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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그래서…. 그쪽은 그런 중국인들을 징벌하려고 그런 짓을 하는 거야?"
"에헤이. 그쪽이 아니고 오빠라니까. 자. 따라 해봐. 오.빠."
"쫌!"
"쳇. 아직 이른가. 암튼, 자꾸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가 본데, 나는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내가 그놈들을 죽이는 건 짱개가 싫은 데다 그놈들이 코인도 가지고 있어서야. 징벌은 무슨…."
"하지만…. 그런 짓을 하는 걸 막는다면 그게 좋은 일일 수도 있는 거 아냐?"
"아냐. 으음. 아키 너도 되게 답답하구나?"
"뭐!?"
"내가 차에 치일 뻔한 어린아이를 구해준다면 그건 좋은 일이 될 수 있겠지. 근데 내가 짱개들을 잡아 죽이는 일 같은 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어. 물론 나와 나로 인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좋은 일이겠지. 하지만 나 때문에 아빠를 잃은 짱개 아이에겐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도 그 정도는 알아. 나를 너무 바보 취급하는 거 아냐?"
"니가 하도 답답한 소리를 해서 하는 소리잖아."
"그렇게 따지면 그쪽이 자신에게 말하는 나쁜 사람이라는 말도 말이 안 되는데."
아키의 말에 나는 입을 열지 못했다.
어…. 그런가? 이거 한 방 먹었네. 이 여자 은근히 날카로운 면이 있는데?
"아냐. 나는 나쁜 게 맞아. 아무나 사람을 죽이고 강간하고 매혹하고…. 이건 나쁘지."
강간이라는 단어에 두 여자가 모두 인상을 썼다.
너무 자극적인가. 말을 좀 순하게 할 걸 그랬네. 둘 다 강간에 대해 좋은 기억은 없을 테니.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는 없다.
잠시 정적.
어휴. 하여간 분위기 박살내는 대는 선수라니까.
"하지만, 저에겐 오빠는 좋은 사람인걸요."
정적을 깬 건 하루카였다. 한 점 의심 없는 표정과 확신에 찬 말투.
"오빠를 안지 이제 두 달 정도밖에 안 됐지만, 저에게 오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하아. 그래. 하루카. 너도 문제야. 물론 내가 너의 호감을 사기 위해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한 건 맞아. 근데 너무 사람을 잘 믿는다고. 이것도 언젠간 한번은 이야기해주고 싶었어."
말이 나온 김에 한꺼번에 다 이야기하는 게 낫겠지.
어차피 이들과의 관계는 손상된다고 해도 아쉬울 게 없다.
하루카의 맛있는 밥을 못 먹는 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네. 근데 내가 뭐 언제는 맛있는 밥을 먹고 살기 위해 살았나?
아쉽고 마는 거지 뭐.
"저는 위선도 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아. 그래. 나도 그건 동의해. 위선도 선이지. 결과가 선이라면 당연히 위선도 선이지. 근데 그 위선이 나쁜 짓을 하기 위해서 작업하는 거라면?"
"저에게 나쁜 짓을 하기 위해 작업하고 있나요?"
"음…. 그건 아닌데."
"거봐요."
"아…. 아니야. 아니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아키 얘도 문제고 하루카 너도 문제네. 하아. 이걸 뭘 어떻게 해야 하냐."
"대체 뭐가 문제가 되는데 그렇게 본인을 비하해요? 나는 아키 상이 말하는 거 이해해요. 오빠는 뭔가 본인을 굉장히 나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요."
내가 알던 하루카가 아니다. 천연스러웠기에 백치미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게 아니야. 똑똑한 여자애였어. 그치. 힘이 없어서 당한 거지 멍청해서 당한 건 아니니까.
하아. 이런 식의 대화는 쉽지 않다.
상대를 설득하는 것. 그건 너무 힘들어.
