가 되어 달라고 청할 것이다.

'누구도 내 꿈을 짓밟을 수 없어.'

여자는 한 명의 지아비만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천하 역사를 통틀어보면 역사에 남은 여황제들은 남편을 여럿 들인 경우도 허다했다.

남궁유린은 검후를 꿈꾸고 있다.

대 남궁세가의 강한 후계자를 낳기 위해, 스스로 강해지면서 동시에 강한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할 필요가 있다.

'그 년처럼 될 수는 없어.'

남궁유린은 기억 속에서 떠오른 여인의 말로를 떠올렸다.

같은 팔대세가, 아니 오대세가의 일원이면서 본인이 약해서 팔려간 여인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고 있다.

'나는 내가 남자를 선택할 거야!'

남자 여럿이 자신을 두고 서로 질투하고 시기하며, 자신의 사랑을 갈구하게 만들 것이다.

그 두번째 후보가 바로 무붕 의원이며, 용봉지회는 남궁유린이 검후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

'이 무림의 주인공은 나야!'

육봉의 으뜸에 올라, 백도제일화를 차지하여 흑도제일화를 즈려밟을 자가 바로 자신이다.

라고, 남궁유린은 꿈에 부풀어있었다.

또각, 또각.

맞은 편에서 아주 천천히, 상대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중원의 사람같으면서도 다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선명한 여인은 착 가라앉은 눈동자로 비무장 맞은 편에 섰다.

"창궁무애검법, 남궁유린."

철컹!

남궁유린이 기수식을 취하자 객석의 모두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압도적인 투기에 육봉인 모용란과 제갈선마저도 침을 꿀꺽 삼키며 남궁유린에게 기가 질릴 정도였다.

"한상옥녀검, 유설라."

사락.

검에 서리가 내려앉았다. 유설라라는 이름 석 자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여인은 완벽한 기수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고수!'

상대는 아미파의 고수다. 가상의 대결로 승리를 확신한 정조사태나 정자사태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다. 서로 이기기 위해 시선만 마주해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보다도 강할 지도 모르는-

'아냐!'

직접 싸워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어느쪽의 검이 더 빠르고 강한지 견주려면 당연히 검을 서로 부딪혀봐야 아는 법.

"선수는 양보할게요."

"양보?"

사락.

유설라의 눈이 잠시 감겼다.

순간, 남궁유린은 유설라의 머리칼이 살짝 희게 변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허. 양보할 거면 아예 승부도 양보하시지?"

"이...!"

남궁유린의 눈에 불이 튀었다. 전신의 내기가 들끓기 시작했고, 눈앞에는 오직 '적'밖에 보이지 않았다.

"창천일섬(彰天一閃)!"

남궁에게 선수를 양보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똑똑히 보여주마. 남궁유린은 먼저 땅을 박차고 앞으로 검을 찔렀다.

"초식 외치는 건 진짜 싫은데...."

유설라는 인상을 찡그리며, 한숨과 함께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설화난영(雪花亂影)."

"!!"

꽃처럼 피어오르는 눈송이에, 남궁유린은 순간 표적을 잃었다.

[작품후기]

아미봉 시절에는 실제로 예뻤다는 게 사실

그러나 지금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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