설득할 주제를 만들지 않거나, 설득되지 않는다면 그냥 피해버리는 게 낫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건 너무 힘들다.
"만약에."
"네?"
"내가 네 명의 여자와 살고 있고 섹스 파트너도 하나 있다고 한다면, 그래도 나를 똑같이 볼 수 있을까?"
아무 말이 없는 하루카, 눈이 커지는 아키.
"그리고 아무 잘못 없는 여자들을 매혹해서 마음껏 부려먹고 있다면?"
자. 이정도 급발진을 했으면 어느 정도는 정나미가 떨어지겠지.
굳이 이랬을 필요는 없다. 없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여자들과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없다.
그리고 그건 만났을 때와의 상황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내 상황 역시 그 첫 단추에 영향을 주니까.
하루카와 아키. 두 사람과의 첫만남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고 봐야지.
하지만 두 사람과 사이좋은 사이가 되고 깊은 사이가 된다고 했을 때, 나중에 가서 그런 문제가 터진다면 결국엔 더 끔찍한 마무리가 될 거다.
그러니 미리 터트리는 게 나아.
적당한 관계, 적당한 거리. 그 정도가 딱 좋을 거야. 아니면, 다시는 못 봐도 상관 없….
"그 정도는 예상했어요. 네 분…. 과 함께 산다는 건 조금 충격이긴 하지만."
"뭐?"
표정 하나 흐트러짐 없는 하루카. 그리고 그런 하루카에게 놀라 눈이 커진 채로 바라보는 아키.
"오빠 같은 분에게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당연한 일이니까."
"으아악! 야! 이건 아니지! 넌 대체 나를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좀 지나치다고!"
"만약에, 이 세상이 지금처럼 되기 전의 시대였다면 저도 이런 생각은 안 하겠죠. 근데 지금은 문명시대가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면 야만의 시대인데. 사회와 문화가 지정해둔 관습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너 누구야. 너 하루카 아니지?"
"왜 그러세요. 저는 천사님이 구해준 이시카와 하루카가 맞아요."
"야. 아키. 니가 말해봐. 니가 생각하기엔 내가 어떻게 느껴지냐?"
"조금…. 충격이긴 하네. 하루카랑 비슷한 이유로."
"엥?"
"나도…. 함께 사는 사람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넷이나 될지는 몰랐지만."
"아니! 그런 반응이 아니잖아! 짐승 같은 변태 새끼라는 표정으로 혐오해야 하는 거 아냐?"
"뭐야. 그런걸 원한 거야?"
"미쳤어. 미쳤어. 오히려 내가 너희를 이해 못 하겠다."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자 그제야 두 여자는 깜짝 놀란다.
"나중에 보자. 순간이동."
짧게 인사하고 바로 몰디브로 순간 이동했다.
사라지기 전에 보였던 하루카와 아키의 표정.
그런 상황에도 자신들이 뭔가 실수했나? 라는 그 얼굴.
아니…. 이해가 안 가네. 일본 여자라서 그런가?
아니잖아. 일본 여자라고 해서 윤리 관념이 없는 건 아닐 거 아냐.
아무리 세상이 망했고 하루카가 말한 것처럼 문명의 시대가 아닌 야만의 시대인 건 맞다.
그렇다고 해서 여자들이 남자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걸 포기할 수 있을까?
남자인 내가 이해가 안 가는데, 어떻게 여자들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주! 인! 님!"
"레나. 시끄러워. 조용히 해."
나를 향해 발랄하게 뛰어오던 레나는 내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꼈는지 바로 조용해졌다.
그 뒤를 따라 다가오는 신영과 가인. 그리고 그 뒤의 남자들.
"벌써 정리 다 했어?"
"네! 보실래요?"
"내가 볼 테니까 여기 있어. 조용히."
"히잉."
불만이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째려보자 다시 입을 다무는 레나.
그런 그들을 두고 나 혼자 리조트를 둘러봤다.
리조트라고 해서 높은 건물이 있는 리조트는 아니다.
전부 단층으로 돼 있는 건물들. 그리고 크게 두 종류로 나뉘었다.
시크릿 풀 빌라라고 적혀있는 바닷가에 위치한 건물들.
방마다 수영장이 있고 담장으로 둘린 곳. 그리고 건물에서 바로 눈앞의 해변으로 나갈 수 있게 되어있다.
그리고 선셋 빌라라고 돼 있는 곳.
여기는 물 위에 지어진 집이다. 그리고 역시 수영장이 있고, 방에서 바로 바다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그리 크지 않은 리조트. 건물은 그리 많지 않다.
방마다 돌아보지만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긴, 또 너무 깨끗해도 이상하지.
어느 정도 정리만 됐으면 된 거니까.
다시 세 여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뒤에 서 있는 남자들을 수납으로 먹어버렸다.
온종일 수고한 것 치고는 불쌍한 최후네. 쯧쯧.
"고생했어. 일단은 도쿄로 넘어가자. 게이트."
세 여자는 군말 없이 게이트를 타고 넘어갔다. 신영의 방에 도착하고 게이트를 닫은 뒤 여자들을 보고 말했다.
"포상을 줘야지?"
눈을 반짝이는 세 여자. 기대감이 넘치는 모습.
"거기 침대에 누워서 눈 좀 감아볼래?"
"옷은 어떻게 할까요? 벗을까요?"
적극적인 레나의 질문.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세 여자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빠르게 옷을 벗고 알몸으로 침대에 눕는다.
눈을 감고 바로 누워있는 그녀들을 보며 약간 딱한 감정이 들었다.
에휴. 불쌍한 녀석들.
무효화와 수면을 걸었다. 셋 다 잠에 빠졌고, 나는 그런 그녀들의 발 쪽에 앉아서 하나씩 기억을 지우기 시작한다.
딱 하루의 기억. 그녀들의 기억에서 몰디브에 갔었던 기억들만 제거한다.
승미세안 네 여자랑 살지도 모르는 곳을 남이 알게 하면 안 되지.
아무리 매혹을 걸어놓은 여자들이라고 해도 예외는 없어.
그렇게 기억을 전부 다 지우고 매혹까지 리필한 다음 무효화를 썼다.
잠에서 깬 세 여자는 몸을 일으키며 자신들이 왜 이렇게 있는지 의아해한다.
"뭐 하냐 빨리 옷 안 벗기고?"
내 말에 여자들은 의아함 따위는 이미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리고 우르르 내게 다가온다.
여섯 개의 손이 내 옷을 착착 벗겼고, 나는 느긋하게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또 시작된 세 여자의 발정 난 몸부림.
이 여자들은 기억 못 하겠지만, 어쨌든 수고는 했으니 마땅히 포상은 줘야 하잖아?
참…. 내가 생각해도 정말 못됐다. 조금 미안하네.
거의 세 시간 정도를 세 여자는 내 몸 위에서 별짓을 다 했다.
가만히 누워있는 동안 알아서 가슴을 가져다 대고 내 물건을 자신들 안쪽에 집어넣고 흔들고 키스를 하고….
그러던 신영과 가인은 체력을 모두 쓰고 쓰러지듯 잠들었다.
결국, 남은 건 레나 하나.
이 여자는 아직도 체력이 남았는지 내 물건을 안에 넣고 내 위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골반을 돌리는 모습.
역시 프로야. 이 여자는 저 둘이랑 비교하면 급이 다르지.
결국, 한번더 나를 사정하게 만든 레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내 가슴에 그대로 엎드린다.
"레나."
"네에?"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주인님이요오? 최고로 멋진 분이죠오."
나른한 목소리로 행복한 듯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살살 만지는 레나.
어휴. 매혹 걸린 여자에게 이런 걸 물어보는 내가 병신이지.
그러다가 문뜩 궁금해졌다. 나는 이 여자와 매혹 안걸린 상태에서 대화를 한적이 거의 없어.
과연 이 여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반사를 걸고 스킬 사용 불가 지대를 봉인했다. 그리고 짧게 중얼거렸다.
"스킬 사용 불가 지대."
주변 일대가 스킬을 쓸 수 없는 공간이 되었고, 바로 신영과 가인에게 수면을 건다.
그리고 레나의 몸에 아직 내 물건이 들어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매혹을 풀어봤다.
스킬이 없는 상태에서 과연 이 여자가 나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을까?
"어머나…. 매혹을 풀 줄은 몰랐네요오."
내 가슴을 밀어내며 몸을 일으키는 레나.
지금 나를 내려다보는 저 여자는 매혹에 걸린 여자가 아니다. 유혹의 마녀라고 불리던 일본의 절대 강자 레나.
"어때? 지금 기분은?"
"흐응…. 조금 민망하죠. 유혹의 마녀라 불리던 몸인데. 매혹에 빠져서 이런 꼴이 되다니."
그러면서도 허리를 살살 움직인다. 하. 이 여자 봐라. 웃기네?
"원통하거나 분하거나 그런 건 없나? 나를 죽이고 싶다던가."
"글쎄요오. 그런 마음은 거의 없네요. 자기가 나한테 그렇게 불합리한 짓을 하진 않았잖아요오?"
"넌 정말 신기한 여자네. 근데 왜 존대를 하는 거야?"
"직업병이죠. 헤헤."
"아항."
"근데 왜 자기는 이게 안죽죠오? 벌써 이 여자들이랑 나랑 합치면 몇 번을 했는데에. 아직 정정하잖아?"
"글쎄. 왜 그럴까?"
"뭐, 저야 좋아요. 죽지 않는 남자라니. 따로 약을 한 것도 아닌거 같은데에."
그러면서 몸의 움직임이 조금 더 커진다.
매혹이 풀리면서 체력이 리필 된 것도 아닐텐데. 저럴 체력이 아직 있나?
게다가 바뀐 호칭이나 말투도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
매혹에 걸린 레나가 어린애같은 느낌이었다면 이 여자는 약간 성인 버전이랄까?
"그런데…. 흐음…. 매혹은 왜 풀어준거에요오? 내 반응이 어떤가 보려고?"
"아니. 그냥 궁금했어. 신영이는 내가 해놓은 짓이 있어서 매혹을 풀면 나를 죽이고 싶어 하거든. 가인은 아직 안 해봤고."
"저는…. 글쎄요오. 별생각 없네요오. 지금이랑 크게 다를 것도 없고."
점점 커지는 몸짓. 이제는 앞뒤로 움직이는 몸.
내 물건이 그녀의 안쪽 벽을 그대로 훑고 나왔다가 다시 깊숙하게 박힌다.
그럴 때마다 내는 야한 신음. 이야. 완급 조절이 아주 기가 막히네.
이걸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모를 정도야.
매혹에 걸린 레나가 저돌적인 느낌이라면, 매혹이 풀린 레나는 노련한 느낌이다.
그야말로 남자를 쥐어 짜낼 줄 아는 여자. 그런 느낌.
아무 말없이 그녀의 테크닉을 느껴본다.
조임과 움직임, 그걸 받쳐주는 체력. 그녀의 움직임이 제법 커졌고 내는 신음이 격해질 때쯤, 나는 또다시 사정했다.
그렇게 내 사정과 함께 멈춘 레나의 움직임. 몸을 움찔움찔하며 내 위에서 황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하아…. 진짜 좋았다아.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남자가 나왔지이? 왜 아직도 안쪽에서 단단하게 있는데요?"
그러더니 아까와 마찬가지로 내 가슴에 푹 숙이는 레나.
"후…. 하. 에고. 지쳤다. 자아. 그럼 이제 말해봐요오. 뭐가 그리 궁금한지."